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2배 ETF에 물리고도…미장 간 개미, 이번엔 ‘3배 ETF’
- [출렁이는 한국 증시]②
고위험 투자 반도체 3배 ETF ‘속슬’ 순매수 1위
패닉셀 뒤 고위험 투자 확산…“손실 복구 심리 영향”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증시가 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미국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선택한 투자처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기간 손실 만회를 위한 ‘고위험 베팅’이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배 늘어난 ‘미장’ 순매수…7월에 41억달러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8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1억7560만달러(약 6조448억원)를 기록했다. 전달 순매수 규모인 6억3300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6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미국 주식의 월별 순매수 규모를 보면 ▲1월 5억달러 ▲2월 3억9500만달러 ▲3월 1억6900만달러로 감소세를 보였고 ▲4월 4690만달러 순매도 ▲5월 9400만달러 순매도 등을 기록하며 미장 투자 규모가 감소했다. 당시 국내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면서 ‘미장보다 국장’ 선호가 나타난 영향이다. 이후 서학개미는 6월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어 7월에는 국내 증시 급락과 맞물리며 매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7월 들어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점을 미국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는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 급락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9000선에서 5000선까지 밀렸다.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됐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빠르게 커졌다. 최근 6000선을 회복했지만 변동성이 심한 것은 그대로다.
실제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는 전일 대비 8% 이상 급락 시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 발동됐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4차례 발동됐다. 특히 7월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첫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못 떠난 서양개미 ‘3배 승부’
미국으로 이동한 자금이 향한 곳은 대형 기술주보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7월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 셰어즈 ETF’(SOXL)였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속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ETF의 7월 순매수 규모는 23억35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인 SK하이닉스 ADR의 8300만달러를 압도하는 규모다. 미국 대표 빅테크 종목보다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집중된 셈이다.
보유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SOXL 보유액은 약 4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테슬라(180억달러) ▲엔비디아(162억달러) ▲알파벳(78억달러) ▲애플(50억달러)에 이어 상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레버리지 ETF라는 상품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보유 비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투자 흐름을 ‘손실 복구 심리’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도 높은 변동성을 활용해 단기간에 손실을 만회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의 특성상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을 경고한다. SOXL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음의 복리’ 효과로 장기 수익률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경우 미국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고된 만큼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미국 레버리지 ETF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 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시장이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요건 상향과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추가 보완 조치도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투자 자금이 안정적인 우량주보다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으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위험 역시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ETF를 선택하는 것은 빠르게 손실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최근처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논란과 메모리 업황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단기 수익만을 기대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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