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주차 인프라 혁신으로 일상에 스며드는 기술 만든다”[이코노 인터뷰]
- [창업도약패키지 선정 기업] ⑤ 조은비 로드맵 대표
지자체 주차·교통 데이터 정확도 높여 비용 절감 가능
“기술 통해 시민 삶 편하게 만드는 회사로 발전할 것”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은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겪는 3~7년 사이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창업가의 생생한 이야기는 후배 창업가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주차 문제는 도시의 오래된 난제다. 주차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디가 비어 있는지 알 수 없어 생기는 불편이 반복된다. 스마트시티 기술 기업 로드맵을 이끄는 조은비 대표도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도심에서 공간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 공간에 대한 정밀한 파악과 효율적 활용이라는 데 주목했다. 조 대표는 “제가 불편했던 점은 다른 사람에게도 불편한 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대학부터 학·석·박사 과정까지 모두 경영을 전공했다. 그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허를 공부하고, 기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창업 전 CCTV 관련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로드맵 설립의 밑바탕이 됐다. 그는 “회사에 소속돼 있다 보니 하고 싶은 시도를 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주차 분야에 더 집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주차 인프라를 데이터화하면 시민들의 편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AI·라이다로 주차 인프라 바꿔 국토부 혁신제품 선정
로드맵이라는 사명은 ‘우리가 가야 할 길(Road)’과 ‘방향을 잡아주는 지도(Map)’에서 출발했다. 조 대표는 회사의 목표도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혁신은 천재들만 할 수 있는 영역이고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며 “기술이 시민들 삶에 조금씩 스며들어 ‘편해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드맵의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 영상분석과 라이다(LiDAR)를 융합한 스마트 주차 정보 시스템이다. 기존 CCTV 기반 주차 인식 기술이 악천후나 야간 환경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라이다를 결합했다. 조 대표는 “CCTV가 보지 못하는 영역을 라이다가 공간 단위로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며 “주차면의 단위 주소 체계까지 입력해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드맵은 주차 데이터가 지자체 행정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주차 정보는 ▲통합관제센터 ▲교통정보시스템 ▲민원 앱 ▲광역 주차 플랫폼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연동돼 행정 효율을 높인다. 현재 이 시스템은 예산군·원주시·안양시·군포시 등에서 실제 운영 중이다. 공공 주차뿐 아니라 민간 주차장과도 연계해 데이터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민원이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며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면 행정도, 시민도 모두 편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민원의 상당수가 주차장 공간 확보 요청과 관련돼 있지만, 조 대표는 로드맵의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자체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기술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더욱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조 대표는 “AI CCTV와 라이다를 융합한 기술로는 전국 최초로 케이(K)마크 인증을 받았다”며 “정확한 주차 정보와 공간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인프라 준비하는 로드맵
로드맵의 주차 기술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자율주행차가 목적지까지 가더라도 주차 공간이 확보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인프라와 기술은 동시에 가야 한다”며 “제품을 만들면서 인프라 구축을 함께 시작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의 기술을 활용하면 주차 확보만 아니라 차량 크기도 맞춰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로드맵은 주차 외에도 ▲스마트 횡단보도 ▲콜드체인 냉동·냉장 차량 관제 ▲스마트 버스정류장 ▲침수 대비 수위 감시 시스템 등 생활 밀착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는 “뉴스를 보며 문제의 원인을 생각한다”며 “사고가 난 뒤 수습하기보다 예방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하수구 역류와 같은 도시 침수 문제 역시 사전 모니터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드맵이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사업을 벌여야 하는 특성상 한계도 있다. 예산과 정치 일정에 따라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조 대표는 “예산 확정 등의 기간을 고려하면 영업을 해도 그 결과가 6개월에서 1년 뒤에 나올 수 있다”라며 “지난해부터 정부 과제를 하면서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고도화가 가능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까지 기술 고도화 등 전문성을 길러가면서 내실이 더 탄탄해졌다”며 “올해는 사업들이 본격화되며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단국대에서 창업학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혁신을 좇기보다 경쟁력과 차별화를 먼저 찾으라”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또 “실패는 큰 자산이 될 수 있고, 도전과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며 사업 경험담도 함께 전한다고 했다.
로드맵의 장기 목표에 대해 조 대표는 “기술력과 내실이 받쳐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직원들이 잘살고, 시민들이 편해지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당장은 국내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뒤, 내년 하반기부터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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