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택배 들고 문 앞까지”…2030년 아파트 미리 살아보니
- [우리 집이 달라졌어요]①
AI가 생활 패턴 읽고 로봇이 실행…달라지는 주거 기준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미래 주거 플랫폼 경쟁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오전 10시에 병원 예약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침대 옆 인공지능(AI) 컴패니언(동반자)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커튼이 천천히 열리고 실내 온도는 자동으로 맞춰진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정보를 반영해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가 작동한다. 현관을 나서자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고, 지하 주차장에서는 주차 로봇이 차량을 출차하고 있다.점심 무렵 도착한 택배는 배송 로봇이 공동 현관을 지나 집 앞까지 가져다 놓는다. 외부인의 출입 없이 비대면 배송이 이뤄지고, AI는 냉장식품과 일반 택배를 구분해 보관 위치를 안내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조명과 냉난방도 입주민의 생활 패턴에 맞춰 미리 작동한다.
저녁이 되자 AI 동반자가 말을 건넨다. “오늘 혈압이 평소보다 조금 높습니다. 약은 드셨나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복약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대화를 나누고 가전을 제어하며 응급상황까지 관리하는 AI는 단순한 음성비서를 넘어 일상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주요 건설사가 그리고 있는 2030년 아파트의 모습이다.
집 제어하던 스마트홈, 생활 관리하는 AI 홈으로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미래 주거 공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조명과 냉난방을 켜고 끄던 ‘스마트홈’을 넘어 AI가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는 ‘AI 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가 ▲로봇과 가전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단지 인프라를 연결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주거 플랫폼이다.
방향은 같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개방형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로봇을 주거 서비스에 접목하거나 하이엔드 맞춤형 컨시어지(생활 편의 지원)를 강화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주거 플랫폼 ‘홈닉’(HomeNiq)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자체 아파트 브랜드를 넘어 ▲HJ중공업 ▲두산건설 ▲우미건설 ▲호반건설 등 다른 건설사에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개방형 전략을 택했다.
홈닉은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 ▲커뮤니티 예약 ▲관리비 조회 ▲방문 차량 관리 ▲에너지 관리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한다. 최근에는 AI 주차와 에너지 통합 모니터링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베일리와 원펜타스, 삼성노블카운티에서 ‘홈 AI 동반자’ 실증에도 나섰다. 이 로봇은 입주민의 말벗은 물론 IoT 기기 음성 제어와 복약 관리,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한 건강 모니터링, 응급 상황 발생 시 보호자 알림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AI가 생활을 관리하고 로봇이 이를 실행하는 미래 주거 모델을 실제 공간에서 검증하는 것이다.
배송부터 주차·건강관리까지…로봇이 들어온다
현대건설은 ‘로보틱스 라이프’(Robotics Life)를 미래 주거 비전으로 제시했다.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움직이는 ‘피지컬 AI’를 주거 공간에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구상에는 배송과 보안, 차량·안전 관리에 로봇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모바일 로봇이 택배와 음식을 세대 앞까지 배달하고 주차 로봇은 차량 주차와 전기차 충전을 지원한다. 화재 등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 로봇이 현장을 감지하고 대응한다.
현대건설은 입주민의 이동 패턴과 차량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기반 주차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단지 전체를 로봇이 이동하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GS건설은 LG전자와 손잡고 AI와 가전, 로봇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이(Xi) 단지와 LG전자의 AI 플랫폼 ‘LG 씽큐’를 연동해 ▲조명과 냉난방 ▲환기▲엘리베이터 호출 ▲주차 위치 확인 ▲커뮤니티 예약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여기에 홈 로봇을 결합해 AI가 입주민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필요한 기능을 먼저 제안하거나 자동으로 실행하는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입주민이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외출과 귀가, 취침 등 상황에 맞춰 주거 환경이 바뀌는 구조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중심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조명과 냉난방 제어 ▲커뮤니티 관리 ▲자산관리와 세무 상담 ▲홈 스타일링 ▲건강검진 등 프리미엄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입주민과 자연어로 대화하며 생활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는 AI 에이전트를 탑재할 계획이다. 개인별 생활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건설업계는 AI 홈 경쟁이 편의 기능을 넘어 미래 주거 플랫폼의 주도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스마트홈이 기기를 연결하고 사람이 직접 제어하는 수준이었다면 AI 홈은 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고 로봇과 가전을 움직이는 ‘생활 운영체제’(OS)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아파트의 역할도 거주 공간을 넘어 건강관리와 에너지, 보안, 모빌리티, 커뮤니티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생활 데이터는 입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이 사람이 직접 기기를 제어하는 개념이었다면 AI 홈은 AI가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AI와 로봇이 결합한 주거 서비스가 미래 아파트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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