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팔아도, 버텨도 부담” 세법 개정이 바꿀 다주택자 셈법 [스페셜리스트 뷰]
- 거래세·보유세 동시 강화 예고
‘주택 수 재편’이 절세의 핵심 변수
[이정근 세무법인 엑스퍼트 대표 세무사] 세법은 ‘7월 발의→ 연말 국회→ 연초 공포’의 길을 걷는다. 매년 세법개정은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 움직인다. 기획재정부가 7월 말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 8월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이후 11~12월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연말 공포되고, 대부분 이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금 논의되는 7월 개정안은 완성된 법이 아니라 정책 방향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하지만 이 예고편이 중요한 이유는 발표부터 시행까지 약 반년이 절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법이 확정된 뒤 움직이면 이미 늦다. 정부·여당의 공개 발언과 정책 방향을 토대로 조만간 발표될 세법개정안을 전망해 봤다.
다주택자 겨냥한 거래세 개편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는 보유세 인상에 신중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류는 뚜렷하게 달라졌다.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는 낮은 편이라 집을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적다"며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언급했고,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도 "실거주 목적 주택과 투기 목적 주택은 다르다", "거주와 단순 보유를 구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핵심 프레임은 '거주와 단순 보유의 구분'이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다주택자와 비거주자, 초고가 주택에는 거래세와 보유세를 함께 강화하겠다는 방향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언제부터'다.
거래세 개편의 핵심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다. 현재 장특공제는 일반 장기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일반 공제와 1세대 1주택 고가주택에 적용되는 특례 공제로 구분된다.
일반 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면 연 2%씩 최대 30%까지 공제한다. 반면 특례 공제는 3년 이상 보유와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가 문제 삼는 지점은 특례 공제 구조다. 현재는 실제 거주기간뿐 아니라 보유기간만으로도 최대 40% 공제가 가능하다. 일정 기간만 거주하면 이후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게 최대 80% 공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도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특례 공제는 적용되지 않고 일반 공제(최대 30%)가 적용된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거주와 공제'의 연계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읽힌다.
현재 거론되는 개편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비거주 1주택자에게 특례 공제를 배제하는 방안이다. 강한 형태로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 장특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방식도 가능하며, 절충안으로는 일반 공제만 적용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둘째는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만으로 공제하는 방식이다. 2년 이상 거주한 기간에 대해 연 8%씩, 최대 80%까지 인정하는 구조다. 실제 거주한 만큼만 공제하는 만큼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장기간 보유만 한 경우에는 공제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12억원 초과분을 안분한 과세대상 양도차익이 약 10억원인 비거주 1주택자(보유 10년·거주 2년)를 가정해 보면 제도 변화의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 48%가 적용돼 과세표준이 약 5억2000만원으로 줄어들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양도세는 약 2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를 폐지할 경우 공제율은 20%로 낮아지고 과세표준은 약 8억원으로 증가한
다. 이에 따라 양도세는 약 3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만약 보유기간 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실제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만 적용한다면 공제율은 16%까지 낮아지고, 과세표준은 약 8억4000만원, 양도세는 약 3억5000만원에 달한다.
결국 같은 주택을 팔더라도 공제율이 48%에서 16%로 축소되면 세 부담은 약 75% 증가할 수 있다. 두 개편안의 차이는 형평성에 있다. 특례를 폐지하는 방안은 비거주 1주택자에게 일반 장기보유공제만 적용하는 방식인 반면, 거주기간 중심
개편안은 실제 거주한 기간만큼 공제 혜택을 인정해 실거주자와 비거주자를 보다 명확히 구분한다.
거래세 개편의 또 다른 축은 임대주택 세제혜택 축소다. 과거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며 ▲종부세 합산배제 ▲양도세 중과배제 ▲거주주택 비과세 특례 ▲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혜택이 임대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를 8년간 등록 임대한 경우 집주인이 감면받은 종부세와 양도세는 약 4억원인 반면, 세입자가 얻은 혜택은 1800만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 세제 역시 축소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면 폐지보다는 아파트와 조정대상지역,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축소가 유력하다. 이미 아파트는 신규 등록이 제한돼 있고 조정대상지역 신규 매입임대는 종부세 합산배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는 만큼 기존 제도의 연장선에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소급 적용 여부다. 2020년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 당시에도 기존 등록 주택은 의무임대기간까지 기존 혜택을 유지하도록 경과규정을 뒀다. 이번에도 '신규 등록 제한·요건 강화'와 '기존 등록분 경과규정'이 함께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미 등록한 경우라면 성급하게 처분하기보다 의무기간과 개정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부세 강화…세 개의 스위치 동시에 켜질 수 있어
보유세 강화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다.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다주택자 기준 및 공제 등 세 가지 변수로 결정된다. 이번 개편은 이 세 요소를 동시에 건드릴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곱셈 효과'를 낼 수 있다.
먼저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공시가격 가운데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로 현재는 60%다. 과거 95%까지 적용된 사례가 있는 만큼 80% 안팎으로의 상향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할 수 있어 정부가 가장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다음은 세율이다. 현재는 2주택 이하에는 일반세율(0.5~2.7%), 3주택 이상에는 중과세율(0.5~5.0%)이 적용된다. 개편이 이뤄질 경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도 중과 대상에 포함하고, 세율 역시 과거 수준인 일반세율 0.6~3.0%, 중과세율 1.2~6.0%로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은 다주택자 기준과 기본공제다. 다주택자 기본공제(9억원)를 낮추거나 중과 적용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물론 이는 재산세 중복분 공제와 세부담 상한 등을 반영하지 않은 개략적인 예시다. 실제 세액은 개인별 보유 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주택자의 선택…'버티기'보다 '재구성'이다
이제 다주택자에게 '일단 버티기'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될 수 있다. 거래세는 양도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로, 보유세는 종부세 강화로 동시에 부담이 커질 경우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매년 상당한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이미 2026년 5월 9일 종료됐다. 현재는 중과세가 다시 적용되는 국면인 만큼 과거와 같은 보유 전략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핵심은 '주택 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공시가격이나 세율은 스스로 바꿀 수 없지만, 보유 주택 수는 납세자가 조정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변수다.
주택 수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차익이 크지 않거나 향후 가치 상승이 제한적인 주택부터 매도해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는 거주주택 비과세와 임대주택 감면요건을 먼저 검토해 처분 순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증여다.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핵심지 주택은 매도보다 자녀에게 이전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 부담부증여나 가족 간 저가양도를 활용하면 무상 이전과 유상 이전을 적절히 조합해 누진세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다만 올해부터는 시세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의 저가양도가 증여로 간주되는 만큼 취득세 중과와 자금출처 조사에도 유의해야 한다.
노후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멸실을 통해 주택 지위를 없애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멸실 이후 토지는 종합합산토지로 과세될 수 있어 재건축이나 신축 계획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사용하거나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는 방식도 경우에 따라 주택 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공부상 용도 변경만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실제 사용 형태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세법은 발표와 시행 사이에 준비할 시간을 준다. 7월 세법개정안 발표부터 내년 시행 전까지가 절세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또 하나는 '감'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다. 같은 주택이라도 명의와 처분 순서, 이전 방식에 따라 세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략적인 계산보다 자신의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판단해야 한다.
기존 임대사업자 역시 서둘러 움직일 필요는 없다. 소급 적용 여부와 경과규정이 확정되기 전 성급하게 등록을 말소하거나 주택을 처분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개정 방향을 확인한 뒤 대응해도 늦지 않다.
목표 공감하지만, 방법은 다시 생각해야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세무 현장에서 납세자들을 만나온 입장에서는 이번 개편 방향에 대해 세 가지 우려를 남기고 싶다.
첫째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정부의 권장을 믿고 임대주택을 등록한 사람들이 있다. 종부세 합산배제와 양도세 감면을 조건으로 8~10년 의무임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의무는 그대로 둔 채 혜택만 거둬들인다면 이는 세금 이전에 국가와 국민 사이의 '약속' 문제다. 조세정책의 근간인 신뢰가 흔들리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어차피 또 바뀔 텐데'라는 불신만 남게 된다. 정책의 실효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거래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이다. 거래세 강화는 필연적으로 '동결효과(Lock-in)'를 부른다. 팔 때 세금 부담이 커지면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하게 되고 시장의 매물은 줄어든다. 그런데 매물이 잠긴 상태에서 보유세까지 올리면 납세자는 '팔 수도, 계속 보유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인다.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거래세는 낮춰 퇴로를 열고, 보유세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출구를 막아둔 채 부담만 키우는 방식이 과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셋째는 시장 안정의 방식이다. 지난 경험을 돌아보면 금융규제와 세제 강화, 규제지역 지정이라는 정책이 반복됐지만 공급은 위축되고 전월세 가격은 오르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종부세 역시 늘어난 세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되면 결국 최종 부담은 세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집주인을 겨눈 세금이 세입자를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는 시장의 역할이 있다. 정책이 해야 할 일은 시장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투기와 편법증여, 실거주 위반 같은 불합리한 행위를 정밀하게 바로잡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집값은 근본적으로 유동성과 공급의 문제다.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은 자제하고 재건축·재개발·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실제 공급 확대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수요를 억제하는 세금 100개보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 하나가 시장 안정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세무 실무에서는 특히 세 가지가 눈에 밟힌다. 종합부동산세는 실현되지 않은 평가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현금흐름이 부족한 은퇴자나 고령 1주택자에게는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6년 단기임대를 부활시켜 공급을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줄 수 있다. 아울러 실거주 보호와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라 하더라도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면 오랫동안 한 채를 보유해 온 실수요자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세법은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다만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갑자기 찾아올 뿐이다. 7월 세법개정안은 아직 확정된 법이 아니지만 정책의 방향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났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주택 수와 보유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변화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다.
필자는 세무법인 엑스퍼트 논현점 대표세무사로, 상속·증여·양도세 등 재산세제와 가업승계, 세무조사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 교수와 조세제도연구위원회 재산세제위원, 한국세무사고시회 조직부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고액자산가와 기업의 자산 이전·승계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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