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성과급 산식 이어 호남 반도체까지…삼성노조 ‘경영권 개입’ 논란
- 한국사회법학회, HD현대 판결·개정 노조법 학술대회
박상훈 변호사 “성과급 액수와 재원 결정은 다른 문제”
“공장 신설 반대 목적 파업, 정당성 인정 어려워”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했지만, 경영상 결정 자체를 파업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이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24일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열린 ‘HD현대 전원합의체 판결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에 대한 평가와 과제’ 특별공동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삼성전자 성과급과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노동쟁의의 범위가 확대됐다고 해서 곧바로 의무적 교섭사항이나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까지 확대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교섭할 수 있는 사안과 파업으로 관철할 수 있는 사안은 구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VA 대신 영업이익…성과급 ‘액수’ 아닌 ‘공식’ 놓고 충돌
논란의 출발점은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성과급인 OPI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OPI 재원을 EVA, 즉 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해 왔다. EVA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투자자본 비용 등을 제외해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계산하는 지표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노동위원회 조정과 단체교섭이 장기간 이어져 파업 직전까지 가는 대립 양상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경영성과급이 근로조건이나 의무적 교섭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성과급 총액을 높이라는 요구와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기준 자체를 변경하라는 요구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사용자가 정한 성과급 총액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올리라는 요구는 노동쟁의와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할 수 있고, 노조가 이를 목적으로 파업을 벌여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성과급 재원을 EVA로 할지, 영업이익으로 할지, 제3의 기준으로 할지는 전형적인 경영상 결정”이라며 “경영진은 성과급뿐 아니라 세금과 주주 배당, 신규 투자, 소비자, 경기와 기술 전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급 액수는 노동의 대가를 둘러싼 교섭에 가깝지만,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인건비·배당·투자 등에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를 결정하는 산식을 정하는 문제는 경영권 영역이라는 것이다.
성과급 상정 기준 의제는 '임의적 교섭사항'
박 변호사는 성과급 산정 기준 의제는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의적 교섭사항은 노사가 합의하면 단체협약에 담을 수 있지만, 사용자가 반드시 교섭하거나 합의해야 할 의무는 없는 사안을 뜻한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파업의 주된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박 변호사는 “경영성과급의 재원 마련 기준을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보면 노사 합의로 적법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을 때 노동조합이 이를 파업의 주된 목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주체와 목적, 절차, 수단이 모두 정당해야 한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대상이 되는 ‘노동쟁의’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까지 자동으로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넓혔다. 그러나 쟁의행위의 정의와 정당성 판단 법리까지 함께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박 변호사의 판단이다.
그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근로조건에 구체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단계에 이르러야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영상 결정의 초기 단계부터 모두 의무적 교섭사항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삼성전자 노사가 특별경영성과급을 10년간 적용하기로 한 합의는 새로운 법적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 6.2% 인상과 성과급 12% 지급에 합의했다. 성과급은 OPI 1.5%와 특별경영성과급 10.5%로 구성됐으며, 특히 특별경영성과급을 향후 10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최대 3년이고 임금협약은 통상 1년 단위로 체결된다. 이에 따라 올해 체결한 성과급 약정이 다음 해 임금교섭과 3년 뒤 단체협약 갱신 이후에도 어떤 효력을 갖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특별경영성과급을 10년간 적용하기로 한 것은 큰 문제”라며 “내년과 3년 뒤 노사 합의가 어떤 효력을 갖게 될지 노동법 학계에 큰 숙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호남 반도체도 교섭 의제로…노동부 “공장 증설은 경영 판단”
성과급에 이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교섭 대상인지도 논란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이를 2027년도 단체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기업 투자와 공장 증설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변호사도 반도체 공장을 어느 지역에 신설할지, 투자 규모와 생산거점을 어떻게 결정할지는 원칙적으로 경영 주체의 판단이라고 봤다.
그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하는 교섭 의제는 의무적 교섭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가 ‘호남 반도체 반대’를 주된 목적으로 파업에 들어간다면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범위를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도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나 합리적 이유 없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 결정을 반대하기 위한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에도 이러한 판례 법리가 변경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동쟁의의 개념과 의무적 교섭사항, 적법한 쟁의행위의 범위는 각각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장 신설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교섭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투자 여부와 공장 입지는 경영상 결정에 해당하지만, 그로 인해 기존 근로자의 고용과 배치, 근무지, 임금 등 근로조건에 구체적인 영향이 발생하면 해당 부분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로 기존 사업장의 생산량이 축소되거나 인력이 이동할 경우 전환배치와 고용보장, 근무지 변경, 주거·통근 지원 등은 근로조건에 관한 교섭 의제가 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모든 사업경영상 결정이 모든 단계에서 노동쟁의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며 “근로조건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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