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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호 2026-07-27

코인 부자의 돈 출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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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료’서 신약 개발 수장으로… 조원동 “AI가 최고의 바이오 선생님” [인터뷰]

CEO

공무원 출신이지만 안주하는 삶보다 ‘도전’을 선호했기 때문일까. 마지막 선택도 의외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오 분야의 신약 개발 회사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직. ‘경제 관료’로 대통령실 경제수석까지 역임했던 조원동 회장의 현 직함이다. 지금껏 달려왔던 분야의 ‘유종의 미’가 아닌 모험을 택한 그가 인생의 마지막 명함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하루 3시간, 과학자 50명과 대화 2025년 7월 조 회장이 바이오 회사의 수장으로 공식 행보를 알렸다. 1979년 행정고시 패스 이후 35년 이상 ‘경제 관료’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갑자기 바이오 기업의 대표직을 맡게 됐으니 의문부호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바이오업계 선생님’을 통해 분야를 파고들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2024년 현대ADM바이오(현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의 사외이사를 맡은 후 AI의 도움을 받아 치열하게 바이오 분야를 탐구하면서다. 서울 마곡의 페니트리움바이오 사무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생성형 AI가 나왔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생성형 AI를 초창기부터 쓰기 시작했고 궁금하고 찾고 싶은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았다”며 “하루 3시간, 과학자 50명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언급했다. 알파폴드의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이 AI 시스템 개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화학 공식이 필요하고 이러한 화학 구조물을 예측하는 데 AI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생체 임상에 들어가면 인체 구조 등 의학 지식도 많이 필요하다”며 “페니트리움바이오가 집중하는 분야가 면역학인데 매크로적인 측면에서부터 분자학적인 것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런 지식들은 한 전문가가 다 소유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조 회장은 각 분야 대가들의 지식을 흡수하면서 지평을 넓힌 덕분에 지금의 바이오 수장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주로 활용하는 AI 모델은 클로드와 제미나이의 고급 버전이다. 첫 제안을 받았을 때 두려움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혁신적인 일이라는 판단에 사명까지 과감히 바꾸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얼굴마담’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품었지만 선구적인 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AI로 공부하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현대ADM바이오의 대표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지금은 페니트리움바이오로 간판이 바뀌었다. 페니트리움은 신약 후보물질 이름에서 따왔다. 조 회장은 “임상 수탁 기관(CRO)에서 신약 개발사로 영역을 완전히 바꿨다. 위험 요소도 있지만 현재 확보한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베팅”이라고 강조했다. ‘묻고 더블로’ 마지막 승부수 페니트리움은 AI를 통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가설을 세웠으니 이제 증명할 시간이다. 글로벌 임상의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지난 7월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상 진행 소식을 알렸다. 미국에서 임상 1상을 건너뛰고 2상으로 직행한 이유에 대해 “페니트리움과 동일한 제형이 이미 사람에게 투여된 이력이 있어 관련 데이터가 축적됐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인 절차임을 밝혔다. AI를 활용해 수년이 소요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간을 단축한 페니트리움바이오는 임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중선택적 비공유결합 RAS(세포의 성장·분열·사멸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 단백질 억제제’인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의 임상 과정을 주목했다. 조 회장은 “보통 신약 물질들이 탐색 임상 이후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본 임상 이전의 탐색 임상의 경우 내년에는 끝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락손라십의 경우도 시작해서 1년 만에 결과를 냈고, 췌장암 3상에서 중앙값 생존 1년을 초과 달성한 최초의 약물이 됐다. 이런 결과로 기업(레볼루션 메디슨즈) 가치가 32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다락손라십은 2022년 임상 1·2상에 들어갔고, 2023년에 주요 학회에서 췌장암 및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초기 반응률과 질병조절률 등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조 회장이 언급한 탐색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던 셈이다. 그는 “다락손라십의 임상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3년 내 결과가 날 수도 있다”며 임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페니트리움은 여러 암과 여러 항암제를 한 번에 검증할 수 있는 설계로 꼽히는 ‘듀얼 바스켓 임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다락손라십의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무한 병용 전략과 유사하다. 조 회장은 “미국 글로벌 임상에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표적항암제까지 다 포함시키는 병용 전략을 통해 암세포의 주변 환경인 종양 미세 환경을 포커싱하는 약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력한 만큼 받는다’가 조 회장의 좌우명이다. 이에 페니트리움바이오에 투자하며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다. 회장 직급이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노력의 결과를 얻겠다는 각오다. 그는 2024년 4만주, 2025년 8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조 회장은 “월급을 안 받는 대신 스톡옵션으로 많이 걸었다.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차원으로 스톡옵션을 선택했고, 임상 성공으로 기업 가치와 주가가 오르면 금전적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며 “하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평생 해왔던 일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었고 도전 자체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페니트리움바이오는 ‘경제 관료’ 은퇴 후 그토록 찾아다닌 ‘마지막 숙명’이다. “정부에서 나와 제일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3분의 1은 돈 버는 일을 하고, 3분의 1은 재미있는 일을 하고, 3분의 1은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는 조 회장은 “지금 바이오 업종은 이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일이다. 이 3가지를 한꺼번에 하기에 너무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6.07.28 07:00

4분 소요
샤넬·디올도 긴장한 ‘K뷰티 2.0’…가격 넘어 기술로  [K뷰티 글로벌 패권이 되다]②

산업 일반

K-뷰티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샤넬 뷰티·디올 뷰티·에스티로더 등 이른바 백화점 럭셔리 브랜드가 주도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K-뷰티만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으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화장품의 기준도 ‘이름값 있는 비싼 브랜드’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명품 뷰티 브랜드들도 전략 변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토리와 기술력,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K-뷰티 2.0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뷰티 시장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뷰티 2.0의 시대“솔직히 요즘 누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사나요? 다들 올리브영으로 가겠죠.”최근 만난 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관계자의 말이다. 수년 사이 K-뷰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싼 프랑스산 화장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돈이 있어도 올리브영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 5월 발간한 ‘2026 한국 프리미엄 뷰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리미엄 뷰티 시장 규모는 8조6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성장률은 2%에 그쳤다.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과거처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성장을 이끄는 구조는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특히 국내 프리미엄 뷰티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유로모니터는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22%로 선두를 유지한 반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한 주요 경쟁 업체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반면 K-뷰티 브랜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K-뷰티 인디 브랜드는 116개로, 2020년(36개)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도 닥터지·달바·라운드랩·메디힐·클리오·토리든 등 6개로 증가했다.해외 시장에서도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글로벌 K-뷰티 온라인 판매액은 2024년 연간 판매액의 86%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은 글로벌 K-뷰티 온라인 판매의 51%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고, 유럽 비중도 2022년 3%에서 2025년 11%로 확대됐다.업계는 이런 변화를 ‘K-뷰티 2.0’으로 정의한다. 과거 1세대 K-뷰티가 ‘7스텝 스킨케어’와 BB크림 등 한국식 뷰티 문화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앞세워 중가부터 프리미엄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유로모니터는 “K-뷰티 2.0은 한국만의 스토리를 가진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가치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도 뛰어난 제품을 원하는 흐름과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뷰티도 제품력 경쟁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소비자가 먼저 찾는 제품군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국내 화장품 제조 기술력이 있다. 코스맥스·한국콜마·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ODM 기업들은 ▲선케어 ▲기능성 스킨케어 ▲마이크로바이옴 등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며 글로벌 브랜드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했다.과거에는 글로벌 브랜드가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한국 기업이 생산을 맡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ODM 기업들이 성분 개발과 제형 설계 단계부터 브랜드와 함께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제조 경쟁력은 K-뷰티 브랜드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메디큐브·아누아·토리든 등 인디 브랜드는 PDRN·어성초·저분자 히알루론산 등 차별화된 성분과 기능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브랜드보다 제품력과 효능을 먼저 따지는 소비 기준 변화가 K-뷰티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 이미지와 전통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면, 지금은 성분·효능·임상 데이터·실제 사용 후기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따진다”고 설명했다.

2026.07.28 06:30

3분 소요
K뷰티 DNA 전쟁 포문…‘한국다움’을 증명하라 [K뷰티 글로벌 패권이 되다]①

산업 일반

K-뷰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K-뷰티 DNA’를 둘러싼 정통성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화장품 연구개발·생산 전문기업(ODM)에서 생산한 제품이면 모두 K-뷰티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창업자의 배경 ▲브랜드 이름 ▲경영진까지 ‘한국다움’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하나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제조 기술을 넘어 브랜드의 출신과 스토리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새로운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글부터 철학까지…K뷰티 DNA의 진화지난해 10월 방문한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 역사적인 구시가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 화장품 매장이었다. 선명한 분홍색 간판에는 이탈리아어나 영어가 아닌 한글 ‘예쁘다’와 영문 ‘yepoda’가 정갈하게 적혀 있었다.유럽 한복판에서 한글을 브랜드명으로 내건 화장품이 현지 소비자에게 과연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매장 안을 들여다보니 예상과 달랐다. 평일 오후였지만 예쁘다 매장에는 제품을 테스트하는 현지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여성 고객은 세럼을 손등에 펴 바르며 제형과 흡수력을 확인하고 있었다.국내 뷰티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예쁘다’는 한글 자체도 하나의 감도 높은 브랜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한국적인 정체성이 오히려 글로벌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유럽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한국만의 DNA가 이제 K-뷰티 브랜드의 차별화된 자산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공장에서 만든 화장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면, 이제는 ▲한국의 문화 ▲스토리 나아가 ▲정체성까지 함께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피렌체에서 만난 예쁘다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예쁘다는 샌더 준영 반 블라델과 독일인 공동창업자 베로니카 스트롯만이 2020년 독일에서 론칭한 브랜드다.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블라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한국적 뿌리를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에 그치지 않고 ‘한국 DNA를 담은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했다. 브랜드명 역시 한국어 동사인 ‘예쁘다’를 사용했다. 한국에서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진행하고, 한국 스킨케어 루틴과 클린뷰티 철학을 유럽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해석했다.샌더 대표는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한국식 스킨케어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였다”며 “서울을 오갈 때마다 유럽 친구들이 K-뷰티 제품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접근성의 간극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는 브랜드 초기부터 중요한 조언을 해주시는 조력자이자, 제품과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아끼지 않는 분”이라고 전했다.성장세도 가파르다. 출범 5년 만에 예쁘다는 유럽 전역에서 1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고, 2024년 매출은 6500만 유로(약 1000억원)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큰폭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벨기에 소비재 전문 투자사 베를린베스트가 주도한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5년에는 독일뿐 아니라 이탈리아·영국·프랑스 등지 100여개 이상의 세포라 매장에 입점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최근에는 한국 시장에 역진출했다.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며 국내 소비자들과 처음 만났다. 예쁘다 관계자는 “한국에서 시작된 브랜드 철학을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은 만큼 한국 소비자들과도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DNA 찾기 ‘안간힘’ 한국산 제품만으로는 K-뷰티만의 차별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지면서 브랜드들도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예쁘다가 그렇듯 제품의 성분과 품질뿐 아니라 어떤 한국적 배경을 가진 브랜드인지, 왜 K-뷰티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고 있다.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지유(JIYU)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JIYU는 그동안 한국에서 R&D와 생산을 진행하는 점을 앞세우며 ‘아메리칸 파운디드 K-뷰티’(American-founded K-Beauty)로 소개해왔다. 한국의 앞선 화장품 제조 기술과 성분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 탄생한 브랜드다.JIYU는 올해 650만달러(약 9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아마존과 틱톡숍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며 올해 매출 7000만달러(약 95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뷰티 전문 매체들도 JIYU를 빠르게 성장하는 K-뷰티 브랜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그러나 성장할수록 JIYU도 K-뷰티 정체성 검증을 피하기 어려웠다. 해외 뷰티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JIYU가 한국과 어떤 관계가 있나”, “한국에서 제조한다고 모두 K-뷰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장만 한국에 있는 브랜드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제품의 제조국을 넘어 브랜드의 출발점과 창업 배경, 한국과의 연결성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결국 JIYU도 한국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회사 측은 지난 7월 1일 한국 출신 사업가 소라 리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리 CEO는 메타·넷플릭스·틱톡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과거 국내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K-뷰티의 인기가 커질수록 브랜드가 가진 ‘한국다움’을 증명하는 기준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뷰티가 ‘만드는 힘’에서 ‘설명하는 힘’까지 요구받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업계 관계자는 “JIYU 사례는 K-뷰티의 기준이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브랜드의 출신과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글로벌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졌고, 이제는 브랜드가 가진 한국적 뿌리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2026.07.28 06:30

4분 소요
"세금 폭탄 피하려면, 코인 거래 기록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야" [이코노 인터뷰]

재테크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가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과세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까지 포함하면 취득가액 산정부터 거래 추적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김지호 세움 택스 세무사는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결국 거래 기록”이라며 “기록이 없으면 취득가액도, 실제 수익도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사항과 제도적 보완 과제를 짚었다. 국내 거래소 밖은 여전히 ‘사각지대’국내 거래소에서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거래는 비교적 단순하다. 거래소에 ▲사고 판(매수·매도) 시점 ▲가격 ▲수량 등이 모두 기록되고 과세당국도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가상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옮긴 이후다. 블록체인에는 어느 지갑에서 어느 지갑으로 자산이 이동했는지는 남지만 그 거래가 ▲매매인지 ▲증여인지 ▲대여인지 ▲단순한 본인 지갑 간 이동인지는 기록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과세당국이 거래 목적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스테이킹 보상(코인을 맡긴 대가로 받는 보상)이나 탈중앙화거래소(DEX) 유동성 공급 수익을 세법상 어떻게 분류할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수년 전 매수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김 세무사는 “지갑 내역에는 입출금 기록은 남지만 거래가 왜 이뤄졌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거래 목적을 확인하려면 스마트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 자동 계약)를 하나씩 분석해야 하는데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이를 모두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유사한 거래를 유형별로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투자자의 거래를 일일이 검증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과세가 시행되더라도 중앙화 거래소와 개인 지갑 사이에는 과세자료의 완성도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해외 거래소도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로 꼽힌다. 국세청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국내법상 권한은 제한적이다. 거래소가 협조하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정보교환규정(CARF·카프)이다. 카프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거주지와 거래 정보를 과세당국에 보고하고, 각국 과세당국이 이를 정기적으로 교환하는 체계다. OECD는 첫 정보교환이 2027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김 세무사는 “현재로서는 해외 거래소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보할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카프”라면서도 “카프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이용한 거래까지 모두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은 다른 자산보다 이동이 쉬운 만큼 제도의 빈틈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참여국을 확대하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필요한 건 ‘지난 거래 자료’세무 현장에서 가장 큰 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취득가액 산정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매도금액 전체가 아니라 매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필요경비를 뺀 실제 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예를 들어 2021년 가상자산을 매수한 투자자가 2027년에 이를 매도한다면 수년 전 얼마에 취득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오가며 거래했거나 이미 폐업한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2027년 이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은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 31일 시가 가운데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는다. 과세 시행 이전 발생한 가치 상승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위한 장치다. 다만 실제 취득가액이 더 높은 경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김 세무사는 “가상자산 과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취득원가를 확인하는 일”이라며 “오래된 거래소 기록과 개인 지갑, DeFi 거래를 개인이 모두 정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나 관련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과거 거래를 모두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세무 상담 현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금출처 조사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취득가액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어떤 증빙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그는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려면 결국 거래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자료가 없다면 전문가도 취득가액과 실제 수익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일부 거래소는 이용자가 요청하면 전체 거래 내역을 엑셀 파일 등으로 제공한다. 다만 조회·다운로드 기간에 제한을 둔 곳도 있어 과세 신고나 세무조사가 시작된 뒤 과거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김 세무사는 “사용했던 국내외 거래소의 거래 내역은 지금이라도 미리 내려받고, 자신이 이용한 지갑 주소도 목록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며 “사용하지 않는 지갑까지 뒤섞여 있으면 나중에 자금 흐름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이어 “세무조사는 결국 납세자가 자신의 거래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증명하느냐의 문제”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강조했다.

2026.07.27 09:00

4분 소요
비밀번호 잃으면 100억도 사라진다…코인 상속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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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있는데 자녀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하나요.”최근 세무사를 찾은 A씨의 고민이다. 수년 전 투자한 비트코인 가치가 수십억 원대로 불어나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속 방법을 상담받기 위해서였다. A씨는 당연히 세금이 가장 큰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무사가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은 의외였다. “혹시 개인지갑 비밀번호와 복구문구는 가족도 알고 계십니까.”가상자산도 상속재산…과세 체계는 이미 마련가상자산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속과 증여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과 예금, 주식은 상속 절차가 비교적 잘 정립돼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은 개인키(Private Key)와 복구문구(니모닉)를 잃으면 법적으로 상속인이더라도 자산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가상자산 과세가 여러 차례 유예되면서 상속이나 증여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 세법상 가상자산은 이미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부모 등이 보유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하면 수증자는 증여받은 날부터 3개월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까지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상속의 경우에도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일 등 상속개시일부터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가상자산 평가 기준도 마련돼 있다. 국세청이 지정한 두나무(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고팍스) 등 가상자산사업자에서 공시하는 평가기준일 전후 1개월간의 일평균가격 평균액을 기준으로 상속·증여 재산가액을 산정한다. 그 밖의 가상자산은 거래일의 일평균가액 또는 종료시각에 공시된 시세가액으로 평가해야 한다. 투자자는 국세청 홈택스의 ‘가상자산 일평균가격 조회’ 서비스를 통해 평가 가격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연 세무사는 “부모 등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자녀 등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경우 현행 세법에 따라 증여세와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가상자산을 증여받거나 상속받으면서 발생한 증여세나 상속세를 체납할 경우에는 일반 재산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해당 가상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압류된 가상자산은 공매 처분 등의 절차를 거쳐 체납세액 징수에 활용될 수 있다.전문가들은 상속 과정에서 더 큰 위험은 세금이 아니라 ‘접근권 상실’이라고 지적한다. 거래소에 보관된 가상자산은 상속인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계정을 확인하고 자산을 이전받을 수 있다. 반면 메타마스크나 팬텀 같은 개인지갑으로 인출한 가상자산은 상황이 다르다. 개인지갑은 복구문구이나 개인키를 알아야만 자산에 접근할 수 있어 이를 분실하거나 고인이 생전에 관련 정보를 남기지 않았다면 상속인이 자산의 존재를 알고도 이전받지 못할 수 있다.이 세무사는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인출한 이후 니모닉이나 개인키 관리에 실패하거나 디바이스 고장, 하드웨어 분실, 피싱·스캠, 악성코드 감염, 소유자의 유고 등이 발생하면 해당 개인지갑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실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개인지갑 안에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상실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이어 “개인키를 분실하거나 외부에 유출하면 제3자가 해당 지갑을 통제할 수 있고, 반대로 본인이 개인키를 완전히 잃어버리면 누구도 자산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며 “잘못된 지갑 주소로 송금한 경우에도 기존 금융거래처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기 어려운 점이 가상자산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는 ‘디지털 상속’ 준비…국내는 이제 시작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 상속이 새로운 자산관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투자자 매슈 멜런 사례가 디지털 자산 승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개인키와 복구문구를 남기지 않을 경우 상속인이 자산의 존재를 알고도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기존 상속 설계만으로는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이전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인키와 복구문구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안과 함께 ▲신탁(Trust), ▲다중서명(Multi-signature) ▲비상 접근권(Emergency Access) 등을 디지털 자산 승계 설계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미 45개 이상 주에서 ‘개정 디지털자산에 대한 수탁자 접근 통일법’(RUFADAA)을 도입해 일정한 요건 아래 상속인이나 수탁자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반면 국내는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 체계는 마련됐지만 디지털 자산 승계와 관련한 제도와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현재 정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금융재산과 토지 ▲건축물 ▲자동차 등은 조회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조회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거래소에 보관된 자산은 상속인이 개별 거래소를 통해 확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개인지갑에 보관된 자산은 가족이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하면 존재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거래소 밖 개인지갑은 개인키와 복구문구가 사실상 유일한 접근 수단인 만큼 이를 분실하거나 고인이 생전에 관련 정보를 남기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상속인이더라도 자산을 이전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이 세무사는 “앞으로 가상자산 보유자가 늘어날수록 개인지갑 접근권과 상속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지갑으로 인출한 가상자산의 비밀번호와 복구문구는 반드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법률을 마련해 정부 또는 공공기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디지털 자산 상속과 관련한 분쟁을 해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6.07.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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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일 KT지니뮤직 본부장 “아이오아이·니케 완판…4대 엔터에도 없는 지니만의 무기”

IT 일반

10년 만에 뭉친 아이오아이(I.O.I)의 신곡 신드롬과 메가 히트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실물 음반 광속 절판. 대형 기획사들도 미처 생각지 못한 틈새 시장에서 이 놀라운 ‘잭팟’을 연이어 터뜨린 주인공은 토종 플랫폼 KT지니뮤직이다.KT지니뮤직에서 음원 유통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해일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전통적인 문법을 탈피해 서브컬처와 레트로 K-팝 등 코어 팬덤 중심의 역발상 전략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서울 강남의 KT지니뮤직 사옥에서 이 본부장을 만나 독창적인 장르 개척 비화와 미래 인공지능(AI) 로드맵을 들어봤다.출혈 경쟁 거부한 KT지니뮤직의 역발상이 본부장은 인터뷰의 시작과 동시에 국내 음원 유통 업계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냉철하게 짚어냈다. 그는 “4대 기획사(하이브·SM·JYP·YG)는 이미 사업 방향과 구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우리가 그 유통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많은 리소스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제살을 깎아 먹어가면서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 남들이 안 하는 영역을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 곳의 숨은 1등’이 되자는 역발상 전략으로 서브컬처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고 사업 방향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대형 엔터 기업들은 지분 구조로 얽힌 전용 유통사를 거쳐 음원을 공급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유통사 간의 수수료 인하라는 치킨게임은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KT지니뮤직은 과감하게 시선을 돌렸다. 메인스트림 차트가 주목하지 않지만 충성도와 구매력이 압도적인 ▲서브컬처 등 게임 지식재산권(IP) ▲영유아 콘텐츠 ▲세대를 관통하는 레트로 K-팝 시장에 전력 투구하기 시작했다.이러한 역발상 체질 개선은 곧바로 경영 성과로 증명됐다. 올해 1분기 KT지니뮤직 음악유통사업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한 162억3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거대 기획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장르 마켓을 개척해 회사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아울러 단순 유통 대행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 드라마 OST 제작 경험을 자산 삼아 글로벌 대형 IP 홀더(지식재산권 보유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밑바닥에서부터 확장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포켓몬코리아 등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합리적인 예산 제안과 전방위적인 마케팅 지원으로 두터운 신뢰를 쌓아 올린 덕분이다. 팬 서비스 넘어 사업으로…유통의 문법을 바꾸다최근 시장을 흔든 성과들은 KT지니뮤직의 미래 먹거리 전략의 파괴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결합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의 신곡 ‘갑자기’는 발매 이후 6주 연속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썼다. 이 본부장은 “프로야구 선수 양의지의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결합하면서 대중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며 “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상업적인 색채가 빠지자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것이 레트로 K-팝이 가진 무서운 힘”이라고 분석했다.게임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시프트업의 메가 IP ‘승리의 여신: 니케’의 실물 음반 유통 프로젝트는 서브컬처 팬덤의 화력을 입증했다. 이 본부장은 “수천 장의 물량을 확보해 오프라인 행사에 나갔는데 팬들이 줄을 서서 하나씩 사는 게 아니라 6종 세트 전체를 그 자리에서 전부 구매했다”고 회상했다. 6종 세트의 가격은 10만원을 넘었지만 코어 팬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이 본부장은 흥행 비결에 대해 리스크 관리와 정밀한 분석이 ‘핵심’임을 짚었다. 그는 “굿즈를 판매하는 회사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내부적으로 투자 심의 근거를 마련했고 철저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추가 주문까지 대응했다”고 덧붙였다.유튜브뮤직에는 없는 ‘오프라인 몰입 경험’KT지니뮤직의 시선은 이제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가치 소비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 유튜브뮤직과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로컬 시장에 특화된 현장 중심의 생생한 경험까지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맹점을 파고들었다.이에 단순 음원 배급을 넘어 무대 형태의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고, 각 IP에 특화된 한정판 굿즈를 제작하는 오프라인 경험 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공연과 MD 매출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일방향의 미디어를 벗어나 자신이 몰입한 콘텐츠에 직접 찾아가 지갑을 열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이 모방하기 어려운 현장 경험 서비스를 로컬에 특화된 형태로 진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음원 유통망을 효율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AX(인공지능 전환)도 예고했다. 현재 KT지니뮤직은 전 세계 95개국, 50여 개 플랫폼에 달하는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플랫폼에 음원이 정상적으로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 일일이 사이트에 접속해 화면을 캡처하는 비생산적인 업무가 반복됐다. 회사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음원 등록 상태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링크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불어 축적된 정산 데이터와 플랫폼별 트래픽 추이를 계량화해 아티스트와 파트너사에게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대시보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이 본부장은 “AI가 보고서를 취합해 종합 대시보드로 제공하면 파트너사들은 각 플랫폼을 확인하지 않고도 마케팅 재원을 어느 시점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이처럼 오프라인 팬덤 비즈니스와 AX를 결합한 KT지니뮤직의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KT지니뮤직의 미래는 모두가 똑같이 경쟁하는 메인스트림 시장이 아닌 우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을 글로벌 네트워크와 AX 기술에 정교하게 결합하는 데 있다”며 “AI 기반 유통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국경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음원 유통 거점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7.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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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두바이로 향한 코인 부자들…국경 넘는 자산의 조건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수십억원의 자산을 만든 30대 A씨는 최근 자산 일부를 해외 부동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과 미국 등 여러 투자처를 살펴봤다. 하지만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집값이 아니었다. 자금을 해외로 옮길 때 필요한 신고 절차였다. 가상자산으로 돈을 버는 것과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가상자산으로 자산을 형성한 신흥 자산가들의 시선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과거에는 강남 아파트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자산을 분산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다만 자금을 해외로 옮기는 순간부터 외국환 절차와 해외금융계좌 신고, 해외 부동산 명세서 제출 등 국내 법령에 따른 의무가 뒤따른다.'무세금' 두바이도 신고는 해야해외 투자 수요는 실제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가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해외에 송금한 금액은 5억9050만달러(약 8808억원)로 집계됐다. 2018년 6억2590만달러(약 9336억원) 이후 최대 규모로, 2023년 3억6680만달러(약 5471억원)와 비교하면 2년 만에 61%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억7540만달러(약 56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7770만달러(약 1159억원) ▲UAE 3440만달러(약 513억원) ▲캐나다 1600만달러(약 239억원) 순이었다. 송금 건수도 미국이 798건으로 가장 많았고 ▲UAE 215건 ▲일본 169건 ▲말레이시아 120건 등이 뒤를 이었다.해외 투자처 가운데 최근 관심이 커진 곳은 UAE의 최대 도시 두바이다. 두바이는 개인소득세와 개인의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상속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가 가능하고 장기 체류 비자 제도와 글로벌 금융·교통 인프라를 갖춘 점도 자산가들이 주목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세금이 없다’는 표현을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현지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등록 비용과 중개수수료, 서류 발급비 등이 발생하고, 고급 주거단지는 공용시설과 컨시어지 서비스 등에 따른 관리비 부담도 적지 않을 수 있다. 원화로 자금을 마련하는 국내 투자자라면 달러에 연동된 디르함 환율의 변동도 실제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현지의 세제 혜택과 한국 거주자의 신고 의무는 별개의 문제다. 투자 대상이 두바이든 미국이든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면 외국환 관련 절차와 국내 세법상 신고 의무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이후에도 절차는 이어진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해 보유하거나 임대·운용 또는 처분했다면 다음 해 6월 30일까지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해외 부동산 취득·보유·투자운용(임대) 및 처분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해외 부동산 취득에 앞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외화를 송금하는 경우 연간 합계 10만달러(약 1억5083만원) 이하는 금융회사에서 신분 확인을 거쳐 송금할 수 있다. 연간 합계가 10만달러를 초과하면 관할 세무서에서 ‘부동산 매각자금 확인서’ 또는 ‘예금 등 자금출처 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융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해외 거래소 5억원 넘으면 신고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에 보관하는 투자자라면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해외 예금과 ▲주식 ▲채권 ▲펀드 ▲보험 ▲가상자산 등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계가 해당 연도 매월 말일 가운데 한 번이라도 5억원을 초과하면 다음 해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면 미신고 또는 과소 신고 금액의 10%, 최대 10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세청이 신고 의무 위반 금액의 출처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는데도 이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거짓으로 소명하면 미소명 또는 거짓 소명 금액의 10%가 별도로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 가상자산의 보유 방식에 따라 신고 대상은 달라진다.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은 해외 금융회사나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에 거래를 위해 개설한 계좌다. 해외 지갑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생성해 관리하는 개인지갑은 현행 제도상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인지갑을 과세당국이 영원히 들여다볼 수 없는 영역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개인 거래 정보 제출 체계를 확대하고 해외 거래소 정보에 대한 국가 간 교환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간 경우일수록 투자자가 스스로 거래일자와 ▲수량 ▲입출금 경로 ▲원화 환산액 등 자금 이동 기록을 보관해야 하는 이유다.이용연 세무사는 “국내 거주자가 가상자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는 외국환 관련 절차와 세법상 신고 의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수익률뿐 아니라 자금 이동 경로와 거래기록,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 여부까지 함께 관리해야 불필요한 세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이용연 세무사가 제공한 자문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2026.07.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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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잡으려다 ‘섞어찌개’ 되나…시험대 오른 ‘모두의 AI’

IT 일반

정부가 전 국민이 인공지능(AI)을 옆에 끼고 사는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 본격적으로 판을 벌였다. 대국민 범용 서비스인 ‘모두의 AI’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독자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종 모델을 인위적으로 결합하는 사업 구조에 따른 부작용과 민간 기업의 수익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비용 폭증 시대에 ‘AI 기본권’ 띄운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오는 8월 11일까지 ‘모두의 AI’ 프로젝트 참여 기업 공모를 진행한다.정부가 대국민 무료 AI 추진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폭증하는 AI 운용 및 구축 비용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AI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반도체 가격이 높고 공급도 충분하지 않아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함께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최근에는 AI 토큰(AI가 텍스트를 인식·처리하는 최소 단위) 단가가 대폭 하락했는데도 전체 AI 비용은 오히려 치솟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GPT-4 기준 토큰 100만개당 비용은 2023년 30달러에서 2026년 0.1달러로 30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CAPEX(설비투자)는 2023년 1470억 달러에서 2026년 7100억 달러로 380%나 치솟았다. 단순 챗봇을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서 데이터 처리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AI 에이전트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목표 설정부터 계획 수립과 실행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연산 절차를 한꺼번에 수행한다. 이 때문에 단순 질문 대비 AI 에이전트는 10~20배, 상시 가동형 에이전트는 무한대에 가까운 토큰을 소비하게 된다. 토큰 가격 하락에도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비용 장벽이 생겨나는 구조다. 정부 주도 공공재 AI의 필요성이 부각된 이유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모두의 AI 프로젝트의 추진 당위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김 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I 시장은) 비어 있는 시장이 아니라 잠긴 시장”이라며 “개별 기업이나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첫 도입의 위험을 국가가 먼저 떠안아 공공 영역에서 사용 사례와 신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짚었다. 또 “AI에 대한 접근은 이제 하나의 기본권으로 봐야 한다. 국민 누구도 그 문 앞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챙기는 일은 국가의 몫”이라며 “AI 시대의 국가는 생산이나 통제를 하는 국가가 아니라 시장이 혼자서는 넘지 못하는 문턱만 넘겨주는 ‘시장을 조직하는 국가’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국산 AI 역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등 흩어진 재료를 엮는 ‘구슬을 꿰는 나라’가 돼 누구나 생산에 참여하는 AI 기본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성능 확보 숙제정부는 이번 공모로 2~3개 기업 및 컨소시엄을 선정해 올해 안에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나아가 2027년부터는 ▲자산 관리 ▲노후 설계 ▲주거 계획 등을 알아서 돕는 ‘전 국민 1인 1 에이전트’ 체계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초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는 보유 중인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B200 총 512장을 선정 기업에 나눠 지원한다. 평가 점수에 따라 1위 기업에는 256장, 후순위 기업에는 128장씩 차등 배분되는 방식이다.정부의 장비 지원에 맞춰 기업도 자체 예산을 일정 비율 이상 투입하도록 했다. 대기업은 정부 지원액의 10% 이상, 중소기업은 5% 이상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며 자부담 투자를 가장 많이 약속한 기업에는 최대 3점의 가점을 줘 민간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현재 이동통신 3사와 양대 플랫폼 등 주요 IT 기업들이 프로젝트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업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체 수익 모델을 동원해서라도 ‘필수 기능 무료 제공’ 원칙을 지켜야 하는 데다 사업 참가에 걸린 기술 요건마저 까다롭다.과기정통부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을 충족하는 국산 AI 모델을 50% 이상 활용하되, 국내 AI 생태계 다원화를 위해 타사의 국산 AI 모델도 30% 이상 의무적으로 결합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외산 AI 모델은 국산으로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고난도 추론 등 최소한의 경우에만 쓰도록 엄격히 제한했다.이에 무료 AI 서비스 운영을 위한 비용 부담과 인위적인 이종 모델 결합에 따른 성능 저하가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 국민 무료 제공을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그 막대한 비용을 지속해서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외산 모델 결합을 극도로 제한하고 국산 자사 및 타사 모델을 강제로 섞는 조건에서 과연 대중이 기대하는 챗GPT 수준의 고성능과 대중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결국 비용과 성능 측면의 정밀한 컨트롤이 사업 성공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독자적인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공공 AI 프로젝트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당장 단기적인 성능만 고려하면 오픈AI 모델 등을 가져다 쓰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훨씬 편하겠지만, 이를 방치하면 향후 글로벌 빅테크에 국가 인프라가 완전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우려와 기술적 난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미래 국가 경쟁력을 대비하고 AI 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는 기업과 국가가 전향적으로 손잡고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2026.07.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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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더 살까?” 사라졌다…100억 코인 부자들이 몰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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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비트코인을 더 사야 할까요’, ‘어떤 코인이 오를까요’ 같은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인근 하나증권 더(THE)센터필드W 골드(Gold)센터에서 만난 김세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상담실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던 고객들이 이제는 ▲세금과 자산배분 ▲부동산 ▲증여까지 함께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왔다는 것이다.가상자산으로 수십억원대 자산을 형성한 고객들이 제도권 금융으로 유입되면서 PB센터의 상담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무엇을 살까요”보다 “어떻게 관리할까요”김 PB는 최근 빗썸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세미나를 진행하며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체감했다고 말했다.그는 “예전에는 가상자산 안에서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며 “지금은 코인을 현금화한 뒤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국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묻는 분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특히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도체와 AI 관련 주식, ETF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려는 상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투자법인 설립이나 절세 방안을 함께 문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김 PB는 “가상자산으로 큰 수익을 거둔 고객일수록 오히려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다”며 “자산이 갑자기 커지면 그때부터는 투자보다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고 짚었다.그는 실제 상담 과정에서도 “무엇을 더 살까요”보다 “이 자산을 어떻게 나눠 관리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주식과 가상자산은 비슷해 보여도 자산관리 측면에서는 활용도가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PB는 “가상자산은 가격 상승 외에는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반면 주식이나 ETF는 장기 보유뿐 아니라 담보 활용 등 다양한 자산관리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이어 “생각보다 가상자산 부자들은 보수적”이라며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가상자산으로 자산을 형성한 투자자들이 무조건 공격적인 성향만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높은 변동성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오히려 일정 부분은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성향도 강하다는 것이다.AI와 기술주에는 꾸준히 관심을 갖지만, 자산 전체를 한곳에 집중하기보다는 위험을 분산하려는 상담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특히 해외 자산과 국내 자산을 함께 보유하거나, 현금성 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김 PB는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스토리는 아직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며 “야구로 치면 지금은 6회 말에서 7회 초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특정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 버는 포트폴리오’…인컴형 코어자산이 핵심김 PB는 실제 상담 과정에서 단기 수익률보다 장기적인 자산 보전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가장 많이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해외 고액자산가들에게 적용한 자산관리 원칙을 소개하며 “자산관리의 핵심은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산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PB는 포트폴리오의 중심이 되는 핵심 자산을 고를 때 ‘얼마나 많이 버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래 버느냐’를 우선한다. 목표는 연 5~6% 수준의 배당·분배 수익과 연 2~3% 수준의 완만한 자본 성장을 결합해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다.가상자산으로 거둔 수익을 다시 고위험 성장주나 테마주에 집중하기보다 인컴형 코어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가치주와 배당주, 멀티에셋, 인프라 등 꾸준한 배당·분배금을 지급하는 자산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WM센터를 찾는 자산가들 가운데는 여러 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니 충분히 분산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특정 국가(미국)나 특정 통화(달러), 특정 운용사 상품에 위험이 집중된 사례가 많다.해외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 제안한 포트폴리오 역시 단일 국가나 통화 충격이 전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국 외 유럽·일본·스위스 등으로 투자 지역을 분산하고 통화도 다변화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경우에도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운용사를 분산해 시스템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을 제시했다.장기 자산관리는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회복 가능한 수준에서 손실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는 ▲저변동성 배당주 중심의 주식 ▲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단기·고신용 채권 ▲금과 인프라 등 인플레이션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방어할 실물자산 ▲3~12개월치 유동성을 다양한 통화로 분산 보유하는 현금성 자산 등 네 개의 축으로 균형 있게 구성한다.여기에 금 현물 ETF나 경기 방어 성격의 자산 등 ‘위기 방어 전용 자산’(Sleeve)을 일부 편입하고, 시장이 급락하면 사전에 마련한 기준에 따라 리밸런싱을 실시하는 등 위기 대응 원칙도 함께 마련한다.김 PB는 “가상자산으로 자산을 형성한 고객들의 관심은 이제 무엇을 더 살 것인가보다 자산을 어떻게 오래 지키고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며 “장기적인 자산관리 체계를 갖추고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6.07.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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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자 경쟁자 되나…LG엔솔 ‘ESS 사업자’ 변신 딜레마

산업 일반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로 위기 국면에 놓였다. 커지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로 변신한 업체도 등장했다. 단순 배터리 공급이 아닌 관리·운영을 도맡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이런 통합 시스템의 선호도가 높다지만 고객사·사업자 병행으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납품 외 운영·관리까지, 커지는 ESS 시장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한 ‘2026년 AI(인공지능) 활용 ESS 구축 지원 사업’에서 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국내 배터리사 중 유일하게 운영 사업자로 입찰했고, ESS의 가상발전소(VPP)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ESS VPP는 배선 선로에 ESS를 완충장치로 설치해 재생에너지 수용성과 전력 계통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단순한 배터리 공급자를 넘어 ESS 운영 사업자로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빅3’ 배터리사 중 유일하게 VPP 사업자 자격을 확보하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제주 서귀포 지역에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를 설립·운영하면서 꾸준히 AI 기반의 ESS 운영 경험을 쌓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ESS 사업자 변신과 자회사 버테크 운영 등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플랫폼 기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21년 ESS 시스템 통합(SI) 전문기업인 미국 NEC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ESS 공급을 비롯해 기획·설계·유지보수를 모두 담당하는 사업 역량을 확보하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자 변신 행보는 고객사의 통합 솔루션 요구와 배터리 사고의 리스크 해결을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는 공급·운영을 모두 맡아서 하는 통합 시스템을 원하는 고객사들이 많다”며 “또 배터리 사고와 관련한 리스크 해결 차원에서도 사업자까지 병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ESS에서 화재 사고 등이 발생하면 관계사들이 잘잘못을 따지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리고, 배터리 공급자 입장에서 원인 규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답답한 측면이 있다. 사업자로 운영·관리까지 맡으면 이런 보상과 비용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VPP로 경험을 쌓아 국내외 시장에서 역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AI 활용 ESS 구축 사업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모델로 꼽힌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많아지면 감당이 어려워지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ESS 및 에너지 전력망 통합 관리 등을 통해 전력 계통 안정화에 강점을 갖고 있다. 버테크도 북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미시간주 최대 종합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총 6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 16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화큐셀과도 2024년 5월 4.8GWh, 2026년 5GWh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큐셀 측은 “북미 시장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흐름인데 개인이나 사업자들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때 기본적으로 ESS 배터리가 따라가는 방향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이런 통합 관리를 해주는 ESS 업체를 선호한다”고 ESS의 트렌드를 설명했다. 사업자 병행 우려 ‘양날의 검’ ESS 배터리가 전기차 캐즘 위기를 이겨낼 돌파구가 되고 있는 건 자명한 현실이다. 국내 빅3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올해 상반기에 보조금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외 공장의 가동률이 50% 안팎에 머물며 고전하고 있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에는 ESS 배터리(대형) 매출(3조8000억원)이 자동차 배터리(대형) 매출(3조5000억원)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EV) 용의 판매 부진도 원인이지만 ESS 배터리 시장의 확대로 매출 구조가 역전되는 셈이다. 이에 배터리 3사는 북미 공장에 ESS 라인을 대폭 확장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랜싱 공장 등 총 5개의 북미 ESS 생산 거점을 가동하고 있다.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S용 LFP(리튬인산철)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중 80%가 넘는 50GWh를 북미 지역에 배치하는 등 해외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자 병행에 대한 우려도 고개 들고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사업자에 민감한 납품 단가 전략 등을 공개해야 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AI 활용 ESS 구축 사업’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을 채용한 사업자는 LG에너지솔루션 뿐이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자동차 업체로 따지면 BYD의 모델로 볼 수 있다. BYD는 배터리와 자동차를 동시에 만들고 있는 공급자이자 운영자”라며 “자사의 자동차에만 배터리를 공급해도 충분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자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가 선도적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기존 사업자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SDI는 모험보다 배터리 공급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의 경우는 SK이터닉스가 ESS 구축·운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사업자까지 병행할 이유가 없다. 업계 전문가는 “배터리 공급을 넘어 운영·관리하는 사업자까지 맡는다면 ‘턴키’(설계·시공·운영 일괄)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관련 수익 파이도 커질 것이다”며 “하지만 기존 사업자 플레이어들이 경계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되는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6.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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