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를 타고 있는, 혹은 타봤던 이들이 하는 공통된 말이 있다. “타보면 다르다”는 것.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엔 푸조가 주는 매력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푸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은 탁월한 주행감을 장점으로, 아쉬운 힘을 단점으로 꼽곤 한다. 기자가 경험한 십중팔구는 그랬다. 이들의 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푸조 차량에 몸을 실어봤다.기자가 최근 시승한 차량은 푸조 ‘4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다. 3박4일간 내 차처럼 몰았다. 꽉 막힌 서울 강남 한복판을 누볐고, 출퇴근을 위해 용산을 오갔다. 주말에는 바다로 떠났다.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 고개를 넘어 한국 최북단에 위치한 대진항까지 쏘다녔다. 그렇게 약 600㎞를 달렸다. 그러자 푸조를 타본 이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잘 만든 車지만첫인상은 장난감 같았다. 운전석에 앉으니 스티어링 휠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색했다. 오락실에 있는 카트를 모는 느낌이다. 일반적인 차량의 스티어링 휠과 비교하면 손에 잡히는 크기부터 달랐다. 푸조는 이를 콤팩트 D컷 스티어링 휠이라 칭한다. 컴팩트라는 호칭에 걸맞게, 정말 작았다.서울 일상 주행에선 작은 스티어링 휠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강남과 용산 일대는 워낙 차량이 많이 몰리는 구간이라 속도를 낼 일도, 스티어링 휠을 크게 돌릴 일도 많지 않았다. 그저 막히는 흐름에 맞춰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스티어링 휠은 여전히 어색했지만, 크게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도심에선 주행감과 핸들링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다. 무난했다.몇 시간 정도 차를 몰자 손과 몸이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익숙해지니 작은 스티어링 휠이 어느 순간 맞춤 정장을 입은 것처럼 손에 착 감겼다. 진가는 굽이진 길에서 드러났다. 강원도 고성 진부령 고개에 들어서자 408의 성격이 확실히 달라졌다. 연속되는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차가 기다렸다는 듯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고갯길이 험해지면 험해질수록 전방 시야로 차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차체도 불안하지 않았다. 되려 차를 믿을 수 있었다. 코너링에 있어선 정말 완벽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이 가격대에 이런 코너링 주행 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차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그저 작고 특이한 차였는데, 기자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동승자도 코너링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진부령의 굽이진 길을 제법 빠르게 치고 나갔지만 차체가 흔들리거나 긴장되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옆에서 보면 작은 스티어링 휠을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는데도 차는 운전자의 조작을 곧바로 따라갔다고 한다. 불안한 코스에서도 동승자를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차라는 게 동승자의 평가다.4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4.1㎞/L다. 기자가 기록한 연비는 11.3㎞/L 수준이었다. 공인연비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시승 기간 내내 무더위가 이어져 에어컨을 가장 강하게 가동했다. 막히는 도심과 고갯길을 오가는 등 주행 환경도 일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주행에서 크게 아쉬운 수준은 아니다.
무결점은 아니야다음은 힘이다. 기자는 힘이 좋은 차가 곧 잘 만든 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력과 차체, 조향과 제동의 균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상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408은 그랬다. 1.2리터 가솔린 엔진과 48V 배터리, 전기모터를 조합해 유럽 기준 최고 145마력을 낸다. 수치만 보면 일상에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제 주행에서 느낀 간극은 컸다.기자는 교차로에서 이른바 ‘딜레마존’에 진입하면 가급적 빠르게 빠져나가는 편이다. 멈추기 애매한 순간이라면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 교차로를 통과한다. 408을 탈 때는 주저하게 됐다. 페달을 깊게 밟아도 원하는 순간에 충분한 힘을 끌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합류나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오래 밟아도 힘이 시원하게 붙지 않았다. 속도가 따라붙는 느낌이 더뎠다. 동승자도 “이게 풀악셀이야?”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만큼 가속감이 몸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속도가 필요한 순간마다 408은 늘 한 박자 여유를 요구했다.물론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는 갈릴 수 있다. 제원상 수치만 놓고 보면 일상 주행에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평소 빠르게 가속하거나 추월 하지 않는 운전자라면 408의 출력이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고 정속 주행을 선호한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실내 구성은 독특하다. 푸조만의 색깔이 뚜렷했다. 콤팩트 D컷 스티어링 휠과 헤드업 3D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아이-콕핏’(i-Cockpit)이 적용됐다. 아이-콕핏은 작은 스티어링 휠 위로 계기판을 바라보도록 만든 푸조 특유의 운전석 구조인데, 운전 중 시선 이동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운전석에는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모든 조작계가 직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게 비상등 버튼이다. 처음 마주하면 ‘왜 여기에 뒀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센터페시아 가운데가 아닌 오른쪽 끝에 자리한다. 처음에는 버튼을 잠깐 찾아 헤매기도 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쓰다 보니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408은 개성 강한 차다. 개성이 강한 만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개성만큼 매력도 넘친다는 점이다. 구매는 결국 취향의 문제다. 푸조는 타보고, 느껴야만 알 수 있다. 4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트림의 가격은 4890만원이다. 예쁜 푸조를 두고 용기 내도 될지 묻는다면, 한 가지 말하고 싶다. “타보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