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보유도 거래도 다시 설계됐다…세제개편의 큰 그림
- [부동산 세제개편, 시장은 어디로]①
종부세·양도세 전면 손질…실수요 보호·초고가·다주택 부담 확대
장기거주 공제 신설·양도세 한시 완화로 매물 출회 유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부동산 과세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데 방점이 찍혔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수'보다 '주택가액'과 실거주 중심으로 바꾸고, 양도소득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해 실제 거주기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차등화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비거주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부담은 높이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의 축을 옮긴 점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실제 시장 변화는 세제보다 금리와 대출 규제, 공급 여건 등 시장 환경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유'보다 '거주'…달라진 과세 기준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양도세와 종부세 모두 실거주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우선 양도세는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하고 장기거주소득공제를 신설한다. 지금까지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각각 반영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거주기간만 인정한다. 10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 공제가 가능하며 공제한도도 새로 도입된다. 공제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강남권 등 초고가 주택은 기존보다 공제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10년 이상 거주한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1주택자는 양도세 기본공제가 기존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10배 확대돼 장기간 실거주한 일반 1주택자의 부담은 완화된다.
종부세도 실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을 뒀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축소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공시가격의 60%에서 2027년 70%, 2028년 80%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세부담 상한도 기존 150%에서 200%로 상향하기로 했다.
과세 방식 역시 크게 달라진다. 종부세는 지금까지의 '주택 수' 중심 세율 체계를 폐지하고 '주택가액' 중심으로 개편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와 다주택 간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실거주 목적의 보유를 중심으로 세제를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영향은 금리·공급이 변수
정부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한시적으로 낮추는 '채찍과 당근' 전략도 함께 내놨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은 2027~2028년 2년간 한시적으로 15~20%포인트 완화하고, 2029년 다시 원상복귀한다.고령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해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에는 양도세를 감면하고, 인구감소지역 지방주택 특례도 확대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이동을 유도하기로 했다.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기간은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갈아타기 과정의 보유기간도 줄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일정 수준의 매물 출회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집값 흐름을 결정하는 변수는 결국 시장 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개편은 집값을 직접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재편하고 거래를 정상화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장기거주소득공제 개편과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로 일부 매물은 나올 수 있지만, 서울 핵심지역은 공급 부족과 대기수요가 여전히 탄탄해 매물이 장기간 누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과거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2020년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집값 상승 기대가 강해 양도세 부담을 낮춰도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다 보유나 증여를 택했다.
반면 2022년에는 금리 급등과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완화되자 매물은 늘었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가 부족해 가격 조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시장은 2020년과 2022년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며 "세제보다 금리와 유동성, 대출환경, 시장 심리가 실제 시장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서 '매물 3파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세법 개정안 발표 직후인 올해 8월과 종부세 과세기준일 직전인 2027년 5월, 양도세 한시 완화 종료를 앞둔 2027년 말까지 절세 목적의 매물이 단계적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와 내년은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어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강남 등 초고가 주택은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수도권 전반의 매물 부족 현상은 상당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거래 활성화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거주소득공제 도입으로 장기간 거주할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는 구조가 되면서 오히려 주택 이동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실거주 중심이라는 정책 방향은 이해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부담 상한 확대까지 더해져 실거주 1주택자도 보유 부담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 부담이 커질수록 보유 여력이 있는 계층 중심으로 주거가 재편되는 등 지역별 양극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안을 둘러싼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세무사회는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실거주 1주택자까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부담 상한 확대의 영향을 받는 만큼 종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실거주 요건 강화와 공제한도 신설이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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