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도심 6만 가구 공급 발표했지만…현장은 ‘여전히 관망’ [공급대책 점검]①
- “실제 추진된 사례 많지 않아…일단 지켜 볼 것”
“착공 시점 확인돼야 가격에 영향”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1·29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월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정부가 도심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구상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도 교통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구 수가 늘어나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캠프킴 부지도 과거 여러 차례 공급 계획이 발표됐지만 실제로 추진된 사례가 많지 않아, 이번에도 언제 착공에 들어갈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급 확대라는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수요자도 적지 않지만, 구체적인 사업 일정과 공급 물량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선뜻 움직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과천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시장이 반응하지는 않는다”며 “실제 착공과 분양 시점이 확인돼야 가격이나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서울 용산과 태릉CC, 경기 과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 총 6만 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계획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 같은 관망 분위기에는 정부의 공급 의지와는 별개로,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넘어야 할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책 발표 직후부터 핵심 사업지를 중심으로 공급 규모와 추진 속도를 둘러싼 이견과 마찰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용 수단 총동원”…규모·지속성은 한계
실제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싸고는 공급 물량을 놓고도 입장 차가 드러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일대에 1만 가구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기존 계획보다 2000가구 늘린 최대 8000가구 수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급 규모를 더 확대할 경우 교통·환경 영향 평가를 다시 거쳐야 해 사업이 최소 2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800가구 공급이 예정된 태릉CC 역시 변수다. 개발제한구역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인접 부지라는 특성상, 경관 훼손과 교통난 심화를 우려하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태릉CC 개발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본격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9800가구) 역시 순탄한 추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과천시는 이미 다수의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진행되면서 도로·교육 등 도시 기반시설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대형 공급 계획이 발표됐지만, 사업의 실제 속도를 좌우할 변수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 의지는 확인했지만, 언제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발표된 물량이 얼마나 빠르게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행 가능성과 구조적 해법 측면에서는 한계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청사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복합개발은 정부가 가용한 공급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신호”라면서도 “도심 내 유휴부지는 본질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공급 규모와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심 사업지로 꼽히는 용산 개발을 두고는 도시 기능 간 균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용산은 도시 경쟁력 강화와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가 충돌할 수 있는 입지”라며 “유휴부지 중심 공급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도심 정비사업과 연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을 용산과 과천 등 대형 사업지에 물량이 집중된 ‘거점 중심형 공급 구조’로 평가했다. 그는 “분산 공급을 통한 광역적 수급 안정이라기보다 상징성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양 전문위원은 “수요가 몰리는 지역과 공급 예정지 간 미스매치가 존재한다”며 “서울의 연간 주택 수요가 약 8만 가구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만으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급대책은 용산·과천 등 대형 사업지 발표를 통해 정책적 의지를 표명했으나, 핵심 입지(강남) 공급 부족, 대형 후보지(용산·태릉) 실현 불확실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부재로 인해 단기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공급 부족…민간 정비사업 병행 필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시와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조정이나 지연 가능성이 크다”며 “주민 반발이 있었던 부지들이 포함된 점 역시 공급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개별 유휴부지 중심 공급만으로는 일시적인 ‘땜질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려면 결국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형 사업지를 전면에 내세워 공급 확대 신호를 분명히 보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핵심 입지 공급 부족과 ▲사업 불확실성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부재 등을 정책 효과를 제한할 변수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성패가 결국 발표된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급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 속도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개발사업 특성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속도와 함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이 원하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제 공급”이라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작동하는 공급 구조가 구축돼야 구조적 공급난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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