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창업자가 외면하는 멘토링…멘토는 많고 멘토링은 없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공공 주도 스타트업 멘토링 제도 한계 드러내
멘토 자질 진단 ·검증 정기적으로 해야
[최화준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 ‘멘토링’의 시대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오늘날, 수많은 이들이 멘토를 찾아 인생의 지혜를 구한다. 미지의 영역에서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꿔야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멘토의 존재는 더욱 간절하다. 멘토링은 공식적인 제도를 넘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매우 보편적이고 익숙한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선배 창업가나 산업 전문가와의 만남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귀중한 계기가 된다. 그렇기에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모든 창업 보육 프로그램에서 멘토링은 결코 빠지지 않는 핵심 지원 사업으로 꼽힌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멘토링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 자금 및 공공 인프라와 강력하게 결합된 공공 주도형 모델로 운영되어 왔다. 예비·초기창업자 지원 사업 대부분은 사업화 자금 제공과 멘토링 이수를 의무적으로 묶은 패키지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 영역이 주도하는 국내 생태계에서 멘토링은 비재무적 지원 제도의 핵심 축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서적 버팀목과 생태계의 ‘불편한 진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멘토링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본래 멘토링은 단순한 비즈니스 지식 전달을 넘어 깊은 정서적 지원을 내포한다. 창업 초기 극심한 불확실성에 노출된 창업자들은 깊은 외로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멘토링의 가장 의미 있는 효과 역시 경청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지원’이며, 이는 곧 스타트업의 생존율과 성과로 직결된다. 선배 창업가의 실패 경험 공유와 산업 전문가의 인적 네트워크 연결은 멘토링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반면 멘토링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 역시 충분한 근거를 갖는다. 공공 예산 집행과 맞물린 멘토링 제도가 자금 수령을 위한 형식적 요건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생태계 안팎에서는 창업자의 성장보다 멘토링 수당 자체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생계형 멘토’들에 대한 눈총이 따갑다. 역량의 미스매치도 심각하다.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뒤처지거나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멘토가 자문을 제공하면서, 도리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으로 창업자에게 혼란만 가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멘토링의 효과에 대한 논란과 멘토의 자질 문제 논의는 주기적으로 등장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는 적었다. 생태계의 여러 이해관계자가 멘토링 수당과 행정 실적이라는 이해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자가 외면하는 멘토링 제도는 모두가 알면서도 쉽게 터놓지 못했던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표적인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제는 오래도록 정체되어 온 공공 주도 멘토링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민간 자율성·엄격한 검증체계로 전환해야
우선, 민간 주도의 해외 멘토링 운영 방식을 국내 생태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주요 창업 선도국들은 민간 행위자들이 자율적으로 멘토링 제도를 주도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정부는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나 간섭 대신 판을 깔아주는 환경 조성에 집중한다. 창업 기획자나 대학은 단발성 컨설팅을 지양하고, 아이디어 발굴부터 스케일업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다단계 멘토링 체계를 구축한다. 벤처캐피털과 창업기획자 역시 의무적인 정기 면담 대신 선배 창업가가 같은 공간에 상주하며 상시 조언을 건네는 자율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동시에 타운홀 미팅과 같은 집단 면담의 자리를 마련해 자연스럽게 어려움과 해결책을 커뮤니티가 함께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멘토링의 효과를 집단과 공유하는 것이다.
멘토링 제도의 개선과 함께 멘토의 자질을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검증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아무리 멘토링 제도가 선진화되어 있더라도, 정작 멘토의 자질이 미흡하다면 멘토링의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신 시장 트렌드와 생태계 이해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고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형식적으로 임하는 멘토를 선별해내는 검증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들이 정기적인 ‘수퍼비전(supervision)’과 상호 검증을 통해 전문가 집단의 수준을 엄격히 유지하듯, 창업 멘토 역시 주기적인 상호 평가와 검증 체계를 통해 자질과 품질을 담보해야 한다.
스타트업 멘토링이 공공 사업의 요건을 채우기 위한 단순 행정 절차나 보여주기식 실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멘토링의 본질은 창업자가 직면한 고립감과 불확실성을 함께 헤쳐 나가며 실질적인 질적 성장을 돕는 데 있다. 공공 영역은 도자가 아닌 든든한 조력자로서 판을 깔아주고,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멘토링 현장에 작동하게 해야 한다. 멘토와 멘티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처럼 협력하는 ‘창업자 중심’의 멘토링 제도가 창업생태계에 자리잡을 때, 창업자는 자생력을 기르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필자는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로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창업생태계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생태계를 가까이 하면서 창업자들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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