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나프타 대란’은 예견된 문제…화석 연료 의존도 낮춰야” [빨라지는 플라스틱 퇴출 시계]①
-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역대 최대’
“자발적 참여보단 산업 구조·정책 방향 전환 우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 종전 협상이 합의점을 제대로 못 찾고 있다”며 “▲대체 공급망 개척 ▲중장기 산업 구조 개혁 ▲탈플라스틱 경제 실현 등을 국가 최우선 핵심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의 플라스틱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기후부에 따르면 생활(가정) 폐기물 중 플라스틱 쓰레기를 뜻하는 폐합성수지류 폐기물 총 발생량은 지난 2019년 1020만3000톤(t)에서 지난 2023년 1463만t으로 약 43% 늘었다.
사업장 배출 시설계와 생활 폐기물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지난 2019년 557만7000t이었던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은 지난 2023년 865만8000t으로 55%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생활 폐기물은 256만2000t에서 341만5000t으로 약 33% 증가했다.
韓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 OECD 2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음식 배달과 온라인 쇼핑이 호황을 누리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3년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50% 정도 늘며 폐기물 발생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폐합성수지류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분리배출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배달 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의 일일 배출량은 2019년 715만5000t에서 2021년 1292만2000t으로 80.6% 뛴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한눈에 보는 환경 지표’에 따르면 조사에 포함된 30개 회원국 중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103.9㎏으로 2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인 44.2㎏의 두 배 이상이다.
‘플라스틱 중독’ 국가라고 불리는 배출량 1위 호주는 110.1㎏를 배출했다.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곳은 호주와 한국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작년 12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전망치인 1012만t에서 700t 규모로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시 환경·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 중심의 정책 나열에 불과하다”며 “생산 감축 목표가 빠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기후부는 지난 4월 13일부터 6개월 동안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서약 운동’을 추진한다. 석유·나프타 수급 불안정에 대비해 플라스틱 의존도를 재점검하고 근본적인 소비를 줄인다는 취지다.
기후부는 일상에서 플라스틱 소비 습관을 바꾸는 9대 실천 수칙을 마련하고 국민과 공공기관, 기업 등의 참여를 이끌기로 했다.
“확실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세워야”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시민에게 의무를 부여하기 전에 ▲다회용 컵 제공 ▲다회용 택배 선택권 보장 ▲다회용 배달 용기 우선 선택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에는 자발적 참여가 아닌 일관성 있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김 캠페이너의 생각이다.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캠페이너는 “오는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기준 폐플라스틱 발생량 30% 감축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실제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2023년보다 18% 증가해 ‘탈플라스틱’이라는 말이 무색한 수준”이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처럼 명확한 기준연도 대비 절대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8월 EU에서 시행되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제’(PPWR)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PPWR은 모든 포장재의 재사용·재활용 가능성을 법적으로 요구하는 규정이다. 포장재의 재사용·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유해 물질 사용과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PPWR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EU 수출이 어려워진다.
김 캠페이너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기준은 터무니없이 느슨해 기업이 내수·수출용 이중 생산을 하는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폐기물 처리뿐 아니라 ▲설계 ▲유통 ▲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자원 사용을 줄이도록 국내 규제를 강화하고 범부처 대응을 해야 한다고 김 캠페이너는 설명했다.
김 캠페이너는 “플라스틱은 99%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해 만든다”면서 “플라스틱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는 상황에서 중동발 나프타 대란은 사실상 예고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와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확실한 생산 감축 목표와 함께 일회용품 생산을 억제하고 재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캠페이너는 “높은 일회용품·플라스틱 의존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선의에 기대기보단 구조적으로 일회용품을 적게 사용하고 폐기물을 덜 만들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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