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매물은 줄고 거래는 식고”…양도세 중과 이후 시장 향방은 [양도세 중과 그 이후]②
- 급매 소진 뒤 매물 감소 우려…“지역별 차별화 장세”
토허구역 완화에도 효과 제한적…추가 세제 개편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4년 만에 부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시선은 다시 집값 향방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급매물 소진 이후 매물 감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금리·대출 규제·전세시장 불안·정부 추가 대책 등 복합 변수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못 판다”…매물 잠김 가능성
시장에서는 우선 매물 잠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어떻게든 매물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제는 높은 세 부담 때문에 사실상 매도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양도세 중과 적용 시 최대 80%를 넘는 세율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매물 잠김 현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양도세와 증여세 부담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며 “양도세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매도보다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 중심의 중저가 1주택 시장은 기존처럼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거래 자체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문도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매물 감소로 인해 집주인들은 호가를 쉽게 낮추지 않으려 하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상반기 동안 중저가 주택까지 가격이 오른 만큼 추격 매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시장은 거래 절벽에 가까운 소강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했다.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강세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특히 강남권은 조정 흐름이 이어지는 반면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지역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시장이 과거 양도세 중과 국면과 완전히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양도세 중과는 매물 잠김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추가 정책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며 “당분간 ‘강남 약보합·비강남 강보합’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매물 잠김 우려를 의식해 일부 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택 매입 후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매수자가 즉시 입주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해 임대차 계약이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계약 종료 시점까지 한시 유예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부 거래 숨통은 틔울 수 있지만, 양도세 중과 부담 자체를 해소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매물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거주 1주택자가 임차인을 둔 상태로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다운사이징이나 차익 실현 목적의 매물이 일부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지역 대출 규제가 강한 데다 세입자의 전세대출 관련 부담 문제까지 남아 있어 실제 매물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세난·세제·금리…하반기 변수 주목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변수는 전세시장이다. 이미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기 시작한 데다 입주 물량 감소와 임대 매물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등록임대사업자 자동말소 누적과 신축 입주 물량 감소, 다주택자 임대 공급 위축 등이 겹치며 구조적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부활로 임대 공급 유인이 더 약화되면 전세 매물 부족 현상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도 “9~10월 이후에는 입주 물량 부족 속에서 수요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하반기 추가 세제 개편 카드도 시장의 관심사다.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와 ▲공시가격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임대사업자 혜택 조정 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 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지영 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향후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나 보유세 개편 등이 현실화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질 경우 추가 매물 출회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세제 규제만으로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없이는 전세난과 가격 불안을 동시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문도 교수는 “정부가 공공분양 분양가 안정 정책을 보다 명확하게 시행할 경우 주택 가격 안정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하반기 시장이 단순한 가격 상승·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상품·수요별로 엇갈리는 복합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위원은 “올해 시장에서는 ▲양도세 회피 매물 ▲세법 개정안 이후 절세 매물 ▲연말 막판 매물 등 이른바 ‘매물 3파동’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 단위보다 지역별 흐름을 세밀하게 보는 접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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