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은 이정표, 시장의 시선은 6000으로 이동
신용잔고 30조 돌파·사이드카 3회…갈수록 변동성 확대
주식 시장에서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숫자와 심리가 뒤섞여 시장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공식 발언과 비공식 대화에서 감지되는 기대와 경계는 향후 변동성의 단서가 됩니다. 그렇기에 변화하는 시장을 읽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증권가 레이다’를 통해 투자 판단에 필요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지난해 건배사는 한국자본시장이라고 하면 코스피 5000이었다. 이제는 ‘코스피 6000 달성’으로 바꿨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간담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표현이었지만, 시장의 기대가 이미 ‘코스피 6000’으로 이동해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6000’을 바라보는 증권가
코스피는 지난 1월 27일 종가 기준 5084.85를 기록하며 ‘5000’ 시대를 열었다. 그 뒤 여의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많이 올랐다”라는 말보다 “고점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이 더 자주 들린다. 시장의 화두는 이미 5000을 지나 ‘6000’으로 옮겨가고 있고, 이 기대감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정 이사장의 건배사였던 셈이다.
불과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코스피 5000’은 꿈의 숫자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이정표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한국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서기 위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노력도 맞물리며 지수 레벨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인식이 시장에 깔려 있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코스피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를 기존 5000~6000에서 6000~7500으로 상향 조정했고, 국내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상단을 더 높여 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12개월 목표가를 7300포인트로 상향한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장이 올랐다가 무너지는 패턴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쪽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은 “주식시장 내 포모(FOMO·기회 상실 우려)와 빠른 상승 속도는 버블을 연상시키지만, 기업 이익의 상향 흐름과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은 아직 정점이 아님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 순이익 기준으로 산출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통상적으로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추정치가 본격적으로 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 추정치 상향 흐름은 아직 진행 중인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기류는 단순한 낙관만 있지 않다. 코스피는 최근 하루 사이 5% 가까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거칠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변동성이 더욱 두드러진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제부터는 펀더멘털보다 믿음으로 버티는 구간 같다”라고 설명했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시장은 이성보다 심리에 더 민감해진다는 뜻이다.
뒤늦게 뛰어든 ‘빚투’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신용공여잔고는 30조4731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1.7% 급증했다. 해당 지표가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5823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포모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 조정 국면에서 반대매매 등으로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에서는 프로그램 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사이드카) 발동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나왔다. 지난 2일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3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6일 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다수 증권사는 추가 상승 여력을 인정하면서도,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변동성 확대 우려 때문이다. 고점 부담이 커질수록 작은 악재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금처럼 단기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시장일수록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지수의 널뛰기가 심해질 경우 손실을 감내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결국 ‘코스피 6000’을 향하는 장에서 축배를 드는 투자자만큼이나, 심각한 손실을 보는 투자자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강세장 종료를 시사하는 뚜렷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강세장에서 조정이 발생할 경우 주도 업종의 하락률이 코스피 대비 1.5~1.9배 더 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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