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해가 완전히 기울기 전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12톤 덤프트럭이 모래를 내리쏟는 한편, 로봇개 ‘스팟’이 고소 작업 구역을 사람 대신 탐색한다. 곳곳에 드론이 맴돌며 외벽 균열을 정밀하게 찍어 올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인공지능(AI)은 “이쪽 코킹(밀봉) 불량 가능성 85%”라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국내 건설 현장이 ‘스마트 건설 솔루션’ 도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인력과 경험에 의존하던 안전관리 방식 역시 ▲AI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로 재편되는 중이다. 건설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함에 따라 ‘무사고 현장’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술 투자를 대폭 늘리며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우선 현대건설은 AI를 탑재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건설 현장에 투입해 품질 및 안전관리를 무인화하고 있다. 일명 ‘로봇개’로도 불리는 스팟은 계단이나 좁은 공간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장 사진 촬영 ▲실시간 모니터링 ▲3D 형상 데이터 취득 등의 데이터 수집 기술을 통해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스팟은 지난 2022년 김포~파주 고속도로 현장을 시작으로 다수 현장에서 활용됐다. 위험 구역 출입 감지 및 경고 송출 기능도 갖추고 있어 안전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AI 기반 설계 도면 검토시스템을 현장에 시범 도입,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GS건설은 시공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 안전한 시공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GS건설은 ▲AI 기반 설계 적정성 검토 ▲드론·로봇 연계 철근 배근 자동 검측 등 시공 단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DL이앤씨는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드론 플랫폼을 주택 건설현장에 도입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 사물을 가상 세계에 그대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건설현장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공정·품질·안전관리는 물론 설계·분양·유지보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드론 플랫폼을 활용해 원가를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DL이앤씨는 드론 플랫폼을 활용하면 품질과 안전 확보는 물론 생산성까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 밖에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AI 기반 드론 ‘포스비전’을 선보였다. 포스비전은 고화질 영상 장비를 장착한 드론으로 외벽을 촬영하고 AI 기술을 활용하여 균열을 탐지하며 균열의 폭·길이·위치 등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스마트 건설 기술의 현장 도입이 빨라지고 있지만, 과제도 있다. 스마트 건설 기술의 성패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현장 효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시범 적용에 머물면 보여주기식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지 입증해야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 중심이 아닌, 작업자 중심의 시스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스마트 안전관리는 단순히 기술 장비를 들여놓는 게 아니라, 현장의 작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성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라며 “기술이 사람을 대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고 돕는 구조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기술 도입을 ‘실험’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얼마나 빨리 현장 표준으로 확산시키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안전 투자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