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세무사회 "실거주 중심 세제 전환 공감…1주택 종부세는 재검토해야"
- 종부세·양도세 개편 큰 방향은 긍정…"실거주자 부담 확대는 보완 필요"
"3.4조 세수효과 중 2.1조가 부동산…국민 체감 세부담은 더 커질 수도"
물가연동세제·상속세 개편 등 국민 체감 과제는 국회서 보완 촉구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발표한 ‘2026 세제개편안’에 대해 한국세무사회가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등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실거주 1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 제외와 상속세 개편 등 핵심 과제가 빠졌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세무사회는 3일 발표한 ‘2026 세제개편안 논평’에서 “정부가 실주거 중심의 부동산 세제로 전환하고 241개에 달하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등 강도 높은 개편에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연간 약 3조4000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약 2조1000억원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무사회는 다만 종부세와 양도세 혜택 축소,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이 동시에 시행되면 실제 납세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정부의 세수 추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개편안이 ‘똘똘한 한 채’와 변칙적인 가업승계 등 일부 부작용을 교정하는 데 집중한 반면 국민 생활과 기업 현장에서 요구해 온 구조적인 세제 개편은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무사회는 ▲실거주 1세대 1주택 종부세 과세 제외 ▲유산취득세 과세체계 전환 ▲상속세 기초공제 확대 ▲배우자·동거주택 상속공제 개선 ▲증여재산공제 확대 ▲사업자 의료비·교육비·월세 세액공제 도입 등을 대표적인 미반영 과제로 꼽았다.
실거주 중심은 '공감'…종부세·양도세는 보완 주문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는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까지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주거권 보호'라는 정책 취지에 비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체계를 기존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실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기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는 반면 비실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공시가격의 60%에서 2027년 70%, 2028년 8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종부세 세부담 상한도 전년 대비 150%에서 200%로 높일 예정이다.
세무사회는 투자·투기 목적의 주택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혜택을 축소하고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것은 국민의 주거권 보호라는 정책 목적에 부합한다며 큰 방향에는 공감했다.
다만 실거주 1주택자 역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부담 상한 인상의 영향을 받는 만큼 기본공제가 2억원 확대되더라도 종부세 과세 대상이 새롭게 늘고 보유세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까지 확대하는 것은 이번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핵심 논리인 '국민의 주거권 보호'라는 정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사회는 "실거주 주택은 원칙적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실거주 고가주택의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 국민들이 징벌적 과세로 받아들이는 종부세보다 지방세인 재산세의 세율이나 세부담 상한을 조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종부세 과세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세무사회는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완화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거주 여부에 따른 공제 차등과 비과세 한도 조정만으로도 상당 부분 과세 정상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주택 수 기준까지 폐지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평가했다.
또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체계가 사라질 경우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과 주택 처분 유인이 오히려 낮아져 다주택 보유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양도소득세 개편에 대해서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10년 이상 실거주해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제 한도도 2027년 20억원, 2028년부터는 10억원으로 제한하도록 설계했다.
세무사회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양도차익이 한꺼번에 과세되는 '결집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조세원리에 기반한 제도인 만큼 이를 폐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택은 폐지하면서 토지 등 다른 부동산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유지될 경우 과세체계의 정합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15~20%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데다 종부세의 주택 수 기준까지 폐지되면 다주택자가 주택 수를 줄여야 할 유인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10년 이상 거주한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 기본공제를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확대하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해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양도세의 30~50%를 감면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주택 양도가액은 시장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감면 기준을 양도가액보다 양도차익이나 과세표준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토지 종부세 개편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종합합산토지 과세표준 45억원 초과 구간의 최고세율을 기존 3%에서 4%로 인상한 것은 토지 과세 정상화를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토지를 재편입하고 종합·분리과세 토지의 면세점과 세율체계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 못 따라간 기본공제…민생·기업 세제 보완해야
세무사회는 부동산 세제 외에도 물가 상승과 달라진 경제 현실을 반영한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양가족 기본공제 대상자의 소득기준을 기존 소득금액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근로소득자의 총급여 기준은 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높인 것은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납세자가 부양가족 1인당 공제받는 기본공제액은 2009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조정된 이후 17년 동안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42.75% 상승했지만 기본공제액과 과세표준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돼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세 부담 증가가 충분히 보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물가에 맞춰 공제액과 과세표준을 자동 조정하는 ‘물가연동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 금액을 기존 연간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높이고 청년은 월세액의 17%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최근 전세난과 주거비 상승을 고려하면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의 소득기준도 현행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업자가 지출하는 의료비와 교육비, 월세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기초생활비 성격이 있는 만큼 동일한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노동자와 인적용역 종사자의 원천징수세율 인하도 대표적인 민생 대책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인적용역 종사자의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3%에서 2%로 인하하기로 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제 원천징수율은 3.3%에서 2.2%로 낮아진다.
세무사회는 보험모집인 등 연말정산 대상 사업소득자를 제외한 약 500만명의 플랫폼 노동자와 인적용역 종사자가 과도한 원천징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이 적어도 세금을 먼저 낸 뒤 환급을 신청하지 못해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줄고 세무관서의 행정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업상속공제 개편에 대해서는 제도 취지와 실제 기업 현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기존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제3자 사업승계 과세특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반면 공제 대상 기업의 경영기간 요건은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세무사회는 2025년 기준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기업이 247곳, 공제액은 약 9500억원에 불과하다며 제도 남용보다 실제 활용이 저조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칙적인 부의 이전을 막는 장치는 필요하지만 요건을 과도하게 강화하면 중소기업의 승계와 고용 유지라는 제도 본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241개 조세지출항목 가운데 115건을 정비하기로 한 비과세·감면 개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기업과 정책 효과가 낮은 지원부터 우선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 지원을 축소할 경우에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사회는 “정부의 조세정책은 국민과 기업의 장기적인 재무계획과 직결되고 경제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좌우한다”며 “국회가 세법 심의 과정에서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정부안에 빠진 ‘국민이 원하는 세금제도’를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의 세제개편안 마련과 국회의 세법 심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검토와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해 조세원칙과 조세정의, 조세형평성에 부합하면서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세금제도를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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