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버티면 더 조인다”…李, 세금 넘어 대출까지 다주택 압박
- ‘다주택자 대출 연장’ 제한도 시사
임대사업자·장특공제까지…전방위 손질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 메시지를 연일 내놓으며 시장 긴장감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은 데 이어 대출 연장 제한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정부가 세제와 금융을 아우르는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버티면 완화된다”는 기대를 차단하며 부동산 심리와의 정면 승부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SNS를 통해 “부동산에서만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역주행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년 저평가 주식시장의 정상화와 정의로운 사회 질서 회복 등 모든 것이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다주택 압박 수위 최고조
특히 다주택자들을 향해 “양도세 감면 기회를 버티기로 활용해 성공한다면 이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정부 정책 실패를 의미한다”고 직격했다.
사실상 버티기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압박 수위는 금융 영역으로도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또 다른 메시지에서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출 만기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규칙을 지킨 사람이 불이익을 받고 부당한 이익을 노린 사람이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대출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세금 다음은 금융’으로 이어지는 압박 축 이동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회피 기회를 4년이나 줬으면 충분하다”고 밝히며 연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정책은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번엔 끝이다를 반복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버티는 시장 심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다주택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주거용이 아니라면 보유하지 않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며 투기성 주택을 경고했다.
특히 임대사업자 등록 주택에 대해 임대기간 종료 이후에도 무제한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받는 문제를 막기 위해 매각 허용 기간도 새로 설정하기로 했다.
또 “비거주 1주택 장기보유 세금 감면은 이상하다”고 언급하며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까지 포함한 세제 전반 재설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병행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오는 5월 9일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관련해 추가 연장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차단했다.
구 부총리는 10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이번에는 확실하게 추가 연장은 없다”며 “아마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도를 확정하겠다”고 밝혀 정책 방향에 쐐기를 박았다.
정부는 중과 유예 종료에 따른 거래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금 지급과 등기 기한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5월 9일까지 계약하면 잔금과 등기를 허가일 기준 4개월 내 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강남 3구와 용산에 3개월 기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시장 의견을 반영해 기간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외 지역은 기존 방침대로 계약 후 6개월 이내 잔금 지급과 등기를 마치면 중과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에서 실거주 요건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할 경우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고, 이후 입주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유예 기간은 임대차 기간을 고려해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
다만 실수요자 중심 거래 유도를 위해 해당 조치는 무주택자에게만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존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는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임차인 계약 종료 시점까지 거주 의무가 미뤄지지만, 최장 2년 내에는 반드시 입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유예의 적용 기준 시점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 발표일이다. 구 부총리는 “발표일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시장을 향해 강한 정책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의 정부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총동원할 수 있는 정부이며, 이는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매 정부가 부동산을 대한민국의 폐해라고 지적해 왔다”며 “이재명 정부는 이 ‘망국적 폐해’를 끝낼 수 있고, 끝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점을 언급하며 입법부와 행정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현 정부의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부동산 규제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한다.
야당은 강경 발언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 보유 아파트 가격이 1년 새 크게 올랐다”며 정책 실천 의지를 문제 삼았다.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문제를 둘러싼 정책 신뢰성 논쟁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이 결국 정책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기대 위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정책은 집값을 직접 누르기보다 ‘버티면 완화된다’는 시장 기대를 깨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부동산 시장은 규제 강도보다 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에 더 크게 움직이는 만큼 단기적으로 매물 출회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세제와 금융 압박이 동시에 강화될 경우 거래 위축이나 전세시장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시장 안정 여부는 정책 강도보다 정부 메시지에 대한 신뢰가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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