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삼전닉스 믿었는데” 패닉장 겪은 개미, 어디로 향하나
- [패닉 韓 증시…개미 자금 어디로]②
반도체 급락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손실 확대
은행주 강세·피지컬 AI 부상…삼전닉스 저가 매수 기대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한국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딛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투자자 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반도체가 주도주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특정 종목에 수급이 과도하게 몰리는 구조가 되풀이되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서다.
‘투자 부적격’ 경고까지 나온 韓 증시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7월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두 종목의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지수와 투자심리도 초유의 변동성에 휩싸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는 양상이 반복됐지만, 개인의 저가 매수만으로 시장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5월 말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반도체 쏠림의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안팎으로 추종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변동성이 지수와 레버리지 상품을 거쳐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증폭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증시의 쏠림과 변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8월 3일 ‘한국도 투자 부적격 국가가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AI 산업 호황에도 한국 증시가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최근 27거래일 만에 약 40% 폭락한 것이 2015년 중국 증시 붕괴 사태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블룸버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문제 등을 정책적 실책으로 거론하며 개인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칼럼에 즉각 반박했다. 금융위는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의 대체 불가한 공급망이자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거가 불분명한 수치에 기반해 투자 부적격 국가로 평가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증시 변동성은 여러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며,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과 기업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블룸버그가 지적한 극심한 변동성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된 만큼, 한국 증시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반도체가 반등하는 동시에 다른 업종에서도 새로운 매수세가 형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두 종목만 오르는 장세보다 금융·자동차·로봇·전력기기 등으로 상승세가 지수 전반에 확산해야 투자 지속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다시 체감할 것이란 설명이다.
사상 최대 실적 은행주 선전
최근 가장 뚜렷한 대안으로 떠오른 업종은 은행이다. 지난 7월 KRX은행지수는 7.21% 상승해 거래소 주요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 넘게 하락하고 KRX반도체와 KRX100, KRX건설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개선과 증시 거래 확대에 따른 비이자이익 증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은행주를 떠받쳤다.
실적도 뒷받침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6조92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금융지주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면서 변동성 장세의 방어주이자 주주환원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봇 ▲피지컬 AI ▲자율주행 ▲전력기기도 차기 주도 업종 후보로 꼽힌다. 생성형 AI 투자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에 머물지 않고 제조·물류·자동차 등 현실 공간으로 확장될 경우 국내 로봇 및 자동화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도 변압기와 전력망 관련 기업에 중장기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의 주도권이 곧바로 다른 업종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급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졌고, AI 메모리 수요와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 한 저가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여지가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에서 자금이 완전히 빠져나가기보다는 반도체를 중심축으로 두고 금융·로봇·전력기기 등으로 수급이 넓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행태도 변수로 꼽힌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한탕 투자’가 시장을 흔든 측면이 큰 만큼 업종 분산과 장기 투자 중심의 전략이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이유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제한한 데 이어 7월 31일부터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할 요인은 무엇이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낙폭 과대 종목들에 대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고금리 상황에서 유리한 금융주는 견조한 이익과 주주환원 기대감에 포트폴리오 변동성 축소 차원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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