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AI 기술의 종착역은 결국 ‘철학’이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머스크 vs 알트만…법정으로 번진 AI 가치 논쟁
윤리와 상업화 사이의 줄타기, 기업별 각자도생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로널드 V. 델럼스 연방청사 앞에 OpenAI CEO 샘 알트먼의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일론 머스크는 OpenAI가 비영리 단체가 될 것이라 믿고 초기에 투자했으나, 현재는 OpenAI와 그 CEO 샘 알트만을 상대로 OpenAI를 영리 회사로 개발해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최화준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실리콘 밸리는 기술 혁신을 넘어 인공지능을 둘러싼 인문학적 세계관 논쟁으로 뜨겁다. 기술 중심의 주도권이 지배하던 실리콘 밸리에서 이는 드문 현상이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창업자들이 하나둘씩 인문학적 담론을 내놓고 윤리 의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실리콘 밸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는 인공지능의 가치와 지향점을 두고 기업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시작된 샘 알트먼(Sam Altman) 오픈AI(OpenAI) CEO와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Tesla) CEO 사이의 법정 공방은 이러한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론 머스크는 오픈AI가 설립 초기에 지향했던 비영리 원칙을 저버리고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며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134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오픈AI의 초기 투자자로서 ‘인류에게 유익한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비전에 공감해 거액을 기부했던 그는 기업이 점차 영리를 추구하는 행보를 보이자 비전이 변질되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야말로 이번 소송은 두 인물이 추구하는 인공지능 세계관이 충돌한 결과이다.
소송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일론 머스크는 기술적 쟁점보다 ‘AI 종말’ ‘터미네이터 사태’ ‘최악의 시나리오’와 같은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수사들을 쏟아냈다. 이번 재판은 표면적으로는 부당이익 환수와 같은 경제적 이익을 다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인공지능 기술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의 주도권을 둘러싼 두 인물 간 세계관 싸움이다.
인공지능 기술 패권에서 세계관 전쟁으로
얼마 전 공개된 시사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특집 기사는 인공지능 기업들의 세계관 전쟁에 기폭제가 됐다. “그를 믿을 수 있는가?”(Sam Altman may control our future—can he be trusted?)라는 다소 심각한 제목으로 작성된 기사는 샘 알트먼의 주변 인물 100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기사 속 샘 알트먼은 탁월한 경영인이자 정치인이면서도 목적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일삼는 위험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이 보도는 실리콘 밸리 기술 생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기술 패권 경쟁에 매몰되어 있던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과 윤리 의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공지능 관련 세계관을 명문화하여 공개한 기업들은 거의 없다. 다만 그들의 행보를 통해 그들이 그려가는 인공지능 세계관의 큰 그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구글(Google)과 아마존(Amazon)은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을 천명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에 투자하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오픈AI와 손잡고 범용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한 상업화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은 살상 목적의 기술 활용을 거부하며 미 국방부의 협력 요청을 거절해 유명세를 얻은 반면, 오픈AI는 애국을 명분으로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며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거대 자본과 연합하는 대신 독자 노선을 택한 이들도 있다. 오픈AI의 움직임에 반발한 머스크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설립해 그가 정립한 인공지능 세계관을 투영하고 있다. 애플은 모바일 개인 비서 서비스 시리(Siri)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며 사용자 개인 중심으로 인공지능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메타는 올해 초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을 모두와 공유하는 오픈 소스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며 기술 권력의 독점을 경계하는 행보를 보였다.
기술이라는 배의 방향타는 ‘인문학적 세계관’
현재 실리콘 밸리는 기술 패권 전쟁을 넘어선 세계관 전쟁의 서막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여러 철학 담론들이 등장하고 있고, 기술 창업자들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 기술을 대하는 신념과 윤리 의식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은 “국가가 내 자산과 자유를 통제하기 전에, 내가 먼저 국가를 선택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신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운영체제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공개 석상에서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보호하는 기술을 만든다.”라고 천명했다.
철학적 담론은 이제 인공지능 영역을 넘어 기술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통해 권력 분산과 사회 계약의 재정립을 꿈꾸고,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는 노동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며 사회 구조의 변화를 예고한다.
한 인문학자는 기술이 거대한 배라면, 그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타는 인문학이라고 말하면서 오늘날의 상황을 새로운 대항해 시대에 비유했다. 기술이라는 거대한 배가 어디로 향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배를 운전하는 이들의 세계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실리콘 밸리의 인공지능 기술 싸움이 세계관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과정이다. 결국 우리가 어떤 기술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사상적 결단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높은 파도를 뚫고 나가는 기술이라는 배 위에서 실리콘 밸리의 창업자가 믿는 철학적 방향타가 과연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끌지 사뭇 궁금하다.
필자는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로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창업생태계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생태계를 가까이 하면서 창업자들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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