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야시로 교수 “일본 기업 65.1%, 정년연장 대신 재고용 선택”
박지순 “정년 상향만으론 대기업·공공부문 혜택 집중”
경총 “일률 연장 반대” vs 한국노총 “연금수급 연령과 연계해야”
일본처럼 법정 정년은 유지하되 기업이 일정 연령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하는 ‘계속고용’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감·공영·미래를 위한 노동선진화 연구포럼과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는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국가의 복지책임 기업에 떠넘길 건가-일본과 싱가포르 사례에서 얻는 교훈과 과제, 법정 정년연장과 일자리의 미래’를 주제로 정년연장 정책 토론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야시로 아츠시 쇼와여대 교수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야시로 교수는 “일본은 200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해 기업이 ①65세까지 정년연장 ②정년제 폐지 ③65세까지 계속고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2025년 말 현재 정년을 폐지한 기업은 3.9%,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기업은 31%, 재고용 등 계속고용을 채택한 기업은 65.1%”라며 “일본 기업 대부분은 정년을 일률적으로 올리기보다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자 고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시로 교수는 정년연장 방식이 일률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면 임금 비용 증가와 정년 도달자의 직위, 처우를 둘러싼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은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을 결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임금 곡선을 완만하게 하지 않는 한 정년연장은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년연장 대신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다”며 “계속고용이 정년연장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근로자가 희망하고 기업이 거부할 수 없다면 사실상 정년연장”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의 현실도 소개했다. 야시로 교수는 “기업에서는 연령 상승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가 크다”며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해당 연령까지 모두 고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연장 논의를 연금,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고용, 기업부담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고용연장의 기본 방향은 연금수급 연령인 65세와 정년 사이의 소득공백 해소,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고용, 기업부담을 동시에 관리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며 “그래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더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 상향만으로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며 “정년연장, 재고용, 정년폐지, 계약연장 등 복수의 경로를 근로자 개인과 기업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해야 중소기업,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와의 조화를 이끌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고용연장 과정에서 고령 근로자가 저임금 하위 트랙에 고착화되는 문제는 통제해야 한다고 봤다. 박 교수는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가 저임금 하위 트랙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처우 격차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더불어 “정년연장 논의는 고용보장만이 아니라 차별 금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임금 조정, 정년 후 지위와 관련된 법적 문제 해소를 묶어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정 정년연장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연공급 구조에서 정년 상향에 따른 기업의 비용 충격뿐 아니라 취업규칙 변경, 재고용 선별 기준 차별, 임금 감액, 정년 도달 시점 등을 둘러싼 분쟁과 소송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청년 채용 갈등과 저임금 재고용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연공급 임금체계와 정년연장의 충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공급 임금체계, 즉 호봉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보면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자 고용 증가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조기퇴직을 증가시키는 측면도 있다”며 “노동시장이 유연한 외국과 달리 경직적인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그동안의 일관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결과 법정 정년연장은 총고용 감소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유연한 노동시장 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의 입장은 엇갈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고령자의 지속적인 노동시장 참여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률적 법정 정년연장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류 전무는 “일률적인 법정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신규채용을 축소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없이 법정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과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고령자 일자리 제공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법정 정년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총장은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야 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해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세대별로 맞는 직무나 역할이 다르다”며 “세대 간 갈등적 접근이 아니라 대안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일본식 계속고용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고문은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은 노동시장에 부담이 되고 이중구조를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일본처럼 법정 정년은 60세로 그대로 두고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퇴직 후 재고용 시 근로자의 희망 직무를 최대한 반영하고 기업의 선택권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법정 정년연장 방안이 산업현장에 각종 법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해법으로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고령자고용법상 임금체계 개편 조항을 효력 규정으로 바꿔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고용연장의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 적용을 예외로 하고, 재고용되는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간제법상 근로계약 반복 갱신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예 고령자 고용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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