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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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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규제의 역설 출입 제한에 나선 카페들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최근 들어 로컬 카페에서 ‘반려동물 입장 불가’라는 안내문을 자주 발견한다. 한때 카페는 반려동물과 산책을 마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르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이 줄어들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며 커피를 즐기던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장면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의 이동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일까.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답은 명확해진다.합법화가 불러온 역설서울 마포구 연희동의 한 스페셜티 커피 매장은 반려견과 함께 방문하는 손님들 덕분에 지역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과 산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현재 이 가게에는 ‘반려동물 입장 불가’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매장의 바리스타는 “합법이 돼서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현재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이다.2026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카페와 음식점의 반려동물 동반 영업이 처음으로 허용됐다. 엄밀히 말해 그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입장이 불가했다. 많은 카페가 사실상 묵인 하에 일부 불편을 감수하며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해 왔던 것이다.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카페 입장에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반려동물 종류 제한 ▲예방접종 확인 ▲케이지나 목줄 고정 장치 구비 ▲좌석 간 거리 확보 ▲조리 공간 분리 ▲식기 관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나하나 보면 모두 타당한 기준이지만 매장의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현실이다.참고로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한국의 커피 매장은 대부분 소규모다. 바와 좌석이 가깝고 동선은 유연하게 이어진다. 커피를 내리는 공간과 손님이 머무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구조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동선을 분리하고 거리를 확보하며 별도의 장비를 갖추는 일은 쉽지 않다.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공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여기에 ▲반려동물의 이동 ▲손님 간 접촉 ▲위생 관리까지 대부분의 관리 책임이 업주에게 집중된다. 문제가 생기면 행정 처분 역시 매장이 감당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매장은 이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워 반려동물의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한국은 이미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진입했다. ▲사료 ▲용품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수조원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소비의 확장이 제도적 인프라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카페와 같은 생활 밀착형 공간은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수요를 받아낼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했다. 공간 분리와 책임의 재분배이는 규제와 방식 중 어떤 것의 문제일까. 문제의 답은 해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미국과 호주는 실내 위생 기준을 엄격히 유지하는 대신 야외 테라스에서의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한다. 위생 리스크를 공간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유럽은 주방과 식재료 구역만 분리하고 나머지는 업주의 판단에 맡긴다. 일본은 공간을 구분하고 반려동물의 행동 책임을 보호자에게 명확히 둔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위생은 공간으로 관리한다. 책임은 보호자에게 둔다.한국은 대부분의 관리 책임이 업주에게 집중된 구조다. 이 구조에서 카페 업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많지 않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반려동물 문화의 축소’라기보다 ‘책임 구조가 만든 결과’에 가깝다.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면 책임의 한계를 조절하고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방법이 가장 설득력 있다. 반려동물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보호자다. 기본적인 행동 규칙에 대한 동의와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퇴장 조치 그리고 일정 구역의 제한적 허용 등의 방식만으로도 지금의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테라스나 일부 좌석을 활용한 공간 분리 방식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현장의 운영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반려동물 입장 합법화의 과정은 단순히 ‘반려동물 출입 여부’를 넘어선다. 커피의 생산 방식과 소비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반려동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들은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작은 로컬 카페를 찾고 그 공간이 자신의 반려견을 환대할 때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펫 프렌들리 카페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이다.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도 ▲커피리브레 ▲그루버스커피 ▲비무티 ▲어딕티브와 같은 로컬 카페들은 까다로운 기준을 감당하면서 반려동물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당국도 일부 기준을 완화하며 조정에 나섰다. 현장의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다.다만 이미 많은 매장이 방향을 바꾼 상황이다. 그 변화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상황은 하나의 과도기처럼 보인다. 제도는 문화를 따라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균열이 생겼다.연희동 카페의 안내문은 단순한 규제의 결과가 아니다. 제도가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균열의 징후다. 지금의 불편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책임이 한쪽에 집중된 구조에서는 시장 자체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의 해법은 명확하다. 허용의 범위를 무작정 넓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위치를 다시 나누는 일이다. 그 균형이 회복될 때 비로소 반려동물과 카페 그리고 일상이 다시 함께 공존할 수 있다.

2026.05.09 06:00

4분 소요
제주 키즈 호캉스 경쟁 치열… 더 시에나 프리모, 체험형 패키지 강화

여행

가정의 달을 맞아 호텔업계의 키즈 호캉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호텔 더 시에나 프리모가 체험형 키즈 패키지를 선보이며 가족 단위 수요 공략에 나섰다.최근 호텔업계에서는 단순 숙박을 넘어 아이 체험 콘텐츠와 부모 휴식을 함께 결합한 ‘패밀리 스테이형’ 상품 비중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어린이 전용 객실과 놀이 프로그램을 강화한 키즈 프렌들리 호텔이 가족 여행 수요를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더 시에나 프리모는 이번 패키지를 통해 테마형 키즈 객실과 체험 프로그램, 휴식형 부대시설을 결합한 가족형 콘텐츠를 운영한다고 밝혔다.객실은 각각 다른 콘셉트로 구성됐다. 우주선 테마 객실은 우주선 형태 침대와 은하수 조명을 적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키즈 패밀리 토끼 객실은 동물 인형과 자연 친화적 소품을 활용해 놀이형 공간으로 꾸며졌다.또 키즈 프린세스 객실은 파스텔톤과 궁전형 침대 디자인을 적용했고, 키즈 벙커 블루 객실은 벙커 구조와 블루 컬러 중심의 활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호텔 측은 객실 자체를 단순 숙박 공간이 아닌 체류형 놀이 콘텐츠 개념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체험형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투숙객 어린이에게 제공되는 ‘키즈 여권’은 호텔 부대시설 이용 시 스탬프를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정 조건 충족 시 선물과 추가 혜택이 제공된다.이와 함께 36개월 이상부터 9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밤비노 키즈카페 3시간 이용권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동선을 분리해 휴식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이 최근 가족형 호텔 상품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부모 고객을 위한 콘텐츠도 강화했다. 조식은 까보스코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며, 야외 온수풀 옆 카라라 풀사이드 카페에서는 치킨&칩스 메뉴 혜택이 포함된다.야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더 시에나 프리모는 폭 44m 규모의 미디어파사드 쇼를 야외 수영장에서 선보이며,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미니 콘서트도 진행한다. 영상과 음악 콘텐츠를 결합해 가족 단위 야간 체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더 시에나 프리모 관계자는 “아이와 부모가 각각 만족할 수 있는 체류형 가족 패키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놀이와 휴식, 체험 요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 호캉스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해당 패키지는 오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운영된다.

2026.05.08 13:50

2분 소요
주주총회, 형식에서 실질로…개정 상법이 만든 변화[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필자가 9번째로 치룬 2026년 3월 정기주총 시즌은 한국 자본시장의 풍경이 바뀌는 변곡점이었다. 한국의 약 2700개 상장기업 정기주주총회가 집중 개최되는 이 시기는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보이지만, 매년 변화가 있었으며 올해는 특히 달랐다. 2025년 7월과 9월, 그리고 2026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상법 개정 결과가 처음으로 주주총회 현장에 실제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관을 수정해야 했고, 기관투자자들은 변경된 정관이 상법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따졌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더욱 정교하게 준비된 주주제안을 회사에 제시했다.정관 변경 안건 급증…상법개정 취지 잘 반영했는가올해 주주총회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적 특징은 정관 변경 안건의 급증이다. 한국ESG연구소 분석 대상 652개사의 정관 변경 안건은 1722건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479건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서스틴베스트 분석 대상 232개사의 정관 변경 안건은 전년 198건 대비 3.7배 증가한 729건을 기록했다.이 급증의 배경은 명확하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 명칭 도입 ▲3% 룰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2인으로 확대 ▲집중투표제 정관 배제 금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 상법개정 사항을 정관에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KOSPI200 기업 중 191개사가 개정 상법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는 등 상장회사 대부분이 개정 상법 준수를 위한 정관 정비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업들이 상법 개정의 ‘형식’을 기계적으로 따르고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이사 수 상한 신설·축소와 이사 임기 유연화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동시에 선임되는 이사 수가 많을수록 일반주주 추천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의식한 기업들은 이사 정원의 상한을 낮추거나,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꿔 사실상 시차임기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집중투표제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했다. 의결권자문사와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이사 임기 구조 변경을 이유로 해당 정관 변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결정했다.전자주주총회를 정관으로 배제하려는 시도도 비슷한 맥락에서 제동이 걸렸다. 의무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은 법적으로는 가능한 조치였지만, 일반주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총 참여 기반을 구조적으로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대부분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감사위원 분리선출…기업측 선제적 대응시작올해 이사 선임 안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안건의 급증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설치 상장기업 730개사 중 641개사가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상정했고, 주총 시즌 종료 시점 기준으로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출된 감사위원을 2인 이상 보유한 기업은 609사에 달했다.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핵심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에게만 이 규정이 적용됐다. 하지만 개정 상법은 모든 분리선출 감사위원에게 합산 3% 룰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수를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2026년 9월 10일 시행).기업들은 해당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대부분은 합산 3% 룰 시행일인 7월 23일 이전인 이번 주총에서 선제적으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추가 선임해, 합산 3% 룰 적용 없이 우호적인 후보를 확정하려 했다. 일부 기업은 임기가 남은 기존 사외이사를 도중에 사임시킨 뒤 분리선출 방식으로 재선임하는 구조를 활용하기도 했다. 자기주식 의무소각 안건…심사 더욱 강화될 것2026년 3월 6일 공포 및 시행된 3차 개정상법은 자기주식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되 ▲임직원 보상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경우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매년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정기주총 소집 결의가 이미 이뤄진 시점에 법이 통과된 탓에 준비 기간이 극도로 짧았지만, 12월 결산 상장사 2478개사 중 266개사가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을 상정했고, 상정된 모든 안건이 가결됐다.그러나 내용의 질은 엄격한 심사를 받았다. 한국ESG연구소는 102건의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을 분석해 절반 이상인 52건(51%)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으며, 한국ESG기준원은 관련 안건 75건 중 11건(14.7%)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발행주식총수 대비 과도한 규모의 자기주식 처분 계획을 상정하거나, 보유·처분의 목적이 불명확하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기재돼 상법이 요구하는 실질적 심의·승인 절차가 아닌 형식적 통과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임원 보수, 한도에서 종합적인 정책으로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율은 올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표 중 하나다. 해당 안건 반대 권고율이 한국ESG기준원 기준 22.5%로 전년 대비 5.7%포인트 증가했으며, 한국ESG연구소 기준 45.2%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이유 중 하나는 2025년 4월 확정된 대법원 판결이다. 주주이자 이사인 자는 자신의 보수한도 승인 결의에서 특별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해당 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에도 산입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명확해졌다. 지배주주가 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의 보수한도 안건 가결이 실무적으로 어려워지자, 일부 기업은 정관에 임원보수규정을 신설해 주주총회의 연례적 보수한도 심의 절차를 사실상 대체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회사의 이사보수한도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건으로 주주권익침해 우려가 높아 기관투자자와 의결권자문사의 많은 반대가 있었다.주주들의 관심도 단순한 총액 통제에서 보수 구조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정기주총에서 ▲성과보수 비중 확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부여 ▲퇴직금 지급률 조정 등 보수 체계의 설계 방식에 직접 관여하는 주주제안이 다수 등장했다. BNK금융지주에는 RSU 부여 주주제안이, 덴티움에는 이사 보수한도 주주제안이 상정돼 이 중 덴티움의 안건은 실제로 가결됐다. 향후 ‘보수한도’를 단순히 승인하는 것이 아닌 ‘보수정책’을 종합적으로 주주가 판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개선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주주제안의 질적 개선2026년 정기주총의 또 다른 본질적 변화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ESG기준원 분석대상 기업 중 주주제안은 15개사에서 총 74건이 있었으며, 전년(7사·80건) 대비 기업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2건(56.8%)에 대해 찬성투표를 권고했다. 한국ESG연구소가 분석한 주주제안 찬성 권고율은 전년 30.8%에서 62.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2025년까지 주주제안의 주류는 ▲배당 확대 ▲자기주식 소각 등 단기 주주환원 요구였지만, 2026년에는 ▲이사회 독립성 ▲감사기능 강화 ▲보수 체계 개선 ▲기업가치 제고 전략 등 구조적 지배구조 측면으로 개선됐다. 법적 쟁점 및 실현 가능성 정도 검토를 잘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특히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 수는 한국ESG기준원 분석기준 전년 2건에서 올해 1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에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공개 ▲선임독립이사 선임 ▲경영진 주식연계 보상 도입을 요구하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상정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찬성을 권고했고, 실제 찬성률도 30.3%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관계로 부결됐다. 해당 사례를 포함해 이번 주총 시즌에서 실제 가결된 건은 1건에 불과하지만,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한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에 삼성물산 주식 유동화와 자기주식 소각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뒤, KCC가 자기주식 소각 계획을 공시하자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표결이 아니라 소통으로 해결되는 유형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2027년 주총을 준비하며…결과보다 과정 묻는 시대로2026년 정기주주총회는 개정 상법이 예고하는 지배구조 개혁(Governance Reform)의 서막이었다. 아직 가장 중요한 규정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합산 3% 룰은 2026년 7월 23일,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2026년 9월 10일, 전자주주총회는 2027년 1월 1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이 세 가지 제도가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일반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추천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한층 높아진다.2026년이 새 제도에 적응하는 ‘원년’이었다면, 2027년은 이 모든 기준이 일상적 잣대로 굳어지는 ‘실전의 해’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준비사항은 정관 문구를 고치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사 및 감사 후보 선정 단계부터 기관투자자 및 의결권자문사의 평가 기준을 내재화하고, 자사주 관리와 배당정책을 포함한 중장기 주주환원 로드맵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공시하며, 주요 기관투자자와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주총회 당일의 표 대결보다, 주주총회 안건 전체를 아우르는 ‘소통의 질’이 결과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한국 기업지배구조의 지형은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 형식이 아닌 실질을, 결과가 아닌 과정을 묻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필자는 NH-Amundi자산운용에서 ESG 및 스튜어드십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ICGN 한국 자문위원과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투자자 전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금융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2025년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정부·국회 주관 녹색금융 관련 간담회와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고 KAIST·서울대·서강대 등 주요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에코프론티어·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KAIST 경영대학원에서 녹색금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26.05.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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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고 싶은 ‘나만의 향’을 입고 싶다 [이윤정의 언베일]

전문가 칼럼

몇 년 전부터 백화점 풍경이 달라졌다. 화장품 매장을 향수 브랜드가 대신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엔 향수 판매장이 번듯하게 들어섰다. 익숙한 유명 브랜드의 향수가 아닌 ▲딥티크 ▲바이레도 ▲프레데릭 말 등 소위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만족하는 프리미엄 향수)라 불리는 브랜드가 경쟁하듯 등장한다. ‘향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신을 가꾸는 영역이 스킨·헤어·보디케어에서 향수로 확장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향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향으로 나를 표현하기를 주저했던 중장년층과는 다른 행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세대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향 역시 옷이나 가방, 혹은 주얼리처럼 자신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향수에 대한 관심이 ‘나만의 향’을 찾는 트렌드로 이어지자 니치 향수에 대한 기대감과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 매출은 약 1조18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니치 향수 시장은 53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니치 향수’ 전성시대…명품도 ‘맞불’한국에 니치 향수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브랜드는 지난 2009년 국내에 진출한 딥티크다. 조향사가 아닌 무대 디자이너·건축가·화가인 창립자 3인의 예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향수를 일종의 오브제처럼 인식하게 했다.딥티크는 한국에 ▲디퓨저 ▲향초 ▲센티드 오발 등을 소개해 홈 프래그런스(집을 위한 향수)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글로벌 톱 3 시장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조향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향수의 대표 겪은 프레데릭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선보인 검은색 뚜껑에 단순한 모양의 향수 가격은 20만원대였다. 30만원대 이상의 향수가 즐비한 지금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프레데릭 말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Portrait of a Lady)를 지드래곤이 즐겨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름만 봐서는 여성용 같지만, 알싸한 고급 장미 향으로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향수다.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탄생한 바이레도를 비롯해 ▲르 라보 ▲메종 프랑시스 커정 ▲메모 파리 ▲불리 등 국내에는 니치 향수 브랜드가 앞다퉈 진출했다. 수적으로 세를 불려 가는 니치 향수를 두고 “이들을 니치라고 부르는 것이 맞냐”는 불필요한 논쟁이 불거질 정도였다. 바이레도는 지난 2019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과거 면세점에서 남성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향수는 ‘샤넬’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출장 등으로 외국에 다녀오면서 부인이나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로 향수를 구매할 때 친숙한 브랜드를 고르다 보니 샤넬이라는 것이다.이래저래 샤넬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하다. ▲샤넬 ▲디올 ▲에스티 로더 ▲랑콤 ▲조르지오 아르마니 ▲겔랑 등 유명한 향수를 보유해 온 메가 브랜드에는 니치 향수 열풍이 반가울 리 없다.이들 브랜드는 기존의 유명 향수 컬렉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좀 더 개선된 컬렉션을 선보여 자체적인 니치 향수를 만든다.샤넬의 역사적인 장소와 인물에서 영감받은 ‘레 조 익스클루시프 드 샤넬’(Les Exclusifs de Chanel)과 디올의 여행과 원료 등에서 영향받은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La Collection Privee Christian Dior)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향수가 기성복이라면 이들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최상급의 맞춤복 패션 디자인)에 가깝다. 럭셔리 브랜드 입문 통로 된 향수패션 브랜드에서도 향수를 출시한다. ▲프라다 ▲에르메스 ▲구찌 ▲루이 비통 ▲셀린느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미우미우 ▲지방시 등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가 향수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수는 패션과 어울리는 향을 제안하거나 패션 제품을 사기 전 브랜드 경험을 유도하는 품목으로 제격이다.몇 년 전부터 루이 비통은 세계적인 조향사와 함께 매 시즌 특별한 향수를 선보인다. 놀라운 점은 주얼리 브랜드에서도 꽤 일찌감치 향수를 출시했다는 것이다. 이미 향수 부문에서 눈부신 활약 중인 불가리 외에 ▲까르띠에 ▲부쉐론 ▲반클리프 아펠 ▲해리 윈스톤 ▲티파니 등도 고유의 향수를 갖고 있다.까르띠에의 청담 메종을 방문하면 1층에 한 벽면을 차지한 향수 셀렉션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향은 기대 이상이다. 과장해서 주얼리를 입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몇몇 주얼리 하우스는 향수를 우수 고객(VIP) 선물용으로만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반클리프 아펠처럼 독립적인 퍼퓨머리 팝업스토어를 소개할 정도로 정성을 쏟는 곳도 있다.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2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반클리프 아펠의 국내 첫 팝업 ‘오뜨 퍼퓨머리’에서는 ‘레 클래시크’(Les Classiques) 컬렉션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반클리프 아펠 향수 담당자는 “향수는 메종의 창조성과 장인정신을 후각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풀어낸 예술적 표현”이라며 “하이 주얼리의 정교함과 스토리를 보다 많은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접근성 있는 형태의 럭셔리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전했다.필자도 무수히 많은 향수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향수 중 하나는 겔랑의 ‘미츠코’다. ▲포이즌 ▲듄 ▲트레조 ▲No. 5등 강한 향이 주름잡던 시대에도 미츠코의 향은 훨씬 강렬했다.1919년 출시돼 일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딴 이 향수는 프루티와 시프레 향을 최초로 결합하는 시도로 유명했다. ‘향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를 가진 작품의 하나’라고 평가될 정도다.20대에는 미츠코의 향이 버거웠지만 나이가 들수록 베이스 노트에서부터 느껴지는 건조한 관능에 감탄하게 된다. 향수를 뿌리는 일을 영어로는 ‘입는다’(wear)고 표현한다. 요즘 향수는 입을 뿐 아니라 나의 공간에도 펼쳐지는 다재다능한 품목이다. 동시에 나의 취향과 함께 나이 들어 가는 ‘파트너’기도 하다.

2026.05.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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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주, 상징적 성공에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지구 밖 머니게임]④

전문가 칼럼

한국 우주개발은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게 됐다. 그 사이 우리는 분명한 성과를 쌓아 왔다. 자력으로 개발한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고, 달 궤도선의 성공적 운용과 초고해상도 정찰위성의 국내 주도 개발도 이뤄냈다. 올해 하반기에는 누리호 5차 발사가 예정돼 있고, 5월에는 정부가 축적해 온 위성기술을 산업체가 이어받아 개발한 국토위성 2호의 발사도 앞두고 있다. 한국 우주는 이제 더 이상 가능성만 이야기하는 단계가 아니다. 실제 성과를 증명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기술적 성공과 산업의 성숙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할 수 있는 나라’가 됐지만 아직 ‘계속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 우주산업의 핵심 과제는 기술의 유무가 아니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반복할 수 있는 ▲수요 ▲시장 ▲서비스 ▲수출 구조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한국 우주산업의 한계는 기술개발의 부족보다 ▲기술개발과 국가 활용 ▲산업화와 수출을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지 못한 데 있다. 그 현실은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단계적 판단 중요해진 韓 우주 항공최신 국내 우주 항공 통합 실태조사를 보면 우주 항공 참여 기업은 832개로 늘었지만, 우주 항공 매출 10억원 미만 기업이 464개, 전체의 55.8%를 차지한다. 정부는 세계시장 점유율 1% 미만 수준의 한국 우주산업을 2045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그 숫자는 전략이라기보다 상징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기업 수가 늘어난다고 산업의 체력이 함께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 지원이 유행에 따른 단발성 사업으로 흐르거나, 실제 시장과 사업성에 연결되지 않는 과제를 늘리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지원 기업 숫자를 늘리는 형식적 성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지원했느냐가 아니라 그 지원이 실제 ▲사업화 ▲매출 ▲수출 ▲후속 투자로 이어졌느냐이다.우주산업은 원래 정부가 먼저 길을 열 수밖에 없는 분야다.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며 실패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정부가 초기 수요를 만들고 위험을 분담하며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야 산업이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은 한 번의 성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 가능한 수요와 후속 사업 ▲운영 경험 ▲활용 시장이 있어야 비로소 산업이 된다. 결국 산업의 성패는 무엇을 한 번 해냈느냐보다 그다음에도 계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여기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계에 대한 착각이다. 우리는 자주 미국의 뉴스페이스(민간 우주 개발)를 부러워하지만, 오늘의 미국 우주산업은 민간의 혁신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뒤에는 ▲정부의 막대한 장기 예산 투입 ▲수십 년간 축적된 기반기술과 인프라 ▲반복적인 공공수요 ▲풍부한 인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두터운 생태계가 있다.반면 한국은 산업 기반도, 시장 규모도, 인력과 자본의 축적 정도도 다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선진국의 유행과 성숙 단계를 그대로 따라가며 상징적이고 단발적인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후발국일수록 유행보다 단계 판단이 중요하다. 정부는 물론 산업체도 선진국의 외형만 좇아 이를 흉내 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목표가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산업 경쟁력 확보보다 국내 입지 강화나 정부 사업 수주에 머문다면, 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지속 가능 성장 경로 설계해야지금 필요한 것은 남의 성공 방식을 모방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역량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하는 국제 프로그램에 초기부터 역할과 책임을 확보하고 경험을 축적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동시에 제3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공동개발·공동운영 구조를 만들면 초기 시장을 키우고 비용을 분담하며 외교적 신뢰까지 함께 축적할 수 있다. 특히 우주산업은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신뢰와 제도, 운영 경험이 함께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간 협력 구조는 외교적 지원을 넘어 산업 성장의 경로로 작동할 수 있다. 내수만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려운 한국으로서는 국가 간 협력(G2G) 구조를 통해 초기 해외시장을 열고, 그 안에서 산업의 반복 수요와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정책을 바라보는 틀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위성 ▲발사체 ▲탐사를 각각 다른 분야처럼 나누어 접근해 왔다. 그러나 실제 국가적 임무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통신 ▲감시정찰 ▲우주탐사는 하나의 플랫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여러 기술과 수단이 함께 맞물려야 국가 역량이 된다. 공공과 국방도 마찬가지다. 이를 나누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와 임무, 시장이다. 그럼에도 이를 지나치게 분리해 기획하고 예산을 나누면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을 가진 나라일수록 국가 임무 중심의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우주는 더 이상 ▲위성 ▲발사체 ▲탐사라는 기술 분야의 집합이 아니다. 앞으로 우주는 ▲통신 ▲데이터 ▲안보는 물론 ▲첨단 제조 ▲바이오 같은 분야까지 산업과 국가 기능이 함께 확장되는 새로운 공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 정책은 기술 로드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주를 국가 운영과 산업 경쟁력, 외교와 서비스로 연결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사람과 조직, 그리고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핵심 인재가 있어야 한다.산업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초기 시장을 열고 위험을 분담하는 것은 맞지만 산업체까지 정부 사업 수주에만 머물러서는 산업이 자랄 수 없다. 해외 협력 역시 국내 사업 확보를 위한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확장 전략이어야 한다. 우주산업은 이제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와 AI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제 우주산업의 경쟁력은 무엇을 만들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운영해 지속적인 국가적·산업적 가치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6.05.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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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안보로까지 번진 쿠팡 사태의 해법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거세게 일던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이 올해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작년 11월 3442만명에서 올해 2월 3364만명까지 줄었는데, 지난 3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한 3503만명을 기록했습니다. 회복세를 넘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진심 어린 사과도, 보상도 없이 사건을 축소하려는 듯한 쿠팡의 초기 대응에 실망하고 분노한 소비자들의 탈팡 바람이 태풍급으로 몰아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반짝하고 말았습니다.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에 도착하는 쿠팡의 강력한 배송시스템의 편의성이 맘들의 탈팡을 막았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40대 워킹맘은 “쿠팡의 대응이 괘씸하긴 하지만 급할 때 필요한 걸 새벽에 받을 수 있어 너무 편해 끊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쿠팡만의 플랫폼 경쟁력이 다른 경쟁사를 앞서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정한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전혀 다른 차원의 악재가 터졌습니다.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 54명이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즉각 중단해달라’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서 보낸 겁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정부는 민감도가 낮은 정보 유출 사건을 구실로 쿠팡에 범정부적 공격을 가했다”며 영업정지 검토, 서울 사무소 압수수색 등 구체적인 사례까지 언급했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차별 조치가 ‘미국의 경제 관계를 훼손하고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며 경제 안보까지 문제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내에서 벌어진 한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한미 간 안보 문제로까지 번지는 양상입니다. 실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는데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국내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미국 의원들의 차별적 규제 중단 서한에 대해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범여권 의원 90명은 “법치주의와 주권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항의서한을 주한 미국대사관에 보냈습니다. 쿠팡 문제의 불똥이 양국의 정치권 갈등으로 옮겨붙으며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쿠팡의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 로비로 한미 안보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매국 행위”라는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은 미국 로비에 안보 사안을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완전히 거둬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제는 모두가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개인정보 유출과 위증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인데, 그 결과에 따라 외교적 마찰과 여론의 향방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면 한국의 법과 절차를 존중해야 하며, 정부 또한 이를 보편타당한 사법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쿠팡은 억울함이 있다면 한국의 사법 시스템 안에서 소명하고, 정부는 정무적 판단이 아닌 법치주의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것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 해법이자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푸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2026.05.03 06:00

2분 소요
순창의 시간이 남기는 맛을 기록하다 [길에서 만난 사람]

전문가 칼럼

전북 순창군 발효테마파크 햇살라운지. 창밖으로 순창의 나지막한 능선이 겹겹이 겹치며 고요한 수묵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지난달 이곳에서 여행 작가 김민수가 1년 6개월간의 긴 호흡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제주에서 10년 넘게 민박집을 운영하며 수많은 방랑자에게 이정표를 제시해 온 그가 제주의 눈부신 수평선 대신 순창의 붉은 흙과 눅진한 장 냄새 배어 있는 골목에 스며든 500일의 결과물, 에세이 『문득 끌리는 순창 여행』이다.그는 왜 제주의 광활한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순창의 소박하고도 깊은 내륙의 골목을 택했을까. 그는 이번 작업이 단순히 유명 명소를 훑고 지나가는 ‘단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장을 익히듯 스스로를 발효시키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한다.누룩처럼 쓰리고 정처럼 읽는다이날 북콘서트에서 청중의 마음을 가장 깊게 파고든 문장은 이 책의 첫머리였다. “순창의 여행에는 깊이가 있다. 누룩처럼 쓰리고 정처럼 읽는다.” 인위적으로 매끄럽게 ‘익은’ 상태가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생채기와 인내를 뜻하는 듯한 ‘쓰리고’라는 표현은 현장의 많은 이들에게 묘한 울림을 주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공직자는 “수많은 홍보 책자를 접해왔지만 누룩처럼 쓰리다는 첫 문구를 보고 나선 처음으로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진정성에 공감을 표했다.김 작가는 이 투박하면서도 진실한 깊이를 담아내기 위해 1년 6개월간 순창을 제집처럼 들락거렸다. “취재를 위해 순창의 굽이진 길을 오가며 깨달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과거 전국의 섬을 낱낱이 누비며 『대한민국 100섬 여행』을 펴냈을 때만큼이나 많은 공력과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는 화려하게 치장된 관광지가 아닌, 빨래가 널려 있는 마당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당처럼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속살’에 집중했다. 낡은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매일 읍내를 걷는 산책자로 지낸 500일의 시간은 그렇게 정직한 문장이 되었다.발효된 여행자에게만 들리는 이야기김 작가는 순창의 여행을 ‘발효’ 그 자체에 비유한다. 봄에 정성껏 담근 장이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맛을 내듯, 순창의 매력도 성급한 방문객에게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여행자에게만 순창은 그 비장(秘藏)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8년 전 순창의 ‘금산여관’에 머물렀던 여행자가 자신의 88번째 생일을 맞아 제주에서 다시 이곳을 찾아오고,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단골손님이 자연스럽게 빗자루를 들어 마당을 쓰는 풍경이 이곳에선 일상적인 인연의 형태다.“순창은 충분히 발효된 여행자에게만 더욱 깊고 내밀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흰 눈에 덮인 겨울 강천산의 적막함을 온몸으로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듬해 봄의 정취가 왜 그토록 오롯한지 이해되는 식이죠.” 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인스턴트 여행’이 아닌, 기다림이 남긴 진한 장맛 같은 여행을 권한다. 그것은 한 번의 방문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여러 번의 마주침이 쌓여 만들어지는 깊이다.그가 꼽은 가장 강렬한 동화(同化)의 순간은 뜻밖에도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읍내 중식당 ‘춘화루’의 평범한 오전 11시 풍경이었다. “오전 밭일을 마친 주민들이 참을 먹듯 둘러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단함을 털어내는, 그야말로 짙은 로컬의 현장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이방인인 저에게 호기심 어린 눈길을 주거나 경계하지 않았죠. 그들의 무관심 속에 섞여 들어가 풍경의 배경이 되는 순간, 저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그는 이를 ‘묽어지는 것’이라 표현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특별해지고 싶은 욕심이 순창이라는 담백한 공간과 만나 희석되는 과정이다. 이것은 타협과 양보가 필요한 동반 여행이나 SNS를 의식한 인증샷 위주의 여행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만 집중하는 ‘혼자만의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차원적인 경험이다. 내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지는 찰나의 평온이다. 자발적 고독을 자처할 때 보이는 것들김 작가는 이번 책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순창의 또 다른 보석으로 유등면의 ‘유등스테이’를 언급했다. 고택의 결이 살아있는 한옥에서 아보카도 커피를 마시며 고성능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경험은, 순창의 정서가 어떻게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투박한 시골 정서와 세련된 취향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순창이 가진 무궁무진한 스펙트럼을 증명한다.그는 순창을 찾을 예비 여행자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를 남겼다. “타인의 ‘좋아요’를 위해 맛집을 전전하고 카메라 렌즈로만 세상을 보는 여행에 지쳤다면 순창으로 오십시오. 대신, 반드시 혼자 오십시오.” 타인의 시선과 목소리라는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롯이 자기 내면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 그는 순창의 나지막한 능선과 깊은 숲길이 그 고독한 독백을 묵묵히 받아줄 만큼 넉넉한 품을 가졌음을 500일의 기록으로 증명해 보였다.행사장 밖으로 나오자, 군청 앞 음악 분수대가 화려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시범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여운은 솟구치는 물줄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혼자 오라”던 작가의 나직한 목소리와 순창의 밤공기 속에 더 짙게 배어 있었다.

2026.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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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뗀 진검승부 와인 역사를 바꾸다 [와인인문학]

전문가 칼럼

197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 와인(포도주)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헌법은 단 한 줄로 요약됐다. 위대한 와인은 오직 프랑스에서만 탄생한다는 것이다. 수백년간 축적된 떼루아(포도 재배 환경)의 신비와 귀족적인 샤토(저택)의 전통 그리고 프랑스인 특유의 콧대 높은 미각적 우월감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철옹성과 같았다.물론 이처럼 오만한 패러다임은 단숨에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6년 5월 24일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단 한 번의 시음회가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업계에서는 와인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통쾌한 반전이자 신분제가 지배하던 미각의 세계에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라는 혁명을 선포한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바로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다.들러리로 초대된 이방인의 반전사건의 발단은 파리에서 와인 숍을 운영하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의 작은 기획에서 시작됐다. 그는 미국의 독립 선언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과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무명 와인들을 비교 시음하는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당시 이벤트에 초청된 심사위원단 9명은 프랑스 와인계의 ‘어벤져스’와 같았다. 프랑스 원산지명칭통제제도(AOC) 협회장부터 최고급 레스토랑 투르 다르장의 수석 소믈리에 그리고 로마네 꽁띠의 오베르 드 빌렌느까지 이름만으로도 권위가 묻어나는 최고 권위자들이었다.심사에 오른 프랑스 와인들의 면면 역시 화려했다. 레드 와인 부문에는 보르도 1등급인 샤토 무통 로쉴드와 샤토 오브리옹이, 화이트 부문에는 부르고뉴의 뫼르소와 바타르 몽라셰 등 최고의 명품들이 출전했다.시음회는 와인의 라벨을 가리고 맛과 향으로만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프랑스 와인의 호평을 예상했지만 라벨이라는 ‘계급장’이 떨어져 나가자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고의 미각을 자부하던 프랑스 전문가들의 입에서 촌극이 빚어지기 시작했다.심사위원들은 와인잔을 돌리고 향을 맡으며 우아한 프랑스어로 “이 우아한 골격과 깊은 풍미.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랑스 보르도의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들이 극찬하며 최고점을 준 그 와인은 캘리포니아산 카베르네 소비뇽이었다.이는 인간의 미각이 얼마나 시각적 정보와 편견에 얇게 의존하고 있는지 ‘권위’라는 이름의 후광 효과가 얼마나 우리의 본질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지가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라벨과 역사라는 편견의 안경을 벗겨내자 프랑스인들의 절대 미각은 길을 잃고 방황했다. 파리의 심판이 남긴 유산모든 시음이 끝나고 점수가 집계되자 회담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 1위는 미국의 ‘샤토 몬텔레나 1973’이 차지했다. 레드 와인 부문에서는 보르도 1등급을 제치고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러 1973’이 영광의 1위 자리에 올랐다. 수백년의 역사와 혈통을 자랑하는 구체제의 귀족들이 캘리포니아의 촌뜨기 농부들에게 완벽하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미국 타임지의 조지 테이버가 이 통쾌한 반전극을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타전하면서 이 사건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여기서 주목할 것은 결과가 아니다. 파리의 심판이 와인 역사에 남긴 위대한 유산은 단순히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이겼다는 ‘승패’에 있지 않다. 이 사건은 수백년간 굳게 닫혀 있던 와인 시장의 거대한 문을 열고 글로벌 다양성의 시대를 알리는 혁명의 축포로 평가된다.이전까지 와인의 세계는 ‘운명론’이 지배했다.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의 축복받은 혈통을 갖지 못하면 결코 위대한 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숙명이었다. 그러나 나파밸리의 승리는 전 세계의 이름 없는 와인 생산자들에게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의 성공에 고무된 칠레·호주·아르헨티나·뉴질랜드 등 ‘신대륙’의 양조가들이 자신감을 얻고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변방의 반란이 종주국을 각성시키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훌륭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미식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한 잔의 와인을 평가할 때 우리는 종종 그 안에 담긴 액체의 본질보다 병 겉면에 붙은 화려한 라벨과 가격표에 쉽게 현혹된다.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고 사회적 가치를 매길 때 역시 그 사람의 내면이나 실력보다는 출신 학교·직함·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라는 보이지 않는 ‘라벨’에 의존해 무의식적인 서열을 매기고 있지는 않은가.1976년 파리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시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인문학적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은 삶 속에서 편견의 안경을 벗고 눈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느낄 용기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오늘 밤 여러분의 식탁에 칠레산이나 이름 모를 국가의 평범한 와인이 놓여 있다면 잔을 들어 기쁘게 건배하자. 그 와인 속에는 편견과 계급장을 떼어낸 채 실력 하나로 쟁취해 낸 자유롭고도 다채로운 근현대사의 통쾌한 반전이 녹아 있다. 파리의 심판이 쏘아 올린 다양성의 축포는 절반쯤 남은 우리들의 잔 속에서 여전히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다.

2026.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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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기본법, 그릇과 음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스페셜리스트 뷰]

가상화폐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안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고, 여당안과의 절충도 임박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회기 내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고,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도 발행 인가 요건과 거래소 지배구조 같은 세부 쟁점에 집중돼 있다.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이 법은 무엇에 관한 ‘기본법’이어야 하는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한도, 은행 컨소시엄 51% 룰 같은 세부 규제 논쟁의 그늘에 가려, 디지털자산의 법적 본질과 그에 부합하는 규율 구조에 대한 근본적 진단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기본법은 본래 한 영역의 정의·분류·기본 원칙·관할 분담을 정리하는 법이다.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그 본래 역할을 하고 있는가.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자산은 그 자체로 금융상품이 아니다. 분산원장에 전자적 형태로 표상된 가치 또는 권리일 뿐이다. 무엇을 기반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법정통화에 연동되면 결제 수단이 되고, 증권을 기초로 하면 투자상품이 되며,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기반으로 하면 실물자산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토큰화는 자산의 형식을 바꾸는 기술이지, 본질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다.이 원칙은 이미 국내 정책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그릇이 바뀌어도 음식은 바뀌지 않는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비증권 자산까지 금융 규제 틀 안에 일괄 편입하려는 현재 입법 방향은 이러한 원칙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같은 디지털자산이라 하더라도 사용 목적에 따라 법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결제에 사용되는 비트코인과 투자 대상으로 보유되는 비트코인은 동일한 자산이지만 규율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를 하나의 법 체계로 묶는 것은 기술 기반 자산의 다양성을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출발선에서부터 잘못된 전제를 놓고 설계를 시작한 셈이다.글로벌은 이미 결론 냈다…‘본질별 분리 규율’해외 주요국의 디지털자산 입법 공통 기조는 ‘자산 본질에 따른 분리 규율’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GENIUS법」으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연방 규제 체계를 처음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의 핵심은 발행인 인가나 100% 준비자산 의무가 아니다. 결제 스테이블코인을 연방 증권법상 ‘증권’ 정의와 상품거래법상 ‘상품’ 정의에서 명시적으로 제외시킨 점이다. 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토큰은 SEC가 아니라 재무부와 OCC가 감독한다. 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주관 부처를 달리한 것이다. 시장구조 입법인 「CLARITY법」 역시 같은 사고방식 위에 서 있다. 이 법은 SEC와 CFTC의 관할을 자산 성격별로 명확히 나누어,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은 CFTC가, 투자계약자산은 SEC가 관할하도록 한다. 같은 시기 SEC 의장 폴 앳킨스는 ‘Project Crypto’를 선언하며 “과거 SEC가 무어라 말했건, 대다수 암호자산은 증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는 토큰을 ▲디지털 상품(network token) ▲디지털 수집품(NFT 등) ▲디지털 도구(회원권·티켓·신분증 등 실용 토큰) ▲토큰화된 증권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며, 이 중 마지막만이 증권법 적용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핵심 원리는 “경제적 실질이 형식적 명칭에 우선한다(Economic reality trumps labels)”는 것이다. 같은 분산원장 위의 토큰이라도 그것이 무엇을 표상하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을 달리해야 한다는 사고가 이제 미국 증권 규제 당국의 공식 입장이 됐다.유럽연합(EU)의 「MiCA」도 같은 사고방식이다. 흔히 EU의 단일 규제로 알려져 있지만, MiCA는 자산을 ▲전자화폐토큰(EMT) ▲자산준거토큰(ART) ▲기타 암호자산의 세 유형으로 나누어 차등 규율한다. EMT는 신용기관·전자화폐기관만 발행할 수 있고, ART는 별도 인가를 거치며, 기타 암호자산은 백서 발행 등 비교적 완화된 규율을 받는다. 게다가 금융상품에 해당하는 토큰은 아예 MiCA 적용 대상이 아니며, 기존 MiFID II 등으로 별도 규율된다. EU 역시 “디지털자산은 곧 금융상품”이라는 일원적 접근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것이다.일본은 더 분명하다. 다카이치 내각은 2026년 4월 가상자산을 결제서비스법에서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이관하는 안을 의결했다. 가격 변동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성 암호자산을 증권법에 준해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NFT는 금융 규제에서 제외했고,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서비스법에 잔존시켰다. 일본 금융청은 “NFT의 성격은 다양하므로 일률적으로 금융 규제 대상으로 삼는 데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송금·결제 목적 자산은 결제서비스법 체제로 규율함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같은 디지털자산이라도 사용 목적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적용 법률을 달리한 것이다.요컨대 미국·EU·일본은 모두 같은 결론에 이른다. 디지털자산은 본질에 따라 분류돼야 하고, 분류에 따라 적용 법률과 주관 기관이 달라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가장 중요한 누락 — 사권(私權)의 정립여기까지 오면 한국 입법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누락이 드러난다. 디지털자산의 사권(私權), 즉 소유·이전·담보·도산·선의취득 등의 민사법적 정립이다. 이 문제는 자본시장법으로 풀 수 없고, 풀어서도 안 된다. 거래소 인가, 발행 공시, 시세조종 금지 같은 규율을 아무리 촘촘히 짜더라도 디지털자산이 도난·횡령·압류·도산 절차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시장 신뢰는 결코 안정되지 않는다.이 영역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 기준은 사법(私法) 통일을 위한 국제기구 UNIDROIT가 2023년 5월 채택한 「디지털자산과 사법(私法)에 관한 원칙」이다. 19개 원칙으로 구성된 이 문서는 디지털자산을 재산권의 객체로 인정하고, 점유와 유사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지배(control)’ 개념을 도입했다. 비밀 키 보유자의 배타적 통제력에 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이 원칙 위에서 선의취득, 담보권 설정과 우선순위, 수탁자의 의무, 도산 시 처리 등 사권의 기본 구조가 제시된다. 분명한 점은 이것이 금융 규제법이 아니라 사법(私法) 영역의 가이드라인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자산을 ‘재산권의 객체’로 인정할지는 본래 그 나라 민법의 영역이지, 금융감독기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UNIDROIT 원칙을 가장 먼저 입법화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 의회는 2025년 12월 「Property (Digital Assets etc) Act 2025」를 제정하여, 전통적 재산권 분류인 점유물(things in possession)·권리물(things in action)에 더해 디지털자산을 위한 ‘제3의 인격적 재산권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짧은 단일 조문으로 “디지털 또는 전자적 성질의 물건이 점유물도 권리물도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인격적 재산권의 객체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이로써 디지털자산 보유자는 도난 시 회복 청구권을 분명히 가지게 되었고, 담보 활용과 도산 처리의 기초도 마련됐다. 주목할 점은 이 입법을 법무부와 법률위원회가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던 디지털자산의 소유권 문제를, 영국은 금융 규제가 아니라 사법(私法) 개혁으로 풀어냈다.우리 대법원도 이미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증표”로 규정하고, 보유자가 “개인 키를 통해 독점적·배타적으로 통제력을 행사한다”고 판시한 일련의 판결은 사실상 UNIDROIT의 ‘지배’ 개념을 실무에서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적 정착이 민법의 명문 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RWA(실물연계자산) 시대에 등기·물권변동·공시제도와 블록체인 기록의 관계, 디지털자산에 대한 선의취득과 담보 설정의 효력, 강제집행 절차에서의 처리 방식 같은 핵심 쟁점은 여전히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학계에서는 민법상 공시 원칙과 등기제도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작 법무부의 움직임은 더디다.한국 입법안의 구조적 모순 이제 한국 입법안으로 돌아와 보자. 현재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안과 정부 검토안은 모두 금융위를 단일 주관 부처로 한다. 발행공시·유통공시·인가·거래 지원이 모두 금융위 창구다.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 법무부도 참석하지만, 그 역할은 부수적이다. 정작 민법을 주관하는 법무부는 디지털자산의 사권 정립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과제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이 구조에는 두 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입법 관계자 스스로 RWA와 NFT를 법안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NFT는 자산이라기보다 다양한 목적에 활용된다”, “RWA는 증권법 및 신탁 규제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별도 입법으로 보완한다”는 것이 이유다.그렇다면 디지털자산이 곧 금융상품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본질에 따른 분리 규율이 필요함을 입법자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법체계는 금융위 일원화로 가는 자기모순이다.둘째, 세부 규제가 글로벌 추세와 정반대로 흐른다는 점이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20% 한도, 은행 51% 컨소시엄 스테이블코인 발행 독점, 무과실 손해배상까지. 미국·EU·일본이 자산 본질에 따른 차등 규율로 향하는 동안, 한국은 일률적이고 강도 높은 금융 규제로 향한다.한 전문가는 이를 “갈라파고스 규제”라 경고하며 “글로벌 경쟁력과 혁신을 제약하는 결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만이 본질에 어긋난 일원적 규율을 고집한다면 자본은 해외로 이탈하고, 시장은 고립될 것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EU·일본에 비해 입법의 시기마저 늦다. 늦은 입법이 잘못된 방향이라면 그 비용은 산업 전체와 이용자가 부담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구조가 한 번 굳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이 만들어진 이후 자본시장의 지형이 그 법의 틀에 맞춰 형성되어 온 것처럼, 디지털자산기본법 역시 한 번 제정되면 향후 수십 년의 시장 구조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무엇이 진정한 ‘기본법’인가「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름 그대로 ‘기본법’이어야 한다. 세부 규제법이 아니다. 기본법이 담아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첫째, 자산의 본질에 따른 분류와 부처 분담의 명문화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으로, 결제 스테이블코인은 별도 결제 법체계로, 그 외 일반 디지털자산은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그리고 RWA는 해당 실물자산 소관 부처(부동산은 국토부·미술품은 문체부 등)가 토큰화 부분도 함께 규율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디지털금융자산’을 규율할 뿐, ‘디지털자산 일반’의 주관자가 될 수는 없다. 모든 디지털자산을 금융 규제로 묶는 발상은 분류부터 잘못된 것이다.둘째, 사권 영역의 입법은 법무부 주도로 민법 체계 안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UNIDROIT 원칙에 따른 ‘지배’ 개념을 수용하고, 선의취득·담보 설정·도산 처리·강제집행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영국이 한 일을 한국도 해야 한다. 디지털자산 시대의 진정한 인프라는 거래소가 아니라 민법이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RWA 토큰화도, 기관투자자의 본격 진입도, 디지털자산 담보대출 시장의 활성화도 모두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셋째, 입법 과정에 법무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가상자산위원회는 금융위 산하 자문기구일 뿐, 디지털자산 전반의 사권·과세·실물자산 토큰화를 통합 조율할 권한도 역량도 없다. 국무총리실 또는 별도 범부처 협의체에서 영역별 소관을 정리하는 구조가 마땅하다.「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누구인가도, 거래소 지분이 몇 퍼센트인가도 아니다. 이 법이 무엇에 관한 법이며, 누가 무엇을 규율하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일이다. 그 답을 먼저 찾지 않은 채 세부 규제로 직행하는 것은 음식의 종류를 묻지도 않고 그릇부터 정하는 것과 같다. 기본법이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적어도 음식의 종류부터 정직하게 분류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과, 그 그릇을 책임질 사람을 함께 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본법’이라는 이름의 무게다.구태언 법무법인 린 AI전문그룹 총괄변호사 필자는 디지털자산·AI·핀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법률 전문가다. 가상자산 규제, 데이터·플랫폼 법제, 신기술 관련 정책 자문과 입법 논의에 참여해왔으며, 국회·정부 자문 및 학계 토론에도 활발히 관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디지털자산·블록체인 법제를 다룬 전문서와 칼럼 기고가 있으며, 특히 디지털자산의 사권(私權) 정립과 민법 체계 내 재편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구와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6.05.01 10:00

8분 소요
유럽 여행 소비 트렌드 변화…‘이동 효율’ 앞세운 크루즈 상품 주목

여행

유럽 여행 시장에서 ‘이동의 효율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항공·철도 중심의 기존 자유여행 방식이 비용 부담과 이동 피로라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숙박과 이동을 결합한 크루즈 상품이 대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실시간 크루즈 예약 플랫폼 크루지아는 글로벌 선사 MSC 크루즈의 2027년 유럽 항차를 선제 공개하며, 이동 비용과 체류비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원스톱형 유럽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해외여행 수요가 회복 국면을 넘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방문 도시의 수나 항공권 가격보다, 전체 여행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동 비용과 체력 소모, 숙박비 등 총비용 관리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럽 여행의 경우 도시 간 장거리 이동과 현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체감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이 같은 환경에서 크루즈는 ‘이동 자체를 숙박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통해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 중 짐을 반복적으로 옮기거나 숙소를 변경할 필요 없이, 야간 이동을 통해 다음 기항지에 도착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동 비용의 통합 관리’가 가능한 구조로 평가하고 있다.크루지아가 공개한 2027년 1월 지중해 크루즈(7박 8일)는 바르셀로나, 로마, 마르세유 등 한국인 선호도가 높은 서유럽 핵심 도시를 기항지로 포함했다. 해당 노선에는 MSC 크루즈의 최신 대형 선박인 ‘MSC 월드 아시아(MSC World Asia)’ 등 신형 선박이 투입될 예정이다. 최신 선박은 객실·식음·엔터테인먼트 시설 면에서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가격 구조 역시 경제지 소비자 관점에 맞춰 설계됐다. 인사이드 객실 기준 1인 약 779달러부터 시작하는 요금에는 전 일정 숙박과 식사, 선내 공연 및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포함돼 있다. 항공권 외 추가 숙박비와 내부 이동 비용이 반복 발생하는 기존 자유여행과 비교하면 전체 여행 예산의 가시성이 높다는 설명이다.크루지아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 한국 여행 소비자의 특성도 반영했다. 가족 단위 여행 비중이 높은 시장 특성을 고려해 65세 이상 시니어와 18~29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세대별 중복 할인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떠나는 다세대 가족 여행의 가격 부담을 완화한다는 전략이다. 신혼여행 수요를 겨냥한 허니문 전용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여행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동 동선 단순화와 비용 구조의 예측 가능성이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크루지아 관계자는 “이제 유럽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느냐’가 만족도를 좌우한다”며 “도시 간 이동 부담과 체류비 리스크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크루즈 상품이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027년 MSC 크루즈 유럽 항차의 일정과 할인 프로모션 관련 정보는 크루지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4.30 10:50

3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