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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언어·기술이 아닌 '현지화'에 집중해야”[이코노 인터뷰]

CEO

2008년, 그는 안정적인 IBM 생활을 뒤로하고 싱가포르로 향했다.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전세자금과 퇴직금을 들고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하는 결정을 했다. 이유가 있다. 그는 오랫동안 '아시아인으로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해왔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서구권이 주도해 온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었고,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지역 본부가 자리 잡은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이곳에서 애플·후지제록스·삼성전자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전략 및 기획 파트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독립 후 2015년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비즈니스 빌더’ 킬사글로벌을 설립했다. 그는 “K-스타트업 창업가들이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데 방법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 킬사글로벌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현재 킬사글로벌은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한국·베트남·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200여 개의 정부·기관·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150곳 이상의 테크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어 왔다. 필립 박(박종석) 킬사글로벌(KILSA GLOBAL) 대표의 이야기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킬사글로벌은 K-스타트업의 조력자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실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해외 진출을 꿈꾸던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글로벌 투자사의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해외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글로벌 투자사를 만나 투자를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례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창업가들은 이제 ‘어떻게 해외로 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이 '현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주도의 지원이 잘 되어 있어 초기 성장에 유리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닌 현지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기술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는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솔루션 판매를 넘어 현지 수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면서 “또한 이에 맞는 파트너들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언어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와 '현지 인력'이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지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현지인과 네트워크가 현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믿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것은 해당 국가의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다”면서 “킬사글로벌이 해외 법인에 현지인을 고용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것을 분석하면 대부분 현지화가 잘 안됐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킬사글로벌은 당분간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글로벌 3대 시장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동남아 시장에 대한 K-스타트업의 우월감도 실패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 진출할 때는 현지 적응에 적극적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리가 더 잘났다'는 식의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킬사글로벌은 해외 진출 스타트업과 함께 현지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까지 갈 수 있는 스타트업을 골라내는 것도 박 대표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킬사글로벌은 먼저 검증된 솔루션 가진 기업을 선별하여 1~2년 동안 '글로벌 비즈니스 빌딩' 계약을 맺는다. 이후에는 전담팀을 구성해 현지 비즈니스를 구축하게 된다. 전담 팀은 ▲비즈니스 디벨롭먼트(사업개발팀) ▲비즈니스 매니지먼트(세일즈 관리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프로젝트 관리팀) 등을 구성한다. 기업의 특성에 따라 킬사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현지 비즈니스 구축에도 나선다. 이 기간에 한국 스타트업은 연구개발(R&D) 및 기술 서포트, 현지 수요에 맞는 솔루션 커스터마이징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을 1~2년 동안 같이 하면서 성과를 만들고 성과가 난 후에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등의 다양한 모델로 스타트업과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같이 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서 한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싱가포르 및 중동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킬사글로벌은 24개 정도의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12개 기업이 성공적으로 글로벌화 단계를 밟고 있다. 올해 15개 테크 기업과 추가 계약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외에도 친환경 워터 클린테크 기업인 에코피스는 베트남에서 현지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면서 웃었다. 올해 킬사글로벌은 15개 테크 스타트업과 추가로 계약을 할 예정이다. 킬사글로벌은 올해 매출 15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K-스타트업은 이제 주저하지 말고 해외 진출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6.09 09:00

4분 소요
“맛을 넘어 맥락을 전하다”…콩두의 실험은 계속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CEO

서울 명동, 높은 빌딩들 사이 한복판에 조용히 자리한 레스토랑 ‘콩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 공간은 오롯이 한식을 말한다. 입구 한쪽엔 작은 장독대와 300년 된 간장 종지가 놓여 있고, 내부는 전통적이지만 결코 올드하지 않은, 세련된 절제의 미학을 품고 있다.향긋한 들기름 냄새와 정갈한 백김치, 섬세하게 정리된 나물 한 접시. 그리고 묵직한 황동 솥에 담긴 전복 미음과 제철 나물 비빔밥까지. 콩두의 식탁은 단순한 요리가 아닌 하나의 서사다. 각 메뉴는 오래된 장독대의 기억과 어머니 손맛, 그리고 지역의 역사와 계절이 담긴 한 폭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그 식탁 앞에 앉은 외국인 손님들의 표정은 놀라움 그 자체다. “이 요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왜 이 김치는 이렇게 부드럽고 담백하죠?” 식재료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와 문화적 맥락을 하나씩 풀어낼 때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바로 이 감동의 순간들, 이 작은 문화적 공감들이 모여 한식의 세계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윤주 콩두 대표가 있다.한식의 실험실이 된 레스토랑 ‘콩두’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콩두는 한윤주 대표가 20년 넘게 일궈온 철학의 결실이다. 그는 “왜 한국 음식은 고급화되지 못하나”라는 질문 하나로 전국의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장류를 배우고, 농촌의 재래시장을 돌며 진짜 재료를 탐구했다.그렇게 만들어진 콩두의 식탁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그만큼 깊다. 계절 따라 바뀌는 제철 나물, 직접 담근 장, 장독의 세월이 깃든 음식 하나하나에 그의 시간과 철학이 담겨 있다. 대통령 외빈 만찬의 한상차림으로 선정된 콩두의 음식은 외교의 장에서 한식의 품격과 정서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한 대표는 한식을 단지 맛있는 요리가 아닌 브랜드로 인식한다. 그래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식진흥원과 함께 ‘한식 콘텐츠 번역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조리법 전수가 아니라, ‘철학과 맥락, 감정과 서사’를 함께 가르치는 구조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한식을 레시피 중심으로만 가르쳐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음식을 설명하는 언어도 바뀌어야 합니다.”그의 관심은 이제 관광으로 확장된다. “한식은 국가관광의 전략 콘텐츠”라며, 그는 남도의 장류, 강원의 전통주, 경북의 한옥 다이닝 등 지역성과 문화성을 담은 체험형 미식관광을 기획 중이다. “한식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진짜 한식은 땅에 있고, 장독에 있고, 계절에 있어요.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그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감각과 창의성은 넘쳤지만, 식당 경영은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일도 막상 일이 되면 고민과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었다. 하루아침에 쏟아진 인기에 즐거움과 함께 부담도 찾아왔다. “집에서 30명분 음식을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었는데…,” 라며 그는 웃지만, 정작 매일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며 식자재 관리부터 직원 교육까지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삼청동 한옥에서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콩두라는 이름 아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음식’이라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한식은 철학 없이 유행만 좇아 그는 요즘 세계 미식 트렌드 속에서 한식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제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는 시대”라며, 음식이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목적지이자 콘텐츠, 체험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기에 그는 한식이 ‘어떻게 만들까’보다 ‘왜 이렇게 만들었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한 대표는 K-푸드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바라본다”고 말한다. “한식은 철학 없이 유행만 좇고 있다”는 그의 말은 지금의 ‘K-푸드 신드롬’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단순한 확산을 넘어선 해석과 설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맛이 아닌 맥락, 조리법이 아닌 시간과 정서를 세계에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람들이 스시를 먹으며 일본을 떠올리듯, 김치를 먹으며 한국의 계절과 기후,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식의 세계화가 진짜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한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의 언어’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된장과 간장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을 기다려야 완성됩니다. 한식은 기다림과 정성을 재료 삼아 탄생하는 ‘시간의 음식’입니다.” 그는 프렌치처럼 레시피가 명확하고 빠른 완성을 지향하는 요리와는 달리, 한식은 그 자체가 느리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손맛, 장맛, 계절감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이 중심이기 때문이다.한식의 세계화는 단순한 언어 번역이 아닌 ‘문화 번역’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김장이 왜 생겼고, 겨울을 어떻게 준비했는지까지 설명되어야 의미가 살아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그가 자주 언급하는 ‘번역력’이다. 단순한 단어의 변환이 아니라, 정서와 이유, 서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다.인터뷰의 마지막, 그는 조용히 되묻는다. “우리는 종종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죠.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 문화를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을까요?”한윤주 대표는 한식 세계화를 ‘자기 존중’의 문제로 본다. 우리가 우리 것을 믿고,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을 때 세계도 그것을 존중하게 된다는 믿음이다. “세계화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됩니다.”지금의 K-푸드는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 속을 채울 언어와 철학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김치 한 조각, 된장 한 숟갈 뒤에 숨은 계절과 사람, 기억과 문화까지 전달되어야 한다. 한식의 세계화는 이제 ‘어떻게 만들까’가 아니라, ‘왜 이렇게 만들었나’를 묻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제, 그 물음에 우리 스스로 답할 차례다.

2025.06.08 09:00

4분 소요
10루피와 혁신적인 앱 UX 디자인이 불러온 인도에서의 기적 [이코노 인터뷰]

CEO

두 사람은 1980년대 서울대 민요연구회라는 이름의 동아리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이 동아리에서 끈끈하게 지냈던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을 가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유학 후 기업에 취업했다가 모바일 관련 창업을 했다. 또 한 사람은 미국 유학을 통해 사용자경험 디자인(UX/UI)의 전문가가 됐다. 디자인 전문가는 2002년 11월 디자인 컨설팅 기업 PXD를 창업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때 사용자들의 편의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디자이너와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강조하는 컨설팅 기업이다.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세를 보였고,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그렇게 업계에서 유명한 기업인이 됐다. 그런 그에게 모바일 관련 기업을 운영하던 민요연구회 후배가 어쩌면 ‘생뚱맞은’ 제안을 했다. 인도를 타깃으로 하는 공동 창업을 제안한 것이다. 선배는 PXD 공동창업자라는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한번 그렇게 창업에 도전했다. 서울대 동아리 선후배는 2014년 ‘밸런스히어로’라는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다. 실제로 2015년 인도 시장에 스마트폰 소비자의 선불폰 충전액 잔액 확인 서비스인 ‘트루 밸런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그렇게 인도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K-스타트업의 역사는 서울대 민요연구회 동아리 선후배로 시작했다. 주인공은 후배인 이철원 대표와 이재용 최고제품책임자(CPO, CTO 겸임 중)다. 밸런스히어로는 글로벌 3위 규모의 핀테크 시장을 자랑하는 인도에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창업 초기에 서울과 인도를 포함해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던 이철원 대표의 사무실 한편에 더부살이로 시작했다. 인도는 핀테크 분야 투자 규모와 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시장에서 선불폰 충전액 잔액 확인 서비스인 ‘트루 밸런스’를 론칭했던 밸런스히어로는 전통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영세 자영업자·농민 등에게 무담보 신용 소액 단기 대출상품을 선보여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14억명 인구 중 신용카드 사용자가 1억~2억명 정도뿐인 시장에서 밸런스히어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을 활용해 금융 상품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인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및 현지 기업을 제치고 마이크로 파이낸스 시장을 선점하는 사례는 밸런스히어로가 유일무이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공과대학(IIT) 졸업생들이 일하는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밸런스히어로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발과 데이터 사이언스 직군 직원 중 20% 정도가 IIT 출신이다. 4명으로 시작했던 밸런스히어로는 한국 본사에 50여명, 인도 지사에서 120여명이 일하는 규모로 커졌다. 이재용 CTO의 UX/UI 디자인 덕분에 인도 시장에 안착이 성공 스토리를 처음부터 만들고 있는 이재용 CPO를 인도의 하리아나주 구루그람에 있는 밸런스히어로 인도지사에서 만났다. 한 달에 2주는 인도 지사에서, 2주는 한국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CPO는 인도 지사에서 15분 간격으로 프로젝트 및 인력 관리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CPO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도 식사 시간뿐이었다. 이 CPO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이유를 물어본 기자에게 “10루피 마케팅과 사용자경험 디자인 덕분이다”면서 웃었다. 이철원 대표가 이 CPO에게 손을 내민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트루밸런스 앱이 출시됐을 때 인도의 14억 인구 중 수억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인도 현지 기업이 출시한 앱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충전 금액을 확인하려면 USSD(Unstructured Supplementary Service Data) 코드(휴대폰의 다이얼러로 USSD 코드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잔액, 데이터 사용량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CPO의 주도로 이를 인포그래픽 형태로 보여주면서 인도인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 CPO는 “당시 우리 서비스를 본 인도 소비자들이 ‘미래에서 온 UI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여기에 우리는 10루피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0루피 소개 마케팅(레퍼럴 마케팅)은 당시 전략기획을 맡았던 이의 아이디어였다. 선불폰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10루피(약 160원)는 전화 한 통화를 하거나 유튜브 등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게 충전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CPO는 “앱을 소개하면 10루피를 받는 마케팅이 인도 소비자에게 잠깐의 즐거움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면서 “앱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10루피 소개 마케팅 덕분에 1년여 만에 8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수 있었다”면서 웃었다. 트루밸런스는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대를 차분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충전액 확인 서비스는 이후 충전 서비스, 충전액 결제로 이어졌고 이후에는 전기세·수도세 등의 공과금 납입까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인도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현재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무담보 신용 소액 대출이라는 금융 서비스로 확대했다. 소액 대출액은 1000루피에서 최대 10만루피(약 150만원)까지로 밸런스히어로 덕분에 신용데이터가 없는 이들이 아이 병원비나 학비 대출, 장사를 위한 소액 대출 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소액 대출 상품을 소개하면서 트루밸런스 앱은 중저소득 계층의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CPO는 “이철원 대표가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창업을 제안했을 때 그냥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인도의 어마어마한 시장과 B2C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은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실제 일어난 것이다”고 회고했다. 장병규 의장의 후속 투자로 회생 성공 하지만 성공의 열매는 코로나19를 만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인도 정부가 대출을 받은 인도인들이 6개월 동안 대출 유예를 허용해 준 것이다. 흔히 말하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셈인데 관련 핀테크 기업들의 대출 부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밸런스히어로가 유지했던 10% 미만의 소액 대출 부도율이 어느 순간 70%까지 치솟았다. 소액 대출 시장의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밸런스히어로도 마찬가지다. 월급이 없어서 이철원 대표가 사비로 월급을 줘야만 했다. 폐업 직전까지 몰렸던 밸런스히어로가 기사회생했던 것은 이 CPO와 인연이 있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덕분이다. 이 CPO와 장 의장은 인연은 오래됐다. 장 의장이 네이버가 인수했던 첫눈을 창업했을 당시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장 의장은 UI/UX 분야에서 독보적인 PXD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인도 시장에 관심이 많은 장 의장은 밸런스히어로 창업 초기 본엔젤스를 통해 개인 투자에 참여한 인연도 있다. 코로나19 당시 밸런스히어로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장 의장은 이 CPO에게 미팅을 제안했다. 이 CPO는 “장 의장이 미팅을 제안했던 날 팀 회식이 있다고 어렵다고 했는데, 그럼 회식 장소로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회식 장소 옆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마시면서 투자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 만남 이후 장 의장은 사비 200여억원을 2020년에 투자했다. 미팅 제안에 팀 회식 때문에 어렵다고 한 것을 생각하면 황당한 기억이다”면서 웃었다. 이로써 밸런스히어로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710억원을 기록했다.장 의장은 여기에 더해 그동안 밸런스히어로에 투자했던 투자사 소프트뱅크벤처스, 신한캐피탈 등을 설득하고 네이버 등과 함께 1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또한 긴급 상황에서 창업자가 투자자의 합의 없이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게 투자계약서의 변경도 하게 만들었다. 이 CPO가 장 의장을 “밸런스히어로의 현재를 가능하게 한 은인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인해 여러 기업들이 사라졌고 인도의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해외 기업은 밸런스히어로가 유일하다고 한다. 폐업 직전까지 갔던 밸런스히어로는 이후 다시 성공 곡선을 그리면서 급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442억원, 영업이익 35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은 844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0%, 121%가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누적 대출 취급액은 1000억루피(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인도 현지에서 결제사업자(PPI), 모바일금융사업자(NBFC) 라이선스를 동시에 가진 6개 업체 중 하나다.충전 내역 확인하는 유틸리티 서비스로 시작했던 트루밸런스 앱은 현재 파이낸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 CPO는 “여기에 보험 등 다른 금융 상품을 더하면 트루밸런스는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이고, 그게 우리의 목표다”면서 “인도의 모든 금융은 우리 앱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고 강조했다. 선불폰 충전액 확인 밸런스히어로의 서비스는 이제 인도의 금융 시장을 공략하는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내년 한국에서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2025.06.02 07:00

6분 소요
“제대로 준비된 시작은 없다”…아파트멘터리의 성공은 ‘끈기’ 덕분[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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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합격의 기쁨도 잠시, 지방 출신 학생에게 서울살이는 고달팠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주거지를 찾는 것이었다. 친구와 같이 살기도 했고 친척 집에 의탁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 집에 대한 대한 절실함은 커졌지만, 상상을 뛰어넘은 서울 집값은 낯설기만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MBC 방송국 PD로 취직을 했지만 내 집을 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PD 남편과 함께 ‘영끌’을 해서 처음으로 서울에 나만의 집인 구축아파트를 구했다. 신혼 분위기를 내려면 리모델링을 해야 했다. 부부가 쓸 수 있는 여력은 3000만원 정도. 여기저기 리모델링 시세를 알아봤다. 1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했다. 그는 리모델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직접 리모델링에 도전했다. 혼자 발품을 팔아 자재를 구하고 공구를 사고, 업자를 구하면서 그렇게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과 함께 아파트 리모델링을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한숨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리모델링 분투기를 블로그에 옮겼다. 예상치 못하게 큰 인기를 끌었고, 출판사가 출판을 제안했다. ‘인테리어 원북’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왔고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바로 방송국 PD가 아닌 아파트 인테리어 관련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는 길이 생긴 것이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윤소연 아파트멘터리(Apartmentary) 창업자(공동대표)다. 윤 대표는 “방송국 선배와 친한 지인의 아내분이 투자사 심사역이었는데, 그 분의 제안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게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다. 2015년 12월 법인을 설립했고 창업을 제안했던 심사역의 많은 도움으로 시드 투자도 받았다. 법인 설립 1개월 만에 구축 아파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은 윤 대표의 임신이었다. 딸의 나이와 아파트멘터리의 나이가 같은 셈이다. 그가 아파트멘터리를 ‘내 자식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방송국 PD로 9년 8개월을 일했는데 올해 말이면 아파트멘터리 운영 기간이 PD로 일했던 시간보다 길어진다”면서 웃었다. “아파트멘터리가 곧 10년을 맞이하는 데 성장의 기쁨보다 창업자로서 책임져야 할 것이 많다는 것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10년 만에 1000억원 매출 예상창업 당시 인테리어·리모델링 서비스 스타트업은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보통신(IT) 서비스나 바이오, 플랫폼 등의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았다. 윤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IR을 했을 때 한 투자사 대표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은 적도 있었다”면서 회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파트멘터리는 보란 듯이 매년 성장을 지속했다. 창업 초기에는 그의 책을 읽은 고객이 찾아와서 일을 맡겼다. 앞뒤 생각할 게 없었다. 윤 대표는 직접 시공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하자가 생기면 고객에게 바로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해결했다. 아파트멘터리에 대한 입소문은 그렇게 시공을 맡겼던 고객들이 내줬다. 그렇게 아파트멘터리는 예상을 깬 고속성장을 했다. 수치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5억원을 기록했고, 창업 후 지금까지 누적 시공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다. 매해 200건 이상의 리모델링 시공을 한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공 파트너 팀도 200여팀이나 된다. 4명으로 시작했던 구성원은 어느덧 150명으로 늘었다. 아파트멘터리 성장을 지켜본 투자업계는 시리즈 C 라운드까지 580억원을 투자했다. SBVA·삼성벤처투자·우리벤처파트너스·신한금융그룹 등이 투자사로 나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부산 해운대점에 지방 지사를 설립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지점은 수도권에 13곳이나 된다. 지난해에 사무 공간 인테리어 시공을 전문적으로 하는 ‘오피스멘터리’라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또 지난해 홍콩에 지사를 설립해 해외 시장 도전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인테리어 분야에는 해결해야 할 게 많다. 인테리어는 개인 취향이라는 특성 탓에 하자와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금액이나 재료 등의 정보가 거의 없기에 소비자들은 이 시장에 대한 신뢰감도 별로 없다. 이런 우려를 윤 대표는 소비자의 눈으로 대응해 아파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을 혁신했다. 리모델링 시공을 도배·마루·필름·조명·타일 5가지 핵심 요소로 정했고, 시공 후 1년간 무상 AS를 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만에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상담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담 매니저는 시공을 의뢰한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가격 정찰제를 시행해 평당 시공 단가도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도 안심할 수 있는 아파트멘터리에 시공을 맡겼다.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통한다’는 철학을 사업에 반영하니 불만이나 하자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리모델링은 데이터화하기 수월했고, 이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면서 하자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지사 설립, 7년 전 인연 이어져 가능이와 함께 시공과 인테리어에 필요한 자체 상품(PB)도 개발해 2022년 선보였다. ▲타월 브랜드 그란 ▲소가구 브랜드 리튼 ▲러그 브랜드 란카 ▲호텔 베딩 브랜드 아우로이 ▲소가구 브랜드 리튼 등 PB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유명하다. 해외에서도 소비자들이 찾고 주문할 정도다. 또한 전기 스위치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세련된 부품 브랜드인 ‘파츠’를 2022년 론칭했고 파츠도 순항 중이다. 윤 대표는 “가장 유명한 것이 그란과 란카다. 유명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어떻게 알고 우리 PB 제품을 주문하는데 특히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랑했다. 윤 대표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성장의 사례는 지난해 홍콩에 설립한 해외 지사다. 7년 전 아파트멘터리 사업을 홍콩에서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던 사람이 현재 홍콩 지사를 맡고 있다. 윤 대표는 “7년 전 그 제안을 받았을 때는 상황이 안됐지만 그 후에 계속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이 홍콩 지사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벌써부터 15건이 넘는 시공 계약을 맺었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웃었다. “특히 K-컬처를 홍콩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게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됐다”고 웃었다. 윤 대표는 대학생 때 만나 인연을 맺었던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김준영 대표를 영입해 3년 전부터 공동대표 체제로 아파트멘터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운영은 김 대표에게 맡기고 윤 대표는 홍콩 등 해외 진출과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표의 올해 목표는 “해외에서 아파트멘터리의 자리를 잡는 것“이다. 홍콩 지사의 성장 속도로 보면 그의 목표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올해 윤 대표는 아파트멘터리와 오피스멘터리, 해외 지사 등의 성과를 합쳐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사업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 영업이익보다 성장성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윤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는 소비자에 중심을 두고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의 혁신에만 집중했고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환경과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제대로 준비된 시작이라는 것은 없다.” 윤 대표가 방송국 PD라는 부러움을 받는 직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정했을 때 되뇌인 말이다. 그는 창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주변에 창업을 할까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하는 말 중에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하는데, 저는 완성된 게 없으니 일단 시작해라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창업하고 10년 동안 아파트멘터리를 성장시키면서 느낀 것은 딱 하나다. 끈기 있게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2025.05.26 10:00

6분 소요
뱅커에서 K-뷰티 전문가로...“꼭 필요한 브랜드 될 것” [이코노 인터뷰]

유통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하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분명 무모한 도전이었고,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때로는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가능성을 봤기에 자신감이 있었고, 어려움을 동력 삼아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무모한 도전이지만 자신감 있었다클리니컬 뷰티 브랜드 클라뷰(KLAVUU)로 K-뷰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베케이코리아의 김현배 대표 이야기다. 미시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은행을 다니던 김 대표는 돌연 뷰티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에게는 화장품 자체가 친숙하기도 했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고 한다.김 대표는 “부모님이 뷰티 업계 종사자였다”며 “그래서 어릴 때부터 관련 업계에 대한 친근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국내 화장품 업계 1세대로 불리는 김병희 희성앤에이치 회장이다. 이 회사는 1993년 화장품전문점 뷰티렛으로 시작해 10년 동안 화장품 소매 업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서울 명동 상권이 뷰티 메카로 자리를 잡는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해외에서 K-뷰티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것도 김 대표가 창업의 길에 들어선 이유 중 하나다. 그는 “2010년대 초중반 해외 출장길에서 K-뷰티의 태동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방면으로 체감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막연하고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자원과 역량을 모으면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창업에 나섰다”고 덧붙였다.베케이코리아는 2015년 6월 설립됐다. 이듬해(2016년)에는 클라뷰가 세상에 나왔다. 다만 초반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인지도가 없는 신생 브랜드의 한계다. 김 대표는 “클라뷰 론칭 당시 초반 6개월은 상상했던 그림이 아니었다”며 “나름의 준비를 했음에도 브랜드가 생소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김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했다. 그는 “당시 해외 시장에서 판로를 일으키고 이를 동력 삼아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방법을 스타트업들이 많이 썼는데, 이게 타개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클라뷰는 ‘진주’라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고, 이 소재에 대한 사람들의 친숙함이 있었기에 해외 바이어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고 회상했다.그러면서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노렸고, 주요 타깃을 정해서 공략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튀르키예다. 당시 남들이 찾지 않던 튀르키예에 김 대표는 클라뷰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김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은 클라뷰의 해외 영토 확장을 가속화했다. 브랜드 론칭 첫해부터 해외 진출에 성공했고, 미국·일본·유럽 등으로 계속 시장을 확장해 나갔다. 클라뷰는 현재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70% 이상이다. 성공 노하우 동력 삼아 또 다른 도전클라뷰가 성공가도를 달리던 2021년 김 대표는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화장품이 아닌 생활용품 브랜드 소소이지(sosoeazy)를 론칭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 이전부터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뷰티 사업과 상호보완 가능한 부문을 찾던 중 유통 경로, 고객 니즈 등 유사성이 많은 생활용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캡슐형 세제 등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소소이지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고 있다. 쿠팡에서 캡슐세제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각종 소비자 관련 상도 수상했다.클라뷰와 소소이지라는 날개를 단 베케이코리아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지난 2024년에는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통일주권 발행에 성공하며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직 먼 얘기일 수 있지만, 기업공개(IPO)를 위한 첫 단추를 꿴 셈이다.김 대표는 “아직 커나가는 회사지만 코넥스, 코스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싶다.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의 올해 목표는 100% 성장이다.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026년에는 매출 목표를 400억원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올해 판매 채널 다각화와 신제품, 마케팅 강화 등을 계속할 것”이라며 “클라뷰의 경우 지난해 미국 아마존에 진출했고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최근에는 중동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아직 K-뷰티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지역이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 대표는 “중동은 과거 K-뷰티 열풍 태동기 때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그는 다음 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한다. 한-UAE 문화교류전에 참가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K-뷰티와 클라뷰를 현지에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클라뷰와 함께 회사의 성장을 견인 중인 소소이지도 해외 진출을 본격 추진한다. 김 대표는 “소소이지는 해외 상표권 등록을 끝마친 뒤 일본과 미국 아마존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나아가려고 한다”며 “클라뷰라는 성공 케이스를 소소이지에도 적용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5.05.25 10:00

4분 소요
성장 마인드셋이 금융을 바꾼다…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가 추천한 ‘마인드셋’ [CEO의 서재]

CEO

“잠재력을 믿고 한계에 도전하는 자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이다.”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캐럴 드웩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저서 ‘마인드셋’을 언급하며 이렇게 강조한다. 그는 이 철학을 기업 혁신에 적용해 ‘피스’(PIECE)라는 실험이자 성과로 이어냈다.드웩 교수의 이론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으로 구분한다. 성장 마인드셋은 노력과 전략으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해 “현재 가진 자질은 단지 출발점일 뿐”이라고 본다. 신 대표는 이 개념을 금융 혁신에 적용했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하고, 소액 단위로 쪼개 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토큰증권’(STO) 시장을 개척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자산은 쪼갤 수 없다’고 말할 때, 우리는 오히려 ‘왜 안 되겠는가?’라는 도전의 질문을 던졌다”고 그는 설명한다.하지만 2022년 11월 조각투자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시장은 2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예상과 달리 시장의 진입과 성장을 막는 장벽이 되어 돌아왔고, 수차례 시도된 국회에서의 입법은 회기를 넘기면서까지 지연됐다. 신 대표는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비전이 있어도, 때로는 어떻게 해볼 수조차 없는 외부 환경이 우리의 노력을 억누른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성장 마인드셋이 강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드웩 교수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에게도 실패는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성장 마인드셋에서는 그 실패가 당신을 규정짓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패는 단지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배움의 기회다.이러한 원칙은 모든 혁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신 대표는 “신산업은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모든 혁신 기업들이 직면하는 공통 과제는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라고 했다. 그는 “이때 성장 마인드셋은 단순한 심리적 지지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생존 전략이 된다”고 역설했다.드웩 교수는 “평가란 단지 한 시점에서의 판단일 뿐”이라며 “노력과 시간이 더해지면 인간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30년까지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한국 토큰증권 시장의 잠재력과도 맞닿아 있다.결국 ‘성공’이란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를 확장하며 한계를 넘는 과정이다. 바이셀스탠다드는 그 가능성을 증명하며, 산업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2025.05.13 06:00

2분 소요
글로벌 시장에서 더 유명한 한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이코노 인터뷰]

CEO

2017년 1월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의선 당시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시승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당시 현대차의 자율주행 선행개발팀이 마음을 졸이며 오랫동안 준비한 깜짝이벤트였다. 현대차의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보여준 장면이다. 이 이벤트의 프로젝트 매니저(PM)와 당시 정 부회장 옆에 함께 탔던 엔지니어, 그리고 자율주행 선행 개발팀에서 일했던 4명의 동료는 2018년 7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다. 사명은 ‘자율주행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AUTONOMOUS A2Z)다. 사명에서 보듯이 자율주행 솔루션부터 도로 인프라 관련 센서, 그리고 자율주행 승합차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고 제작까지 하고 있다. 대다수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자율주행차까지 제작한다는 것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완벽한 무인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스마트 교통 인프라 기술부터 차량, 그리고 솔루션까지 있어야 한다”면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는 사명은 자율주행을 위한 ▲인지 ▲판단 ▲제어 모두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4월 현재 서울·판교·안양·세종·울산·대구 등 자율주행 시범 지역 13곳에서 55대의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4월 현재 55대의 차가 자율주행한 거리가 62만km를 넘어서 국내 도심 자율주행 거리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 대표는 “그동안 상대방 과실의 사고는 있었지만 자율주행차 문제로 난 사고는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손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개발한 센서와 솔루션 등을 도심 교통 인프라에 적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우리가 매출을 올리는 데는 차량과 솔루션 등을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자체의 교통 시스템 인프라에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개발한 센서 등의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안전성도 높이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과 경쟁에서 승리…글로벌 진출 가속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 제조까지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제조에 도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자본력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대중교통용 무인 셔틀과 물류 배송용 무인 배송 등의 특수목적자율주행차(PBV)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직접 개발했다. 한 대표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PBV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차량 제작은 협력 전문 제조사와 분담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개발하는 PBV는 시속 40km 이하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도심형 셔틀버스 차량이다. 운전석이 따로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전제로 설계된 차량으로 로이(ROii)라는 이름의 PBV는 지자체 등의 기관(B2G)과 도심 운송 업체(B2B)를 타깃으로 한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도심형 자율주행 시장을 노리는 이유가 있다. 한 대표는 “40km 이하 속도에서 우리는 완벽한 자율주행을 자신하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차 성능인증제도 하에 2025년 말 인증을 목표로 하며, 인증 완료 시 일부 도심 노선에서 제한적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이 개발 중인 11인승 자율주행 전기버스 가격은 7억원 정도라고 한다. 한 대표는 “올해부터 시행된 성능인증제도를 통해 일반판매가 가능하도록 인증을 받아 내년부터 일반 판매를 하려 하고, 전기차와 관련된 다양한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면서 “우리는 자율주행 차량 판매 타깃을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이 왜 차량 제작에도 뛰어드나”라는 질문에 “완성차 업체가 스타트업의 자율주행 솔루션만 채택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100% 사용하려면 여기에 맞는 차량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일반적인 승용이나 상용 시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 내에서 특수한 목적 아래 완전 자율로 움직이는 미래 모빌리티 차량을 개발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완성차 업체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다”며 “현대차에서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차량 개발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도전을 결정했다”며 웃었다. 한 대표가 현대자동차라는 안락한 우산을 포기하고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에 도전한 데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부터 솔루션 개발 등으로 흑자를 내는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높였다. PBV 제작을 위해 투자를 받을 때도 시드 투자 유치액이 21억원이었고, 시리즈A 투자 유치액은 160억원이나 된다. 그만큼 투자 업계도 인정을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2023년 12월 3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1년 만에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누적 투자유치액만 82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스마트시티 솔루션과 자율주행차 판매 등으로 107억원의 매출도 올렸다. 임직원도 200명을 넘어섰고, 주요 개발 임원진의 80% 정도는 현대자동차그룹 출신일 정도로 자율주행 관련 전문성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대표는 “내년 내에 상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지난 3월에 미국 컨설팅 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 자율주행 리더보드’에서 11위를 차지했다. 2024년 기록했던 13위보다 2계단 오른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앱티브 합작법인 모셔널은 15위, 테슬라는 20위를 차지했다. 한국 자율주행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유일하다는 것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에도 진출했다. 싱가포르에는 A2G(오토노머스투글로벌)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2024년 싱가포르 정부 주도의 자율운행 프로젝트 전략적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7월 중동의 최대 인공지능(AI) 기업 G42의 모빌리티 부문 자회사 스페이스42(Space42)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협의했다(실제 설립: 2025년 상반기 중 예정). 이 외에도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파트너십 체결 및 인증 등을 받고 있다. 한 대표는 “글로벌 진출 성과는 중국의 상장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 때문에 해외 출장도 많아졌다”면서 웃었다.

2025.05.12 10:00

4분 소요
마스크팩으로 아마존 입성...“뷰티시장이 마케팅 싸움? 제품력이 더 중요” [이코노 인터뷰]

유통

“뷰티셀렉션을 바이오던스 그 자체라고 봐주면 될 것 같다.”박재빈 대표는 뷰티셀렉션을 이렇게 정의했다. 겔마스크로 유명한 ‘바이오던스’(Biodance)는 인플루언서 커머스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뷰티셀렉션을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한 브랜드다.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를 발굴해 소개하던 뷰티셀렉션은 이제 우수한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뷰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공동구매 회사에서 뷰티기업으로뷰티셀렉션(Beauty Selection)은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선별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업 초창기 시절인 2019년 박재빈 대표와 김미화 상품기획총괄(CPO)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동 구매 사업에 집중했다.박 대표는 “‘마케팅보다 제품력이 고객의 최우선 선택 기준일 수 있다’ 등 몇 가지 가설을 기반으로 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테스트를 한 것”이라며 “공동 구매 채널이 우수한 제품력의 상품을 판매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사업 전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2020년 뷰티셀렉션의 법인 전환 이후 처음 내놓은 자체 브랜드는 ‘에이치마인드’(Hmind)라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이듬해(2021년)에는 또 다른 건기식 브랜드 ‘랩트리션’(Labtrition)을 선보였다.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오던스는 같은 해 6월 세상에 나왔다.박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업 영역도 점차 확장됐고, 동시에 회사 소속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의 수도 늘었다”며 “이런 사업 모델을 계속 전개하던 와중에 더 큰 성장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연매출 100억원대 기업이 된 뷰티셀렉션이 더 큰 성장을 위해 ‘글로벌 진출’도 추진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던 바이오던스를 앞세워 2022년 7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미국 아마존 입점에 성공한 것이다.뷰티셀렉션의 이런 행보에 투자사들도 주목했다. 그해 9월 알토스벤처스 등 투자사들이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에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지속 성장을 꿈꾸던 박 대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취했다. 뷰티셀렉션이 가장 잘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아닌 다른 채널에서 성장을 도모해 보자고 방향을 잡은 것이다.박 대표는 “2023년부터는 인플루언서 커머스가 아닌 또 다른 채널에서 잘 해보자는 계획을 갖고 사업에 임했다”며 “정말 감사하게도 여름부터 올리브영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4분기부터는 미국 아마존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주목 1000억 메가 브랜드로이는 뷰티셀렉션의 운명을 뒤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2023년 바이오던스는 올리브영과 미국 아마존의 마스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아마존 뷰티 & 퍼스널 케어 전체 카테고리 1위 ▲큐텐 뷰티 전체 카테고리 1위 ▲올리브영 어워즈 2관왕 등을 달성했다.물론 처음부터 바이오던스가 해외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바이오던스 겔마스크는 3시간 이상 쓰면 훨씬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아무리 제품 상세 설명 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넣어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장시간 써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오버나이트 마스크’로 이름을 바꿨다”며 “그때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미국 현지 유명인사들도 우리 제품을 다뤄주면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바이오던스를 등에 업은 뷰티셀렉션은 지난해 13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16억원) 대비 226% 증가한 수치다. 2020년 법인 설립 이후 4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뷰티셀렉션의 매출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미국 아마존의 역할이 컸는데, 내부에서 우리 제품을 신선식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장에서 만들면 바로 보낼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며 “현재는 투자를 통해 작년 초 대비 10배 정도 생산량을 확충해 놓은 상태”고 말했다.박 대표는 결국 ‘제품력’이 지금의 바이오던스를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그는 “우리의 제품은 A부터 Z까지 공동창업자인 김미화 CPO의 손을 거쳐 나온다”며 “흔히 뷰티 시장은 마케팅 싸움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제품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어떤 부분이 더 세밀하게 개선돼야 고객들이 좋아할 것인지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이런 점이 우리 제품력의 기반”이라며 “제품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남들보다 덜 무서워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뷰티셀렉션은 올해도 성장을 위해 열심히 달려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최근 미국 핵심 뷰티 리테일 세포라에 입점했고, 영국 부츠와 코스트코에도 들어간 상태”라며 “아직 우리 제품을 경험하지 못한 고객들에게 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물론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며 “국내 고객을 설득할 수 있으면 해외 고객은 당연히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한편 박 대표는 오는 5월 21일 FKI타워 1F 그랜드볼룸 (구)전경련회관에서 ‘대전환 시대, K기업 성공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5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 포럼(EIF)에 참석한다. 이날 박 대표는 K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에 용태순 와드 대표,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와 함께 좌담에 나선다. 좌담은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가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2025.05.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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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니어 방한…韓 재계 총수 20여명 ‘릴레이 회동’

국제 경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4월 30일 한국을 방문해 재계 총수들과 릴레이 회동을 진행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국내 기업인들과 만나 미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한 트럼프 주니어가 우선 만난 기업인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등 한화그룸 3형제였다. 이들은 오전 8시쯤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을 찾아 기업 총수 중 앞 순서로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조선 등 미국이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이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관 부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면담 후 이날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는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트럼프 주니어 릴레이 면담에는 30대 그룹의 총수 2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3형제 이외에 이해진 네이버(NAVER) 의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등이 거론됐다. 신유열 부사장의 경우 아버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동남아시아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가운데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기 위해 별도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제사절단과 함께 지난 28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트럼프 주니어와 총수들의 면담 시간은 30분~1시간 수준이다.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재계 총수와의 면담이 이뤄지는 이날 하루 내내 집무실을 지키며 면담 전반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만남은 트럼프 정부와의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에 따라 정용진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6일 간 머물며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마러라고에서 식사를 함께했고, 별도로 여러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당선인뿐 아니라 트럼프 주니어를 통해 많은 사람을 소개받아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트럼프 주니어는 재계 총수들과의 면담 일정을 소화하고 30일 밤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 출국 시간은 면담 진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5.04.30 15:20

2분 소요
조주완 LG전자 대표, 서울대 공학도 만나서 한 말은…

CEO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24일 서울대에서 전기·정보공학부 학생 200명과 만나 ‘기술로 완성하는 고객경험 혁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조 CEO는 LG전자를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다양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소개했고,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이라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조 CEO는 “뛰어난 제품과 앞선 기술도 중요하지만, LG전자가 하는 모든 일의 본질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LG 스탠바이미’, 세계 최초 무선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M’ 등 혁신 제품 개발 사례를 언급했다. 이 제품들이 추구한 것은 고객경험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고객의 사진에서 시작했다고 하는 ‘스탠바이미’를 예로 들면서 공학도들은 ‘제품’과 ‘기술’을 넘어, ‘경험’을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TV 주변의 복잡한 선이 지저분했고, 시청자의 자유로운 공간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선을 없앤 무선 올레드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M’도 소비자의 경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을 지난 1989년 ‘고객연구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2022년 말 실시한 조직개편에서는 본사 직속으로 ‘CX(Customer eXperience)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고객경험 연구 강화 ▲전략 및 로드맵 제시 ▲전사 관점의 고객경험 혁신과 상품·서비스·사업모델 기획 등을 총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CEO는 미래 엔지니어들인 공학도에게 경험 중심 사고역량을 쌓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끊임 없이 질문하며 심도 있게 고민하는 ‘깊게 보기’ ▲다양한 현상에 관심을 두고 다른 사람들과 토의하는 ‘넓게 보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멀리 보기’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도록 기술을 쉽게 전달하는 ‘설득하기’ 등을 강조했다. 조주완 CEO는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인재 경영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했고, 4월 초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그룹 이공계 인재 초청행사인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우수 인재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2025.04.25 13:32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