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미 증시 역사상 '1일 최대 상승률 177%', 국내 바이오 시장도 '들썩'
- 모더나, mRNA 암 백신 임상 3상 상징적 성공 결과
뉴욕 증시 25년 만 하루 177% 상승률 기록
관련주 삼양바이오팜 상한가, 에스티팜 11% 이상 급등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미국 뉴욕 증시에서 25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률’ 기록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 모더나가 주인공으로 177%나 폭등했다. 암 백신의 성공적인 임상 결과에서 비롯된 역사적인 급등세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들썩였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모더나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환자 맞춤형 mRNA(메신저 리보핵산) 암 백신 임상 결과가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고위험 흑색종(피부암의 일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암 재발과 전이를 억제하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면서다.
맞춤형 mRNA 백신 '인티스메란'과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환자군이 키트루다 단독 치료군에 비해 암이 재발하기까지의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되는 결과가 나왔다. 또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을 낮추는 부차적 목표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한 임상 2상 결과에서는 재발 및 사망 위험을 ‘키트루다 단독군 대비’ 49%(5년 장기 추적 관찰 결과) 낮춘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쓰인 mRNA 기술 기반의 개인 맞춤형 암 치료제가 대규모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mRNA 기술을 통해 단순한 예방용 백신이 아닌 환자 유전정보 바탕의 ‘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 분야에서 최초의 임상 3상 성공 사례를 이끌어냈다.
이번 암 백신 연구진은 “환자 개개인의 종양 특성에 맞춰 치료법을 설계하는 정밀 면역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 환자의 재발을 막고 생존을 연장할 수 있는 새 치료법의 길이 열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mRNA 백신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활용해 만들어진다. 바이러스와 동일한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 체내 세포 표면에 돋아나게 하는 mRNA를 주입해 면역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mRNA는 세포에 바이러스와 똑같은 스파이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모더나의 이번 치료제는 환자 개개인의 종양 조직과 혈액 표본을 분석해 종양에 나타난 고유한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표적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환자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모더나가 환자 개인별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셈이라 2400억 달러(약 335조원) 규모의 항암제 시장 진입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모더나와 머크는 2027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목표로 신청 절차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암 치료제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방식이 등장하자 업계도 반기고 있다. 시장부터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모더나 주가는 전날 대비 177% 폭등한 174.38달러로 마감했다. 모더나의 상승률은 25년간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종목을 통틀어 하루 최대 상승률에 해당한다.
그동안 침체됐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mRNA와 암 치료제 플랫폼을 보유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대부분 상승하며 모처럼 웃었다.
자사의 mRNA 암 백신 플랫폼의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삼양바이오팜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5만6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양바이오팜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전자 전달체 플랫폼인 '나노레디'의 mRNA 암 백신 전달 효과를 연구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특히 나노레디는 기존 전달체보다 입자당 20배 많은 mRNA를 탑재할 수 있어 강한 면역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RNA 플랫폼과 위탁개발생산(CDMO) 기술을 보유한 에스티팜의 주가도 10% 이상 급등했다. 에스티팜은 1만1600원(11.68%) 오른 11만9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스티팜은 mRNA 합성 및 LNP(지질나노입자) 전달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NP 전달체는 분해되기 쉬운 mRNA를 감싸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택배 상자’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에스티팜은 오는 9월 RNA 치료제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를 논의하는 국제 심포지엄 ‘RISC 2026’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RNA 간섭(RNAi)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크레이그 멜로 교수를 비롯해 글로벌 RNA 치료제 산업을 이끌어 온 석학과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도 mRNA 백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확보가 미래 감염병 대응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GC녹십자와 한국BMI 제약 등이 정부 지원 아래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mRNA 백신은 개발이 까다롭지만 기반 기술을 확보해두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만 갈아 끼워 신속하게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이점이 뚜렷하다. 유전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백신에 비해 제조 과정이 짧은 편이고, 갑작스러운 감염병 대유행이나 바이러스 변이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코스닥 시총 1위로 바이오 대장주인 알테오젠의 주가도 11.86%나 상승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치료 방식이 검증되거나 신약이 등장하면 업계 분위기도 덩달아 살아나는 측면이 있다. 제약바이오 주식의 경우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흐름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며 “모더나의 임상 성공은 최근 침체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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