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최악’이라던 한·중 관계, 개선될 일만 남았다?[특파원 리포트]
- 이재명 대통령 당선, 시진핑과 통화 등 긍정적 분위기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서 사실상 中 배제…관계 악화
中, 美와 갈등 속 韓과 협력 원해…실리 챙길 기회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이명철 이데일리 베이징 특파원] 조기 대선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던 6월 6일 상하이의 한 관광지, 여행객 대상으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한 가게 벽면에 안경을 쓴 모습의 익숙한 한국인 그림이 보였다. “저 사람은 누구를 그린 것인가”하고 물으니 가게 주인은 멋쩍게 웃으며 “리짜이밍(이재명)”이라고 답했다.
그림 옆에는 바로 전날인 5일 그림을 그렸다는 도장이 찍혀있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로 발 빠르게 이재명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 넣은 것이다. 상하이 작은 가게까지 퍼진 한국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던 일화다.
시진핑 “양국 협력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중국인들은 자국 정치에 무심한 편(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이지만, 외국 정치 상황엔 관심이 많다. 처음 베이징에 왔을 때 만났던 한 택시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교도소에 있나”라고 대뜸 물어보기도 할 만큼 이웃나라인 한국 대통령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거쳐 이번 대선까지 약 6개월간 계속된 정쟁은 중국에서도 화제였다. 만나는 중국인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에 궁금해 했고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도 묻는 일도 많았다.
중국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다른 나라 내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으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발언을 삼갔으나 친중 성향을 지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를 내심 바라는 모습이었다. 비상계엄 당시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엔 ‘이재명’이란 키워드가 화제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탄핵 위기를 맞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중국을 정치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한층 커졌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2월 “한국 극우 보수 세력이 ‘중국의 (내정) 간섭’ 루머를 날조하고 있다”며 “값싼 정치적 묘기”라며 이례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사실상 ‘국민의힘=반중’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과 관계 개선이 요원해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4일부터 즉시 대통령으로 업무에 들어가면서 중국 측의 움직임도 기민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4일 오후 “한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 중·한 양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축전을 보냈다.
시 주석이 항상 한국 대통령 당선 당일 바로 축전을 보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3월 9일 열렸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을 때는 이틀 뒤인 11일에야 축전을 전달했다. 2022년 당시 윤석열 당선인과 시 주석의 전화 통화는 대선이 보름 정도 지난 3월 24일에야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엔 일주일여만인 6월 10일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가 연결됐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중은 떨어질 수 없는 이웃으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양국 우호 협력을 더욱 심화한다”고 화답하면서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용’ 내세운 이재명, 미·중 속 줄다리기 어떻게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윤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동안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이 대통령 체제에서는 균형 있는 외교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내내 강조했던 대중 외교 정책의 조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한국의 중국 외면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외교는 물론 정무 경험이 없는 윤 전 대통령의 서울대 동창인 정재호 서울대 교수를 중국 대사로 임명하면서 현지 불통 논란도 있었다.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급 인사와 재계 총수들은 공식적인 중국 방문을 최대한 삼갔으며 혹여나 불가피한 일정이 있으면 외부에 소식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다녀가는 게 관례가 됐다. 그럴수록 사실상 중국 내 외교 및 교류 활동은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이 이 대통령 취임을 내심 반기는 이유는 현재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와 관련 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 체제를 강화하는 데 노력했고 이는 중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중 관세 전쟁을 촉발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중국의 고민은 더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전 세계 무역 대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중국에는 100%대 관세를 물리면서 미·중 갈등이 폭발했다.
중국은 미국의 광범위한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편 반(反)미국 노선을 구축할 우호국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동남아시아 국가를 연이어 순방하고 중국과 중동·아프리카 국가 등과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밀접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중국에 중요한 일로 해석된다. 이미 한국 대상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하고 한·중 문화 교류 재개를 검토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과 관계 증진을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본격화하면 한·중 교류는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입장에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경제 안보 등 측면에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중국과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19.5%(1330억달러)로 미국(18.7%·1278억달러)을 앞선 1위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은 최근 이슈인 희토류를 비롯해 니켈이나 비료 등 핵심 자원 생산국이어서 산업 공급망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중국의 무비자 정책 후 상하이 등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은 국내 관광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중 교류도 현안이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한한령(중국의 한류 제한령) 해제 여부가 큰 관심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을 통해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외교 정책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 관세 협상이나 10월말 한국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가늠할 무대는 계속 마련된다. 미·중 패권 경쟁에 놓인 한국이 이런 이벤트에서 얼마나 실리를 취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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