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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간판값' 3500억 SK 1위, LG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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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약 3500억원의 상표권 사용료(간판값)를 받아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대기업 지주사 및 대표회사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수령한 간판값만 2조2000억원이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8일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이하 대기업) 102곳의 간판값은 2조2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2조1530억원을 경신한 최대 규모다. 간판값은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유·무상으로 상표권을 넘겨받거나 신규 기업 이미지(CI) 도입으로 대표회사가 상표권을 취득할 때 발생하는 정당한 거래에 해당한다. 올해 대기업으로 지정된 102개 그룹 중 지난해 기준 80개 그룹이 1016개 계열사로부터 간판값을 받았다.간판값 총액은 2020년 1조3468억원, 2021년 1조5207억원, 2022년 1조7760억원으로 1조원대에 머물다가 2023년(2조354억원) 2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지난해 SK가 3499억원으로 가장 많은 간판값을 수취했다. SK는 2020∼2024년 2위였다가 1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1위를 지켰던 LG는 3490억원으로 2위로 한 계단 물러났다.브랜드 사용료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올해 공정위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은 한화(1992억원)와 CJ(1331억원)가 나란히 3∼4위를 차지했다. 5위 포스코(1282억원), 6위 롯데(1244억원)까지 1000억원이 넘었다.이어 GS(992억원), 효성(616억원), HD현대(575억원), LS(573억원) 순이다. 한편 간판값은 매출액에서 광고 비용 등을 제외하고 일정 요율을 적용해 산정되는데, 실제로 구체적인 간판값 산정 방법과 요율은 회사별로 다양하다. 간판값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탓에 계열사의 이익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로 손쉽게 이관하는 약한 고리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화와 CJ를 현장 조사했던 공정위는 간판값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상가격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양수 의원은 "계열사가 마케팅과 광고 등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공로가 큰데도 지주사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가를 받아 가는 것은 계열사가 이중으로 지출하는 부당한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6.08.18 09:36

2분 소요
“얼마나 때릴까”보다 “왜 때리나”…기업이 두려운 건 ‘예측불허’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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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잇달아 부과하며 ‘경제 검찰’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다만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면서 조사와 소송에 따른 행정 부담, 경영 불확실성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자율적인 준법 경영을 유도하려면 과징금 산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일관된 법 집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가 인터뷰한 행정법 및 경제법 전문가인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 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공정위 과징금 제도의 산정 기준 객관화와 절차적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관련매출액' 기준 산정이 왜곡 초래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 규모가 글로벌 기준에 비춰 과도한지를 두고 시장과 학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다만 과징금 부과율이나 법정 상한만으로 국가별 제재 수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 당국은 행정적 과징금뿐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함께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과징금의 성격이 과거 ‘불법이익 환수’에서 ‘위반행위 제재’로 변화해온 흐름에 주목했다.송시강 교수는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 과징금은 부당하게 얻은 차액 수입을 환수하는 불법적 이익의 박탈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매출액의 일정한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최근에는 이익 발생과 무관하게 부과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징금의 성격이 이익 환수에서 실질적인 벌칙 부과로 접근하고 있음에도, 그에 수반돼야 할 법적 요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이 민사·형사·행정 제재를 복합적으로 운용해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한국 공정위는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행정상 금전 제재 수위를 직접 높이는 방식을 택해왔다.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부당한 공동행위에 적용되는 과징금 기준을 강화한 조치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관계없이 최소 부과율을 10%로 높이고, 정액과징금 상한도 20억원으로 상향했다.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과징금 고시 개정은 위반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려는 정책적 판단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해외 주요 경쟁 당국 역시 우리나라보다 더 강한 금전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위반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과징금은 일반적으로 ‘관련매출액×부과기준율’ 방식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의 범위가 국가마다 달라 부과기준율만 단순 비교하면 제재 수준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은 관련매출액이라는 고정된 기준 위에서 부과율만 3%에서 10%로 높여온 반면, EU는 1차 산정 단계에서 관련매출액의 최대 30%를 적용하되 최종 과징금은 계열사를 포함한 전 세계 총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며 “미국도 거래 규모의 20% 외에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발생한 피해액의 2배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어, 산정 기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 비교만으로 과징금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절대적인 부과율보다 기본과징금의 출발점인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관련매출액의 범위가 불명확하면 과징금 체계 전반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과율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지만 관련매출액은 기본과징금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라며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불명확하면 이후 부과율을 정교하게 조정하더라도 최종 과징금의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EU 등은 관련매출액을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된 상품과 시장의 매출로 한정해 산정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도 관련매출액을 위반행위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영향을 받는 상품·용역의 매출액으로 규정하고 있다.다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범위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기본과징금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법원도 개별 사건에서 관련매출액 산정 방식이 과도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입찰 담합 사건에서 이른바 ‘들러리’ 사업자에게 낙찰자의 계약금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은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친 제재가 돼 비례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도 있다.현행 매출액 연동형 과징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위반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기능을 했지만, 현재는 경쟁 질서의 회복과 위반행위 억제를 위한 행정상 제재로서의 성격이 강화돼서다. 김 교수는 과징금 인상만으로는 억지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며 비금전적 제재와 집행 역량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관련매출액의 범위를 넓히거나 부과기준율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법 위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며 “적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사 역량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법 위반 사실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고 기업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사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표하는 비금전적 제재 수단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학계에서는 과징금의 억지력을 유지하면서도 비례원칙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중 제한 장치’를 제시한다.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정하되, 실제 부과액은 위반행위의 규모와 책임 정도 등을 따져 별도로 산정하는 방식이다.헌법재판소도 과거 부당지원행위 사건에서 이 같은 구조를 근거로 과징금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한 바 있다. 매출액으로 법정 상한을 설정하면서 실제 과징금은 지원 금액 등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된 요소를 토대로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법정 상한과 실제 부과액의 산정 기준을 구분함으로써 제재의 실효성과 개별 사건의 형평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출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이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개별 행위의 위법성과 책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의 규모보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과 책임에 상응하는 제재가 이뤄지도록 산정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준수제도 우수기업에는 과징금 감경기업의 자발적인 준법 경영(컴플라이언스) 노력이나 조사 협조를 과징금 부과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2024년 6월 공정거래 자율준수제도(CP) 우수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감경 제도가 약 10년 만에 다시 도입되면서, 사후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법 집행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1년 이상 CP를 운영한 기업이 AA등급을 받으면 최대 10%, AAA등급을 받으면 최대 15%의 감경을 받을 수 있으며, 조사 개시 전 자진 시정 시 5% 추가 감경으로 최대 20%까지 감경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A등급 이상 사업자에게는 1~2년간 직권조사를 면제해주는 인센티브 패키지도 뒤따른다. 배기철 교수는 “CP 우수 기업 감경 제도가 부활한 것은 기업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감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법 위반을 예방하고 내부 통제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CP 담당자나 고위 임원이 법 위반 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에는 감경 대상에서 제외되고 가격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서도 감경이 배제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서류상으로만 시스템을 갖춘 ‘페이퍼 컴플라이언스’를 막기 위해 심층 면접을 실시하는 등 정밀한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반면 감경 제도가 기업의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활동 실적보다 실제 법 위반 예방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이나 점검 횟수만 따질 것이 아니라 법 위반 임직원에 대한 내부 징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내부 통제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핵심 평가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도 어떤 수준의 준법 활동이 감경 요건으로 인정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평가 지표도 필요하다. 제약·의료기기 업종은 리베이트 규제 준수 여부와 지출보고서 작성·관리 체계를, 금융·보험업은 내부거래와 계열사 관련 규제 준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감경 혜택을 받은 뒤에도 준법 체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현행 1년인 CP 최소 운영 기간을 늘려 신청 요건을 강화하고, 허위 자료 제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일정 기간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감경 유인을 잇달아 축소하는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 교수는 “최근 CP 감경의 배제 사유가 확대되고, 일반적인 조사 협조에 대한 감경 상한도 20%에서 10%로 낮아졌으며 경과실 감경까지 삭제됐다”며 “정책의 무게중심이 기업의 자발적인 준법을 유도하는 데서 제재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제재가 지나치게 획일화되면 기업이 사전 예방과 조사 협조에 나설 유인이 약해지고, 오히려 위반행위를 숨기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감경 폭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 준법 활동의 실효성을 가려낼 정교한 검증 장치와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검찰·법원 겸하는 공정위, ‘내부적 실질 분리’ 절실공정위가 한 조직 안에서 위반사항을 조사하는 역할과 제재를 심의·의결하는 준사법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현행 구조에 대해 찬반이 나뉜다. 공정위 의결은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직접적인 제재를 부과하며 실질적으로 법원의 1심 판결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동일 기관 내에서 조사와 위법성 판단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만큼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이 충분하지 않고 조사 단계에서 형성된 유죄 심증이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시강 교수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4년 행정기관이 자체 제재 처분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배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제재 처분 시 소추와 심판의 엄격한 분리나 전권사법심사를 합헌의 조건으로 요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우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절차는 소추와 심판의 분리가 구조적으로 철저하지 못하고 행정소송 역시 전권사법심사에 이르지 못해 국제적 관점에서도 위헌성 시비나 비관세 장벽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과거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와 심판 기능을 함께 수행했다. 그러나 2013년 독점금지법 개정으로 내부 심판 제도를 폐지하고,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의 전속 관할을 도쿄지방법원으로 이관해 3심제 구조로 전환했다.국내 학계에서도 공정거래 사건을 일반 행정소송과 같은 3심제로 바꾸거나, 조사·집행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한 뒤 공정위를 독립적인 심판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기돼 왔다.김태오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공정거래 사건에 2심제를 적용해야 할 제도적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통해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지만, 공정위에는 이 같은 명시적 배제 규정이 없다”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일반적인 감독권 아래에 있고 위원 임명 권한도 집중된 구조에서 공정위를 사실상 1심 재판기관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이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다른 규제 분야에도 원칙적으로 3심제가 적용된다”며 “전문성과 내부 심판 기능을 이유로 공정거래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2심제를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반면 고도의 경제 분석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쟁법의 특성상 공정위의 1차 판단 기능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심급 구조를 곧바로 개편하면 소송이 장기화돼 훼손된 시장 질서를 신속하게 회복하려는 경쟁법의 목적이 약화되고, 기업과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이에 따라 재판 관할을 전면 개편하기에 앞서 공정위 내부의 조사 기능과 심판 기능을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담당 부서 간 인적·조직적 교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사건 기록과 의사결정 절차를 분리해 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심급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피심인이 공정한 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내부 심판 체계를 먼저 보완해야 한다”며 “자료 열람과 의견 제출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에 충분히 반박할 수 있도록 방어권을 사법 절차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과징금 일변도 제재에서 탈피해야기업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현행 제재 방식은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재 수단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징금은 행정제재로서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지만, 국고로 귀속되는 만큼 피해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의 손해를 직접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법인에 대한 대규모 금전 제재만으로는 위법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경영진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행 과징금 제도가 두 가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송 교수는 “과징금 규모가 커졌는데도 위법행위의 발생 빈도가 뚜렷하게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억지력에 한계가 있다”며 “과징금이 실제 부당이익이나 피해액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채 국고로 귀속돼 피해 회복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활성화하고, 과징금은 위반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역할을 명확히 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과징금이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보다 실무상 핵심 제재 수단으로 활용돼온 배경에는 강한 집행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입증 부담이 있다. 관련 매출액에 연동해 상당한 금액을 부과할 수 있는 데다, 피해가 다수 소비자에게 소액으로 분산돼 개별 소송이 어려운 경우에도 국가가 위반행위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는 행정제재인 만큼, 이를 피해자의 부당이득을 직접 환수하는 수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행정적 제재’라는 기존 기둥 위에 ‘민사적 구제’와 ‘개인적 책임’을 더해 세 축이 균형을 이루는 다층적 제재 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김태오 교수는 과징금과 민사 손해배상을 함께 운용하되, 제재가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 교수는 “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사건에서는 국가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라면서도 “손해배상과 과징금이 중첩되면 과도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미 지급된 배상액이나 부과된 과징금을 서로 반영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민사 손해배상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공정거래 사건에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고,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이 실제 소송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징금 납부액을 손해배상액 산정에 반영하거나, 선행된 피해 배상을 과징금 감경 사유로 인정하는 명시적인 상호조정 장치도 요구된다.경영진 개인에 대한 책임 강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김 교수는 “금융업처럼 표준화된 사전 감독 체계가 없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개인 책임을 폭넓게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 있다”며 “고의성과 조직적 관여가 명확한 중대한 담합 사건 등에 한정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배기철 교수도 “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위법행위를 주도하거나 묵인한 경영진에게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개인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경쟁 질서를 훼손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예측 가능한 공정위’ 만들려면 결국 강력한 법 집행력을 가진 공정위가 시장의 신뢰와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제재 절차의 예측 가능성 제고’다. 기업들이 실제로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과징금의 절대적 규모가 아니라, 과징금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현재 기본과징금 산정 시 ▲관련매출액 범위 확정 ▲중대성 판단 ▲가중·감경 적용 과정에서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행정 재량은 불가피하지만, 그 기준과 이유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집행의 정당성이 완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량 행사 과정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제재 규모를 사전 예측하기 어렵고 법 집행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송시강 교수는 공정위의 폭넓은 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송 교수는 “어떤 행위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지, 금액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법률이 공정위에 지나치게 넓은 재량을 부여하고 법원도 이를 과도하게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 절차를 개선하고 법원이 처분의 사실관계와 법 적용을 전면적으로 심사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김태오 교수는 공정위가 과징금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직접 적용하는 ‘자기완결적 구조’의 한계를 짚었다.김 교수는 “공정위가 과징금 고시의 제정자이자 개별 사건의 적용자 역할을 함께 맡고 있어 자의적 해석의 위험이 있다”며 “실체적 기준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사 부서와 심의 부서의 인적 구성과 보고 체계를 철저히 분리하고, 심의 절차가 피심인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준사법 절차로 기능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배기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배 교수는 “공정위 의결서에 관련매출액의 산정 범위와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 기준, 가중·감경 사유의 적용 근거와 구체적인 계산 과정을 단계별로 공개해야 한다”며 “핵심은 재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재량이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사됐다는 점을 기업과 시장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6.08.10 08:30

12분 소요
법원서 이겨도 끝 아니다…기업에 새겨진 ‘공정위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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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걸면 걸린다.”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시장점유율이 높거나 거래 구조가 복잡한 기업일수록 경쟁 제한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거래 등 다양한 혐의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과징금만이 아니다.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평판과 사업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제재를 의결하면 기업명과 위반 내용, 과징금 규모를 공개한다. 언론과 시장의 관심도 이때 집중된다. 반면 이후 법원이 처분을 취소하더라도 그 결과는 최초 제재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 과징금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소송비용과 훼손된 평판, 지연된 사업까지 보상받기는 어렵다.과징금 돌려받아도 사라지지 않는 ‘주홍글씨’공정위 처분이 법원에서 최종 취소되면 기업이 낸 과징금은 환급된다.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도 지급된다. 회계상으로는 원상회복에 가깝지만 기업이 입은 유무형의 손실까지 되돌리는 것은 아니다.수년간 소송을 벌이는 데 들어간 법률비용과 제재 발표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 흔들린 사업계획은 보상받기 불가능하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동안 미뤄진 투자와 신규 사업의 기회비용도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비가맹 택시의 영업 기회를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같은 해 영업이익 387억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카카오모빌리티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는 거래조건과 거래 내용이 달라 동일한 비교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경쟁 제한을 입증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공정위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처분이 최종 취소된 것은 아니어서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재가 발표된 시점부터 따지면 카카오모빌리티는 3년 넘게 위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소송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커진다. 기업은 최종 판결까지 소송 결과가 재무와 사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법률 대응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계속 투입해야 한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조사나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서 '주홍글씨'로 작용한다는 점이다.투자 유치와 대외 신뢰가 중요한 기술·플랫폼 기업은 규제 불확실성에 더욱 취약하다. 조사와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신규 사업과 서비스 개편, 기술 개발 등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법원에서 처분이 뒤집혀도 이미 놓친 사업의 ‘골든타임’은 되돌릴 수 없다.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나 제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투자 유치와 사업 제휴처럼 신뢰가 중요한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 기업은 시장 변화에 맞춰 신규 서비스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을 둘러싼 조사와 소송이 수년간 이어지면 경영진의 의사결정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처분 뒤집혔는데 ‘복기’는 보이지 않아더 큰 문제는 공정위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된 뒤의 대응이다. 과징금과 환급가산금을 돌려주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만, 처분이 뒤집힌 원인과 이후 개선 조치를 외부에 설명하는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공정위는 패소 사건을 내부적으로 복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판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패소 원인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처분 취소에 따른 기업의 명예 회복도 판결문 공개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이 때문에 기업은 수년간 소송 비용과 평판 훼손을 감수하지만, 공정위가 패소 사건에서 어떤 문제를 확인했고 조사·심의 기준을 어떻게 보완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환급가산금 역시 국고에서 지급되는 만큼, 취소된 처분에서 발생한 비용을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검찰은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 과정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무죄평정’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공정위에는 패소 원인을 정형화해 점검하고, 그 결과와 개선책을 외부에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가 뚜렷하지 않다.공정위는 과징금 환급 최소화를 외부의 반복 지적사항으로 보고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사·심의·소송 전 단계에 걸쳐 중요 사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소송대리인 풀도 강화할 방침이다.다만 이번 대책은 승소율을 높이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취소된 처분의 원인을 사건별로 공개하거나 기업이 입은 피해를 회복하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소송 대응을 강화하는 것과 별개로, 조사·심의 과정의 문제를 투명하게 되짚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전문가들은 패소시 사실관계 판단과 증거 수집, 경제 분석, 법 적용 등 단계별로 패소 원인을 구분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패소 유형과 개선 결과를 일정 범위에서 공개하면 제재의 정확성과 기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재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뒤 법원에서 처분이 뒤집히면 공정위의 위상과 신뢰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조사와 처분에 더욱 신중해야 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기관으로 비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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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율 90%라더니 6247억 토해냈다…공정위 통계의 착시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법 집행의 정당성을 설명할 때 앞세우는 지표가 있다. 90%대를 넘나드는 행정소송 승소율이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기업이 제기한 소송 10건 가운데 9건에서 공식적으로 승소했다는 의미다.공정위는 지난 8월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가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최근 5년간 확정판결 건수 기준 승소율이 92.2%라고 보고했다.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2025년 말 기준 전 부처 행정소송 전부 승소율은 59.0%였다.그러나 두 수치는 집계 기준부터 다르다. 공정위 승소율에는 법원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일부를 취소한 ‘일부 승소’가 포함된 반면 전 부처 통계는 전부 승소율이다. 사건 수 기준 승소율은 높지만 실제 과징금이 얼마나 유지됐는지도 알기 어렵다.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은 6247억원에 달한다. 과징금을 환급하면서 지급한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도 474억원으로 집계됐다. 거액 과징금 처분이 잇달아 법원에서 취소되거나 감액된 셈이다. 단순히 몇 건을 이겼는지가 아니라 최초 처분과 과징금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유지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건수’ 챙기고 ‘액수’ 깎인 일부 승소공정위 공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확정판결 기준 행정소송 승소율은 2021년 90.9%, 2022년 91.1%, 2023년 89.6%, 2024년 92.8%, 2025년 94.1%를 기록했다. 전부 승소와 일부 승소를 합산한 수치다.문제는 일부 승소의 성격이다. 법원이 법 위반 사실이나 시정명령은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부 또는 전부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 공정위는 처분의 핵심이 유지됐다며 이를 승소로 분류하지만 기업이 소송을 하는 이유가 과징금을 줄이거나 취소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패소나 다름없다. 전부 승소만 따지면 수치는 달라진다. 2022년과 2023년 전부 승소율은 각각 70.9%, 70.1%로 공식 승소율보다 약 20%포인트 낮았다.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83.1%, 89.1%로 공식 승소율을 밑돌았다. 과징금 감액 규모를 보여주는 별도 통계가 없어 실제 처분이 어느 정도 유지됐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완전 패소가 아닌 일부 승소까지 승소로 집계하면서 전체 승소율이 높아지는 착시가 발생한다”며 “사건 수 기준 승소율이 높더라도 실제 과징금 유지율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쿠팡·웰스토리 등 ‘전액 취소’ 패소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 순환급액은 6247억원이다.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금액이 4436억원, 직권 취소에 따른 금액이 1389억원으로 전체의 93.2%를 차지했다. 환급가산금도 474억원에 달했다.대법원은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4000만원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했다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민사상 계약관계로 판단했다.쿠팡에 부과된 과징금 약 33억원도 취소됐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2월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삼성웰스토리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서는 삼성웰스토리와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 2349억여원이 전액 취소됐다. 공정위는 2021년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삼성웰스토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지만, 서울고법은 올해 4월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했다. 다만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SPC그룹 부당지원 사건에서는 과징금 647억원 전액 취소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SK실트론 사익편취 사건에서도 SK㈜와 최태원 회장에게 부과된 과징금 총 16억원과 시정명령이 최종 취소됐다. 사건별 사실관계와 판결 이유는 다르지만, 공정위가 제시한 법리와 증거만으로는 제재의 전부 또는 핵심 근거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대형 과징금 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되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시장에도 혼선이 생긴다. 제재 발표를 토대로 이뤄진 거래와 투자 판단의 전제가 뒤늦게 흔들리고, 공정위의 조사·제재 역량과 법 집행에 대한 신뢰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봉의 교수는 “공정위 심사관은 행정 공무원의 관점에서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유인이 있다”며 “무혐의 판단에 따른 책임 부담도 적극적인 제재로 기울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법원은 행위의 부당성과 증거에 의한 입증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며 “정책적 필요성을 고려하는 행정기관과 법률·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법원 사이에서 시각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납률 45.9%…소송으로 묶인 과징금국회예산정책처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공정위의 과징금 징수결정액은 7926억원이었지만 실제 수납액은 3636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식 수납률은 45.9%다.공정위는 미수납액 4290억원 가운데 1615억원은 납부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고, 1876억원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른 징수유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제외한 실질 수납률은 82%라는 입장이다.미수납액 전체를 징수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징수유예액이 1876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고액 과징금을 둘러싼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법원이 처분을 취소하면 징수가 무산되고 이미 납부된 금액은 환급가산금과 함께 돌려줘야 한다.공정위는 대형 사건의 처분 취소와 과징금 환급을 막기 위해 조사부터 소송까지 단계별 대응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공개되는 사건 건수 중심의 승소율만으로는 실제 제재 성과를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한 과징금 규모와 당초 부과액의 차이까지 제시해야 법 집행의 완성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교수는 “일부 승소를 포함한 승소율만으로는 공정위 처분이 어느 정도 인정됐는지 알기 어렵다”며 “과징금 유지율과 처분 취소 사유를 함께 공개해야 법 집행의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8.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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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보다 공정위 조사가 더 무섭다”…기업이 떠는 이유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업을 긴장시키는 것은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만이 아니다. 공정위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 임직원 조사, 심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면 기업은 법무·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꾸린다. 사업부서는 과거 거래 자료를 찾아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임직원은 조사 대응에 매달린다.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사건이 끝날 때까지 신규 투자와 사업 결정에도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공정위 조사권 강화…기업 부담 경감방안도 마련해야특히 공정위는 올해 인력을 404명 늘리고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는 등 조사 역량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조사 불응 기업에 총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일평균 매출액의 5%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의 조사권이 강해지는 만큼 기업의 절차적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 임직원 진술 조사, 심사보고서 작성과 위원회 심의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기업은 조사 초기부터 과거 계약서와 거래 내역,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확보해 제출해야 한다.조사 대상 기간이 길거나 거래 구조가 복잡할수록 부담은 커진다. 자료가 여러 사업부에 흩어져 있거나 당시 담당자가 퇴직했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조사 대상이 디지털 자료로 확대되면서 제출 문서도 늘었다.공정거래 사건을 담당하는 한 기업 법무팀 변호사는 “공정위가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조사 건수가 늘면서 자료를 준비하고 조사에 대응하는 실무자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형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는 전문 로펌과 관련 전문가가 투입된다. 시장의 범위와 경쟁 제한 효과, 관련 매출액을 둘러싼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 변호사는 “대형 담합 사건은 외부 로펌과 경제분석 비용 등을 합쳐 조사 대응에만 10억원 이상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현장조사와 심사보고서 대응 단계에 인력과 비용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현장조사부터 심의와 처분까지 통상 1년이상 소요된다. 복잡한 사건은 2~3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이 기간 기업은 법률비용뿐 아니라 경영상 불확실성도 감수해야 한다. 조사 대상 사업과 관련된 투자나 인수합병, 신규 서비스 출시를 결정할 때 향후 제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내부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조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련 매출액의 범위와 과징금 부과율, 가중·감경 기준에 따라 최종 과징금이 크게 달라진다. 비슷한 행위라도 시장 상황과 거래 구조에 대한 판단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지는데 따른 불만도 나온다.공정위는 조사와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건 처리 건수는 전년보다 17.1% 늘었고 평균 처리 기간은 24.6% 단축됐다. 공정위는 경제분석국을 신설해 시장획정과 경쟁 제한 효과, 부당이익 등에 대한 분석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기업들은 조사 범위와 자료 제출 기준, 예상 처리 일정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조사 착수부터 최종 처분까지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비용과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 착수만으로 주가·IPO에 악재 공정위 조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기업가치에도 부담이 된다. 상장사는 주가와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비상장사는 기업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상장이 지연되는 등의 악재가 뒤따르기도 한다. 공정위의 설탕 담합 제재 이후 제당 3사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공정위는 지난 2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설탕 가격 담합을 이유로 총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제재 발표 이후 CJ제일제당 주가는 2월 12일부터 6월 29일까지 17.0% 떨어졌다. 최근 1년간 주가 하락률은 CJ제일제당 24.8%, 대한제당 21.0%, 삼양사 17.9%에 달했다.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IPO를 추진하던 지난 4월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았다. 제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단계였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상장 일정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투자자와 상장 주관사가 조사 결과에 따른 위험을 기업가치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공정위는 조사 착수 사실을 직접 공개해 기업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공정위 관계자는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사안 가운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내용 등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사실은 업계나 로펌 등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기업들은 공개 경로와 관계없이 최종 판단 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혐의 결정이 나더라도 조사 대응에 들어간 비용과 떨어진 기업가치, 미뤄진 사업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다만 공정위의 조사권 강화가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신속하고 정교한 조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관건은 강해진 조사권에 맞춰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대상과 자료 제출 범위, 처리 기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사에 앞서 위법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착수한 뒤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 조사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하지만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조사 대상과 자료 요구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리 기간을 줄여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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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2조 시대…이재명 정부 공정위는 공정한가

산업 일반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철도·석유·철강 산업을 장악한 거대 트러스트가 가격과 생산량을 좌우하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 미국이 독점과 담합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1890년 최초의 경쟁법인 셔먼법을 제정한 이유다.한국 공정거래법의 출발도 다르지 않다. 1960~1970년대 정부의 지원 아래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집단이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부작용도 함께 키웠다.1980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범한 배경이다.공정위는 정부 조직 가운데 가장 친시장적이어야 하는 기관이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이지만,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공정당국이 아니라 경쟁당국이다. 공정을 일구는 방식은 결국 경쟁이라는 의미다.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이자 파수꾼이다.공정위를 두려워해야 하는 곳은 담합으로 가격을 올리고, 우월적 지위로 거래 상대방을 압박하며, 경쟁자를 배제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어야 한다.그러나 최근 공정위의 칼날이 커지고 닿지 않는 곳이 없어지면서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과거의 악명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기업들은 과징금보다 공정위 조사 자체가 더 두렵다고 말한다. 현장조사부터 자료 제출, 임직원 조사, 심의와 처분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과 경영 부담도 만만치 않다.조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주가와 평판은 흔들린다. 조사 대응과 법적 다툼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투자와 신규 사업 추진도 위축된다.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돼도 이미 투입한 비용과 놓친 사업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업들이 “세무조사보다 무섭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공정위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최근 ‘물가당국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생필품 담합 적발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들어 성과가 드러났지만 실제로는 담당 부서가 이전 정부 때부터 오랜 기간 공들여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 하명 조사는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의심을 거둘 수는 없다.공정한 심판이 되려면 조사 대상과 범위, 자료 제출 기준, 예상 처리 일정 등 절차와 진행 상황을 가능한 한 명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조사 범위를 확대할 때도 그 필요성과 법적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법원에서 패소한 사건도 내부적으로 복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처분이 취소됐는지, 조사 과정과 법리 판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공정위 제재로 이미지와 신뢰에 타격을 입은 기업에는 처분 취소 사실이 시장에 충분히 알려질 수 있도록 명예를 회복할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제재 사실은 대대적으로 알리고 취소 사실은 판결문에 묻힌다면 공정하지 않다. 공정위의 권위는 기업과 소비자가 그 판단을 예측하고, 절차를 신뢰하며,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바로 선다. 공정위가 현 정부 들어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4개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만 2조1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5년 전체 담합 과징금의 약 10배에 달한다.“공정위는 공정한가.”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정위는 해명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2026.08.10 07:00

3분 소요
담합 과징금은 1.8조인데…피해 소비자 몫은 ‘0원’

유통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밀가루와 설탕, 전분당 등 민생 품목의 담합을 적발해 1조8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품목 가격은 최대 26.5%, 빵·라면·과자 등 관련 제품 가격은 최대 14.6%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담합 기간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최대 42.4%, 66.7% 오른 데 비해 올해 초 주요 업체가 내린 가격은 평균 4~6% 수준에 불과하다. 밀가루와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피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담합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가 있지만 공정위가 거둔 과징금은 모두 국고로 들어간다. 정부가 피해자 권익 증진과 피해 예방을 위한 기금 조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최대 26.5% 내렸다지만…소비자 체감은 ‘글쎄’공정위는 지난 8월 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올해 상반기 총 20조원 규모의 민생 분야 담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련 매출액은 전분당 6조원, 밀가루 5조8000억원, 설탕 3조2000억원, 인쇄용지 4조원 등이다.부과된 과징금은 전분당 7475억원, 밀가루 6710억원, 설탕 3960억원, 인쇄용지 3383억원이다. 식품 분야인 전분당과 밀가루, 설탕에 부과된 금액만 1조8145억원에 이른다.공정위는 담합 제재를 통해 해당 품목 가격을 최대 26.5% 낮췄다고 했다.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빵과 라면, 과자 등 민생 밀접 품목에서도 최대 14.6%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실제 담합 조사와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CJ제일제당과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한제분 등 주요 업체는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내렸다. 그러나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만으로 소비자의 전반적인 물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공정위가 제시한 ‘최대 26.5%’와 ‘최대 14.6%’는 일부 품목의 최대 인하율로 실제 소비자의 체감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관련 수치는 공정위 자체 조사가 아닌 기업들의 가격 인하 발표 정보를 취합해 산출한 수치인 것으로 전해졌다.소비자물가지수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6월 밀가루와 설탕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128.97과 141.04를 기록했다. 2020년 가격 수준을 100으로 놓고 보면 밀가루는 약 29%, 설탕은 약 41%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과자와 빵의 소비자물가지수도 각각 118.93과 138.51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00 이상이라는 것은 기준연도(2020년) 대비 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담합 기간 누적된 가격 상승폭도 컸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밀가루 가격은 최대 42.4% 올랐다.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어진 설탕 담합 기간의 가격 상승폭은 최대 66.7%에 달했다.담합 기간의 최대 상승률과 올해 업체들의 평균 인하율은 기준과 대상, 산정 기간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장기간 누적된 가격 상승 폭에 비해 최근 인하 수준이 제한적이어서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여기에 식품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다시 올리면서 인하 효과도 상쇄되고 있다. 최근 농심과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는 고유가와 고환율,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11% 올렸다.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빵과 과자, 라면 등 완제품 가격이 반드시 함께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제품 가격에는 원재료뿐 아니라 인건비와 물류비, 포장재 가격, 환율 등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존 원재료와 완제품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유통 구조도 가격 인하의 체감도를 낮춘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과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처벌에 가려진 피해 소비자 지원기업들의 불공정행위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공정위가 올해 담합 행위에 대해 잇단 중징계를 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비자들은 외면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규제당국이 징수한 과징금 중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소비자 피해를 지원하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다. 이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지만 번번히 현실화되지 못했다.특히 올해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에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관련 혐의를 받은 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1조8000억원을 웃돈다.여기에 공정위가 심의 중인 전분당·부산물 담합까지 더하면 올해 식음료 업계 담합 과징금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회전 중인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립에 대한 요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공정위는 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소비자 및 기업의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설립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다만 공정위 내부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사실상 전국민이 입는데 비해 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어서다.문미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공정위 과징금은 기업의 담합·불공정거래·표시광고법 위반 등에 부과하는 것으로 기업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취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성격을 지닌다”며 “그러나 현재 과징금은 전액 국고 일반회계로 귀속돼 정작 피해의 당사자인 소비자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문 회장은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과징금의 일부를 소비자권익증진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은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부당이득을 시장의 건전한 발전으로 선순환시키는 경제적 정의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2026.08.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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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파수꾼인가, 재계 저승사자인가…강해진 공정위의 두 얼굴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과징금 2조원 시대를 열고 인력과 조사 조직을 확대했다. 담합과 독과점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경쟁 당국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권한이 커진 만큼 제재의 실효성과 절차적 공정성, 판단의 정확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공정위가 정권의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흐르지 않고, 독립된 경쟁 당국으로서 누구에게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는 ▲과징금의 소비자 효과 ▲기업의 조사 부담 ▲승소율 통계의 착시 ▲뒤집힌 처분의 책임까지 살펴보며 공정위가 진정 ‘공정’한지 짚어봤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부과한 과징금이 2조원을 넘어섰다. 밀가루와 설탕, 전분당, 인쇄용지 등 생활물가와 밀접한 분야에서 대형 담합을 잇달아 적발한 결과다. 공정위는 인력을 늘리고 복합적인 불공정행위를 전담할 조사 조직도 신설한다.공정위가 ‘경제 검찰’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담합과 독과점을 깨고 시장의 경쟁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기업을 과도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과징금과 인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재가 실제 경쟁 회복으로 이어졌는지, 법원에서도 유지될 만큼 정교했는지는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활물가부터 독과점까지…넓어진 제재 전선올해는 전분당 제조사 담합 7475억원과 밀가루 제분사 담합 6710억원, 설탕 제조사 담합 3960억원, 인쇄용지 제조사 담합 3383억원 등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처리되면서 과징금이 2조원을 넘어섰다.개별 기업의 하도급법 위반이나 부당지원뿐 아니라 시장에 장기간 고착된 가격·물량 담합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주요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다.제재 기준도 강화됐다. 공정위는 담합 과징금 부과 하한율을 기존 0.5%에서 10%로 높이는 고시 개정을 지난 4월 완료했다. 과징금 상한율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상한율도 6%에서 20%로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상습 담합 기업에는 사업정지나 등록 취소를 요청하고 담합 사건의 처분시효를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쟁을 제한하는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시정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공정위는 대형 담합 제재가 생활물가 부담을 낮췄다고 평가한다. 지난 8월 4일 발표한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밀가루와 설탕 등 담합 품목 가격은 최대 26.5%, 빵과 라면, 과자 등 관련 제품 가격은 최대 14.6% 하락했다.다만 가격에는 국제 원재료 가격과 환율,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기업별 가격 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가격이 내려갔더라도 누적된 상승분에는 미치지 못해 소비자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과징금의 성과는 부과액보다 경쟁이 회복되고 소비자 가격과 거래 조건이 개선됐는지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력 404명 증원…‘조사국’ 사실상 부활공정위는 지난 3월 167명을 늘린 데 이어 오는 10월 237명을 추가로 증원할 계획이다. 증원이 마무리되면 전체 정원은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여러 법 위반이 얽힌 중대 불공정행위를 통합 조사하기 위한 중점조사기획단도 신설한다. 대기업과 독과점 기업의 기획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국이 2005년 폐지된 지 21년 만에 사실상 부활하는 것이다.중점조사기획단은 존속 기한을 2년으로 설정한 한시 조직이다. 조사권 비대화와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다양한 법 위반이 결합된 중대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조직이 사건을 나눠 조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복합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시장획정과 경쟁 제한 효과, 부당이익 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경제분석국도 신설한다. 조사와 제재의 객관성, 법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취지다.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건 처리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17.1% 늘었고 평균 처리 기간은 24.6% 단축됐다. 늘어난 인력과 전문 조직을 활용해 사건 적체를 줄인다는 방침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4일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공정위가 경제 검찰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며 “비정상 거래로 부당이익을 얻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도록 지켜봐 달라”고 독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시장과 기업을 사전에 모니터링한 뒤 진행하는 조사가 늘었다”며 “가격 결정과 거래 구조 전반을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파수꾼인가, 기업 압박인가강한 공정위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가격 경쟁을 막고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피해를 준다. 이를 적발하고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공정위의 본질적인 역할이다.문제는 공정위가 틀어쥔 막강한 권한이 정책적 목적이나 여론에 따라 행사될 가능성이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기업의 가격 결정을 불공정행위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정상적인 영업과 투자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적 요인에 따른 가격 인상과 경쟁 제한 행위를 구분하는 분석이 필요하다.과징금 규모가 커질수록 법적 완성도도 중요해진다. 대형 처분이 행정소송에서 취소되면 기업과 시장에 혼선이 생기고 과징금 환급에 따른 국고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공정위는 중요 사건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소송대리인 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후적인 소송 대응 보강만으로는 반복되는 패소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의 정당성을 법원에서 인정받으려면 조사 단계부터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위법 행위가 시장과 소비자에 미친 영향을 뒷받침할 정교한 경제분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그 권한이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이 아니라 법리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행사되는가”라고 말했다.이어 “공정위의 본질은 시장경제의 규칙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며 “정권의 기조에 따라 제재 강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피하고 정교한 경제분석과 일관된 원칙을 바탕으로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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