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불황에도 홀로 성장…럭셔리 브랜드의 새 주인공 ‘하이 주얼리’ [이윤정의 언베일]
- 희소성·작품성 갖춰…럭셔리 브랜드 정체성 상징
2028년까지 주얼리 연 약 5.3~5.6% 성장 예상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최근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몇 년 전에 비해 럭셔리 브랜드의 인기가 주춤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럭셔리 브랜드 활황’과 비교하면 요즘의 럭셔리 브랜드 시장 상황은 낯설게 느껴진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소비가 이뤄지면서 럭셔리 브랜드 제품 구매가 감소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 아이템별 매출을 비교해 보면 여전히, 아니 예전보다 훨씬 잘 나가는 품목이 있다. 바로 ‘하이 주얼리’(고급 장신구)다.
‘원석’ 중심 디자인…자산 가치 상승
하이 주얼리는 자주 접하는 펜던트·반지·팔찌 등과는 다르게 최고의 원석을 사용해 장인이 수십 혹은 수백 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만드는 제품으로 예술 작품에 비견되기도 한다.
흔히 3대 주얼리 브랜드로 불리는 까르띠에·타피니·불가리를 포함한 다수의 브랜드는 매년 여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한다.
부호들이 휴가를 가기 전 프랑스 ‘생 트로페’, 이탈리아 ‘포르토피노’ 등 유명한 휴양지에서 선보이는 각 컬렉션은 패션과 마찬가지로 주제가 있다. 각 컬렉션에 소개되는 제품은 한 점씩만 만들어진다. 누군가 이미 선점했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똑같은 피스를 만들 수 없을 만큼 ‘희소성’이 중요하다.
하이 주얼리의 또 다른 특징은 원석에 맞춰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옷이나 가방이 디자이너의 철학이나 콘셉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다르다.
진귀한 오팔을 구했다면 그 오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으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올해 까르띠에가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앙 에킬리브르’(En Equilibre)의 카파야테(Cafayate) 목걸이는 원석 중심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프레드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1936, 솔레이 도르 선라이즈’(Soleil d’Or Sunrise)에서 옐로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소개한 목걸이도 하이 주얼리에서 원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원석의 중요성은 자연스럽게 하이 주얼리를 자산의 일부로 여기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지난 2020년 핑크 다이아몬드 채굴로 알려진 호주의 아가일 광산은 문을 닫았다. 영국의 광물 채굴 및 판매사인 젬필즈(Gemfields)의 보고서에 따르면 루비의 주 산지인 미얀마와 모잠비크 등에서는 산출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점점 채굴이 어려워지고, 가치는 높아지면서 자산으로서 원석의 매력은 상승하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고 경제가 어려울 때 타격을 많이 받는 계층은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중산층인 경우가 많다. 초고소득층은 오히려 불황에 돈을 더 버는 일도 왕왕 있다.
다이아몬드·사파이어·골드·에메랄드·루비 등의 최고급 원석으로 만들어지는 하이 주얼리는 대개 가격이 몇억원부터 시작하고,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 피라미드상에서 최상단에 있다. 하이 주얼리의 고객은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계층인 셈이다.
결혼반지로 ‘인기’…패션 브랜드도 비중 늘려
하이 주얼리의 인기를 경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주얼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한몫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에게 보석은 결혼할 때 구매해 집 안에 고이 모셔놓는 존재다.
요즘 소비자는 주얼리도 자신의 취향을 나타내는 하나의 요소라고 여기고 스타일에 따라 주얼리를 구매한다. 예물 반지로 무조건 ‘다이아몬드 반지’를 택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결혼하는 부부는 유명 브랜드의 반지를 선호한다. 취향을 드러내면서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결혼반지로 특히 인기 있는 부쉐론의 ‘콰트로’, 까르띠에의 ‘러브’와 ‘트리니티’의 매출에 본사도 깜짝 놀랄 정도다.
인기 브랜드의 지형도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까르띠에·불가리·티파니 등 결혼반지로 유명한 3대 브랜드 외에도 몇 년 전부터 반클리프 아펠·프레드·쇼메·부쉐론·다미아니·그라프 등의 인기가 높아졌다.
하이 주얼리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루이비통·디올·샤넬 등의 패션 브랜드도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하이 주얼리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소비자의 취향과 매출이 알려지면서 각 브랜드의 본사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한국에서 우수고객(VIP) 행사를 열거나 한국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하는 일도 잦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유럽이나 중국에서 주로 선보였던 사실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하이 주얼리는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소개됐지만 국내 고객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하이 주얼리를 구매하더라도 유럽이나 홍콩처럼 착용하고 나갈 사교 행사도 턱없이 적었다.
점차 주얼리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면서 각 브랜드에서는 VIP 행사를 통해 VIP가 하이 주얼리를 과시할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가 참석한 주얼리 브랜드 VIP 행사에서 자사의 주얼리를 개성 있게 착용한 고객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영국 패션 전문 매체 ‘더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에 따르면 향후 몇 년간 주얼리 매출은 패션 매출의 4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8년까지 주얼리는 매년 약 5.3~5.6% 성장할 전망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이 다소 주춤할 거라는 전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하이 주얼리의 독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이 주얼리는 각 브랜드가 최고의 원석으로 숙련된 장인을 통해 만드는 예술 작품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필수 조건인 ‘희소성’과 ‘작품성’을 충족하는 하이 주얼리는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프리미엄 패션·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한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명품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현재 브랜드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디엘(DL)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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