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유리천장’ 금 간 은행권…씨티은행·토스뱅크, 여성 CEO의 힘
- [여성 리더십, 금융의 새 공식]②
유명순·이은미, ‘최초’ 수식어 넘어 실력으로 입증
여성 인재 육성 적극 나서고 회사 변화 이끌어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여성 리더십이 금융업계에서도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은행업처럼 보수적인 분야에서 여성 CEO의 등장은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씨티은행과 토스뱅크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과 이은미 토스뱅크 행장은 은행권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초의 벽’을 뚫은 유명순, 여성 인재 육성에 진심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출신의 유명순 행장은 2020년 11월,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씨티은행 최초이자 우리나라 민간은행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다. 당시만 해도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 행장은 구조조정과 소비자 보호 강화 등 민감한 사안에서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평가를 바꿔나갔다.
유 행장은 기업금융 분야 전문가다. 씨티은행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기업심사부 부장 ▲다국적 기업본부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을 지내고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씨티은행으로 돌아와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지내고 은행장에 올랐다.
특히 유 행장은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업금융 부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소매금융 철수 및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3119억원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4% 성장을 이끌어냈다.
유 행장은 여성 리더십 확대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YWCA연합회와 함께 개최한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유 행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여성지도자상을 통해 여성 리더의 노력을 지원하며, 앞으로도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단계별 여성 리더십 연수, 여성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핵심 인재 관리, 여성 인재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과 코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모기업인 씨티그룹 또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조직문화로 삼아 여성 인력 구성 및 경영 참여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얼리어답터’ 이은미, 재무관리 능력까지 두루 갖춰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탔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4년 3월, 신임 수장으로 이은미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 은행과 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인물로, 토스뱅크 출범 이후 첫 여성 대표이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최초의 여성 CEO다.
이 행장은 국내외 금융산업에서 폭넓은 경력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HSBC 홍콩 상업은행 CFO ▲HSBC 서울지점 부대표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CFO 등을 역임했다. 대구은행에 경영기획그룹장으로 합류해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하며 태스크포스팀 공동의장 역할도 수행했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이 행장은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라고 불린다는 후문이다. 최근 인공지능(AI) 활용 등에도 관심이 많아 갖가지 AI 활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회의 때면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지난 2021년 10월 설립된 토스뱅크는 지난 3년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며 금융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집중했다. 여성 CEO 영입 또한 토스뱅크 혁신에 힘을 보탰다. 이 결과 이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토스뱅크는 4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은행이 되는 것이 토스뱅크의 새로운 지향점”이라며 “최적화, 기술 내재화, 글로벌 확장을 통해 미래형 은행으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여성…구조적 한계도 여전
최근 금융권에서는 여성 CEO들이 성별이 아닌 능력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는 분위기다. 단순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넘어, 경영 전략과 실적 등 리더로서의 역량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여성 CEO들은 ‘여성 CEO’라는 틀에 갇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보다는, 능력을 인정 받아 해당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여성 리더들이 자리해 있지만, 인재 자원이 남성에 치우쳐 있는 구조적 한계도 여전하다. 은행권에서 40여 년간 경력을 쌓아온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이러한 실정에 공감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은 의사결정에 남성들이 주가 되는 흑역사가 있다”며 “여성 인재풀(자원)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고, 각 은행별 여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여성 수장이 많아 향후 인재풀(자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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