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AI 시대, 리더십 판 바뀐다…살아남는 조직의 조건 [스페셜리스트뷰]
- ‘헌신’의 성장 공식을 넘어 ‘전환’의 경쟁력으로
실행력 DNA를 유연한 글로벌 경쟁력으로 재설계해야
지난 4월, 필자는 이찬 서울대 교수와 함께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2026 ATD x Wynn 리더십 아시아 서밋’에서 한국형 리더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세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20여개 한국 기업, 1500여명 이상의 리더십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4C 프레임워크’와 ‘컨버터블 리더십’(Convertible Leadership) 모델은 글로벌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한국 조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행력과 헌신 유전자(DNA)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러한 강점이 변화의 시대에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화 시대 한국 기업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짧은 시간 안에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며 ▲위기 속에서도 강한 복원력을 보여준 배경에는 한국형 리더십 특유의 헌신·집중력·집단적 실행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AI가 주도하는 초연결·초변동 시대에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가다.
K리더십, 헌신과 실행력의 양면성
한국형 리더십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압도적인 업무 몰입도와 실행 속도다. ‘하면 된다’는 정신은 산업화와 압축 성장기의 핵심 동력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한국 기업의 성과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한국 리더들에게 일은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 존재의 증명이며, 조직의 성공은 곧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은 위기 상황에서 놀라운 추진력으로 발현된다. ▲빠른 의사결정 ▲높은 책임감 ▲목표 달성을 위한 집중력은 제조업·금융·반도체·IT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왔다. 높은 윤리의식과 원칙 중심 문화, 그리고 관계 기반 협력 구조 역시 조직 결속과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글로벌 성향 분석 도구를 통해 살펴본 한국 리더들의 특징은 ▲높은 헌신(Maximizing Effort Through Hard Work) ▲원칙 중심적 행동(Acting on Principle) ▲관계 중심적 합의(Facilitating Consensus)라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이 세 항목에서 한국 리더들은 글로벌 평균 대비 뚜렷이 높은 점수대를 기록했으며, 제조·금융 등 전통 산업군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높은 업무 헌신'은 일에 쏟는 '시간의 총량'과 그에 순응하는 태도로 발현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한국 조직이 빠른 성장과 높은 성과를 만들어낸 핵심 자산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강점이 변화의 시대에는 쉽게 그림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헌신은 ‘항상 연결된 상태'(Always-On) 문화로 굳어져 이른 출근, 늦은 퇴근, 주말까지 이어지는 업무 연결이 성실함의 기준이 되고, 일의 성과 뿐 아니라 업무 태도까지 시간의 길이로 측정된다. 그러나 글로벌 인재나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오래 일하는 것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몰입하고 자율성을 갖고 선택할 수 있으며 명확하게 끊어내는 방식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원칙 중심 문화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제한하며, 관계 중심 합의 구조는 글로벌 환경에서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조직에서는 빠른 응답과 지속적 연결이 책임감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글로벌 환경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오히려 번아웃과 창의성 저해 요소로 인식된다. 같은 '헌신'이라도, 한쪽은 시간의 길이와 그에 순응하는 태도로, 다른 한쪽은 집중의 강도와 자율성의 존중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방식이 옳다’는 확신은 조직 내 안정감을 줄 수 있으나, 문화적 다양성이 필수적인 국제 환경에서는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결국 한국형 리더십은 강력한 엔진을 가졌지만, 방향 전환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동시에 가진 셈이다.
세 가지 조직 병리 '고립·불안·정체'
인코칭과 서울대 피플랩이 한국 기업 20여개·리더 1500여명을 분석해 도출한 '4C 프레임워크'는 한국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네 글자로 압축한다. ▲고립의 'Cage(감옥)' ▲불안의 'Code(코드)' ▲정체의 'Cushion(쿠션)'은 한국 조직이 빠질 수 있는 세 가지 함정이며, ▲'Crew(크루)'는 그 함정에서 벗어난 미래형 조직 모델이다. 즉, K-리더십의 전환은 'C에서 C로(From Cage·Code·Cushion to Crew)' 옮겨가는 여정이다.
첫째, 고립형 조직(CAGE)이다. 전통 대기업에서 주로 나타나는 유형으로, 높은 디지털 역량에도 불구하고 위계 구조와 동질적 인재 선발 방식이 외부 자극과 다양성을 차단한다. 조직은 효율적이지만 폐쇄적이며, 결국 창의성과 혁신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디지털 전환은 이루어졌지만, 문화적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구조에서는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도 집단적 비합리성이 강화될 수 있다.
둘째, 불안형 조직(CODE)이다. 주로 IT·테크 기반 기업에서 나타나며, 디지털 역량은 높지만 구성원 간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이 낮다. 성과 중심 구조와 AI 대체 불안 속에서 협업보다 생존 경쟁이 강화되며, 정보는 흐르지만 신뢰는 흐르지 않는다. 촘촘한 핵심성과지표(KPI)와 성과 측정 체계 속에서 구성원들은 연결보다 평가를 먼저 의식하게 되고, 이는 조직 전체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킨다.
셋째, 정체형 조직(CUSHION)이다. 공공기관이나 안정 산업군에서 자주 관찰되는 유형으로, 갈등 회피와 현상 유지가 조직 문화를 지배한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이지만 실제로는 혁신 동력이 약화하고,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경쟁력을 점진적으로 상실한다. 문제 제기보다 무난함이 장려되고, 변화보다 안정이 우선될 때 조직은 서서히 시장 변화에서 멀어진다.
이 세 가지 유형은 산업과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변화 대응력이 낮다는 특징을 가진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조직 구조와 리더십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있다.
‘크루 조직’ 진화, 목적·연결·전환의 리더십
이러한 구조적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위계적 구조물이 아니라 유기적 시스템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크루(Crew) 조직’이라 부른다.
크루 조직의 첫 번째 조건은 ‘공동의 나침반’(Collective Compass)이다. 리더는 더 이상 정답을 제시하는 통제자가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율성과 몰입이 강화된다. 특히 AI 시대에 심화하는 실존적 불안은 통제가 아니라 목적의 공유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연결된 협업’(Connected Collaboration)이다. 조직 내부의 부서 장벽과 정보 단절 구조를 완화하고, 마치 반투과성 세포막처럼 외부 아이디어와 내부 전문성이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집단 지성이 활성화된다. 연결은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정보, 신뢰, 피드백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시스템이다.
세 번째는 ‘전환 가능한 역량’(Convertible Capabilities)이다. AI 시대에는 고정된 역할보다 상황에 따라 리더와 팔로워가 유연하게 전환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타이틀보다 역할 중심의 조직 운영이 요구된다. 문제 해결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구조가 미래형 조직의 핵심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리더십 모델이 바로 '컨버터블 리더십'(Convertible Leadership)이다. 컨버터블 리더십은 자동차 컨버터블이 지붕을 상황에 따라 여닫듯, 리더가 자신의 강점을 상황과 맥락에 맞게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능력을 뜻한다. 헌신을 시간으로 표현하던 리더가 집중과 자율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통제로 발휘하던 권위를 신뢰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강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컨버터블 리더십의 본질이다. 결국 크루 조직은 단순한 협업 구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생명체형 조직 모델이다. 이는 기존 위계 구조의 해체가 아니라, 변화 적응성을 중심으로 한 조직 재설계다.
글로벌 생존 전략 '현지화와 브리지 코칭'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사 중심의 성공 방식을 해외에 그대로 이식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차·삼성·신한·롯데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 사례에서 확인되듯 각 국가와 산업, 인재 특성에 맞는 리더십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 생산 현장 ▲미국 연구개발 조직 ▲유럽 금융 네트워크는 동일한 리더십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다. 각 문화권은 일에 대한 가치관·의사소통 방식·권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식 헌신과 합의 구조가 특정 시장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피로감과 거리감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본사와 현지를 연결하는 ‘브리지 코칭’(Bridge Coaching)이 필요하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로컬 민감성을 동시에 갖춘 리더를 육성하는 전략이다. 조직은 더 이상 단일한 리더십 공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동일한 목적을 구현할 수 있는 유연한 리더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조직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흐름이다.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견고한 통제가 아니라 더 유연한 전환이다.
한국형 리더십은 이미 강력한 헌신과 실행력이라는 세계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헌신을 '시간의 양'으로만 표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집중의 깊이'와 '전환의 속도'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리더가 자신의 성공 공식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 때, 조직은 '오래 일하는 헌신'을 넘어, 깊이 몰입하고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크루로 진화할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 열심히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몰입하고 빠르고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은 더 많이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빠르게 배우고 연결하며 전환하는 능력이다. 이제 K-리더십은 ‘시간으로 증명하던 헌신’을 넘어, ‘깊이와 속도로 증명하는 전환’이라는 미래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필자는 진단 기반 코칭과 조직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는 리더십 코칭 전문가다. 200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전문 코칭 기업 인코칭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C레벨 임원 코칭을 수행해왔다. ATD 등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형 리더십 모델을 발신해왔으며, 주요 저서로 '컨버터블 리더십' '코칭 가이드북' 등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K-리더십의 전환 가능성을 분석한 '컨버터블 리더십' 모델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란 협상 순조”…트럼프, 중동국에 ‘아브라함 협정’ 동시 가입 압박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
‘유퀴즈’ 이준 “베게 밑에 바퀴벌레 있는지 확인”... 안타까운 과거사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란 협상 순조”…트럼프, 중동국에 ‘아브라함 협정’ 동시 가입 압박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AI·양자 강한 유럽, 반도체·소재 강한 한국…딥테크 동맹 뜬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디앤디파마텍, ‘운명의 간생검’ 공개 임박…기술수출 성패 갈린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