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LG-엔비디아, 피지컬 AI 동맹…로봇 생태계 함께 만든다
- [엔비디아가 그리는 로봇 제국, LG가 만든다]①
LG전자 경영진·연구진, 최근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 방문
AI 플랫폼과 제조 기술 결합…로보틱스사업센터 신설로 협력 속도
'뇌'와 '몸체' 결합하는 피지컬 AI
최근 LG전자 핵심 경영진과 로봇·AI 분야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했다. 양사는 단순한 양해각서(MOU)를 넘어 공동 개발과 플랫폼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LG전자의 로봇 제조·양산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다. AI의 '두뇌'와 제조 기술이라는 '몸체'를 결합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 물리 법칙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와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Isaac)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실제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 전 가상 환경에서 수많은 인지·조작·주행 시나리오를 반복 학습할 수 있다. AI의 '두뇌'를 만드는 기술인 셈이다.
반면 LG전자는 전 세계에 보급한 스마트 가전과 'LG 클로이'(CLOi) 서비스 로봇 등을 통해 축적한 공간 데이터와 하드웨어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 로봇이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안전하고 정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모터와 구동계, 제어 기술 등 하드웨어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6월 26일 링크드인을 통해 "LG전자와 엔비디아는 미국 현지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하며 피지컬 AI 협력 분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류 사장은 “LG전자는 수십 년 동안 가정과 상업시설, 공장, 모빌리티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왔다”며 “이를 통해 생활 방식과 기기 사용 패턴, 공간 이동 동선, 에너지 사용 방식 등 공간 데이터와 제조 경험을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함께 AI를 고객 가치와 산업 혁신으로 연결하며 피지컬 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로보틱스사업센터 신설…사업화 속도
LG전자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며 피지컬 AI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말 정기 조직개편에 앞서 단행한 이례적인 개편으로, 로봇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신설 조직은 사업개발과 영업, 사업 운영 기능을 모두 갖춘 완결형 조직으로 운영된다. 특히 산하에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을 두고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이 결국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이 LG CNS와 LG AI연구원 등 계열사와의 '원 LG'(One LG) 협업은 물론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확대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40% 좌우하는 핵심 ‘액추에이터’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사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체 개발한 액추에이터(Actuator) 기술을 꼽는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장치를 결합한 로봇 핵심 구동장치다. 휴머노이드와 다관절 로봇의 팔·다리 관절에 탑재돼 움직임과 정밀도를 결정하며, 로봇 제작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실제로 LG전자에 따르면 대표 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에는 모델에 따라 최대 22개의 자체 개발 액추에이터가 적용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 시장의 대중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는 결국 액추에이터 내재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60년 이상 축적한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액추에이터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AXIUM)을 공개하며 관련 사업 확대를 공식화했다. 서울 양재R&D캠퍼스에는 연내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도 구축 중이다.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구현하는 하드웨어의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피지컬 AI는 상용화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LG의 제조 경쟁력은 엔비디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비롯해 피규어 AI(Figure 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AI 플랫폼과 제조 경쟁력을 결합한 피지컬 AI 시대의 대표 협업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의 성패는 결국 대량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하드웨어 완성도에 달려 있다”며 “LG가 가진 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이 결합하면 향후 휴머노이드와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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