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거침없는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외환 당국이 막후에서 공조를 펼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급)은 통화에서 "일본과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차관보는 양국이 동시에 외환시장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해 확답을 피했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한·일 공동 전선이 전격 가동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30일 밤 10시를 넘기며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주간 거래 중 1,435.4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단숨에 1,418.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이른 최저 수준이다.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던 엔화 역시 같은 시간 달러당 163엔대 후반에서 157.960엔까지 가치를 빠르게 회복했다. 이날 원화와 엔화의 절상률은 각각 1.4%, 2.6%를 기록하며 전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독보적인 1, 2위에 올랐고, 달러인덱스는 1.0% 떨어졌다.
그간 두 통화의 동조화 흐름은 다소 비껴가 있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자금 유입과 호조세를 띤 수출 실적이 원화를 지탱한 반면, 엔화는 미국과의 격심한 금리 차 여파로 800원대까지 밀려났던 탓이다. 엔저 현상이 깊어지면서 국내 5대 은행의 엔화 환전 규모가 19개월 만에 최대치인 315억 엔을 기록하는 등 환테크 붐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각개전투를 벌이던 와중에 나타난 이번 동반 강세는 시장에 당국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하반기 외환시장 역시 달러화 공급이 우위를 점하는 구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문 차관보는 대기업의 대규모 자금 환전에 따른 일시적 착시 효과가 아니냐는 시각에 선을 그으며, "반도체와 조선업체의 현·선물환 매도가 하반기 내내 꾸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시장에 달러 물량이 장마철 폭우처럼 끊임없이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지적하며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지정을 유지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순 포트폴리오 유출에 따른 원화의 저평가 상태를 짚어낸 만큼,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의지는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일 당국의 긴밀한 협력 체계와 하반기 대기 중인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맞물리면서, 불안정했던 환율 흐름은 완연한 하향 안정화 궤도에 접어들 것으로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