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왜 이 보험 추천했나요?”...판매수수료 공개에 설계사들 긴장
- [보험영업 수수료 공개시대]
7월부터 소비자, 설계사 판매수수료 등급·순위 확인 가능
‘고수수료 상품 밀어주기’ 차단 기대…GA업계는 오해·갈등 우려
보험료·보장 넘어 판매수수료도 비교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인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보험상품 비교·설명 의무가 강화됐다.
기존에도 대형 GA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소비자에게 동종·유사 상품 3개 이상을 비교·설명해야 했다. 예컨대 소비자가 암보험 가입을 원하면 설계사가 A·B·C 보험사의 암보험 상품을 함께 소개하는 식이다. 소비자가 특정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한다고 오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교 항목은 주로 보험료와 보장 내용, 보험기간 등에 집중됐다.
앞으로는 대형 GA 소속 설계사가 동종·유사 보험상품을 비교·설명할 때 GA가 제휴한 보험사 목록과 함께 추천 상품의 판매수수료 등급과 순위, 추천 사유 등도 안내해야 한다. 쉽게 말해 설계사가 특정 상품을 판매할 때 받는 수수료가 다른 유사상품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판매수수료는 유사상품의 평균 수준을 기준으로 ▲매우 높음(평균의 130% 이상) ▲높음(110% 이상~130% 미만) ▲보통(90% 이상~110% 미만) ▲낮음(70% 이상~90% 미만) ▲매우 낮음(70% 미만) 등 5단계로 구분된다. 비교·추천 상품의 판매수수료 순위도 함께 표시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와 보장 내용이 비슷한데 특정 상품의 판매수수료 등급만 상대적으로 높다면 설계사에게 추천 배경을 물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판매수수료 공개에 나선 것은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특성상 설계사의 설명과 추천이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러나 보험사마다 GA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달라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고객의 필요보다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우선 권유하는 이른바 ‘고수수료 상품 밀어주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정보를 공개하면 소비자가 상품 추천 배경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설계사의 설명 책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매 과정이 투명해지면서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특정 상품 편중 영업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는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가 제시한 국제적 규범이기도 하다.
수수료 높다고 나쁜 보험?…설계사들은 긴장
대형 GA 소속 설계사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달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도 이른바 ‘1200%룰’(보험계약 체결 후 첫 1년 동안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이 전면 적용되는 가운데 판매수수료 정보까지 공개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보험료와 보장 내용을 중심으로 상품의 장단점을 설명했다면 앞으로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을 추천할 경우 그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보장 범위 ▲면책 조건 ▲보험료 수준 ▲가입 가능 여부 등을 종합해 해당 상품이 고객에게 적합한 이유를 이전보다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셈이다.
일부 설계사들은 수수료 정보가 소비자와의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판매수수료 등급이 높게 표시되면 소비자가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이 상품을 권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거나 수수료 일부를 돌려달라는 이른바 ‘페이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아무리 충분히 설명해도 일부 고객은 ‘설계사가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불리한 상품을 추천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가입 이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상품을 추천한 설계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돌릴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는 “지금도 보험 가입 과정에서 현금 지원이나 별도의 혜택이 없는지 묻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판매수수료 정보가 공개되면 이를 근거로 수수료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판매수수료가 높은 상품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보험상품의 판매수수료는 보험사의 영업 전략뿐 아니라 상품 구조와 보장 범위, 판매·관리 과정에 필요한 업무량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장 범위가 넓거나 가입 심사 과정이 복잡한 상품, 계약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품은 판매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소비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고 가입할 수 있는 특약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공개되는 정보가 설계사가 실제로 받는 수수료 액수와 동일한 것도 아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구체적인 수수료 금액이 아니라 유사상품 평균과 비교한 상대적인 등급과 순위다. GA별 수수료 지급 기준과 설계사의 계약 유지 실적 등에 따라 실제 지급액은 달라질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가 낮은 상품이라고 반드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며 반대로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거나 불리한 상품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상품의 수수료에는 다양한 요인이 반영되는 만큼 소비자가 수수료 등급만으로 상품의 유불리를 판단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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