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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개척자에서 조력자로…금융권 여성들의 ‘연결고리’를 만나다

은행

서울 명동 인근 골목의 언덕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남산타워가 점차 가까워진다. 그 언덕 끝자락에는 ‘한국국제금융연수원’이 자리해 있다. 이 곳은 김상경 원장이 설립한 금융 교육기관으로, 그의 금융 철학과 여성 리더십이 뿌리내린 공간이다. 건물 앞마당은 김 원장이 직접 가꿨다. 다정하면서도 깔끔한 정원은 리더로서 그가 지녀온 태도와 닮아 있다. 국내 1세대 외환딜러로 화려하게 활동하다 금융 교육자로 변신하기까지, 국내 금융권 여성 리더십의 지평을 확장해온 과정을 들어봤다. “직장에서 늘 혼자” 1세대 여성 외환 딜러 후일담결혼이 여성 인생의 전부처럼 여겨지던 시절, 어머니가 금반지를 팔아 마련한 등록금으로 대학에 진학한 딸은 외국계 은행에서 타자를 치다 ‘외환 딜러’라는 낯선 직업에 도전했다. 국내 여성 외환딜러 1세대인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 원장의 얘기다.김 원장의 커리어 시작은 ‘금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제도사 아르바이트로 대학 학비를 충당했고, 이후 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1975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이직하며 금융업계에 발을 디뎠다. 1년 반 뒤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은행의 비서직으로 옮겼다. 당시 아멕스 상사가 그에게 외환딜러로 변신을 제의했다. 32살에 시작한 외환딜러 일은 고된 여정이었다. 김 원장은 “당시 딜러라는 직업이 국내 어느 은행에도 없어 배울 만한 곳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딜러는 걸으로 보여지는 것 만큼 멋지고 속 편한 직업이 아니었다”면서 “24시간 전세계 외환시장이 열려 있어 밤에도 일해야 했고, 해외 출장도 잦아 아이들 육아 문제가 걱정이었다”고 말했다.딜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여성 멘토도 없었다. 그는 “직장에서 여성으로서 늘 혼자였고 내 자신이 개척해야만 했다”며 “그러나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움이 없으셨던 어머니가 나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여…여성 네트워크의 시작15년의 딜러 생활 후, 김 원장은 멈춰 섰다. 그리고 1995년 자신이 대주주로 ‘한국국제금융연수원’을 설립했다. 그렇게 올해로 연수원은 30주년을 맞이했다. 김 원장은 “48세에 회사를 만들었다. 급변하는 국제금융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생각이었다”면서 “비록 교육사업이 수익 모델이 아니어서 썩 좋은 투자는 아니었지만 금융권 후배를 위해 가르침을 제공하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로서 또 다른 이정표도 세웠다. 2002년 크리스마스 이브, 국회에서 여성 금융인 관리자들이 참석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김 원장은 여성 관리자를 대표해 ‘금융 개방화 시대의 여성 금융인의 역할과 지위 개선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날 간담회에 참석한 23명의 여성 관리자들은 여성 금융인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뜻을 모았다. 이렇게 2003년 1월 ‘여성금융인네트워크’가 탄생했다. 김 원장은 “네트워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연결이 된다”면서 “남성들은 밥 먹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네트워킹 하는데, 여성들 또한 그런 네트워크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유리천장’보다 ‘유리벽’이 문제…글로벌 참고해야김 원장은 금융권 내에 존재하는 ‘유리벽’(Glass Wall) 문제를 지적한다. 유리벽이란 여성 인력들이 특정 부서에 머무르며 주요 직무에서 배제되는 일이 반복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핵심보직에 대한 접근 기회 부족, 비공식 네트워크에서 소외 등은 여성 인력 승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김 원장은 “여성들이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 부족이 아니고 ‘기회의 문’ 자체가 닫혀 있는 것”이라며 “금융권의 경력 경로에서의 출발선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정 위치를 넘어서면 여성은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경력이 정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한다. 해외 금융사들은 여성 임원 비율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승진 트랙에 있는 여성 인재에게 리더십 트레이닝·해외 파견 기회를 전략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2016년 영국 정부의 재무성이 주도한 ‘여성 금융인 헌장’(Women in Finance Charter)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여성 리더 비율 목표치를 설정해 외부에 공개하고 목표에 미달하면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김 원장은 “영국처럼 여성 리더십 확산을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는 여성 리더 확대를 금융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이자 국가 경쟁력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후배들에 “여왕벌 되지 말라” 조언 김 원장의 행보는 일관되게 ‘지속성’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여성 금융인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은 단발적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역량을 길러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연장선에서 그는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도 시작했다. 기업은행과 함께, 결혼이주여성과 그 2세를 대상으로 무역전문 인력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김 원장은 “참여자들은 총 132시간짜리 교육으로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취업 컨설팅도 제공한다”면서 “사회공헌의 중요한 것은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올해도 해당 프로젝트 2기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후배 여성 금융인을 위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원장은 “불공정한 대우에 좌절하지 말고, 실질적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왕벌이 되지 말라”면서 “잠재력 높은 여성 동료를 후원하고 성장하도록 조력 불공정한 대우에 전략적·건설적으로 대응해 커리어 목표를 회사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2025.07.21 09:00

4분 소요
‘유리천장’ 금 간 은행권…씨티은행·토스뱅크, 여성 CEO의 힘

은행

여성 리더십이 금융업계에서도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은행업처럼 보수적인 분야에서 여성 CEO의 등장은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씨티은행과 토스뱅크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과 이은미 토스뱅크 행장은 은행권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최초의 벽’을 뚫은 유명순, 여성 인재 육성에 진심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 출신의 유명순 행장은 2020년 11월,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씨티은행 최초이자 우리나라 민간은행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다. 당시만 해도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 행장은 구조조정과 소비자 보호 강화 등 민감한 사안에서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평가를 바꿔나갔다.유 행장은 기업금융 분야 전문가다. 씨티은행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기업심사부 부장 ▲다국적 기업본부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을 지내고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씨티은행으로 돌아와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지내고 은행장에 올랐다.특히 유 행장은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업금융 부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소매금융 철수 및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3119억원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4% 성장을 이끌어냈다. 유 행장은 여성 리더십 확대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YWCA연합회와 함께 개최한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유 행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여성지도자상을 통해 여성 리더의 노력을 지원하며, 앞으로도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단계별 여성 리더십 연수, 여성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핵심 인재 관리, 여성 인재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과 코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모기업인 씨티그룹 또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조직문화로 삼아 여성 인력 구성 및 경영 참여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왔다.‘얼리어답터’ 이은미, 재무관리 능력까지 두루 갖춰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탔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4년 3월, 신임 수장으로 이은미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 은행과 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인물로, 토스뱅크 출범 이후 첫 여성 대표이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최초의 여성 CEO다.이 행장은 국내외 금융산업에서 폭넓은 경력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HSBC 홍콩 상업은행 CFO ▲HSBC 서울지점 부대표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CFO 등을 역임했다. 대구은행에 경영기획그룹장으로 합류해 시중은행 전환을 주도하며 태스크포스팀 공동의장 역할도 수행했다.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이 행장은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라고 불린다는 후문이다. 최근 인공지능(AI) 활용 등에도 관심이 많아 갖가지 AI 활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회의 때면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지난 2021년 10월 설립된 토스뱅크는 지난 3년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며 금융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집중했다. 여성 CEO 영입 또한 토스뱅크 혁신에 힘을 보탰다. 이 결과 이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토스뱅크는 4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은행이 되는 것이 토스뱅크의 새로운 지향점”이라며 “최적화, 기술 내재화, 글로벌 확장을 통해 미래형 은행으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여성…구조적 한계도 여전최근 금융권에서는 여성 CEO들이 성별이 아닌 능력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는 분위기다. 단순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넘어, 경영 전략과 실적 등 리더로서의 역량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여성 CEO들은 ‘여성 CEO’라는 틀에 갇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보다는, 능력을 인정 받아 해당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이처럼 금융권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여성 리더들이 자리해 있지만, 인재 자원이 남성에 치우쳐 있는 구조적 한계도 여전하다. 은행권에서 40여 년간 경력을 쌓아온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이러한 실정에 공감하고 있다.조 회장은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은 의사결정에 남성들이 주가 되는 흑역사가 있다”며 “여성 인재풀(자원)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고, 각 은행별 여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여성 수장이 많아 향후 인재풀(자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5.07.21 08:00

3분 소요
4대 금융, 여성 경영진 비율 한자릿 수…육성 방안은?

은행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여성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여성 경영진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4대금융, 경영진 중 여성 비율 8.8%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금융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금융사의 경영진 중 여성 비율은 평균 8.8%에 불과했다. 각 그룹별로는 우리금융이 11.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신한금융 10.2% ▲KB금융 8.8% ▲하나금융 5.02% 순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2023년 말 여성 경영진 비율이 5.6%였는데, 지난해에는 5.02%로 오히려 감소했다.금융권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99개 금융회사에서 등기임원 682명 가운데 여성은 96명(14%)에 그쳤다. 특히 은행 가운데 부산·전북·광주·수협·산업·케이뱅크 등 6곳은 등기임원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었다.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다양성’을 내세우는 선언과 현실 사이의 간극도 뚜렷하다. 오희정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금융회사에서 여성들의 승진이 차별받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상 이사회 성별 구성 특례 기준을 자산총액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노르웨이·프랑스·벨기에·독일 등에서 시행 중인 여성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리천장 깨자”…금융사, 가지각색 육성 프로그램주요 금융사들은 여성 인력 육성과 승진 기회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이나 멘토링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관리자 비율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안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유리천장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KB금융은 작년 말 8.8%인 여성 경영진 비율을 2027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WE(Womans Empowerment) STAR’ 제도를 운영해 여성인재 및 리더를 육성 중이다. 그룹 공동으로 진행하는 ‘KB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는 임원들이 멘토가 돼 신임 여성 부점장을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다. 신한금융은 작년 말 10.2%인 여성 경영진 비율을 2030년에는 1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부서장 비중 또한 2024년 말 기준 18.2%에서 2030년에는 25%까지 높일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2018년부터 여성 리더 육성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운영해왔고, 지난해까지 여성 리더 총 331명을 배출했다. 하나금융은 여성 관리자 비율을 30% 달성할 계획이다. 2024년 말 기준 여성 관리자 비율은 26.55%다. 하나금융은 여성 리더를 적극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지주 하나문화 리더십 센터에서 운영하는 그룹 공통연수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으로, 매년 그룹 내 부점장급 직원 중 약 30명의 예비 여성 리더를 선발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총 120명의 직원이 수료했으며, 2030년까지 누적 300명 양성이 목표다. 우리금융은 여성 경영진 비율을 작년 말 11%에서 2030년에는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우리금융은 모든 임직원이 성별에 관계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양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2023년 5월 ‘우리금융그룹 성 다양성 목표’를 수립했다. 또한 2024년 ‘여성 RM(영업관리자) 간담회’, 2025년 상반기 ‘그룹 여성 리더 네트워킹 데이’ 등을 진행해 여성 리더 육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이제는 다양성 포용과 여성 유리천장 이슈가 이미 많이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인력 파이프라인 곳곳에서 여성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과도한 낙관”이라면서 “국가·기업·개인이 제도적 차원, 인식개선 등으로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5.07.21 07:00

3분 소요
불확실성의 시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방법 [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이자 베스트셀러 ‘린 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Eric Ries)는 스타트업을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도록 설계된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처럼 스타트업은 뚜렷한 수요나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며, 시장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불확실성은 창업 후 일정 시점까지 자금이 바닥나는 구간,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로 이어진다. 통계에 따르면, 이 고비를 넘겨 3년 이상 생존하는 스타트업은 10%에 불과하다.죽음의 계곡을 버텨내기 위해 외부 투자유치는 필수불가결하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전까지,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자금에 의존해 인력과 인프라를 확보하여 운영하며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유치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2023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은 전년 대비 약 53% 감소했고, 투자 건수는 36% 줄었다. 2024년에 투자금 규모는 소폭 회복됐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의 18.6%에 그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초기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하며 시장의 보수적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이처럼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존재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확보한 팀이었다. 투자자는 리스크를 감수하지만, 아무 근거 없는 희망에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다음의 질문에 잘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아이디어가 아닌 실행력 증명해야 투자자는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에 투자한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팀이 실제로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실행력은 단순한 추진력 이상의 개념이다. ▲기술 구현 능력 ▲일정 준수 ▲문제 해결 역량 ▲자원 동원 능력 ▲팀워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스타트업은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말보다 “우리는 이미 이것을 해왔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최소기능제품(MVP)의 개발 여부 ▲초기 사용자 피드백 ▲PoC(개념검증) ▲파일럿 테스트 등의 실적은 실행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다.실행력은 단기적인 성과 이상의 의미도 갖는다. 투자자들은 종종 “이 팀이라면 뭘 맡겨도 결국 해낼 것 같다”는 생존력을 원한다. 환경이 바뀌고, 전략이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도 결국엔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과를 만들어낼 것 같은 팀. 어떤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은 숫자 이상의 신뢰를 준다.과거의 말과 현재의 결과 사이에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이 팀은 자신들이 한 말을 실제로 해낸다”는 증거가 쌓일수록, 투자자는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실행해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물고기 있는 곳에서 낚시해야...시장성 증명해야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의 수요가 없다면 사업은 실패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시장성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신선함이나 독창성보다, 누가 왜 이 제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스타트업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잘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미리 입증해야 한다. ▲잠재 고객 대상 설문조사 ▲인터뷰 ▲프로토타입 기반 유료 테스트 ▲베타버전의 사용자 반응 및 리텐션 지표 등은 이를 입증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투자자는 이런 자료를 통해, 아직 출시 전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실제 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또한 전체 시장 규모(TAM)·유효 시장 규모(SAM)·확보 가능 시장 규모(SOM) 분석을 통해 시장 규모를 수치화하고 경쟁사를 분석해 시장 내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자료는 단지 보고용이 아니라, “이 시장이 존재하며 우리는 그 안에서 이 지점을 노리고 있다”는 전략을 뒷받침하는 근거다.아무리 정교한 낚시 도구를 만들어도, 물속에 물고기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뛰어난 낚시꾼은 정교한 장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물고기가 실제로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마찬가지로 시장성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실제 수요가 있는 지점을 발견해내는 능력이다.특히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핵심 자산이 된다. 실제 고객이 존재하고, 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제품이 설계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시장성과 관련된 핵심 신뢰 요건이 된다.생존 넘어 ‘폭발적 성장’ 가능 여부 보여줘야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다. 그렇기에 투자자들은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이 기대 수익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제품 생산과 마케팅이 본격화되었을 때 급격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투자 이후 급격한 확장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가 투자 유인의 핵심이다.이를 위해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증명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J커브형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인지 여부는 가장 핵심적인 평가 기준 중 하나다. 고객 수 증가에 따라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동시에 비용은 일정 수준 이하로 효율적으로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초기 시장을 신속하게 선점할 수 있는 역량 역시 중요하다. 이는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고,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중요한 설득 요소가 된다. 즉, 단순한 ‘확장 가능성’의 언급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확장 범위의 유연성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규모의 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은 인구 구조상 내수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 수출 가능성이나 해외 진출을 통한 스케일업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지역, 국가 혹은 유사 산업군에서도 자연스럽게 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투자자의 판단 핵심 기준이다. 하지만 빠른 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가치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에서 나온다. ▲기술력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고객 라인 구조 ▲규제적 진입장벽 등은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요소다. 스타트업은 자신이 가진 경쟁력이 단기적인 ‘속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우위에 기반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투자를 만든다지금의 투자 시장은 여러모로 ‘빙하기’에 가깝다. ▲고금리 ▲경기 침체 ▲투자 회수 환경의 악화 ▲특정 분야로의 쏠림 등으로 초기 스타트업은 더욱 어려운 경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기업은 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 속에서 신뢰를 만들고, 예측 가능성을 제시하며, 확실한 수요와 실행력을 보여주는 팀이다. 투자자는 결국 “이 팀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신을 원한다. 그 확신은 말이 아니라 행동, 가설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 아니라 근거로부터 생긴다.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숫자를 예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해내고 있다”는 현실적인 증거를 하나씩 쌓아가는 일이다. 그 증거들이 모여 결국 투자를 만든다.

2025.07.20 10:00

5분 소요
삼성, 젤스 인수하고 헬스케어 선점하지만...“韓 갤럭시에겐 먼 이야기”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인수·합병(M&A)에 신중하기로 잘 알려진 삼성이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를 인수하면서다. 삼성이 인수를 결정한 젤스는 2016년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병원 그룹인 프로비던스 헬스 시스템에서 파생돼 설립된 기업으로, 현재 미국 내 병원 500여 곳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70여 곳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젤스는 프로비던스 헬스 시스템을 비롯해 애드버케이트 헬스, 배너 헬스 등 미국 내 주요 대형 병원 그룹과 계약을 맺고 있다. 젤스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환자에게 처방·추천할 수 있게 하고, 환자의 건강상태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삼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이 같은 젤스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갤럭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로 구현할 계획이다. 사실 삼성은 이미 갤럭시의 ‘삼성헬스’ 기능으로 갤럭시 사용자가 스스로 개인의 건강을 관리할 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이를 스스로 판단해 관리하는 형태에 그쳤다면, 이제는 전문 의료 서비스와 연결하는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구현하게 되는 것이다. 관련 서비스는 연내 젤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후 내년부터 기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소식을 알리며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삼성전자는 혁신 기술과 업계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며 “젤스의 폭넓은 헬스케어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더해 초개인화된 예방 중심 케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맥쉐리 젤스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젤스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진정한 커넥티드 케어를 구현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한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된 생체 데이터가 병원의 의료기록과 결합됨으로써 환자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가능성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삼성은 미래형 헬스케어 서비스의 본격적인 첫 시작으로, ‘인공지능(AI) 헬스코치’ 베타 버전을 미국에 올해 안으로 선보일 것을 발표하기도 했다. AI 헬스코치는 기존 갤럭시 기능인 삼성헬스을 활용한 버전으로, AI가 삼성헬스에 저장된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추천하는 의료진의 지침을 제공하고, 또 지침을 사용자가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갤럭시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크게 수면·영양·활동·스트레스 등 4가지 분야로 지표를 나눠 사용자의 건강을 분석하고 관리한다. 해당 서비스는 기존 삼성헬스가 무료인 것처럼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애플도 내년 출시 준비하는 AI 헬스케어 시장 삼성이 뛰어든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은 애플도 세심하게 준비하는 시장이다. 애플 역시 10년 이상 앱(애플리케이션) ‘건강’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이에 삼성처럼 AI 기능을 더한 헬스케어 서비스인 ‘멀베리’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능은 삼성의 AI 헬스코치와 비슷하다. 기존 건강 앱에 축적된 정보를 AI로 분석해 사용자에게 개인화코칭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역시도 예방 조치에 초점을 둬, 조언을 주는 형식으로 디자인된다. 삼성과 애플이 앞다퉈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매해 시장의 커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기에, 스마트폰 서비스 중 헬스케어 기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실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매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올해 2668억 달러(약 370조4000억원)을 기록하고, 매년 20%씩 성장해 2032년에는 1조255억 달러(약 1423조49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이 같은 상황에 업계는 삼성이 젤스를 인수하며 애플보다 먼저 AI 헬스케어 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잘 나가는 갤럭시라 해도 단단한 소비층을 보유한 애플, 중저가로 무장한 중국 기업의 스마트폰과 경쟁하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내부에 팀을 꾸려서 신기술을 다지려면 오래 걸리는데, 미국의 전문 회사를 과감하게 인수하면서 단숨에 기술력을 얻고 삼성만의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앞으로 갤럭시 발전 사항을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복잡한 의료법으로 韓 적용엔 과제 많아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한국 시장에는 언제 적용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들은 전문 의료진과 연결되면서 국내에서는 복잡한 의료법과 마찰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AI 헬스코치를 한국이 아닌 미국에 시범 서비스를 먼저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이후 국내에도 규제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기능을 구현할 구상이지만, 이 역시 언제 구현될지 모를 뿐더러 구현된다고 해도 기능의 전부를 국내 소비자는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측이 치료와 진단보다 예방에 집중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박헌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헬스팀장은 AI 헬스코치를 설명하며 “사용자의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고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며 “건강 경고 신호가 있으면 위험 요소가 있는 걸 알려주는 것까지가 역할이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의사 소견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5.07.20 10:00

4분 소요
돈 안되는 ‘N 라인업’...현대차는 왜 ‘고성능’에 집착할까

자동차

‘AMG·M·RS·R’. 이 짧은 알파벳 조합에서 떠오르는 공통된 이미지가 있다. 바로 ‘고성능’이다.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M은 BMW의 고성능 전용 라인업이다. 아우디의 RS, 폭스바겐의 R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N’이다.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말로 요약되던 현대차가 요즘은 진지하게 '주행 감성'을 말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고성능 브랜드 N이다. 현대차는 N을 앞세워 전통의 퍼포먼스 강자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우리도 재밌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현대차의 자신감이다.N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출발한 N은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되며 태동했다. N은 이 두 지역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또 서킷의 시케인(연속된 좌우 급커브 코너·chicane)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단순한 직진보다는 '코너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철학을 품는다. 현대차의 고성능 자동차 N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기술과 브랜드 정체성을 함께 실은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 BMW M의 전 수석 엔지니어였던 알버트 비어만을 2015년 영입하며, 단숨에 퍼포먼스 드라이빙의 유전자를 이식했다. 남양연구소와 뉘르부르크링을 오가며 수천 시간의 테스트가 반복됐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첫 양산차 i30 N이 세상에 나왔다.이후 현대차는 아반떼 N(북미명 엘렌트라 N), i20 N, 코나 N으로 N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차가 과연 고성능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여전히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했다. N이 그리는 ‘운전의 재미’현대차는 실력으로 편견을 이겨냈다. i30 N은 월드 투어링카 컵(WTCR)에서 연속 우승을 거두며 전 세계 레이싱 서킷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의 꾸준한 출전은 실전 데이터 축적의 기반이 됐다.현대차가 내세운 전략은 단순한 마력 경쟁이 아니다. ‘펀 드라이빙’ ‘일상의 스포츠카’ ‘트랙도 주행 가능한 차’라는 세 가지 원칙이 개발 철학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철학은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실전 레이스에서 검증한 데이터를 그대로 양산차에 녹여냈다.여기에 더해진 것이 실험용 고성능 전동화 플랫폼인 '롤링랩' 시리즈다. 미드십 엔진 레이싱카(RM)에서 시작해 RN22e, N 비전 74까지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현대차의 미래 고성능차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미리 보여주는 기술의 전초기지다.N이 경쟁하는 상대는 BMW M과 벤츠 AMG다. M이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의 전통을, AMG가 '사운드와 직선 가속'의 쾌감을 지향해왔다면, N은 아직은 역사가 짧지만 빠르게 자신만의 색을 구축 중이다.특히 2024년 말 출시된 아이오닉 5 N은 고성능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대 출력 641마력, 제로백(0→100km/h)은 3.4초 만에 도달한다. 뉘르부르크링 1만km 테스트도 거쳤다. 여기에 내연기관 느낌을 구현한 가상 변속기 ‘N e-시프트’와 사운드 시스템은 전기차가 너무 조용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함께 선사한다.현대차는 아이오닉 5 N에 이어 두 번째 전동화 N 모델인 아이오닉 6 N을 최근 공개했다. 아이오닉 6 N은 ‘코너링 악동’과 ‘레이스트랙 주행능력’ ‘일상의 스포츠카’라는 N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계승한 모델이다. 아이오닉 5 N과 동일한 듀얼 모터 AWD 시스템과 84.0kW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최대 출력 역시 650마력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제로백은 3.2대, 최고속도는 260km/h에 달한다. 전작인 아이오닉 5 N 보다 제로백을 0.2초 줄임과 동시에 핸들링 및 승차감 모두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N, M와 AMG를 넘어라물론 현대차가 BMW M이나 메르세데스 벤츠 AMG 라인업을 따라잡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고성능 브랜드의 양대산맥인 두 브랜드가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온 ‘스토리텔링’과 ‘고성능 유산’은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다만, 언젠가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N 시리즈를 단순히 성능으로만 평가할 순 없다. 왜 고성능이 필요한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아파트를 예로 들어 같은 구조,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 해도 내부를 대리석으로 마감하면 동네에서 ‘고급 아파트’로 평가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고급’은 프리미엄 브랜드라기보다 디테일에서 오는 감성적 차별화”라고 설명했다.이어 “실제로 아반떼 N이 있으면 아반떼 전체 라인업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코나 N도 마찬가지”라며 “꼭 고성능 모델이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진 않아도, N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간다. 일종의 ‘고급 도배지’ 같은 역할인 셈이다. N 라인업은 전체 이미지 상승을 위한 전략적 존재”라고 덧붙였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현대차는 언젠가 BMW M이나 메르세데스 AMG 같은 고성능 브랜드의 이미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에 앞서 차량 자체의 완성도나 포지셔닝에서 조금 더 고급화된 레벨로 올라설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그는 “N 시리즈는 주행 퍼포먼스나 운전의 재미 측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하이퍼포먼스의 즐거움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소득 수준도 높고, 구매 여력도 충분하다”며 “이들에게는 단순한 가성비보다 ‘브랜드의 이름값’과 ‘가격대의 품격’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현재의 N 시리즈는 오히려 ‘성능 대비 너무 저렴한 차’로 인식될 수 있다. 퍼포먼스는 충분한데, 가격 급이 낮아 브랜드 가치가 덜 전달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며 “현대차가 N 브랜드의 위상을 더 끌어올리려면 제네시스 기반의 하이퍼포먼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025.07.20 09:20

4분 소요
대출규제 불똥, 재건축·재개발도 멈칫…‘공급 차질’ 도미노 우려

부동산 일반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축으로 삼아온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속도 조절' 경고등이 켜졌다. '6.27 대출규제'로 금융당국이 조합원 이주비·잔금 대출을 6억원 상한선으로 제한하면서, 고가 주택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 정비사업장에서 일정지연으로 인해 도심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정비사업, 대출 규제로 ‘속도 조절’…일정 지연 우려 지난 6월 28일 시행된 이번 규제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이주가 사실상 ‘자금 문제’에 막히게 됐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을 대상으로 주택 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까지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대출 자체를 금지했는데, 이 같은 규제를 정비 사업과 이주비·잔금 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하면서다.기존에는 집값의 60~70% 수준까지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개인당 최대 6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특히 강남·용산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조합원 자금난으로 이주 자체가 지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본 이주비 대출로 받을 수 있는 6억원으로는 인근의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워서다. 이마저도 다주택자는 대출을 받을 수가 없어 조합원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다리는 조합은 모두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 2025년 7월 9일 기준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둔 서울 시내 정비사업장은 총 53곳(4만8339가구)에 달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강남구 개포주공 5·6·7단지 ▲송파구 잠실 우성4차 ▲동작구 노량진 1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8월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에서는 최근 시세보다 4억원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조합원이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급히 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시공사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이주비 대출이 막힌 조합원들에게 시공사가 ‘보증’에 나서는 신용보강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신용보강은 회계상 ‘부채’로 잡혀 건설사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일정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 제한으로 상당수 단지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이주 지연→공사 연기→공급 차질’이라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정비사업이 한 단계 지연되면 후속 절차 역시 6개월에서 1년 이상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강남구 소재 정비사업 관계자는 “이주를 하려면 10억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조합원이 상당수인데, 6억원 이상은 각자 부담하거나 시공사가 도와줘야 한다”며 “이주가 지연되면 착공 일정도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일정지연…공급차질 우려↑신규 택지 공급이 마땅치 않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는 공급의 상당수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024년 서울 분양 물량 중 약 85.5%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다. 이는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이 정비사업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대출규제로 현장에서는 이주 단계부터 자금조달이 막히며 착공이 연기되고, 이는 곧 분양 시점 지연과 공급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이 금융기관과 협의한 이주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이번 대책을 두고 정책부처 간 입장 차도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해당 규제가 발표되기 전부터 “정비사업에 동일한 대출규제를 적용할 경우,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같은 의견이 배제된 채 대출 규제가 적용된 셈이다. 국토부는 실제 주택 공급 우려는 없는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는 이주비 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후 17일 기준 해당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15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청원인은 “수도권 정비사업 조합원 중 다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이 제한되면 이주 자체가 어렵고,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상환도 불가능해진다”며 “이는 사업지에서의 이주 지연 및 정비사업 전반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금융위가 밝힌 ‘우수입지의 충분한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규제를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6.27 대출 규제로 인해서 이주비 한도가 규제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정비사업의 추진 속도나 활력이 그 만큼 약화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현재 강남권에서 이주비 대출을 통해서 이사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세대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로 대출이 6억으로 막히긴 했지만 건설사가 신용으로 빌려주는 추가 이주비 대출은 가능하다"며 "재건축이나 재개발 하는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이주비로 내는 이자가 올라갔다고 해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며 "이번 대출규제로 공급 물량이 확 줄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07.20 09:00

4분 소요
검색의 패러다임이 바뀐다…AI가 불러온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규칙들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필자는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프랑스인이다. 커리어 초반에는 구글 검색 상위 노출이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여겼다. 그 중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검색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로 향하는 우리의 관문이었던 ‘검색’은 이제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독특한 온라인 검색 환경을 갖고 있지만,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해서 이 거센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다. 오히려 기술 혁신과 신기술 도입에 있어 늘 앞서 온 국가이기에 새로운 검색 시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료 챗GPT 구독자 수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LOVA for AD’를 실험했고, 올해는 AI 브리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Open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자체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출시했다. 스타트업 뤼튼은 10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유치에 성공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키워드 중심에서 문맥 기반 지능으로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대 초반의 검색은 키워드 중심의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이었다. 구글·야후·네이버 등 주요 검색 엔진들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링크를 보여주는 구조로 작동했고, 마케터들도 이에 맞춰 검색어 최적화 전략을 펼쳤습니다.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검색 환경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유튜브·레딧(Reddit)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찾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추천을 참고하며 ‘소셜 검색’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현재 2020년대의 검색은 단순한 진화를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챗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링크 목록이 아닌, 맥락에 맞는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생성형 엔진’을 도입하며 기존 검색 엔진의 트래픽을 잠식하고 있다.두 번째 변화는 기존 검색 엔진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구글의 AI Overview, 네이버의 AI 브리핑처럼 AI가 요약한 정보를 상단에 배치하고 있다. 그동안 마케터들이 공들여 확보해온 광고 영역(SEM)과 자연 검색 결과(SEO)의 노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세 번째 변화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이들은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이발 예약 같은 일상 업무까지 수행하며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링크가 아닌 답변을 원하는 사용자의 등장 이제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순한 ‘클릭’이 아니라 ‘신뢰’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여러 페이지에 걸친 검색 결과를 인내심 있게 살펴보지 않는다. 대신, 간결하고 직접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성형 엔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발전이 사용자의 기대를 재정의한 결과다.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문맥을 이해하고, 마치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 정교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챗GPT나 Perplexity 같은 플랫폼은 기존의 검색 결과 리스트를 생략하고, 사용자 질문에 대해 대화형으로 바로 응답할 수 있게 됐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신생아가 있는 3인 가족에게 적합한 한국의 전기차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고 가정해보자. 예전에는 다양한 광고·리뷰·제품 페이지를 일일이 클릭해가며 정보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챗GPT나 Perplexity와 같은 플랫폼이 ▲안전성 ▲편의성 ▲충전 속도 ▲가격 등을 비교한 구조적인 답변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웹사이트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AI가 생성한 답변 자체를 신뢰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터는 반드시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LLM은 정보를 어디서 얻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확한 출처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LLM이 선호하는 정보 출처는 다음과 같다. 위키피디아·쿼라(Quora)·Reddit 등 사용자 기반의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다. 그리고 링크드인(LinkedIn)·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가 꼽힌다. 개인 중심의 블로그 채널인 미디엄(Medium)·브런치·네이버 블로그 등도 LLM이 선호하는 정보 출처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즈 등의 글로벌 언론사가 LLM의 정보 출처다. 이런 변화는 마케터에게 새로운 전략적 질문을 던진다. 마케터는 ▲내 브랜드는 LLM이 신뢰하는 출처에서 충분히 눈에 띄고 있는가 ▲내 브랜드는 정확하고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가 ▲나는 그 표현 방식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사용자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기술 환경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브랜드의 가시성이 이제 LLM의 인식에 좌우되는 시대, 마케터는 기존의 검색 최적화 전략을 넘어 AI 상에서의 브랜드 존재감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AI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방식 이해 필수 그동안 마케터들은 ‘사람’을 중심으로 전략을 설계했다. 이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오디언스(잠재 고객 집단)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바로 AI다. AI가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노출과 신뢰도가 결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 번째 ‘모델 점유율’(Share of Model)을 측정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주목한 모델 점유율은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답변 내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언급되는지를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다. 이는 기존의 검색 점유율(Share of Search)이나 음성 점유율(Share of Voice)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성형 AI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라는 질문에 내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언급하는가 ▲LLM은 내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이런 인식이 Gemini·챗GPT·메타 라마(Meta Llama) 등 서로 다른 모델 간에도 일관되는가 등의 질문이다. 두 번째는 AI가 신뢰하는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위한 플랫폼 셈러시(SEMrush)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공식 브랜드 웹사이트보다 Quora·Reddit· LinkedIn 등 커뮤니티 기반의 신뢰도 높은 사이트를 더욱 빈번하게 인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LLM이 실제로 참고하는 정보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케터는 자사 카테고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도메인을 파악하고, LLM이 신뢰하는 매체에서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언급되도록 PR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속 가능성’이나 ‘가격 경쟁력’이 브랜드의 핵심 포지셔닝 요소라면, 해당 특성과 관련된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는 매체나 플랫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를 활용해 ‘사전 진단’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이제는 ‘AI 대상 테스트’가 필수다. ▲광고 ▲제품 상세 페이지 ▲영상 등 어떤 유형의 콘텐츠이든 실제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생성형 AI에게 해당 콘텐츠를 해석하게 하여 브랜드 메시지가 의도한 대로 전달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AI 기반 사전 진단(Pre-Flight Test)은 단순한 품질 검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사람과 알고리즘이라는 두 오디언스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적 정렬 수단이 될 수 있다. AI 인사이트 엿보기이러한 전략들이 실제로 어떤 인사이트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보자. 최근 모델 점유율 리서치 결과에서 도출된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아래 사례는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기업 젤리피쉬(Jellyfish)는 'Share of Model' 분석 기능을 활용해 한국 시장 내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수행한 결과다. 샤넬(Chanel)의 언급률은 99.7%를 차지해 평균 2위라는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 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AI가 가장 자주 언급하고 높은 위치에 배치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LLM에게 “한국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Chanel은 거의 항상 추천되는 브랜드 중 2위 안에 위치한다는 의미다.반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의 언급률은 43.8%로 절반 이하에 그친다. 추천 브랜드 상위 20위 안에 포함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는 AI가 브랜드를 인식하고 추천하는 방식에 있어 분명한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산드로·띠어리 분석 결과...LLM의 브랜드 인식 이해할 수 있어▲우아함 ▲미니멀리즘 ▲가성비 등의 브랜드 특성에 대해 LLM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프랑스 브랜드 산드로(Sandro)는 우아함과 50%의 긍정적 연관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는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와 다르게 미국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우아함(20%)과 미니멀리즘(21%) 모두와 고르게 연결됐다. 보다 균형 잡힌 브랜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약점’으로 인식되는 항목을 살펴보면 Sandro는 ‘비싸다’(37%)와 ‘내구성이 약하다’(19%)는 이미지가 두드러졌다. 이에 반해 Theory는 ‘비싸다’(36%)와 ‘평범하다’(12%)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사용하는 LLM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딥시크(DeepSeek)는 Sandro를 31%의 비율로 ‘내구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로 평가했지만, Meta Llama는 한 번도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다. Theory의 경우에도 Meta Llama는 30%의 비율로 ‘평범하다’고 인식한 반면, Gemini에서는 같은 평가지표가 단 8%에 불과했다.이처럼 브랜드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AI 모델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케터가 단순히 하나의 LLM 반응에 의존하면 안되는 것이다. 주요 LLM들의 인식 차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자사 브랜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다각도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이는 LLM이 주로 참조하는 정보 출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네이버 블로그·인스타그램·무신사 등은 자주 인용되는 주요 도메인이지만 인용 빈도는 LLM마다 확연히 다르다. 무신사는 ChatGPT·Perplexity·Claude·Meta Llama에서 빈번하게 인용되는 반면, DeepSeek와 Gemini에서는 거의 인용되지 않았다. 이는 마케터가 자사 브랜드가 노출되기를 원하는 LLM이 신뢰하는 매체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배치 및 홍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인사이트 이후의 전략…실행이 성과를 만든다 아무리 정교하고 흥미로운 인사이트라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AI와 기술은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해주지만, 그것을 브랜드 전략과 연결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하는 일은 여전히 마케터의 몫이다. 예를 들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가 Meta Llama에 의해 ‘너무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상위 인용 도메인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어떤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과 강점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조정하거나, 적합한 인플루언서 풀을 재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궁극적으로 AI 시대에도 브랜드의 방향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주체는 사람이다. 기술이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수는 있지만,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실행력이다. AI에 각인되어야 경쟁력 만들 수 있어 검색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성공의 기준은 달라졌다. 이제 단순히 검색 결과 상단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가 AI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 것, 그것이 새로운 경쟁력이다. 사람을 위한 검색 최적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AI가 어떻게 브랜드를 이해하고 기억하는지를 관리해야 할 때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디지털 마케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결국 마케터는 두 가지 오디언스를 함께 마주하게 됐다. 하나는 소비자,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결정을 돕는 AI다. 브랜드를 AI에 먼저 각인하지 않으면 경쟁사나 알고리즘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이다. 필자인 에티엔 고테롱은(Etienne Gautheron) 프랑스·네덜란드·한국에서 활동해온 글로벌 디지털 전략가다. 프랑스의 Institut Mines-Télécom과 KAIST에서 복수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기술과 마케팅의 교차점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네덜란드에서는 미국 SaaS 스타트업 Optimizely의 유럽 시장 확장을 지원했고, 이후 프랑스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Reeport에 합류했다. 이 스타트업은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그룹 젤리피쉬(Jellyfish)에 인수됐고, 현재 젤리피쉬의 한국 지사를 총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비영리 단체 ‘라 프렌치 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의 공동 회장으로 2년간 활동한 바 있다.

2025.07.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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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에 신형폰 출시까지…이통 3사간 가입자 쟁탈전 불붙는다

IT 일반

SK텔레콤이 지난 4월 해킹 사고 이후 지난 7월 14일까지 다른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하는 약정고객에게 위약금을 물리지 않기로 하면서 이동통신 3사간 번호이동이 급증했다. 이동통신 3사간 가입자 쟁탈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신형폰 출시와 더불어 오는 7월 22일 예고된 단통법 폐지가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를 발표한 지난 4월 22일부터 7월 15일까지 SK텔레콤을 떠난 고객 수는 83만9458명이다. 같은 기간 KT로 옮긴 고객은 44만2635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39만6823에 달한다. SKT는 신규 유입된 가입자를 포함해 60만1444명의 가입자가 순감하며, 시장점유율이 40% 아래로 하락했다.다만 당초 위약금이 면제되면 대규모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SKT가 선방했다는 이야기가 통신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해지를 한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지난 7월 5일부터 7월 15일까지 순이탈 고객은 7만9239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SKT가 꺼내든 고객 안심패키지와 기존의 결합 할인이 ‘록인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SKT의 고객 안심패키지는 8월 통신요금 50% 할인, 올해 12월까지 매달 데이터 50기가바이트(GB) 추가 제공, 주요 멤버십 브랜드 50% 할인 등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 Z7 시리즈 오는 25일 정식 출시이런 상황속에서 이동통신 3사간 가입자 쟁탈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 Z7 시리즈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는 7월 22일부터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예고된 상황이다.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폰 갤럭시 Z7 시리즈가 오는 7월 25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7월 15일부터 일주일간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SKT 해킹 사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인기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동통신 3사 간 가입자 쟁탈전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시장 지형 변화도 주목된다.삼성전자는 폴드7과 플립7 256GB 모델 사전 구매 고객에게 512GB 모델로 저장 용량을 무상 업그레이드해주는 '더블 스토리지' 혜택을 진행한다. 폴드7 512GB 모델을 사전 구매한 고객은 23만7600원을 추가 결제 시 16GB 메모리의 1TB 스토리지 모델을 받을 수 있다.이동통신 3사는 사전예약 기간에 맞춰 전용 프로모션을 마련하고 고객 확보에 나섰다. SKT는 8월 31일까지 갤럭시 Z폴드7 또는 Z플립7을 개통한 모든 고객에게 티빙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T월드 공식 인증 매장에서 사전예약 후 개통한 고객에게는 삼성 정품 슬림 케이스도 함께 증정한다. 공식 온라인몰인 T다이렉트샵에서는 '다이렉트 5G 69' 이상 요금제를 선택한 고객에게 갤럭시 워치8 시리즈 15만원 할인권을 지급한다.KT는 새로운 ‘미리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갤럭시 Z폴드7·Z플립7을 개통하고 24개월 후 기기를 반납해 기변할 경우, 출고가의 최대 50%(중고폰 매입 보장 기준)를 미리 할인 혜택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 가입 고객에게는 분실·파손 시 최대 60만원까지 보상하는 보험도 함께 제공된다.LG유플러스는 갤럭시 Z폴드7·Z플립7을 사전예약 후 개통한 고객에게 AI 기반 생산성 서비스 2종을 6개월간 무상 제공한다. 이 혜택은 올해 9월 30일까지 ‘유독 Pick AI’를 통해 선착순 1만 명에게 제공된다. ‘라이너’는 문서나 웹사이트 내 주요 정보를 자동 추출해주며, ‘캔바’는 다양한 디자인·영상 템플릿을 지원해 업무 활용도를 높인다. 또한 Z 시리즈 개통 고객은 LG유플러스의 AI 통화 보안 앱 ‘익시오’(ixi-O)를 기본 탑재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앱은 국과수와 협력해 개발된 AI 엔진을 통해 통화 중 보이스피싱 여부를 실시간 감지하며, 위조된 AI 음성도 구분해 위험 상황에 경고를 보낸다.오는 7월 22일 예고된 단통법 폐지도 이통 3사간 가입자 쟁탈전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단통법은 통신사 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각 통신사에게 지원금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유통망에서 지급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로 제한한 법안이다. 하지만 법 시행 후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고, 알뜰폰 등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기존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국회는 지난 2024년 12월 단통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단통법이 폐지되면 이통 3사는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유통점도 자율적으로 추가지원금을 정할 수 있다. 특히 요금제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단통법 폐지 이후 계약서 명시 사항 반드시 확인해야다만 많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강요하거나 계약 변경이나 해지 시 이용자에게 불합리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11일 시장조사심의관 주재로 이동통신 3사 임원 간담회를 열고 단말기 유통시장 현황 점검에 나섰다.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로 대리점 및 판매점 등 유통망 혼란이 없도록 업무 처리 절차 등을 공유하고, 삼성전자 신규 단말기 사전 예약 과정에서 계약사항 미안내로 이용자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방통위는 또 이동통신사, 대리점, 판매점이 이용자와의 계약 변경해지 등에 관한 중요사항을 충실히 안내하도록 지도했다. 특히 대리점 및 판매점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계약서에 지원금 지급 주체와 지원금 규모, 단말기 요금제 부가서비스 결합 등 지급 조건 세부 내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통점이 잘못된 지원금 정보를 유도하거나 특정 요금제나 서비스 이용을 강요하거나 가입 시 중요사항을 알리지 않는 등 행위는 단통법 폐지와 무관하게 계속 금지된다고 방통위는 강조했다.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자들도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계약 체결 시 계약 내용 및 할부조건, 지원금 지급 주체, 지원금 지급 내용, 연계된 부가서비스 명칭 등 계약서 명시 사항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2025.07.20 09:00

4분 소요
‘6억 장벽’에 막힌 이주비…정비사업 수주전, ‘현금력’ 확전

부동산 일반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정비사업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같이 6억원 한도를 적용키로하면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용산 등 주요 지역 정비사업장에서 '자금력 양극화'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 간 수주전은 단순한 공사비나 브랜드 경쟁을 넘어 ‘현금력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는 6·27 대출규제에서 지난 6월 28일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지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에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규제를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도권 다주택자는 원천적으로 이주비 대출이 금지된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6개월 내에 처분해야 이주비 대출이 가능하다. 무주택자는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정비사업 ‘양극화’ 우려…자금여력이 수주전 판가름 이주비는 기본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로 나뉜다. 기본 이주비는 정비 공사 기간에 거주할 집을 구하거나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지원하는 비용이다. 이번 규제 전에는 조합원 자산의 감정평가액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까지 지원이 가능했다. 기존에는 조합원 개인별 주택 가격에 따라 수십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일괄적으로 상한선이 설정된 것이다. 이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나 용산 등 고가 주택이 몰린 지역에서 실질적으로는 기존보다 수억원씩 적은 대출만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규제 강화로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이주비 부족분을 누가 얼마나 채워줄 수 있는지가 수주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로서는 시공사가 보증을 서서 조합에 빌려주는 추가 이주비 대출은 이번 규제 대상이 아니다. 추가 이주비 대출 금리는 기본 이주비보다 높은 5~6% 수준이다. 문제는 이 추가 지원이 사실상 건설사 자체 자금 또는 보증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공사의 ▲재무여력 ▲신용등급 ▲금융조달 능력 등에 따라 제안 가능한 조건이 갈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담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에게는 사실상 수주전에서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나 시공능력도 중요하지만 ‘현금줄이 두꺼운 회사’가 수주를 가져가는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동원력이 수주전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건설사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싸움’ 격화…정비사업도 ‘금융 전쟁’ 돌입 실제 현재 진행 중인 ‘대어급’ 정비사업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변수로 작용하며 추가 이주비 지원 등 파격적인 금융 조건 내걸기에 한창이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장에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수주 경쟁이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LTV 10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제시하며 사실상 대출 한도 무제한을 공약했다. 뿐만 아니라 업계 최고 신용등급(AA+)을 바탕으로 최저 금리 제공을 강조해다. 또 조합원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내 환급금 100% 지급,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등의 혜택을 내걸었다. 대우건설은 기본 이주비 6억원에 LTV 50%를 추가 이주비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비 대여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0%로 제시하고 있다. 정비사업 최저 수준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수수료 전액 부담, 분담금 입주 시 100% 납부 등의 조건 등도 제안했다. 조합원들은 추가 이주비 한도와 금리뿐만 아니라 분담금 상환 유예, 사업비 조달 금리 등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금융 조건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주비 지원을 경쟁적으로 확대할 경우, 시공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사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금융권 보증을 약속하면서 보증 리스크와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의 경우, 한두 개 현장에서 무리한 보증을 서다가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2010년대 초반 재개발 시장에서도 이주비 보증이 과도했던 일부 중견 건설사가 신용등급 강등을 겪거나, 수익성 악화를 겪은 전례가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이주비 대출 규제가 정비사업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제 정비사업 수주전은 단순 시공 경쟁이 아니라 재무 능력·금융기법·리스크 관리 능력을 총동원하는 금융전쟁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향후 정부 규제와 시장 수요 변화에 따라 정비사업의 주도권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는 대출 총량을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로 인한 부담이 민간 건설사로 전이되면서 결국 정비사업의 양극화와 공급 속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07.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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