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역작 GV90은 어떤 차?
-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첫선
배터리·주행·안전 브랜드 기술 집약
123.5kWh 배터리, 500㎞ 주행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의 다음 10년을 맡길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꺼냈다. 브랜드 최초의 초대형 전기 SUV GV90이다. 정 회장은 GV90을 두고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미래 럭셔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했다. 제네시스가 지금까지 확보한 전동화와 주행, 안전 기술을 GV90에 집약했다.
제네시스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GV90 네오룬과 GV90을 공개했다. 출발점부터 기존 제네시스 전기차와 다르다. GV90은 플래그십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P’(Electric Mobility Prime)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차체 길이는 5285㎜, 축간거리는 3245㎜다. 제네시스 SUV 가운데 가장 큰 차체를 갖췄다.
현대차그룹 기술 총동원
배터리도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최대 규모다. 123.5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고밀도·고출력 배터리 셀을 적용하고 복잡한 배선을 줄이는 무선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제한된 공간 안에 배터리 용량을 최대한 확보했다.
단순히 출력만 높인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앞뒤 차축에 각각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를 넣었다. 주행 상황에 따라 네 바퀴에 전달되는 힘을 정교하게 제어해 고속 선회 안정성과 눈길·빗길 주행 성능을 높였다.
초대형 SUV의 약점인 승차감과 기동성도 보완했다. GV90에는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에어 스프링의 강성을 상황에 맞게 조절해 노면 충격을 흡수하고, 필요에 따라 차고도 바꿀 수 있다.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는 노면 충격을 받을 때는 부드럽게, 차체 움직임이 클 때는 단단하게 감쇠력을 조절한다.
GV90 네오룬의 핵심 기술은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차체 중앙의 B필러를 없애고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구조다. 뒷문에는 새로 개발한 듀얼 모션 힌지가 적용됐다. 문을 바깥쪽으로 밀어낸 뒤 회전시키는 구조를 통해 앞문과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B필러를 없앤 만큼 차체 강성을 확보하는 기술도 대거 들어갔다. 제네시스는 도어 내부에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넣었고, 충돌 에너지를 차체와 도어로 분산시키는 구조를 적용했다. 탑승 공간을 둘러싼 골격은 기존보다 1.5배 두껍게 만들었다. 초고강도 스틸 튜브와 구조용 폼도 곳곳에 넣어 일종의 ‘히든 롤케이지’를 만들었다. 제네시스는 이를 통해 B필러가 있는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충돌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차체 자체에도 경량화와 강성 확보 기술을 함께 적용했다. 하부 골격에는 알루미늄 주조 및 압출 구조를 사용했고 외부 패널에도 알루미늄 적용 범위를 넓혔다. 전방 충돌 시에는 디플렉터가 차량 움직임을 횡방향으로 유도해 A필러 변형을 줄이도록 설계했다. 배터리 전방에는 충돌 시 모터와 서브프레임을 차체 아래쪽으로 우회시키는 슬라이더 구조를 적용했다.
안전·편의도 ‘최초’ 쏟아졌다
배터리 화재 확산을 막는 기술도 들어갔다. 배터리 셀 사이에 차단 구조를 적용해 특정 셀에서 발생한 열이 인접 셀로 번지는 것을 억제하는 열전이 안전 기술을 탑재했다.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실시간 진단뿐 아니라 잠재적인 이상 징후까지 미리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에어백은 총 12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최초로 적용한 루프 에어백이다. 차량이 전복되면 에어백이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어 탑승자가 차량 밖으로 이탈하거나 루프에 부딪혀 다치는 것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동승석에는 탑승자의 자세에 따라 두 단계로 펼쳐지는 듀얼 뎁스 에어백을 넣었고, 시트 쿠션에도 별도의 에어백을 적용했다.
정숙성 역시 플래그십에 맞춰 손봤다. 전면 윈드실드부터 비전루프, 테일게이트까지 모든 유리에 두께 5㎜가 넘는 차음 유리를 사용했다. 차체 골격 내부에는 고발포 방음 충진재를 넣고 흡·차음재 적용 범위를 넓혔다. 후드와 테일게이트의 실링 구조도 보강했다.
차량을 작동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GV90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시동 버튼이 사라졌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탑승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기어를 변속하면 별도의 시동 과정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실내 디스플레이도 가변형이다. 주행 중에는 23.6인치 화면으로 사용하는 센터 OLED 디스플레이가 정차 상태에서는 위로 90㎜ 올라온다. 화면 크기도 24.6인치로 확대된다. 운전석에는 25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인포테인먼트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기반으로 하며 차량용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도 탑재된다.
공간 기술도 눈에 띈다. GV90 네오룬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앞좌석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를 적용했다. 정차 상태에서 앞좌석을 180도 돌려 1·2열 승객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에는 2열과 트렁크를 분리하는 컴포트 파티션과 천연 우드 플로어, 온돌에서 착안한 복사열 난방 시스템까지 적용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혁신의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며 “진정한 럭셔리는 사람을 더 자유롭게 하는 데서 시작되는 만큼, 앞으로도 차별화된 가치와 품격 있는 경험을 통해 미래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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