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키즈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점 없이도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 강점을 앞세워,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단순한 아이 통장·적금 판매를 넘어, 자녀의 성장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가족 금융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토스뱅크, 아이 통장 100만좌 돌파…부모 고객 “증여 미리 준비”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지난 10월 21일 출시한 ‘태아적금’의 누적 계좌 수는 12월 8일 기준 약 1만1300좌로 집계됐다. 가입 고객 4명 중 3명이 20대 후반~30대 후반으로,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태아적금은 임신 단계부터 아이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유적립식 적금이다. 기본금리는 연 1.0%, 우대금리는 연 4.0%이며 월 최대 2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임신확인서 등 별도의 증빙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출산 후 태아적금 만기 전까지 자녀 명의 ‘토스뱅크 아이 통장’을 개설하면 우대금리가 자동 적용된다.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2023년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미성년자 자녀의 계좌를 부모가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아이 통장’을 출시했다. 현재 ‘아이 통장’의 누적 계좌 수는 100만좌를 넘어섰다.토스뱅크 아이서비스는 ▲아이 통장 ▲아이 적금 ▲아이 체크카드 ▲이자 받는 저금통 등으로 구성된다. 0세부터 16세까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영업점 방문이나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앱에서 통장 개설부터 적금 가입, 체크카드 발급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아이 통장은 단순한 예금 계좌를 넘어 부모가 송금·조회·적금 납입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설 이후에는 최고 연 5.0% 금리의 아이 적금도 가입 가능하다. 아이 적금은 거래 실적과 상관없이 자동이체만 성공하면 최고금리가 적용되며, 15세까지 월 최대 20만원을 12개월간 납입할 수 있다.실제로 아이 통장을 증여 목적으로 활용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증여할 수 있는 비과세 한도는 2000만원으로, 매달 적금을 쌓아두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토스뱅크 관계자는 “아이 적금의 납입 한도를 월 20만원으로 설정한 것도, 단순 저축을 넘어 기념일이나 용돈 등 아이를 위한 소규모 증여성 자금 관리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며 “과도한 부담 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이처럼 토스뱅크는 태아적금에서 아이 통장·아이 적금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했다. 뱃속에서부터 아이를 위한 저축을 시작하고, 출생 이후에는 아이 이름으로 통장과 적금을 만들어주는 흐름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금융 습관을 형성하고,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꾸준히 모으는 경험’을 제공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태아 단계부터 아이가 성장하는 전 과정에서 연속성 있는 자산 형성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아이 성장에 따라 토스뱅크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도 ‘우리아이’로 맞불…한 달 만에 10만명카카오뱅크도 키즈금융 시장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 15일 ‘우리아이통장’과 ‘우리아이적금’을 동시에 출시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하루 평균 4000명의 고객이 꾸준히 찾아, 약 한 달만에 이용자 수 10만명을 넘어섰다.‘우리아이통장’은 0세부터 만 16세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본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100%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족관계증명서 등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설계된 ‘쬬르디’ 챗봇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 가능하다.특히 부모가 함께 자녀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공동 참여 구조’가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통장을 개설한 뒤, 어머니에게 초대 링크를 보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이후 부모는 각자의 휴대폰에서 자녀 계좌 내역을 동시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자녀가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보유한 경우 직접 계좌를 확인하며 금융생활을 경험할 수도 있다.금융 거래에 가족 간 정서를 녹인 점도 카카오뱅크의 차별화 요소다. 부모가 입·출금 시 ‘첫 걸음마 한 날’, ‘첫 번째 세뱃돈’과 같은 메시지나 이모지를 남기면, 자녀가 이를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우리아이’ 서비스 페이지 화면을 자녀 사진으로 꾸밀 수 있어, 성장 과정을 금융 기록과 함께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함께 출시된 ‘우리아이적금’은 금리 경쟁력이 강점이다. 기본금리 연 3.0%에 자동이체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연 4.0%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7.0%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기간은 12개월이며, 매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만기 시 자녀 나이가 만 18세 미만일 경우 자동 연장 기능이 적용돼 장기적인 자산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카카오뱅크는 키즈금융을 단기 상품이 아닌 장기 고객 확보 전략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우리아이통장·적금’과 같은 차별화된 상품 출시가 신규 고객 유입과 수신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우리아이 서비스는 통장·적금을 시작으로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미성년자 고객과 부모의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수신을 확대하고, 보유 한도에 제한 없이 장기간 저축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