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화의 ‘60조 수주전’ 대역전극 가능할까
- 독일과 2파전 '자동차 인프라 투자' 핵심
캐나다 일자리 창출 2044년까지 연평균 2만2500개 승부수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60조원 수주전’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를 위해 한화그룹을 비롯해 정부와 HD현대그룹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적극적인 공세를 이어갔다. 캐나다 국방조달 사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전에서 한국이 열세라는 평가를 딛고 최종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오션 중심의 ‘원팀’ 역량 집중
지난 4월 말 CPSP의 입찰 절차가 마감됐다. 캐나다 국방투자청은 한국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양측의 제안서와 관련해 마감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3주간의 제안서 보완·수정 절차까지 모두 끝났고, 이제 캐나다 정부의 최종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한국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원팀’을 꾸리며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4년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 수주 실패 이후 ‘코리아 원팀’ 구성 실패가 패인으로 지적되면서 일찌감치 캐나다 수주전은 ‘원팀’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을 필두로 한화그룹에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HD현대는 수주전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후미에서 지원 사격을 하는 입장이다. ‘원팀’으로 수주에 성공하면 HD현대도 한화오션과 함께 잠수함을 건조하며 일조한다는 게 향후 시나리오다.
CPSP 입찰은 ‘K-방산’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CPSP는 2030년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4척)의 대체 전력으로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최대 60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현재 캐나다 잠수함 4척 중 1척을 제외하곤 정비 중이거나 작전 불능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캐나다는 잠수함 건조 비용 20조원,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사업 비용 40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닻을 올리고 있다. 이는 캐나다 국방조달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최종 사업자 선택은 6월 말에서 7월 초쯤 이뤄질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양측의 제안의 꼼꼼히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따진 뒤 올해 여름 내 우선협상자를 최종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우리 정부와 함께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경영진의 행보도 잠수함 수주전에 맞춰져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함께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을 찾기도 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잠수함 시설을 함께 둘러보면서 함정 건조 역량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5월에도 캐나다 오타와를 방문해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 팀 호지슨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을 만나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캐나다 정부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김 장관은 지난 1월과 3월에도 CPSP 수주 지원을 위해 캐나다를 찾았다.
산업통상부는 “김 장관의 이번 방문은 캐나다 측에 제출한 수정 제안서와 관련해 개선된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등의 지원 활동이었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 인프라 투자 핵심 요인
이번 CPSP 수주전은 해당 업체들의 잠수함 건조 역량뿐 아니라 캐나다 현지 인프라 투자 및 경제협력 등이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가 입찰 마감을 3주 연장한 것도 경제협력과 관련한 수정·보완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그만큼 현지의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눈여겨보겠다는 의중이다. 김 장관이 수정 제안서 내용을 설명하려 캐나다를 직접 방문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안을 선호하고,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숏리스트(적격 후보군) 선정 당시 독일 TKMS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TKMS가 한화오션과 비교해 잠수함 건조 능력과 수주 경험 등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일과 캐나다가 같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라는 이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주 굳히기를 위해 독일은 캐나다에 ‘완성차 공장 설립’이라는 경제협력 카드를 준비했다. 캐나다가 가장 원하는 투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빠진 폭스바겐이 캐나다에 공장을 짓지 않겠다고 공표하면서 균열이 생긴 상황이다.
이에 한화그룹은 자동차 인프라 투자 등을 약속하며 ‘대역전극’을 겨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군용·산업용 차량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완성차는 아니지만 장갑차 정비 및 제조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약속이다. 한화는 캐나다군이 사용할 경량 트럭 및 SUV를 포함한 특수목적 비상업용 차량의 설계 및 생산을 담당할 독립적인 캐나다 자동차 사업부 설립을 수정 제안서에 포함했다.
한화는 “캐나다인들을 위해 수만 개의 자동차 부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의 제안은 캐나다가 추진하고 있는 방향과 부합한다. 졸리 산업부 장관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가동이 중단된 캐나다의 자동차 공장들을 군용 차량 생산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가 자동차 인프라 투자를 강력하게 희망하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1월 ‘방산 협력 특사단’에 포함돼 캐나다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 육군이 필요로 하는 지상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한화가 K9 자주포의 현지생산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현지 일자리 창출’을 수주전의 결정적 평가 요인으로 삼고 있는 만큼 한화는 이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 분석에 따르면 한화가 제안한 캐나다 투자는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연평균 2만2500개의 정규직 일자리와 941억 캐나다 달러(약 102조4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독일이 앞서가는 형국이었지만 지금은 박빙으로 전개되는 흐름이다. 결국 자동차산업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 수주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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