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金값 된 김값에…‘육상양식’ 뛰어드는 식품업계 [검은 반도체 잡아라]②
- 대상·풀무원, 350억 국책사업 선정
CJ, 최초 기술 개발·동원, 제주도와 ‘맞손’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뜨거워지는 바다에 김이 육지로 올라오고 있다. 수출 급증과 수온 상승으로 김 가격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바다가 아닌 실내에서 김을 기르는 ‘육상양식’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는 육상양식을 김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섰다.

김 수출량 10년 새 840% ↑…수온은 1.36℃ 올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5.2%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마른김 10장은 1340원으로 979원 수준인 평년 대비 약 36.9%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K-푸드 인기에 힘입은 수출 물량 급증과 국내 재고 부족 등이 김값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김 수출액은 2억8100만달러(4020억원)로 나타났다. 2억3200만달러(3320억원)였던 1년 전보다 21.5% 늘어난 수준으로, 1분기 수출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출량은 1만163톤으로 9456톤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5년 1분기 1076톤과 비교하면 844.3% 불었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양식 환경이 악화하며 김 생산량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데 있다. 현재 대부분의 김 양식은 바다에서 이뤄진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5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36℃ 상승했다. 김 양식에 적합한 수온 범위인 5∼15℃를 유지하는 기간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식품 업계는 육상양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 육상양식은 바다와 유사한 환경의 양식장을 조성해 김의 원료인 원초를 키우는 방식이다. 양식장의 온도, 환경 등을 조절해 계절이나 날씨, 바다 환경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균일한 품질의 김을 생산할 수 있다. 김에 생기는 질병인 갯병도 예방 가능해 생산성을 높이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양식의 경우 여름에는 생산이 불가능해 냉동고에 저장해 둔 겨울 김을 사용한다”며 “육상양식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갓 양식된 김을 1년 내내 균일한 품질로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며 육상양식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1월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신규 과제를 발표하고 지난 5월 최종 사업자로 대상과 풀무원을 선정했다.
해수부는 총 350억원 규모의 사업을 통해 오는 2029년까지 5년간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의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양식 김 종자 개발에 120억원을, 김의 연중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및 품질 관리에는 230원을 투자한다.

대상은 전남·전북·충남 등 3개 지방자치단체와 공주대·포항공대 등 12개 대학 연구소, 하나수산 등 11개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해수부의 2개 과제에 모두 선정된 대상은 ‘육상양식 김 종자 연중 공급 및 대량양성 기술개발’과 ‘김 연중 생산 육상양식 시스템 및 품질관리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2016년부터 김 육상양식을 기획한 대상은 지난 2023년 국내에서 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전남 고흥군, 현지 수산업체 하나수산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1차 시범 양식을 통해 김 원초를 40∼50㎝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고, 현재 2차 시범 양식을 위한 시설을 조성 중이다.
자체 연구기관인 ‘해조류연구센터’에서는 지난 2023년부터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과 상용화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시스템을 마련하고, 2030년쯤부터 육상양식으로 수확한 김을 상품화하는 게 목표다.
풀무원은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인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작년 3월 충북 오송에 있는 풀무원기술원에서 육상수조식 해수 양식업 허가를 취득하고, 허가받은 시설 내에서 김 육상양식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 육상 양식으로 물김 생산에 성공해 비거니즘 레스토랑 ‘플랜튜드’에서 육상 양식 물김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지난 2월 풀무원은 새만금개발청,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어업인 단체, 공주대, 포항공대 등 11개 기관과 ‘새만금 글로벌 김 육상 양식 사업 성공을 위한 민·관·학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8년부터 2035년까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육상 김 사업용 용지를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전북 군산시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종합단지에 ‘육상 김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오는 2027년까지 육상 김 양식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국내 식품업계 중 가장 먼저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 2021년에는 수조 배양에 성공했고, 2022년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전라남도·해남군과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공모사업 선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김 관련 기술 개발과 김 산업의 육성 및 생산물 유통 활성화 촉진 등을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인천대, 제주대 등 학계와도 협력해 혁신 기술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연구 거점을 마련한 동원F&B는 작년 10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MOU를 맺었다. 제주 용암 해수를 활용한 스마트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지난 1월에는 제주도와 MOU를 체결하고 제주도의 수산 자원과 동원의 식품 제조 기술을 결합해 ▲협업 상품 개발 ▲제주 수산물 판로 확대 등 지역 상생을 도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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