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키워서 뭐 하려고?”…금융사는 왜 스타트업을 지원할까
- [금융사 육아일기]②
혁신 기술·새 성장동력 확보…금융사·스타트업 윈윈
스타트업과 계열사 협업해 신규 서비스 사업화 성과
“기술 가져오고 기회 열고”…금융사·스타트업 동반성장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사들은 창업 초기부터 기업의 성장 과정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기업금융이 이미 성장한 기업에 대출을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일찍 발굴해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사들이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금융산업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금융사 혼자 모든 혁신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스타트업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금융 서비스에 접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혁신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것이 KB스타터스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신한금융 역시 스타트업 육성 목적을 ‘상생’과 ‘신성장 동력 확보’로 설명한다. 초기에는 우수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금융 고객을 확보하는 측면이 컸다면, 현재는 스타트업과 금융사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타트업은 신한금융의 협업·투자·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신한금융은 스타트업의 빠른 기술력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구조다.
하나금융도 유망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하고 그룹 차원의 지원 역량을 결집해 혁신 기술과 금융 인프라를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의 혁신 성과와 하나금융의 인프라를 연결해 지속 가능한 상생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실천한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은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미래의 핵심 파트너이자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자본과 사업 기회를 공급하고, 성장한 스타트업과 다시 협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사가 육성한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선발하거나 투자를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계열사가 직접 고객이자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은 ‘KB스타터스’ 출신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제 금융 현장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증권·디지털자산 투자와 운용을 위한 AI 기반 핀테크 ‘퀀팃’은 KB국민은행과 협업해 생성형 AI 기반 PB Agent를 구축했다. 고객의 보유 상품과 KB금융의 시장 전망을 반영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프라이빗뱅커(PB)의 상담과 영업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스타트업의 AI 기술을 금융 현장에 적용해 자산관리 서비스의 고도화를 꾀한 사례다.
글로벌 협업도 이뤄졌다. 중고차 상품화 유통 플랫폼 기업 ‘체카’는 KB국민카드 캄보디아 법인과 협업해 현지 특화 자동차 종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수기로 진행되던 차량 매각 절차를 디지털 공매 플랫폼으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처럼 KB스타터스는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금융 현장에 실제 적용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스타트업과 KB금융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에서는 ‘퓨처스랩’ 대표 동문 기업인 트래블월렛과의 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트래블월렛은 해외 결제와 환전 수수료를 낮춘 멀티통화 지갑 기반 핀테크 플랫폼이다. 신한금융은 트래블월렛과 단순 투자 관계를 넘어 그룹 계열사별로 사업 협업을 이어갔다.
신한카드는 트래블월렛의 결제 기술을 활용해 기업 간(B2B) 지불결제 플랫폼 사업을 추진했고, 신한투자증권은 해외송금 서비스에 자사 해외송금 네트워크를 접목했다. 트래블월렛 사례는 신한퓨처스랩의 지원 방식이 단순한 보육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나금융도 ‘하나성장지원센터’ 출신 스타트업과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기업인 ‘크디랩’은 하나은행의 신상품 출시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객 응대와 상품 설명 역량을 높이기 위한 AI 기반 화법 코칭 솔루션을 제공했다.
우리금융에서는 ‘디노랩’ 충북 1기 기업인 테라파이와 우리은행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테라파이는 부동산 리스크 진단 솔루션 ‘세이프홈즈’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우리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우리WON뱅킹에 ‘전세지킴이’ 서비스를 탑재했다. 이 서비스는 임차인이 주소와 보증금만 입력하면 해당 매물의 시세와 권리관계를 분석해 계약 전 위험 요소를 안내한다. 계약 이후에는 등기 변동 알림을 제공해 사후 관리까지 지원한다.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는 90만명을 넘어섰고, 약 2751억원 규모의 잠재적 전세 사기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금융사의 탄탄한 인프라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스타트업의 성장이 금융사의 혁신으로, 다시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스타트업 협력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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