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도 은행도 지방에서 ‘한숨’…수도권과 차이 어디서 났나
- ‘반도체 훈풍’ 쏠린 수도권 개선세
지방은 원가 상승·내수 침체·고금리 타격
지방은행 연체율 1.33% 역대 최고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 경제의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단순한 산업 불균형을 넘어 금융 부실의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호조·증시 활성화 등에 힘입어 경기 회복의 온기를 누리는 반면, 지방 경제는 석유화학·건설 부진과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권역별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상반기 권역별 경기는 수도권이 확실한 개선세를 보였다. 반면 동남권·호남권·강원권은 보합세에 머물렀다. 충청권·대경권·제주권 역시 소폭 개선에 그쳐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희비는 반도체와 수출 산업이 갈랐다. 수도권에서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D램·낸드플래시 가격 강세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누렸다. 반면 지방의 주력 산업들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건설 경기 악화의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실물경기 양극화에 따른 지방 기업 약세가 지방은행까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대기업과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을 운용하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들은 연체율 상승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개 지방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의 올해 2분기 말 평균 연체율은 1.3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19%) 대비 0.14%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2024년 말 0.79%로 0%대를 유지했던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불과 1년6개월 만에 1.3%대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말(1.25%)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39%였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5개 지방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0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9억원 감소했다.
지역별 대출 부실 현황을 들여다보면 지방 경제가 처한 현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대구 지역의 국내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1.2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광주(1.09%)와 제주(1.09%) 역시 기업대출 연체율이 1%를 웃돌았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치솟았다. 제주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1.24%로 전국 최고치를 보였고 ▲전북(0.84%) ▲광주(0.62%)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 부진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금리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까지 커지면서 지역 중소기업과 가계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IBK기업은행이 발표한 ‘202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년 경영 상황을 ‘부진’으로 전망한 중소기업 비중이 25.7%로 나타났다. 올해 전망치(14.8%)보다 10.9%p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경제의 침체가 기업 부실과 지방은행 연체율 상승, 기업 자금난 심화, 지역 경제 악화라는 악순환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훈풍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지방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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