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창업가에게도 ‘노오오력’만 요구할 것인가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국가대표 축구팀 사태가 보여준 불공정한 시스템의 민낯
청년 창업자에겐 간섭이 아닌 권리 지켜줘야
[최화준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 국가대표 축구팀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탈락한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들은 축구협회와 리더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보여준 과정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교육 기관에서 창업을 가르치는 필자에게 이번 월드컵의 준비 과정과 국민들의 분노는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잘못된 사회 시스템과 불신이 자리잡은 제도가 어떻게 개별 구성원을 망가뜨리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성 세대는 말한다. 젊은 세대의 노력이 부족해 성취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는 ‘노오오력’(노력만으로는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자조적인 의미를 담은 신조어)으로 안되는 일도 많다고 항변한다. 항변의 이면에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있다.
적어도 이번 국가 대표팀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젊은 세대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축구 선수들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출전을 평생의 꿈으로 여긴다. 그들의 노력이 부족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의 꿈은 손쉽게 아스러졌다. 어른들은 높은 자리에서 다음 월드컵 경기를 감상할 기회가 있겠지만, 선수들 대부분은 다음 월드컵에서 피치를 밟을 수 있는 기회를 기약하지 못한다.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창업자 포용 시도 보여줘
이번 국가 대표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비슷한 연령대의 수많은 창업자들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는 청년 창업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권리 보호에 우리 사회가 운영하는 시스템은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구하면서 청년 창업자들을 만나 인터뷰 할 기회가 많다. 이야기는 중 한 꼭지는 항상 그들의 하소연이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 피해 ▲투자자의 연대 보증 요구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금융 기관의 신용 대출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산업 규제 등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고민 사항이다. 창업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기업 초기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다른 성장 주기 지원에는 비교적 소홀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창업자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지는데, 이를 창업자의 노력 부족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창업 환경 속에서,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안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은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창업자를 제도적으로 포용하려는 의미있는 시도이다. 스타트업은 투자금으로 성장한다. 돈을 빌리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와 창업자는 갑을 관계로 이어지고, 이따금씩 창업자가 불리한 불공정 계약이 이루어지곤 한다.
정부가 이번에 제안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은 창업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창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부분들이 상당히 반영되었다. 동시에 북미 지역에서 통용되는 벤처투자 제도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글로벌 표준에 다가간 모습이다. 과거 글로벌화를 추진하던 스타트업들에게 국내 투자 관행이 반영된 계역서는 해외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새로운 벤처투자 계약 제도는 글로벌화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의 창업’ 아이디어 유출 사건, 창업자 권리 보호 실패 사례
이에 반해 최근 발생한 ‘모두의 창업’ 아이디어 유출 사건은 정부 제도가 창업자 권리 보호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보 유출 피해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특히 ‘모두의 창업’은 기술 창업 아이디어 모집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지원자들의 지적 재산권 피해는 단순히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정부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이디어 유출 피해는 고스란히 창업자가 짊어져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창업자 권리 보호에 소홀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던 국내 창업 지원 제도는 최근 성장주기에 있는 기업 지원에도 힘을 쏟는 모습이다. 정부를 비롯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간 신규 창업 수는 100만개가 훌쩍 넘은 지 오래다. 그 동안 국내 신규 창업 기업들의 5년 창업 생존율을 30%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창업 생존율 정체의 원인이 부족한 제도적 환경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창업자들의 성장 단계 진입을 도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는 창업자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들의 노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고, 그리고 그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문제들 파악하고 창업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국가 대표 축구팀의 사태는 청년들에게 무작정 개인의 노력만을 강요하는 관행과 이를 묵인한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축구 선수들이 혼신의 노력으로 월드컵 경기 출전 기회를 잡는 것처럼, 창업자들도 모든 것을 바쳐 목표에 도달하고자 한다. 우리 창업 제도가 간섭은 하지 않되, 창업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지원은 소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동안 창업자의 능력과 노력에만 기대어 결과를 기대할 뿐, 창업자의 권리 보호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초기 창업 수치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성장 구간의 공백을 메우는 촘촘한 맞춤형 정책 실행이 시급하다. 그들의 성장을 도와줄 든든한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자들에게 노력이 아닌 ‘노오오력’을 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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