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AI 회의론에 흔들린 삼성전자·SK하이닉스…1375조 협력, 반등 신호 될까
- AI 투자 회의론·중동 리스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5주 연속 약세
엔비디아·브로드컴과 1375조 협력…실적·HBM이 반등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5주 연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에서 발표된 1375조원 규모의 한미 반도체 협력 구상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 주 예정된 양사의 실적 발표에 쏠리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2% 하락한 6690.60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7000선을 다시 내줬다. 삼성전자는 7.59% 떨어진 24만9500원, SK하이닉스는 8.34% 내린 175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나란히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대규모 AI 설비투자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악화되자 투자자들은 AI 투자 회수 시점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일부 아시아 헤지펀드가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을 줄였다는 분석도 매도세를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1375조 AI 동맹…반도체 공급망 확대 기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약 9500억달러(약 1375조원) 규모의 반도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향후 5년간 20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공급과 AI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인 브로드컴의 AI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SK그룹은 글로벌 빅테크와 7500억달러(약 1085조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공급 협력을 추진한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와는 5000억달러(약 724조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차세대 AI 칩 공동 설계와 국산 AI 반도체 실증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기업들은 엔비디아 최신 GPU(B200 기준) 약 200만 장이 투입되는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최대 2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협력하고,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베라 루빈' 시스템을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앤트로픽도 국내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히며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투자 협력을 맺고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 함께 약 1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와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고, 웨이모와 자율주행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흔들린 투자심리…다음 주 실적 '촉각'
한편, 최근 주가 조정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과도한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앞으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HBM을 비롯한 메모리 시장의 가격 결정력이 강화되고, 장기 공급계약(LTA) 확대도 중장기적으로는 업황 안정과 AI 사업 시너지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결국 시장의 관심은 실적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9일, 삼성전자는 3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도 실적을 공개한다.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상승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4세대(HBM4) 공급 확대가 양사의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실적이 AI 투자 회의론을 완화하고,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공개된 초대형 협력 구상이 실제 수주와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제시할 경우 국내 반도체주의 투자심리도 반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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