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모나리자'를 가져와도 예술일까…차용미술과 저작권의 경계 [백세희의 컬처&로(LAW)]
- 저작권침해의 아슬아슬한 담장을 걷는 차용미술의 세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Mona Lisa>(1503~1505)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 중 하나다. 이 작품은 400년이 흐른 뒤 마르셀 뒤샹의
왜 이런 차용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현대미술에서의 차용은 기존의 미술사조, 즉 모더니즘이 강조했던 자율성과 독창성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산업은 이미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섰는데 미술이라는 것은 아직도 독창적이고 순수한 것을 가치로 삼고 있으니, 이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 설명도 깨나 구닥다리 해설이다. 요즘엔 하나의 문화 권력이 되어 버린 작가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술 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차용도 종종 보인다.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저작권 등 침해 가능성
차용미술은 전용미술, 도용미술 또는 전유미술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중 ‘도용미술’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명칭이야 어떻든, 이미 존재하는 작품 이미지의 상당 부분을 이용하면 표절 시비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몰래 숨기고 베끼는 표절과는 달리, 차용미술의 경우에는 대놓고 유명한 작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오마주 또는 패러디에 가깝다.
이러한 속성에서 차용미술은 필연적으로 차용의 대상이 되는 미술품(원작)의 전부 또는 일부가 새로운 작품(차용미술품)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침해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전송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가 문제된다. 원작을 비틀어 변형하기 때문에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동일성유지권 침해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외에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문제도 애매하게 걸쳐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분쟁 빈번, 제프 쿤스의 재판이 대표적
차용미술에 있어 원작가와 차용미술가 사이의 분쟁은 미국에서 빈번하다.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들이 모이는 큰 시장이라 그런 것 같다. 대부분은 제소 전 화해로 마무리되지만 몇몇 사건들은 끝내 법원의 판단을 받기도 한다. 특히 제프 쿤스는 여러 차례 제소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Rosers v. Koons(1992)사건이다. 소송에 휘말린 작품은 남녀 한 쌍이 강아지 여덟 마리를 끌어안고 있는 <강아지 대열 String of Puppies>라는 제목의 조각 작품이다. 쿤스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던 그림 카드에 인쇄된 사진작가 아트 로저의 <강아지들 Puppies>이라는 흑백사진 이미지를 차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쿤스는 로저의 저작권이 명시된 카드 뒷면은 찢어낸 후에 이를 이탈리아의 공예가들에게 보내 사진의 이미지대로 조각 작품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재판은 어떻게 되었을까? 쿤스는 작품의 의도가 현대 사회에서의 상품의 대량생산과 미디어 이미지들의 난립을 비판하기 위한 패러디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런 형태의 미술 창작 방식은 이미 매우 일반적이라고도 주장했다. 사진을 조각으로 즉 매체를 아예 바꾸었으며, 흑백 사진을 컬러 조각으로 채색하였고, 자세히 살펴보면 사진에는 없는 데이지 꽃을 등장시켰으므로 엄연히 다른 작품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쿤스가 로저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법원은 쿤스의 작품이 원작을 일부 갖다 쓴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작품 전체를 복제한 것으로 보았다.
‘공정이용’에 포섭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
국내에는 차용미술이 직접적으로 문제되어 판단된 하급심 및 대법원 판례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면책 사항인 ‘공정이용’에 대한 법리를 이용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쿤스의 기여(?)로 미국에서는 그 요건과 적용례가 확립되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미국의 공정이용 요소를 채택하여 제35조의5에서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 조항을 두고 있다.
공정이용은 타인의 저작물을 일정 요건 아래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법리이다. 하지만 그 요건을 만족하는 것은 까다로운 편이다.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정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예술의 영역에서 이런 요소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몇 퍼센트를 갖다 쓰면 그때부터 침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량적인 문제도 아니고, 미술계에서 인정받은 차용작품의 예술성이 과연 민사재판에서도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인지도 애매한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차용미술의 공정이용에 대해 우리 법원의 판단이 나온다면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단, 이런 판단으로 예술가들끼리 분쟁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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