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산·전북 234조 금융동맹…지방은행 '위기 속 해법' 될까
- [지방은행 생존전략, ‘연합체’ 구상]①
인구 절벽·수도권 쏠림에 흔들리는 지방은행…얼라인, JB·BNK 합병 제안
자본력 강화·조달금리 하향 등 시너지 기대
지배구조 갈등 우려…"시총 20조원 전망은 과장" 지적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지역의 인구 절벽과 수도권 경제 쏠림 현상이 가속하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들의 설 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지방은행의 선택지는 ▲독자 존속 ▲단독 시중은행 전환 ▲합병(M&A)을 통한 체급 상향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로 이름을 알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병 타당성 검토’를 제안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고령화·경제 침체에 좁아지는 지방은행 입지
이런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지역 경제의 침체가 자리한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고령 인구 비율은 2032년 30.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대비 두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6년 66.6%에서 2024년 59.3%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역 경제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고령자 비중까지 늘면서 핵심 고객층과 여수신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대 시중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한 상황 속에 카카오·토스·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하면서 지방은행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2025년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점유율을 보면 시중은행이 55.5%, 영·호남 지방은행의 점유율은 6.0%에 불과하다.
JB·BNK 지방은행 통합이 현실화한다고 해도 단숨에 시중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양사의 시가총액 단순 합산액은 약 10조3000억원, 합산 기준 총자산은 2025년 기준 234조원 수준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자산이 600조~80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존 지방은행의 한계를 뛰어넘어 iM뱅크(총자산 99조원)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을 훌쩍 뛰어넘는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합병으로 지방금융의 틀을 깨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자본력 강화부터 조달 비용 절감까지
얼라인은 JB금융과 BNK금융이 하나로 묶일 경우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자본시장 내 평가와 재무 구조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한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자본력 강화와 대규모 지방 메가프로젝트 지원이다. 은행의 자산 규모가 커지면 단건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호남·영남·충청권에 걸쳐 추진되는 총 1208조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 관련 대형 기업대출과 인프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공급을 시중은행과 경쟁하며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게 된다.
두 지주가 합쳐져 자산 200조원을 넘어서면 합병지주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회사채 발행 시 조달 비용이 낮아져 매년 최대 수백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얼라인 측 설명이다. 양사가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보안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중복된 투자를 병합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상장 유지비·정보통신(IT) 용역비·마케팅비 등 비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양사의 합병으로 주식 거래량이 늘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증가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접근성도 좋아진다. 합병지주의 단순 합산 시가총액(약 10조3000억원)이 유지될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MSCI Korea 지수) 신규 편입 요건에 다가서게 된다. 지수에 편입될 경우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 재평가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얼라인은 설명했다.
지배구조 갈등과 ‘시총 20조원 전망’ 거품 논란
문제는 기업 합병 과정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적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최대 복병은 지배구조와 경영권 분란 리스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 금융지주를 통합할 경우 통합 지주사의 본점을 부산이나 전북 어디에 둘 것인지부터 총괄 회장과 계열사 대표를 어느 쪽이 차지할 것인지까지 모든 결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문제”라며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게 아닌 이상 지배구조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격상될 경우 지방은행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지자체 시·도금고(공공자금) 유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부산과 경남, 전북 등 각 지자체는 지방은행이 ‘지역 전속 은행’이라는 명분 아래 금고 역할을 맡겨왔는데, 이들 은행이 지방은행을 탈피할 경우 4대 시중은행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얼라인의 시가총액 20조원 전망에 대해 ‘과도한 부풀리기이자 시장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얼라인은 보고서를 통해 “두 금융지주의 단순 합산 시가총액이 약 10조3000억원 수준이지만 시너지 실현 시 시가총액은 약 14조5000억원, 4대 시중은행 평균 주가수익비율 9.4배를 적용하면 약 20조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얼라인의 이런 추정이 최상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과장된 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약 23조~25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은행(우리은행)뿐 아니라 증권·카드·종금·자산운용·보험사까지 완비한 종합 금융사다. 총자산도 600조원에 이른다. 반면 JB와 BNK는 자산을 합쳐도 그 절반에 못 미친다. 체급과 계열사 포트폴리오, 브랜드 파워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는 게 금융업계 판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인정받으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를 무시하고 합병 효과만 극대화해 포장하는 것은 숫자 부풀리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은행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을 종합해 볼 때 합병을 고려할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면서도 “사모펀드가 제시한 시가총액 20조원이라는 전망보다 금융사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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