- 수수료 분급제에 노동법 개편까지…흔들리는 설계사 영업 환경
수수료 분급제 반대하는 이유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14일 연 정례회의에서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 개편을 위한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며 수수료 분급제 도입을 확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은 4년 분급을 시행하며, 2029년 1월부터 7년 분급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5~7년차에는 장기 유지 관리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해 보험 계약이 유지되는 기간이 길수록 설계사가 수령할 수 있는 수수료가 증가될 수 있도록 했다.
수수료 분급제는 말 그대로 보험모집 수수료를 계약 기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보험설계사는 장기보험(종신·건강보험 등)을 판매하면, 보험사가 책정한 모집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계약 초기에 일시 지급받아왔다.
예를 들어 월 보험료가 10만원인 보장성 보험을 팔 경우, 현재는 초년도 수수료 명목으로 약 90만~110만원 수준의 수수료가 설계사에게 지급된다. 설계사는 이 수수료를 계약 체결 직후 대부분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계약이 중도 해지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환수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4~7년 분급이 된다는 얘기다.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단계적으로 수수료를 수령하게 되기 때문에 설계사 입장에서는 계약 유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초기 수수료를 줄이면 ‘한 번 팔고 끝’ 식의 영업을 막고, 설계사가 계약 유지와 사후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 계약 유지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계약 25회차(2년) 유지율은 약 80% 안팎이고 37회차(3년) 유지율은 약 60% 내외다. 계약 10건 중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되는 계약이 2건, 3년을 넘기지 못하는 계약이 4건가량 발생한다는 의미다. 수수료 분급제가 적용되면 이 해지 구간에서 설계사는 아직 받지 못한 수수료를 영구히 잃게 된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객 사정 때문에 소득이 깎인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질병, 실직, 가계 사정 악화 등으로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면 설계사의 책임과 무관하게 수입이 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은 월 고정급 없이 수수료 수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GA 소속 보험설계사는 “수수료 분급제가 시행되면 지금처럼 전업으로 버티기 어려운 사람이 대거 나올 것”이라며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상품을 팔아도 첫해 손에 쥐는 돈이 너무 적어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사정으로 2~3년 안에 해지되면 남은 수수료는 전부 사라진다”며 “결국 설계사를 오래 붙잡아두기보다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사는 대체로 분급제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설계사들에 대한 관리·통제·지원 역할이 커지면서 GA에 대한 보험사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최근 보험사들은 GA 전속 설계사들이 크게 증가하며 이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자사 보험사 상품을 적극 팔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단기 실적 위주의 판매가 아닌, 상품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계약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건전한 보험 시장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면 GA 중심으로 기울었던 영업 시장 구조도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설계사들이 수수료 분급으로 생계에 문제가 생기면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어 이 부분은 고민이다. 이러면 보험사는 신규 모집력 약화와 기존 계약 관리 공백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 관계자는 “초기 수수료 지출은 줄어들 수 있어도, 장기 관리 비용과 운영 비용이 늘어나면 총비용이 크게 줄지 않을 수도 있다”며 “설계사들이 이탈하지 않고 계약 유지에 신경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법 개편에 4대 보험 논의까지
여기에 보험설계사를 근로자에 가깝게 재분류해 4대 보험을 적용하자는 논의까지 더해졌다. 명목상으로는 사회안전망 확대다. 산재·고용보험을 통해 사고나 소득 단절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설계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겉으로는 “필요한 제도”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실질 소득 감소다. 4대 보험료가 적용되면 설계사는 매달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고, 보험사나 GA가 관리·평가 권한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일부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고정급 전환 → 성과급 축소 → 영업 자율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보험설계사는 지금까지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고, 수수료는 사실상 선급으로 받아가며,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려왔다. 실적이 좋을 때는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위험은 보험사와 소비자가 상당 부분 떠안는 구조였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설계사 직업이 지나치게 ‘편한 쪽’으로만 기울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안전망에는 편입되지 않으면서, 수수료는 가장 공격적인 구조를 유지해온 직군이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수료가 보험료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구조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를 무조건 보호할 수도, 반대로 시장에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번 개편은 보험산업 전반의 체질을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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