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때릴까”보다 “왜 때리나”…기업이 두려운 건 ‘예측불허’ 공정위
- [공정위는 공정한가]⑥
공정거래·행정법 전문가 3인 지상(紙上) 대담
부과율·매출액 산정 왜곡에 ‘고무줄 과징금’ 논란
“조사·심판 분리하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해야”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잇달아 부과하며 ‘경제 검찰’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면서 조사와 소송에 따른 행정 부담, 경영 불확실성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자율적인 준법 경영을 유도하려면 과징금 산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일관된 법 집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매출액' 기준 산정이 왜곡 초래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 규모가 글로벌 기준에 비춰 과도한지를 두고 시장과 학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과징금의 성격이 과거 ‘불법이익 환수’에서 ‘위반행위 제재’로 변화해온 흐름에 주목했다.
송시강 교수는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 과징금은 부당하게 얻은 차액 수입을 환수하는 불법적 이익의 박탈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매출액의 일정한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최근에는 이익 발생과 무관하게 부과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징금의 성격이 이익 환수에서 실질적인 벌칙 부과로 접근하고 있음에도, 그에 수반돼야 할 법적 요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이 민사·형사·행정 제재를 복합적으로 운용해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한국 공정위는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행정상 금전 제재 수위를 직접 높이는 방식을 택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부당한 공동행위에 적용되는 과징금 기준을 강화한 조치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관계없이 최소 부과율을 10%로 높이고, 정액과징금 상한도 20억원으로 상향했다.
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과징금 고시 개정은 위반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려는 정책적 판단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해외 주요 경쟁 당국 역시 우리나라보다 더 강한 금전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위반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과징금은 일반적으로 ‘관련매출액×부과기준율’ 방식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의 범위가 국가마다 달라 부과기준율만 단순 비교하면 제재 수준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은 관련매출액이라는 고정된 기준 위에서 부과율만 3%에서 10%로 높여온 반면, EU는 1차 산정 단계에서 관련매출액의 최대 30%를 적용하되 최종 과징금은 계열사를 포함한 전 세계 총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며 “미국도 거래 규모의 20% 외에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발생한 피해액의 2배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 산정 기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 비교만으로 과징금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부과율보다 기본과징금의 출발점인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관련매출액의 범위가 불명확하면 과징금 체계 전반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과율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지만 관련매출액은 기본과징금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라며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불명확하면 이후 부과율을 정교하게 조정하더라도 최종 과징금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U 등은 관련매출액을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된 상품과 시장의 매출로 한정해 산정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도 관련매출액을 위반행위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영향을 받는 상품·용역의 매출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범위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기본과징금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도 개별 사건에서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이 과도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입찰 담합 사건에서 이른바 ‘들러리’ 사업자에게 낙찰자의 계약금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은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친 제재가 돼 비례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도 있다.
현행 매출액 연동형 과징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위반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기능을 했지만, 현재는 경쟁 질서의 회복과 위반행위 억제를 위한 행정상 제재로서의 성격이 강화돼서다.
김 교수는 과징금 인상만으로는 억지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며 비금전적 제재와 집행 역량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매출액의 범위를 넓히거나 부과기준율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법 위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며 “적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사 역량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 위반 사실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고 기업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사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표하는 비금전적 제재 수단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계에서는 과징금의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비례원칙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중 제한 장치’를 제시한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정하되, 실제 부과액은 위반행위의 규모와 책임 정도 등을 따져 별도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헌법재판소도 과거 부당지원행위 사건에서 이 같은 구조를 근거로 과징금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한 바 있다. 매출액으로 법정 상한을 설정하면서 실제 과징금은 지원 금액 등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된 요소를 토대로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법정 상한과 실제 부과액의 산정 기준을 구분함으로써 제재의 실효성과 개별 사건의 형평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출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이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개별 행위의 위법성과 책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의 규모보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과 책임에 상응하는 제재가 이뤄지도록 산정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준수제도 우수기업에는 과징금 감경
기업의 자발적인 준법 경영(컴플라이언스) 노력이나 조사 협조를 과징금 부과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6월 공정거래 자율준수제도(CP) 우수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감경 제도가 약 10년 만에 다시 도입되면서, 사후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법 집행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1년 이상 CP를 운영한 기업이 AA등급을 받으면 최대 10%, AAA등급을 받으면 최대 15%의 감경을 받을 수 있으며, 조사 개시 전 자진 시정 시 5% 추가 감경으로 최대 20%까지 감경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A등급 이상 사업자에게는 1~2년간 직권조사를 면제해주는 인센티브 패키지도 뒤따른다.
배기철 교수는 “CP 우수 기업 감경 제도가 부활한 것은 기업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감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법 위반을 예방하고 내부 통제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CP 담당자나 고위 임원이 법 위반 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에는 감경 대상에서 제외되고 가격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서도 감경이 배제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서류상으로만 시스템을 갖춘 ‘페이퍼 컴플라이언스’를 막기 위해 심층 면접을 실시하는 등 정밀한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반면 감경 제도가 기업의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활동 실적보다 실제 법 위반 예방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이나 점검 횟수만 따질 것이 아니라 법 위반 임직원에 대한 내부 징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내부 통제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핵심 평가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도 어떤 수준의 준법 활동이 감경 요건으로 인정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평가 지표도 필요하다. 제약·의료기기 업종은 리베이트 규제 준수 여부와 지출보고서 작성·관리 체계를, 금융·보험업은 내부거래와 계열사 관련 규제 준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감경 혜택을 받은 뒤에도 준법 체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1년인 CP 최소 운영 기간을 늘려 신청 요건을 강화하고, 허위 자료 제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일정 기간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감경 유인을 잇달아 축소하는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CP 감경의 배제 사유가 확대되고, 일반적인 조사 협조에 대한 감경 상한도 20%에서 10%로 낮아졌으며 경과실 감경까지 삭제됐다”며 “정책의 무게중심이 기업의 자발적인 준법을 유도하는 데서 제재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가 지나치게 획일화되면 기업이 사전 예방과 조사 협조에 나설 유인이 약해지고, 오히려 위반행위를 숨기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감경 폭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 준법 활동의 실효성을 가려낼 정교한 검증 장치와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찰·법원 겸하는 공정위, ‘내부적 실질 분리’ 절실
공정위가 한 조직 안에서 위반사항을 조사하는 역할과 제재를 심의·의결하는 준사법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현행 구조에 대해 찬반이 나뉜다.
공정위 의결은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직접적인 제재를 부과하며 실질적으로 법원의 1심 판결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동일 기관 내에서 조사와 위법성 판단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만큼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이 충분하지 않고 조사 단계에서 형성된 유죄 심증이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시강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4년 행정기관이 자체 제재 처분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배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제재 처분 시 소추와 심판의 엄격한 분리나 전권사법심사를 합헌의 조건으로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절차는 소추와 심판의 분리가 구조적으로 철저하지 못하고 행정소송 역시 전권사법심사에 이르지 못해 국제적 관점에서도 위헌성 시비나 비관세 장벽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와 심판 기능을 함께 수행했다. 그러나 2013년 독점금지법 개정으로 내부 심판 제도를 폐지하고,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의 전속 관할을 도쿄지방법원으로 이관해 3심제 구조로 전환했다.
국내 학계에서도 공정거래 사건을 일반 행정소송과 같은 3심제로 바꾸거나, 조사·집행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한 뒤 공정위를 독립적인 심판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기돼 왔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공정거래 사건에 2심제를 적용해야 할 제도적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통해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지만, 공정위에는 이 같은 명시적 배제 규정이 없다”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일반적인 감독권 아래에 있고 위원 임명 권한도 집중된 구조에서 공정위를 사실상 1심 재판기관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다른 규제 분야에도 원칙적으로 3심제가 적용된다”며 “전문성과 내부 심판 기능을 이유로 공정거래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2심제를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도의 경제 분석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쟁법의 특성상 공정위의 1차 판단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심급 구조를 곧바로 개편하면 소송이 장기화돼 훼손된 시장 질서를 신속하게 회복하려는 경쟁법의 목적이 약화되고, 기업과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재판 관할을 전면 개편하기에 앞서 공정위 내부의 조사 기능과 심판 기능을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담당 부서 간 인적·조직적 교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사건 기록과 의사결정 절차를 분리해 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심급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피심인이 공정한 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내부 심판 체계를 먼저 보완해야 한다”며 “자료 열람과 의견 제출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에 충분히 반박할 수 있도록 방어권을 사법 절차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과징금 일변도 제재에서 탈피해야
기업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현행 제재 방식은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재 수단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징금은 행정제재로서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지만, 국고로 귀속되는 만큼 피해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의 손해를 직접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법인에 대한 대규모 금전 제재만으로는 위법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경영진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행 과징금 제도가 두 가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과징금 규모가 커졌는데도 위법행위의 발생 빈도가 뚜렷하게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억지력에 한계가 있다”며 “과징금이 실제 부당이익이나 피해액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채 국고로 귀속돼 피해 회복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활성화하고, 과징금은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역할을 명확히 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징금이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보다 실무상 핵심 제재 수단으로 활용돼온 배경에는 강한 집행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입증 부담이 있다. 관련 매출액에 연동해 상당한 금액을 부과할 수 있는 데다, 피해가 다수 소비자에게 소액으로 분산돼 개별 소송이 어려운 경우에도 국가가 위반행위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는 행정제재인 만큼, 이를 피해자의 부당이득을 직접 환수하는 수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행정적 제재’라는 기존 기둥 위에 ‘민사적 구제’와 ‘개인적 책임’을 더해 세 축이 균형을 이루는 다층적 제재 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태오 교수는 과징금과 민사 손해배상을 함께 운용하되, 제재가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사건에서는 국가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라면서도 “손해배상과 과징금이 중첩되면 과도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미 지급된 배상액이나 부과된 과징금을 서로 반영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사 손해배상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공정거래 사건에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이 실제 소송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징금 납부액을 손해배상액 산정에 반영하거나, 선행된 피해 배상을 과징금 감경 사유로 인정하는 명시적인 상호조정 장치도 요구된다.
경영진 개인에 대한 책임 강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김 교수는 “금융업처럼 표준화된 사전 감독 체계가 없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개인 책임을 폭넓게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 있다”며 “고의성과 조직적 관여가 명확한 중대한 담합 사건 등에 한정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기철 교수도 “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위법행위를 주도하거나 묵인한 경영진에게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개인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경쟁 질서를 훼손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측 가능한 공정위’ 만들려면
결국 강력한 법 집행력을 가진 공정위가 시장의 신뢰와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제재 절차의 예측 가능성 제고’다.
기업들이 실제로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과징금의 절대적 규모가 아니라, 과징금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기본과징금 산정 시 ▲관련매출액 범위 확정 ▲중대성 판단 ▲가중·감경 적용 과정에서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행정 재량은 불가피하지만, 그 기준과 이유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집행의 정당성이 완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량 행사 과정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제재 규모를 사전 예측하기 어렵고 법 집행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송시강 교수는 공정위의 폭넓은 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어떤 행위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지, 금액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법률이 공정위에 지나치게 넓은 재량을 부여하고 법원도 이를 과도하게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 절차를 개선하고 법원이 처분의 사실관계와 법 적용을 전면적으로 심사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오 교수는 공정위가 과징금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직접 적용하는 ‘자기완결적 구조’의 한계를 짚었다.
김 교수는 “공정위가 과징금 고시의 제정자이자 개별 사건의 적용자 역할을 함께 맡고 있어 자의적 해석의 위험이 있다”며 “실체적 기준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사 부서와 심의 부서의 인적 구성과 보고 체계를 철저히 분리하고, 심의 절차가 피심인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준사법 절차로 기능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 교수는 “공정위 의결서에 관련매출액의 산정 범위와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 기준, 가중·감경 사유의 적용 근거와 구체적인 계산 과정을 단계별로 공개해야 한다”며 “핵심은 재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재량이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됐다는 점을 기업과 시장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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