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외부의 시선으로 본 K-스타트업 생태계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불분명한 비전과 방향성에, 해외 투자자 투자 꺼려
“맛이 예상되는 잘 만든 맥도널드 버거 보는 느낌”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스타트업 컨퍼런스 '비바 테크놀로지'에서 아르튀르 멘슈(왼쪽) 미스트랄 CEO, 젠슨 황(가운데) 엔비디아 CEO,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라운드 테이블 토론에 참석했다. [사진 EPA/연합뉴스]
[최화준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겸임 교원]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들이 성황리에 끝났다. 여러 국가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함에 따라 필자는 그들과 사적으로 의견을 공유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은 짧은 기간 급성장한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 찬사를 보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꾸준히 구축해 온 탄탄한 인프라와 국내 창업자들의 뛰어난 능력도 높게 평가했다. 한편 아직은 창업 선도국과 비교해 미진한 점과 개선 방향까지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몇 가지 공통점이 엿보여 흥미로웠다.
“K-스타트업, 잠재력 있지만, 인상적이지 않아”
첫째, 국내 스타트업들 발표에 대한 인상이다. 해외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행사 기간 동안 여러 국내 스타트업들의 발표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기업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현재 능력과 잠재력이 모두 뛰어남을 인정하면서도, 인상적인 기업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진단한 문제점은 획일화된 정보 전달 방식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발표는 놀라울 정도로 대동소이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장점도 단점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이 받은 인상이다. 유럽에서 온 한 벤처 투자자는 “맛이 예상되는 잘 만들어진 맥도날드 버거를 보는 느낌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국가에서 방문한 벤처 투자자들 역시 비슷한 느낌을 피력했다. 그들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능력은 뛰어나지만 발표에서 이를 개성 있게 전달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특히 발표 형식에 얽매여 장점을 충분히 부각하지 못하는 점에 안타까워했다. 상당수 해외 투자자들은 한 두 번의 만남으로 장점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서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둘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불분명한 비전이다. 해외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비전이 흐리고 미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른바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제 설정은 정부와 같은 조직이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고 이를 외부에 명쾌하게 전달함으로써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명료한 의제 설정은 글로벌 행사의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의제가 ‘혁신’, ‘변화’, ‘글로벌’ 등과 같은 추상적인 주제에 머물러 있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해당 주제들은 멋진 수사어이지만, 현장에서 행동을 촉구하거나 방향을 제시하시는 못한다. 이에 그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얻은 최선의 결과는 양해 각서 체결 정도였다. 이는 분명 그들이 원하는 최선의 결과물은 아니다.

‘원 팀’ 강조하는 싱가포르 본 받아야
글로벌 무대에서 매력적인 의제를 앞서 제시하지 못하는 점은 분명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약점이다. 국제기구에서 스타트업 산업을 오랫동안 담당해 온 한 한국인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의제를 능동적으로 먼저 제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혁신’과 같은 모호한 단어로 비전을 제시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라며 “관련 집단 간 상호 호혜적 관계 설정이 즉시 가능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찾아 외부에 의제를 재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셋째, 관련 집단 간 협력 부족이다. 해외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국내 행사에서 공공과 민간 영역 관련자들을 모두 만난다. 그런데 이따금씩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경험을 한 모양이다. 해외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국내 스타트업 행사에서 만난 국내 정부 과학 기술 담당 부처와 스타트업 담당 부처가 동일한 정책에 대해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아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해결책으로 싱가포르 정부와 협력했던 경험담을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스타트업 정책과 관련한 유관 기관들이 다 함께 움직인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 스타트업 육성이라면 농업, 과학 기술, 스타트업, 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실무자들이 팀을 이루어 함께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궁금한 점을 한자리에서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여러 해외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의 장점으로 손꼽았던 점이기도 하다.
국내 스타트업 행사를 찾는 해외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행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음을 느낀다.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한 해외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도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그들의 조언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개성과 장점을 파악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새로운 주제를 찾아낼 것이다. 더불어 그것들은 우리가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에 던지는 경쟁력 있는 의제가 될 수 있다.
독일 출신 벤처 투자 관계자는 “한국에는 뛰어난 B2B 제조 스타트업들이 많고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 중심은 B2B 영역이므로 한국 스타트업들이 독일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데, 한국 방문 동안 누구도 이런 점을 강조한 적이 없다”라고 귀띔했다.
외부에서 바라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뛰어나지만 더 좋아질 수 있다. 미진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일 기회는 분명 충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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