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韓 남은 ‘라스트 사무라이’ 토요타, RAV4로 진검승부
- 토요타 회장이 韓에 당부한 메시지
“끊임없는 도전과 정성 그리고 고객 미소”
일본 브랜드 줄 철수 속 6세대 RAV4 출시
랜드크루저 국내 출시 가능성도 열어둬
토요타도 이 같은 위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에게 “토요타는 한국에서 작은 존재이지만,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더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콘야마 사장에게 특히 당부한 점은 고객의 미소다. “판매 대수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 키에 맞는 성장.” 16일 열린 ‘올 뉴 RAV4’ 출시 행사에서 콘야마 마나부 사장은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며 기자에게 이 말을 전했다.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기보다 역량에 맞춰 차근차근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말은 겸손했지만, 내놓은 차는 결코 소극적이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서 일본차를 대표해야 하는 책임감이 신형 RAV4 곳곳에 담겨 있었다.
콘야마 사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즈니스를 해본 경험이 있다”며 “일본 기업이라고 하면 토요타를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항상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그런 마음으로 한국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타코리아는 이날 ‘올 뉴 RAV4’를 공식 출시하고 전국 공식 딜러 전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RAV4는 1994년 처음 등장해 도심형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는 장르를 개척한 모델이다. 지난 30여년간 전 세계 누적 판매 1500만대 이상을 기록한 토요타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이기도 하다.
RAV4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도 있다. 후토나가네 요시노리 토요타자동차 치프 엔지니어가 직접 한국을 찾아 차량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토나가네 치프 엔지니어는 “선대 모델에서 계승해야 할 부분은 지키고, 진화시켜야 할 부분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6세대 RAV4의 개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 과정에서 중시한 가치는 ‘고 애니웨어’(Go Anywhere)와 ‘두 애니씽’(Do Anything)이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차량에 담았다”며 “이를 위해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강조해 온 ‘더 좋은 차’의 의미를 매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심혈을 기울인 차임에도 판매 목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구체적인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 콘야마 사장은 “작년보다 한 대라도 더 많이 팔자는 마음가짐”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저희가 늘 말하는 것이 ‘나이테 성장’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같은 폭으로 넓어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타가 RAV4에 담은 승부수는 전동화다. 신형 RAV4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트림은 ▲HEV XLE ▲HEV LIMITED ▲PHEV XSE ▲PHEV 가주 레이싱(GR) SPORT 등 4종이다. 하나의 RAV4 안에서도 고객의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지를 나눈 셈이다.
기술적 진화는 파워트레인에 그치지 않는다. 신형 RAV4는 새롭게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적용하고 배터리팩 구조를 최적화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도 개선됐다. 한국 기준 복합연비는 2륜구동 모델이 기존 대비 31%, 4륜구동 모델이 11% 향상됐다. 시스템 출력도 높아졌다. 조용하지만 강한 SUV를 지향한 셈이다.
한국 고객을 위한 디지털 경험도 강화됐다. 토요타코리아는 신형 RAV4에 ‘토요타 커넥트’를 새롭게 적용했다. 토요타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아린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리모트 컨트롤 등 차량 연계 서비스가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LGU+)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LG전자는 하드웨어 개발을 함께했다.
전반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RAV4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트림은 PHEV GR SPORT다. RAV4의 실용성에 GR 전용 튜닝을 더해 운전의 재미를 강화한 모델이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차 만들기’를 추구해 온 토요타의 철학이 반영된 트림이다.
GR SPORT는 개발 초기부터 일반 RAV4와 다른 방식으로 다듬어졌다. GR 컴퍼니와 GR팀, 숙련된 드라이버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서스펜션과 EPS, 차체 강성에 이르기까지 전용 튜닝도 적용됐다. 퍼포먼스 댐퍼와 경량 20인치 휠·프런트 립·리어 윙·리어 디퓨저 등 공력 부품도 새롭게 개발됐다.
여기에 329마력의 PHEV 시스템이 결합됐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기존 RAV4와 다른 차원의 드라이빙 감각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용 투톤 컬러와 전용 그릴, 와이드 휠 아치 몰딩도 적용해 보다 역동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실내에도 GR 전용 디테일을 곳곳에 넣어 운전자가 차와의 일체감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트림별로 ▲HEV XLE 4927만원 ▲HEV LIMITED 5746만원 ▲PHEV XSE 6160만원 ▲PHEV GR SPORT 6180만원이다.
RAV4의 성과는 향후 토요타 라인업 확대와도 맞물릴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토요타 랜드크루저 국내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콘야마 사장은 “도입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RAV4가 흥행할 경우 랜드크루저 도입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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