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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호 2026-04-27

퇴직연금 이제 굴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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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신약, 상업화 전환점…글로벌 시장이 승부처 [복제약 대신 신약]②

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복제약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약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항암제·비만치료제·희귀질환 등 고부가가치 영역을 겨냥한 혁신 신약 개발이 핵심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최초 국산 신약으로 허가한 이후 2024년 11월 말까지 총 38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됐다. 25년간 축적된 성과만 놓고 보면 양적 성장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국산 신약의 계보를 보면 산업의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호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2000년대에는 항감염제·소화기 치료제 등 내수 중심의 합성신약이 주를 이뤘다. 이후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2010년·15호)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2012년·19호)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2018년·30호) 등이 등장하며 치료 영역과 시장이 확대됐다. 2021년에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31호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고, 최근에는 ▲대웅제약의 ‘엔블로’(36호) ▲제익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37호) ▲비보존제약의 ‘어나프라주’(38호)까지 이어지며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 K-신약, 글로벌 진입 신호탄이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렉라자다.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이 발굴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유한양행이 기술 도입한 뒤,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해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를 진행한 사례다. 현재는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개발되며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로 평가된다.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역시 의미 있는 이정표다. 해당 약물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미국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약 6300억원을 기록하며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기술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직접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기존 신약들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보령의 카나브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등은 해외 진출과 적응증 확장을 통해 매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카나브는 누적 수출 1억달러(약 1480억원)를 넘어섰고, 케이캡은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뒤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펙수클루 역시 출시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후속 신약으로 자리 잡았다.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가켐바이오의 HER2 ADC ‘LCB14’ ▲메드팩토의 ‘백토서팁’ ▲아리바이오의 ‘AR1001’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ABL001’ 등 차세대 후보군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항체·약물접학체(ADC)·이중항체·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며 기술 경쟁력도 빠르게 올라오는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중심으로 상업화에 가장 근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국내 임상 3상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 9%대를 기록하며 효과를 입증했고, 일부 환자군에서는 두 자릿수 감량 효과도 확인됐다. 현재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연내 출시를 목표로 상업화 준비도 병행되고 있다. 특히 해당 파이프라인은 단일 비만 치료제에 그치지 않고 당뇨병·심혈관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전략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병용요법과 제형 다양화까지 포함한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LCM) 전략을 통해 하나의 신약을 다수의 매출원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단일 품목 중심에서 플랫폼 기반 수익 구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적 성장 이후, 남은 과제는 상업화국내 파이프라인 규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8년 573개에서 2024년 1701개로 확대됐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바이오신약으로 채워졌다. 이는 국내 산업이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그러나 양적 성장과 달리 질적 도약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진흥원은 25년간 신약 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 매출 10억달러(1조4767억원)를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약은 허가 이후 판매 부진이나 경쟁 심화로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도 나타났다.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상업화 단계의 한계’를 꼽는다. 임상 성공 이후 글로벌 허가 전략과 마케팅·유통 역량,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매출 확대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국가 임상 경험 부족과 제한적인 자본력, 글로벌 파트너십 부재 역시 구조적 제약으로 지목된다.결국 관건은 ‘완주 역량’이다.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임상 경험 축적 ▲해외 규제 대응 역량 ▲전략적 파트너십 확보 ▲대규모 투자 기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임상과 허가, 시장 안착까지 이어지는 ‘완주 역량’ 확보 여부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며 “앞으로는 누가 먼저 의미 있는 글로벌 매출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산업 내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4.27 09:00

4분 소요
투자‧리더십 변화…제약업계 R&D 체질 개선 ‘가속’  [복제약 대신 신약] ①

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와 조직 구조를 동시에 손질하며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중심 수익 구조의 한계에 더해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신약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서는 R&D가 단순 비용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주요 제약사들은 전반적으로 R&D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한양행은 연구개발비 2424억원으로 매출 대비 비중이 11.1%를 기록했고, 대웅제약은 2177억원으로 15.81%를 나타냈다. GC녹십자는 연구개발비 비중이 8.6%로 다소 낮아졌다.한미약품과 종근당 역시 R&D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비 2290억원으로 매출 대비 14.8%를 기록했고, 종근당은 1858억원으로 10%대 비중을 유지했다. 투자 차별화 속 ‘신약 전환’ 가속업계에서는 이를 기업별 전략에 따른 R&D 투자 지속 과정으로 보고 있다.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과 수익 구조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신약 중심 구조를 유지하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이 같은 투자 흐름 속에서 기업별 전략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 비중을 높이며 신약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는 한편, 다른 기업은 기존 제품의 글로벌 확장이나 신사업을 병행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함께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다만 큰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다. 복제약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인적 구조 개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제약사들은 R&D 조직을 총괄하는 수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며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단순 연구 역량 강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임상 ▲인허가 ▲사업 개발까지 아우르는 ‘사업형 R&D’ 역량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출신인 박재홍 박사를 사장급 R&D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박 본부장은 얀센·다케다제약·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임상 개발과 상업화를 경험한 인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항암 및 면역질환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확장과 외부 라이선스 도입을 주도해 왔다. 동아에스티 역시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했다. 신임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선임된 오윤석 박사는 네오이뮨텍 대표를 역임한 면역항암 분야 전문가로, 향후 면역질환과 대사질환 중심의 파이프라인 상용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주요 제약사들의 외부 인재 영입은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염병 분야 연구사업관리 전문가인 마상호 부사장을 연구지원실장으로 영입하고 연구기획·규제·비임상·임상 분석 기능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유유제약은 개발기획과 사업개발(BD) 경험을 갖춘 류현기 본부장을 영입해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섰다. 메디톡스는 한국얀센 글로벌 임상팀 출신 이태상 상무를 영입해 임상 개발 역량을 보강했다. 동화약품 역시 개발과 연구를 두루 경험한 장재원 전무를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선임하며 조직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연구개발의 무게 중심이 실험실에서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임상 ▲기술이전 ▲상업화 경험을 갖춘 인재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정책 변수에 R&D 강화 움직임↑정부 정책 변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는 핵심 변수다. 정부는 최근 복제약 약가를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인하하는 대신, R&D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 약가 우대 제도를 도입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매출 대비 R&D 비율이 7% 이상이면 ‘혁신형’, 5% 이상이면 ‘준혁신형’으로 분류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약가 조정이 아니라 제약사의 사업 모델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복제약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했다면, 앞으로는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기업 경쟁력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정책 환경 변화는 조직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 자회사를 별도로 운영하던 기업들은 R&D 실적을 본사 기준으로 반영하기 위해 조직 통합을 검토하거나 실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약 연구개발 계열사인 유노비아를 흡수 합병키로 의결했다. 과거 연구개발 부담을 줄이기 위해 R&D 부문을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를 설립,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그 과정에서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크게 낮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후 정부가 연구개발 비중에 따라 약가 인센티브를 차등 적용하는 구조를 도입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R&D 비율 기준이 상향되면서 자회사 중심의 연구개발 구조를 유지할 경우 정책 기준 충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분리했던 연구개발 조직을 3년 만에 다시 통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약가 인하로 기존 수익 구조의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신약 개발 역량이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투자 ▲인재 ▲조직 전략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4.27 08:00

4분 소요
900만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퇴직연금 'IRP'로 쏠린다

증권 일반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심이던 시장이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제도 변화와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적립 중심’에서 ‘인출 중심’으로의 전환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IRP 가입자는 2015년 말 약 75만명에서 2024년 말 359만명을 돌파하며 10년 새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형 가입자는 306만명에서 313만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DC형 가입자는 218만명에서 408만명으로 늘었지만 IRP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적립금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5년 말 13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IRP 적립금은 2025년 말 130조9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연평균 성장률 역시 IRP가 27.4%로 DB형(10.2%), DC형(17.0%)을 크게 앞질렀다. 퇴직연금 시장이 DB형과 DC형 중심에서 IRP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제도 변화에 은퇴 인구까지…IRP 성장 견인IRP의 급성장은 정책적 지원과 구조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우선 가입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과거에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공무원, 교사,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세액공제 혜택 확대도 중요한 요인이다. IRP 가입자는 납입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공제 한도는 2012년 400만원에서 2015년 700만원, 2023년에는 900만원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절세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커지면서 개인들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늘었다.여기에 퇴직금 수령 방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퇴직연금 가입자만 55세 이전 퇴직 시 IRP로 이체해야 했지만, 현재는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55세 이전 퇴직 시 퇴직금을 IRP로 수령하도록 제도가 확대됐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IRP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무엇보다 결정적인 변수는 ‘2차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은퇴다. 1964년부터 1974년 사이 출생한 이들은 약 954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구 집단으로, 퇴직연금 도입 이후 장기간 적립을 이어온 세대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DB형과 DC형에 쌓여 있던 자금이 IRP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이 ‘직장인 적립’에서 ‘퇴직자 인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변화다.퇴직금을 IRP로 이체해 연금 형태로 수령할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퇴직소득세 부담이 줄어든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전액에 대해 퇴직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연금으로 나눠 받을 경우 30~50% 수준의 세액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운용수익에 대한 과세 방식도 유리하다. 일반 금융상품의 이자와 배당소득은 15.4% 세율로 과세되고,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IRP를 통해 발생한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3.3~5.5%의 낮은 연금소득세가 적용된다.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가 가능해 세 부담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건강보험료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퇴직 후 대부분의 근로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데, 이 경우 다양한 소득이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된다. 다만 현재 사적연금소득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IRP를 활용할 경우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이처럼 세제와 보험료 측면에서의 이점이 결합되면서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수령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원리금보장 넘어 투자형으로…연금 운용도 진화IRP 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리금보장 상품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저금리 장기화와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형 상품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현재 IRP 가입자는 예금뿐 아니라 펀드, ETF, 리츠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면서 연금 수령액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연금 수령 방식도 다양하다. 종신형, 금액지정형, 기간지정형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 수시 인출도 가능하다. 종신형은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고 중도해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기간지정형이나 금액지정형은 유연성이 높은 대신 수익률에 따라 연금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IRP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상품 확대를 넘어 퇴직연금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고령화와 은퇴 인구 증가 속에서 IRP는 노후 소득 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도적 기반 확대와 투자 다변화가 맞물릴 경우 IRP 중심의 연금 시장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2026.04.27 08:00

3분 소요
잠자는 500조원 퇴직연금...‘저수익 함정’에서 깨어나라

증권 일반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은 외형상 빠르게 성장해왔다. 2025년 말 기준 적립금은 약 500조원에 육박했다. 국민연금이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초라면, 퇴직연금은 노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자금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직장인들의 노후 자산 상당수가 연 1~2%대 저수익 구조에 묶여 사실상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의 물가 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을 감안하면 1%대 수익률은 ‘유지’가 아니라 ‘감소’에 가깝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실질가치는 훼손되고, 노후를 지켜줄 방패는 서서히 약해진다. 퇴직연금이 본래 기능을 수행하려면 저수익 구조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개인의 운용 태도와 제도적 설계 모두를 바꿔야 한다.원리금보장 쏠림…‘복리 효과 스스로 포기’ 구조퇴직연금 수익률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다. 2025년 4분기 기준 확정급여(DB)형 자산의 80% 이상, 확정기여(DC)형 가입자의 약 66%가 원리금보장형에 자금을 묶어두고 있다.문제는 장기 투자 자산을 사실상 단기 예금처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1.7% 수준에 그친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은 4.8% 내외를 기록했다. 격차는 장기 투자에서 폭발적으로 확대된다. 동일하게 1억원을 30년간 운용할 경우 1.7% 수익률은 약 1억6000만원대에 머무르지만, 4.8%로 운용하면 4억원을 넘어선다. 단순한 수익률 차이가 아니라 노후 생활 수준을 결정짓는 구조적 격차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은 원금 손실에 대한 심리적 불안을 이유로 안정형 자산에 머문다. 단기 변동성을 피하는 대신 장기 복리 효과를 포기하는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 자산’이 아니라 ‘저금리 예금의 연장선’으로 전락하고 있다.제도적 장치 역시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다. 미국의 401(k)나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제도는 가입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자산배분형 상품에 자동 투자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들 국가에서 연 7~9%대 수익률이 가능한 배경이다.반면 한국은 구조가 다르다. 가입자가 사전에 상품을 지정해야만 디폴트옵션이 작동하며, 원리금보장형 상품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디폴트’의 개념이 무력화된 셈이다. 실제로 DC형 계좌의 디폴트옵션 가입자 중 약 89.5%가 다시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하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 개인 전략과 제도 개편…‘이중 접근’이 해법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면 개인의 투자 전략과 제도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우선 개인 차원에서는 퇴직연금을 더 이상 ‘회사에 맡긴 돈’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임금 상승률과 기대 투자수익률을 비교해 DB형과 DC형 중 유리한 구조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임금 상승률이 높은 초기에는 DB형이 유리할 수 있지만,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에는 DC형으로 전환해 직접 운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투자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원금 보장 중심에서 벗어나 자산배분 전략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식·채권·대체자산을 분산 투자하면 위험을 낮추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 운용이 어렵다면 TDF나 밸런스드펀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세제 전략도 중요하다. 성과급을 DC형 계좌로 수령하면 과세이연 효과를 통해 자산 증식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반 급여로 받을 경우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절세된 금액까지 복리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장기 효과는 더욱 크다.아울러 2024년 10월 전면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활용하면 기존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도 상품 경쟁력이 높은 금융사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개선 수단이다.제도 측면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제외하고,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문 운용기관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자산을 관리할 경우, 현재의 소극적 운용 구조를 탈피할 가능성이 크다.퇴직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평생 월급’에 해당하는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저수익 구조가 지속된다면 497조원의 거대한 자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잠든 자산으로 남게 된다. 개인의 인식 변화와 제도 혁신이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퇴직연금은 대한민국 직장인의 노후를 지키는 실질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2026.04.27 07:30

3분 소요
약사 출신의 ‘센터상’ 임윤아 디티앤씨 바이오그룹 사장 “위기는 기회”

CEO

‘임윤아’. 낯설지 않은 이름부터 시선 집중이다. 약사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 GSK·산도스·애보트·파마노비아·메디라마 등을 거친 이력은 더 화려하다. 영업부터 마케팅, 사업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뒤 마침내 그룹의 핵인 ‘전략기획’의 수장을 맡게 됐다. 임윤아 디티앤씨 바이오그룹 전략기획사장(CSO)은 확실한 ‘센터상’을 무기로 미래 전략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약사 출신 다재다능한 ‘바이오업계의 센터’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브레인의 사무실이라 무거운 공기가 가득할 것 같았지만 ‘월드스타’ 손흥민의 경기 일정이 담긴 축구 캘린더를 보고 경계심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이처럼 임 사장은 무거운 직함과는 달리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소녀시대입니다”라는 낯간지러운 멘트를 어색한 자리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활용한다고 했다. 그는 “이름이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와 같아서 지난 20년간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름 하나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전략”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약사를 시작으로 임 대표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신약 개발을 제외하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역량을 쌓아왔다. 특히 파마노비아 초대 한국지사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약 30년의 경험을 쌓았다.그는 “대형 약국에서 약사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고, 고객들과 대인 커뮤니케이션 등을 하면서 영업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며 “당시 외국계 제약사로는 유일하게 제네릭(복제약) 마케팅을 펼쳤던 산도스에서 연 매출 7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신장시키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이에 산도스의 첫 베트남 지사 설립 멤버로 뽑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파마노비아의 초대 한국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조직의 수장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어 메디라마에서는 신약 개발 전략을 컨설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커머셜 오퍼레이션 총괄(COO)을 지냈다. 디티앤씨 바이오그룹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임 사장에게 비임상과 임상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겼다. 바이오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할 적임자로 박채규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교감을 중시하는 임 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후발주자로서 고객사와 신뢰를 쌓는 것부터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당장의 회사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관련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FDA는 잘만 활용하면 되게 도움이 되는 규제 기관이다. 디티앤씨알오가 일종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자처하면서 고객사에 FDA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미국의 파트너사인 래디우스 리서치와 연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래디우스 리서치와 고객사가 직접 계약을 하는 시스템이라 당장은 디티앤씨알오가 돈을 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와 과정을 통해 내실을 쌓고 있고, 언젠가는 자력갱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격변기’ 어려울수록 베팅 필수 그룹 전략기획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홍보다. 무엇보다 고객사에 디티앤씨알오의 풀라인업 서비스를 알리는 게 급선무다. 바이오그룹은 ▲CRO를 담당하는 디티앤씨알오 ▲비임상·임상 검체분석 및 임상시험 지원을 수행하는 휴사이언스 ▲임상 및 비임상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업체 세이프소프트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다. 이를 위해 임 사장은 여전히 전통의 PR(Public Relations)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 직장 생활을 할 때 PR은 ‘피터지게 알려라’의 줄임말로 통용됐다. 요즘 방식은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려라’로 바뀌었는데 현재 그룹의 기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전략”이라고 피력했다. 최근 약가 인하 이슈로 CRO의 업황이 좋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3상 면제 현실화 등 글로벌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격변기이기도 하다. 바이오텍들이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부터 줄이면서 CRO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실을 다지며 기회를 엿본다는 입장이다. 디티앤씨알오가 지난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약동학(PK)·약력학(PD) 센터를 개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사장은 “고객들이 요청할 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막상 준비하려면 돈도 시간도 사람도 들어가기 때문에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래도 미래의 기회를 위해 임상시험과 인허가 컨설팅까지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각국의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고 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일본·동유럽·태국 등에 파트너사를 두고 있다.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최대한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입장”이라며 “이후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지사 설립 등 직접적인 진출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디티앤씨알오는 임 사장의 합류 이후 비임상사업부의 수주 건수가 지난해 약 300건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 최근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에서 신약개발을 총괄했던 한태동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임 사장은 “임상과 비임상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통합 연구 서비스 역량이 강화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CRO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임 사장은 “초기 임상 수행을 포함해 우리의 성공 포트폴리오를 3년 내 만들어내는 게 전략기획실의 중대한 목표”라며 “능력 자체로 드러나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된다는 일념으로 좋아하고 잘했던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며 굳센 의지를 드러냈다.

2026.04.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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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웨이브 확산’과 함께 활발해진 CJ 이재현의 행보

산업 일반

‘K컬처’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면서 CJ그룹의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친화적인 현장 경영을 펼치면서 ‘작은 성공’과 ‘작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K컬처가 세계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점이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재현식 소통과 현장 미팅 경영 “회장님이 아니라 ‘이재현님’으로 소통하러 온 것이니 딱딱하게 부르지 말아달라.”최근 이 회장이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추구하는 대화 방식이다. 현장 경영에서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계열사 산하의 식당을 방문할 때도 이런 소통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9일 손자의 손을 잡고 서울 종로구의 몽중헌 광화문점을 찾았다. 장남 이선호 CJ미래기획그룹장 부부와 김희재 여사 그리고 손자 2명과 함께 매장을 방문해 저녁 식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었지만 실제 가족 단위가 많이 오는 신규 매장에서 외식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지난해 11월 광화문점으로 확장 이전한 곳이다. 새롭게 단장한 매장에 실제 가족 단위의 고객처럼 방문한 이 회장은 “외식 역량이 많이 향상됐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3월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올리페페에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딸인 손녀 등과 함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페페는 지난해 12월 CJ푸드빌이 선보인 새로운 이탈리안 비스트로 브랜드다. 이 회장은 가족들과 새로 오픈한 매장에서 손님처럼 메뉴·구성·서비스 등을 직접 느껴본 뒤 피드백을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현님’으로 소통하는 공식적인 현장 경영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현장 미팅인 ‘무닝 유닛’(Moving Unit)을 통해 젊은 임직원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무빙 유닛은 ‘조직을 변화시키고 CJ를 움직이는 작은 단위’라는 의미를 지닌다.무빙 유닛은 각 계열사에서 ‘작은 성공’을 이뤄낸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 커머스 부문·티빙·CJ프레시웨이·CJ 4D플렉스 등 계열사의 실무 인력 20~30명을 만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계열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낸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미팅이 이뤄져 전사 단위의 ‘현장 경영’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보고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고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라 동기부여가 돼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현장 미팅 경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성공이 큰 변화의 물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하고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며 “큰 성과는 늘 현장의 작은 조직에서 시작된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절실함으로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가며 큰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대서 ‘K컬처’ 선도 메시지 CJ그룹의 뷰티 부문을 담당하는 올리브영은 오는 5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까지 2개 매장을 미국에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K뷰티의 최전선에 나서는 올리브영의 경쟁력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3월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과 함께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을 방문했다. 이곳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아 올리브영이 글로벌 수요를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오픈할 미국의 매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는 매장이다. 이 회장은 실제로 마스크와 선크림 등을 구매하며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올리브영의 미국 매장이 글로벌 성패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운영 현황과 고객 편의 요소를 점검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팩 특화 공간 ‘마스크 라이브러리’를 점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이처럼 지속가능한 K뷰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크림 제품 진열 공간에서는 “달바 등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올리브영은 CJ그룹에서 가장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계열사다. 지난 2022년 매출 2조7809억원에서 2025년 5조8539억원으로 3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14억원에서 7328억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K뷰티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이 회장이 5월 오픈을 겨냥해 미국의 올리브영 매장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식품, CJ대한통운이 물류의 선봉장이라면 올리브영은 뷰티의 영토 확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현 회장의 현장 방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K라이프스타일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메시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CJ그룹은 국내 경기 위축으로 내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마침 글로벌 시장은 K컬처의 확장으로 기회의 장이 열렸다. K라이프스타일에 강점을 갖고 있는 CJ로서는 더없이 좋은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이 회장이 예전보다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치는 등 임직원들과 소통 확대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전방위로 확산하는 K웨이브를 놓치지 말고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현지화와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도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6.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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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방치'와 '굴림' 사이...'20년 직장동기 계좌' 열어보니

재테크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20년차 직장인 A씨와 B씨는 입사 동기다. 같은 부서에서 비슷한 연봉을 받아왔고, 퇴직연금 적립액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두 사람이 확인한 퇴직연금 잔고는 예상 밖의 격차를 보였다.A씨는 입사 이후 단 한 번도 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그대로 둔 채 “손실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실상 방치해왔다. 반면 B씨는 주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하며 TDF(타깃데이트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해 운용했다.그 결과 20년 뒤 A씨의 수익률은 연 2~3% 수준에 머문 반면, B씨는 연 5~6%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결국 A씨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억원 수준에 그친 반면, B씨는 최대 1억4000만원을 넘어섰다. 수익률 차이는 3%포인트(p)에 불과했지만, 누적 자산 격차는 3000만~4000만원까지 벌어졌다.국내 퇴직연금의 상당수는 여전히 ‘방치된 자산’ 상태에 머물러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70~80%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됐다. 가입자 수익률은 2~4% 구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투자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예금 수준의 운용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최근 1년 기준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증권사 약 16%대, 은행 14%대, 보험 13%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계좌 안에서도 상품 선택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최대 5배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가입자가 어떤 투자형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2%대에서 16%대로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위 사례에서 B씨의 수익률이 10%를 넘었다면 두 사람의 적립금 격차는 억 단위로 확대된다. 결국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노후에 쥐는 자산 규모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무엇을 살까보다 어떻게 나눌까”…핵심은 자산배분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결심해도 고민은 이어진다. ‘도대체 어떻게 굴려야 하지?’라는 질문은 곧 ‘그래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데?’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유망 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김승환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압구정WM WM3팀장 수석매니저는 “최근 PB센터를 통한 퇴직연금 운용은 주식 중심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랩(wrap) ETF와 국내 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로봇, AI 등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자산을 주식 투자처럼 ‘특정 섹터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한다. 장기 투자 자산인 만큼 ‘유망 종목 선택’보다 ‘자산배분’에서 수익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특정 ETF나 유망 펀드를 고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산배분”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예측하기보다 분산 투자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초보 투자자라면 S&P500이나 코스피 등 지수형 상품처럼 시장 전반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시장을 예측하거나 타인의 투자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이해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주리 삼성증권 연금PB2센터 센터장 역시 연금 자산 운용에서는 단기 대응보다 ‘구조적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며 ‘코어 앤 새틀라이트’(Core & Satellite) 전략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이 센터장은 전체 자산의 70~80%는 시장을 대표하는 인덱스 상품에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500, KOSPI200, NASDAQ100 등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통해 계좌의 ‘뼈대’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이어 “나머지 20~30%는 AI, 혁신 기술, 에너지 전환 등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테마나 성장주에 투자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플러스 알파’를 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 퇴직연금, 왜 모르고 있었지?” Q&A Q. 퇴직연금, 중간에 갈아탈 수 있나요?내가 다니는 회사와 계약한 금융사 내에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기존처럼 펀드를 매도해 현금화할 필요 없이 보유 상품 그대로 이전할 수 있다. 다만 회사가 지정한 구조(DB·DC)에 따라 일부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갈아타려는 금융사에 이전 신청을 하면 금융사 간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된다.Q. 투자상품 비중은 마음대로 늘릴 수 있나요?아니다. DC형·IRP 계좌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최대 70%로 제한된다. 나머지 30%는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70%)과 안전자산(30%) 구조가 기본이다.Q. ETF나 TDF는 어떻게 투자하나요?DC형 또는 IRP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다. ETF는 주식처럼 직접 매매하고, TDF는 펀드 형태로 가입한다.Q. TDF는 무엇이고 어떻게 운용되나요?TDF(Target Date Fund)는 은퇴 시점(예: 2045년)에 맞춰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다.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구조로 운용된다. 투자자가 직접 자산배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특징이다.Q. 리밸런싱은 꼭 해야 하나요? 언제 하나요?연 1~2회 점검하거나, 자산 비중이 목표 대비 5~10% 이상 벗어났을 때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 타이밍보다 비중 유지가 더 중요하다.Q. 수익률은 어디서 확인하나요?금융사 앱 ‘퇴직연금 계좌’ 메뉴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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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가 못하는 시장, 섬에어가 채운다 [이코노 인터뷰]

항공

국내에는 공항이 15곳이나 있다. 숫자만 보면 꽤 촘촘해 보인다. 국제선을 운영하는 공항만 8곳(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 나머지 7곳은 국내선 전용(울산·광주·여수·포항경주·사천·군산·원주)이다. 국토 면적 대비 공항 밀도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얼핏 보면 한국은 지역 간 이동이 항공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 여전히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공항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항과 공항을 잇는 노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간극에서 기회를 발견한 사람이 있다. 바로 최용덕 섬에어 대표다. 그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공항은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연결이다.” RAM은 LCC와 경쟁 관계일까최용덕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두 산업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한다. 겉으로 보면 모두 소형 항공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익 구조 ▲노선 전략 ▲기재 운용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섬에어는 RAM 사업자다. 지역 거점을 항공으로 연결하는 이동 체계로, 철도망에 비유하면 한국고속철도(KTX)가 주요 역을 잇는 역할과 유사하다. 다만 기차역 대신 공항과 공항을 연결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 대표는 이 구조가 LCC와 충돌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그는 “국내선은 대부분 비행이 1시간 이내라 LCC의 보잉 737(중형 항공기)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단거리 노선을 RAM이 맡아 인천공항과 연결하면, LCC가 담당하는 국제선과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면 국제선 이용 편의성도 크게 높아진다”고 덧붙였다.단거리 특화 구조인 만큼 기재 선택도 다르다. 섬에어가 도입 중인 에이티아르(ATR·프랑스-이탈리아 합작 항공기 제조사)의 ATR72-600은 70석급 터보프롭 항공기로, 2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어 지방공항과 도서 지역 운항에 적합한 점도 강점이다.최 대표는 “기종이 다양해지면 정비와 운항, 인력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ATR 단일 기종 중심으로 기단을 구성해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ATR 본사 파견 정비사가 상주하고 있어 제작사와 긴밀히 협력하며 초기 운항 안정성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 그 이상의 가치물론 LCC와 역할이 다르다고 해서 수익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수익 구조다. 최 대표 역시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그는 지방 노선을 ‘돈이 안 되는 노선’으로 단정하지도, 그렇다고 낙관적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대신 냉정하게 데이터를 분석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방 노선의 경우 탑승률이 70~80% 수준은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총 72석 기준으로 약 58석 이상이 채워져야 한다는 계산이다.이를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간 차량 이동 수요와 대중교통 연결성 데이터를 장기간 분석했다. 그 결과 광주~부산, 군산~부산처럼 이동 시간은 길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부족한 구간이 적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개별 수요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노선이 누적되면 지역 항공사에 충분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최 대표는 “KTX로도 3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들이 존재한다”며 “철도보다 공항 접근성이 더 나은 지역을 중심으로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선 분석 과정에서는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계량적 데이터에 기반해 접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그가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노선은 울릉도다. 섬에어의 사업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울릉공항 개항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울릉도 노선은 단순한 관광 수요를 넘어 주민 이동권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최 대표는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울릉도 연간 방문객을 약 1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울릉도 주민들에게 항공은 사실상 필수 교통수단인 만큼, 해상 교통처럼 일정 수준의 공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섬에어는 환자 이송 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에어 앰뷸런스 병상 탑재가 가능한 기재는 2028년 도입 예정이며, 현재 계약한 항공기 8대도 향후 의료 이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릉공항 개항 시점에 맞춰 도서 지역 응급 수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나아가 섬에어는 울릉도를 넘어 백령도·흑산도·대마도 등 다양한 도서 지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철도 접근이 어렵거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항공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역 항공의 본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함께할 인재들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그는 “기존 질서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해법을 스스로 찾고 실행할 수 있는 개척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26.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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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데이터가 금맥…테슬라 겨냥한 쏘카, 내비 벗어난 티맵

IT 일반

국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들이 금맥으로 부상한 주행 데이터를 앞세워 신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카셰어링(차량 공유)으로 쌓은 사고 데이터로 테슬라식 자율주행 구조를 국내에서 재현하겠다는 ‘쏘카’와 내비게이션을 넘어 데이터·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며 첫 연간 흑자를 낸 ‘티맵모빌리티’가 각자의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 회사가 걷는 길의 결은 다르지만, 실도로 주행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 기회의 원천이 된다는 인식만큼은 궤를 같이한다.쏘카의 무기 ‘사고 데이터’업계에 따르면 쏘카와 티맵모빌리티는 각각 강점인 카셰어링과 내비게이션 영역에서 축적한 데이터 기반 신사업으로 ‘제2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쏘카는 카셰어링 시장에서 굳게 다진 입지를 발판 삼아 해외에서 개화기에 돌입한 자율주행 생태계를 정조준했다. 앞으로의 3년이 한국이 자율주행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전담팀을 가동해 밑거름이 될 데이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은 폭발적 성장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로보택시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약 1680억달러(약 240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은 특히 주목해야 할 분기점으로, 그동안 제한된 지역에서 진행되던 파일럿 테스트를 넘어 대규모 상용화로 전환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이런 격동의 시기에 쏘카는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플레이어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재웅 전 대표가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의장으로 6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올해 1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이동TF를 신설했다. 쏘카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사업 전략 업무를 맡아온 장혁 TF장에게 운전대를 맡겼다.쏘카가 자신감을 가지는 배경에는 전국 2만5000대의 차량이 하루 110만㎞를 주행하며 쌓는 데이터에 있다. 쏘카 차량에는 자체 텔레매틱스 단말기(STS)와 전후방 2채널 블랙박스가 장착돼 속도·조향·브레이크 등 100개 이상의 차량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중앙 서버에 전송된다.이 중에서도 연간 4만건 이상 쌓이는 사고 데이터가 차별화 무기다. 현재까지 8.8TB(테라바이트)에 해당하는 22만건의 관련 데이터를 확보했다. 시뮬레이션으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진짜’ 위험 상황에 자율주행 모델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뼈대가 된다.쏘카 관계자는 “완성차 브랜드나 차량 호출 플랫폼도 도로를 달리는 수백만대의 차에서 데이터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며 “쏘카는 대여형 자동차 사업자로 시장에 발을 들여 창업 때부터 차량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고 자신했다. 직접 차량을 보유한 카셰어링 구조가 경쟁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이 관계자는 또 “자율주행을 완성하는 건 롱테일 시나리오(희귀 사례 집합)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엣지 케이스(돌발 상황)가 꼭 필요하다”며 “쏘카만큼 엣지 케이스를 보유한 기업은 없다”고 강조했다.쏘카는 이 데이터를 AI 학습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3단계 파이프라인도 구축했다. ▲번호판과 얼굴 정보를 지우는 익명화 ▲블랙박스 영상과 텔레매틱스 데이터의 시간을 일치시키는 타임 싱크 ▲VLM(비전-언어 모델) 기반으로 주행 상황을 자동 분류하는 태깅 단계를 거쳐 학습용 데이터가 완성된다.쏘카 관계자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익명화하고 정제해 AI 학습에 투입하는 파이프라인 구조를 완성했다. 테슬라를 경쟁자로 지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쏘카는 한국의 도로 상황과 운전 문화에 특화한 데이터로 테슬라에 맞설 방침이다. 라이다와 카메라 7대를 탑재한 ‘풀 센서킷’ 차량 프로토타입 1대를 이미 서울숲·본사 일대에서 시험 운행 중이며, 이를 최대 10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쏘카 측은 “센서가 달린 차량은 외관이 일반 쏘카와 달라 이용자에게 불편함이 있을 수 있어 요금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서비스 방향에 대해서는 “카셰어링이든 로보택시든 결국 운전자를 걷어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첫 연간 흑자 달성한 티맵티맵모빌리티는 자율주행 시장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20년 이상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며 모은 방대한 행태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는 목표를 세웠다.이런 데이터·AI 플랫폼 전환 노력의 성과로 2025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실적을 견인한 모빌리티 데이터 및 솔루션 부문 매출이 35.8% 뛰었다. 완성차 탑재 내비게이션인 ‘티맵 오토’는 4월 누적 탑재 100만대를 돌파했다. 내비게이션 솔루션을 완성차에 처음 공급한 지 14년 만이다. 볼보·BMW·메르세데스-벤츠·BYD 등 국내외 20개 이상의 브랜드가 채택했다.티맵모빌리티의 데이터 사업 경쟁력은 2600만명의 누적 사용자와 45만3217㎞의 도로 커버리지에서 비롯된다. 단순 도로 정보를 넘어 운전 습관·이동 경로·장소 이용 패턴 등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축적된 행태 데이터가 핵심 자산이다. 운전점수·보험 연계 등 주행 기반 서비스가 결합된 플랫폼 구조가 형성돼 서비스 신뢰도와 사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서비스 내 AI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도로 사진·영상에서 제한 속도·주정차 금지 등 표지 정보를 AI가 추출해 지도에 반영하고 AI 에이전트를 출시했더니 AI 서비스 트래픽이 지난해 3분기 244만명에서 4분기 515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내년에는 건물과 도로의 고도까지 정밀하게 표현하는 ‘풀 3D 내비게이션’과 차선 단위 교통 정보 안내 기능을 론칭할 예정이다.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실제 도로 환경에서 검증된 데이터 신뢰성과 알고리즘 경쟁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AI 기술 고도화로 사용자 경험과 산업 활용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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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기금화’ 추진…가입자에게 뭐가 달라지나

증권 일반

“직접 굴리기 어려웠는데 맡길 수 있다면 좋지만, 수익이나 손실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건 똑같은 것 아닌가요.”퇴직연금 ‘기금형’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입자 체감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인이 상품을 직접 선택해 운용하던 기존 구조에 더해, 자산을 하나로 모아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전문기관이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 도입될 경우 연금 운용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퇴직연금 기금화는 투자 판단 부담을 낮추고 장기적인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자산이 시장에 투자되는 구조인 만큼 손실 가능성 역시 그대로 수반된다는 점에서 가입자 입장에서는 득실이 엇갈린다. 특히 기금형은 개별 투자 판단 대신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가 자동화되는 구조인 만큼 단기 변동성에 대한 대응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운용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를 직접 통제하거나 조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기금형, ‘수익률 끌어올리기’ 가능할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을 합산해 496조원을 넘어섰다. 외형상으로는 사실상 500조원에 근접한 초대형 노후자산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그러나 성과 측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DB형 원리금보장 상품은 연 2~3% 수준에 머물렀고, DC형 실적배당 상품 역시 3~7% 범위에 그쳤다. 자산 규모는 빠르게 불어났지만, 운용 효율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기금형은 개별 기업과 금융사 간 계약이 아닌, 복수의 기업 적립금을 모아 전문기관이 펀드형태로 이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같은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수익률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퇴직연금 기금형은 본질적으로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과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공적연금은 강제성을 띄면서 책임 주체가 국가이지만 퇴직연금 기금형은 가입자 선택을 전제로 한 적립식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운용 방식은 집합화되지만 책임과 수익은 여전히 개인에게 귀속되는 ‘투자형 기금’ 성격을 띈다. 연금의 특성상 ‘고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점도 기금형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자산 증식이 핵심인데, 현재 구조에서는 일부 계좌를 제외하면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는 문제가 있다”며 “기금형은 전체 가입자의 수익률 하방을 끌어올릴 수 있고 분산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개별 운용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제도 방향성 자체는 점차 좁혀지는 분위기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익률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강제 편입’이 아닌 가입자 선택형 구조를 유력한 시나리오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기존 금융사 운용을 유지할지, 기금형으로 이동할지를 직접 결정하도록 하되, 필요할 경우 디폴트옵션(자동 편입)을 병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는 퇴직연금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방치 운용’을 개선하면서도 시장 반발을 줄이기 위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가입자 이동이 제한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선택형으로 기금형이 도입된다고 하면 가입자들이 당장 무조건 갈아탈 이유는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기존 상품과 기금형 간 수익률을 비교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재산권·손실 리스크 쟁점…시장 내 시각 엇갈려퇴직연금 ‘기금형’ 도입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제도 윤곽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손실 발생 시 책임 구조 및 수익률 제고와 안정성 사이의 균형 등 핵심 쟁점에서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금융회사들이 운용 중인 약 500조원 규모 시장과의 충돌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성과 책임 문제도 쟁점이다. 기금형도 결국 시장에 투자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와 달리, 기금형에서는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실제 국회 국민청원에서도 반대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금형처럼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구조에서는 금융위기와 같은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전체 수익률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개별 계좌가 아닌 하나의 기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시장 하락 국면에서는 손실이 집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청원인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공단 형태로 통합 운용하는 것은 재산권과 선택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운용이 집중될수록 정책 개입이나 판단 오류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6.04.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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