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계열분리의 두 얼굴...가치 제고와 신뢰 훼손 [요즘 대기업 이별공식]③
- 성장 전략·가치 이전 엇갈린 평가
유력한 전략이나 만능 해법 아냐
[강대준 공인회계사·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 “회사를 쪼개면 주주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더 이상 시장의 상식이 아니다. 오히려 현시점의 분위기는 정반대에 가깝다. ▲분할 ▲분사 ▲자회사 상장 뉴스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축하보다 먼저 묻는다. “이번에는 모회사 주주가 무엇을 받는가” “성장 과실은 어디로 가는가” “또 한 번의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가 시작되는가”
밸류업 화두 달라진 계열분리 의미
기업 가치 향상(밸류업)이 화두가 된 시장에서 계열분리는 더 이상 ‘성장 전략’이라는 포장만으로 통과되지 않는다. 계열분리는 기업이 가치 제고를 말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지게 되는 의사결정이 됐다. 코스피 5000시대가 된 지금, 기업은 ‘구조의 공정성’까지 요구받는 것이다. 이 글을 지금 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회계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논쟁의 핵심은 찬반이 아니라 ▲구조 ▲현금흐름 ▲배분이라는 세 단어로 정리된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설계되지 않은 분할은 대부분 ‘가치 제고’가 아니라 ‘가치 이전’으로 해석된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보면 ‘여러 사업을 한다=쪼개야 한다’라는 결론으로 가지 않는다. 아마존은 리테일과 클라우드 서비스(AWS)라는 이질적 사업을 한 지붕 아래에 둔다. 회사는 현금 창출력이 큰 AWS로 ▲물류 ▲콘텐츠 ▲디바이스 같은 장기투자를 뒷받침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경우는 구글 검색광고가 ▲유튜브 ▲클라우드 등의 자본이 된다. 메타 역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을 통합 생태계 안에서 묶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분사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은 통합이 낳는 시너지가 여전히 유효한지 분사가 그 시너지를 무너뜨릴 만큼 가치가 있는지부터 따진다. 자발적 계열분리는 ‘유행’이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시너지가 꺾이거나 규제 리스크가 경영의 본질을 갉아먹을 때 그때야 분사를 검토한다.
한국의 사례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하게 전개됐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과 LG에너지솔루션 상장 ▲SK텔레콤의 인적 분할로 탄생한 SK스퀘어 ▲카카오의 여러 사업부 분사 및 개별 상장 ▲네이버의 복수 사업 신규 독립 등은 모두 ‘성장 사업의 독립’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갖는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분할 방식과 이후의 자본 정책에 따라 크게 갈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논리가 분명하다. 첫째 사업 집중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 둘째 ‘순수 플레이’로 시장의 재평가를 받아 숨은 가치를 드러낸다. 셋째 기업공개(IPO)나 전략적 투자 유치로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다. ▲배터리 ▲인공지능(AI) ▲플랫폼처럼 선제 투자 규모가 곧 시장 지위로 연결되는 산업에서 이런 분리 방식의 자본조달은 곧 전략이었다.
기업과 다른 주주들의 관점
주주 관점에서 계열분리는 ‘방식’이 곧 ‘결과’가 된다.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선택권을 준다. 분할된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기 때문에 성장주와 안정주를 스스로 조합할 수 있다.
반면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갈등을 촉발하기 쉽다. 모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채 자회사를 상장해 외부 주주를 받으면 기존 주주는 성장 사업의 ‘직접’ 지분을 받지 못한다.
그 결과 모회사가 성장 프리미엄을 잃고 디스카운트되면 기업이 말하는 ‘가치 제고’는 주주에게 ‘가치 이전’으로 읽힌다. 이 구조에서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감정이 아니라 인센티브의 불일치다. 회계 전문가로서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명확하다. 계열분리의 본질은 ‘쪼개느냐’가 아니라 재무적 실체를 어떻게 보여주고 그 성과를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설계다.
시장이 분할에 반응하는 핵심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분할이 기업의 현금흐름을 실제로 개선하는가. 둘째 투자 및 자본 정책이 장기적으로 주주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인가. 셋째 ▲지배구조 ▲내부거래 ▲이해 상충 관리가 신뢰를 강화하는가다. 계열분리 논쟁을 회계의 언어로 번역하면 결론은 단순해진다. 분할 자체는 가치가 아니다. 분할 이후의 자본 배분이 가치의 운명을 결정한다.
미국 빅테크가 통합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지 규모가 커서가 아니다. 통합된 구조 자체가 강력한 현금흐름의 엔진이며, 그 엔진을 다시 성장에 재투자하는 내부 자본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분할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해된다. 성장 산업의 투자 사이클이 짧고 자본시장의 레버리지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계열분리가 더 큰 논쟁을 만드는 것은 ‘분할’ 자체가 아니라 ‘배분과 신뢰의 설계’가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계열분리는 선도 산업에서 유력한 전략이지만 만능 해법은 아니다. 기업 관점에서는 집중과 자본조달의 통로를 열어주지만 주주 관점에서는 방식에 따라 기회가 되거나 손실이 된다. 계열분리의 성패는 발표일의 주가가 아니라 분할 이후 2~3년 간의 현금흐름 궤적과 자본 배분의 일관성, 그리고 이해 상충을 관리하는 거버넌스에서 판가름 난다.
“쪼개서 상장한다”가 아니라 “▲어떤 현금흐름을 만들고 ▲그 성과를 어떻게 나누며 ▲신뢰를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를 답할 때 계열분리는 기업가치의 도구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분할은 또 하나의 디스카운트를 낳는 방아쇠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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